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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익 성장주 투자 -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주식 투자 시스템
마크 미너비니 지음, 김태훈 옮김, 김대현 감수 / 이레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책을 보는 순간 설렘과 벅참 그리고 감동이 밀려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마크 미너비니. 주식을 조금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가 알 법한 세계 최고의 탑티어 트레이더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모멘텀 투자자를 뽑으라면 단연 제시 리버모어가 으뜸일 것이다. 그러나 리버모어는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트레이더였다. 그럼 현존하는 트레이더 중 가장 뛰어난 트레이더는 누구일까?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저자 마크 미너비니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단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마크 미너비니의 책은 필독해야 할 1순위 책으로 손꼽는다. 문제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되지 않아서, 원서를 주문해서 읽거나 떠도는 번역본을 토대로 배울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책의 출간으로 인해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전 세계 최고의 트레이더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미너비니는 주식 트레이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잘 살펴봐야 할 점은 우리나라에서 트레이딩이라고 하면 보통 단타매매를 의미하는데 책에서 나온 미너비니의 매매법은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데이 트레이딩이나 스캘핑은 기업의 재무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보통은 차트 패턴과 뉴스와 이슈를 보고 시세를 줄 것 같은 종목에 들어가 단기적으로 수익을 챙기고 나온다. 스윙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량의 거래량이 몰려서 주가의 변곡점이 생기는 것을 포착하고 어느 정도 눌리는 지점에서 종목의 뉴스가 연속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들어가서 반등 거래량이 나올 때 수익을 실현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트레이딩은 대량 수급과 이슈 그리고 소위 작전(?)이라고 불리는 테마주들의 변동성을 이용하여 하루에서 1~2주 이내 수익을 실현하는 거래법을 뜻한다.
그러나 미너비니의 책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포지션으로 굳이 의역해 보자면 중장기 성장주 스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트레이딩보다 훨씬 텀이 긴 편인데, 차트 패턴으로 해석해 볼 때 최소 6개월에서 년 단위까지도 끌고 간다. 그래서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추세를 끌고 가는 중장기 트레이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너비니는 리버모어의 추세매매를 한층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그가 투자하는 섹터는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이 상승추세를 줄 때 매수를 시작한다.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실적이 탄탄해야 한다. 따라서 미너비니의 투자법에서는 재무가 무척 중요하다. 재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트레이딩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트레이딩이라고 하더라도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재무도 장기적으로 우상향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무를 중시하는 점에서 볼 때 미너비니의 투자법은 가치투자와도 일맥상통한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안전마진이 확보된 우량한 기업이 적정 밸류 이하로 떨어졌을 때 매수를 시작한다. 한 마디로 주가가 세일 기간일때 주워 담는 기법이다. 반대로 미너비니는 오르는 섹터와 종목에 투자한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기법이다. 중장기적인 추세가 강하게 형성된 주도주 섹터를 공략하여 그 추세가 떨어질 때에 수익을 실현한다. 재무가 탄탄하면서 우상향하는 종목은 보통 성장주로 분류된다. 추세매매의 장점은 진입 타이밍이 좋으면 수익률이 엄청나다. 단타를 해보면 알겠지만 거래가 잦을수록 잃을 확률도 높아진다. 잃을 확률이 높으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캘핑이나 데이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낮은 수익률을 거래 회전율로 극복하려 하는데, 9번 매매를 잘하더라도 1번 실수하면 수익을 모두 까먹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미너비니의 투자법은 종목 선정을 잘 한다면 초대박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투자 초심자가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한 번에 선정하기란 쉽지 않다. 꾸준한 공부와 투자 경험은 필수다. 투자의 귀재인 미너비니도 자신이 오판했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손절로 대응했다. 그래서 그는 손절의 중요성도 무척 강조했다. 추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일단 물러나서 관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한 가지가 바로 손절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과거와는 다르게 21세기는 성장이 정체된 시기인데, 과연 과거와 같이 10배 이상 성장 잠재력이 있는 산업이나 섹터가 있느냐고, 결국 미너비니의 이론은 과거에만 통용되고 현재의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이 말도 일리는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오늘날 많은 산업군은 고속성장을 거듭했고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기조에서도 새로운 성장성을 보여주는 산업군은 시장에 '늘' 있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미칠 듯이 시세를 주고 있는 이차전지 섹터를 살펴보자. 최근 이차전지 대장주 중 하나인 에코프로는 2020년 1월 한 주당 9000원 대에서 거래됐다. 지금은 무려 3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퍼센트로 따지면 2년 만에 3233%가량 오른 셈이다. 텐버거(10배 대박 종목)를 넘어 써티버거다. 천장과 바닥이 아니더라도 산업에 대한 믿음이 있고 투자를 잘 했더라면 200~300% 수익률은 거뜬하게 뽑았을 것이다. 성장이 아무리 둔화되더라도 새롭게 발전하는 산업과 섹터는 늘 존재한다. 미너비니의 트레이딩은 이런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을 주로 매매한다.
책을 보면서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전통적인 가치투자자들이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지표인 PER에 대한 해석이다. PER는 기업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데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지표다. PER가 낮을수록 기업은 저평가되어 있고, PER가 높으면 그 기업이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은 저 PER 주식들을 매입한다. 그러나 미너비니는 성장주는 PER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데, 자신이 수익을 본 종목들 대부분은 적정 PER을 모두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성장주를 투자할 때에는 PER 지표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것 같다. 이차전지 관련 우량주 중 하나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현재 PER가 200을 넘었다. 반면 반도체 우량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PER가 7.51에 불과하다.
책을 읽으면서 왜 미너비니가 최고의 투자자로 칭송받는지 알 것 같다. 제시 리버모어의 주도주 매매와 추세매매 기법, 스탠 와인스타인의 4단계 차트 이론, 전통적 가치투자자들이 고려하는 재무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리고 일반적인 단타 트레이더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재료까지... 최고의 투자법의 장점과 정수를 혼합하여 성장주 투자에 적용하고 있다. 놀란 부분은 그가 참가했던 전미투자대회에서 경쟁했던 사람들은 주식뿐만이 아니라 파생상품을 매매하던 사람도 있었다는 점이다. 선물과 옵션은 주식보다 훨씬 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기에 수익을 낼 경우 엄청나게 날 가능성이 높다. 레버리지가 높은 파생에서 날고 긴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는 오로지 주식으로만 우승을 거머쥐었다. 가히 최고의 트레이더, 최고의 투자자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무엇을 배우더라도 그 분야의 최고에게 배우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을 살 때에도 시장에서 으뜸가는 섹터인 주도주를 매매해야 하듯, 배움도 마찬가지다. 가치투자자든, 단기 트레이더든, 주식을 처음 하는 사람이든, 투자자라면 꼭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가치투자자가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를 필독서로 여기고 단기 투자자가 제시 리버모어를 필독서로 손꼽는데, 마크 미너비니는 가치와 단타 가리지 않고 투자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에 대한 마인드부터 투자기법, 재무제표 해석법, 차트를 보는 법, 추세를 보는 법 등 주식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기법을 떠나 방대한 독서와 공부, 주식을 대하는 열정과 태도도 큰 귀감이 됐다. 저자의 다른 책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