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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에 투자하라
김민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최근 한국 증시의 가장 강한 주도섹터를 꼽으라면 방산과 조선이다. 둘 중 조선은 조정을 여러 번 주면서 상승추세를 유지하는 반면 방산은 섹터 광기의 매수세가 몰려 연일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방산주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물적분할이라는 악재 요소 속에서도 좋은 실적과 매크로 업황, 큰손들의 수급 덕분에 주가가 연일 돌파 추세를 유지했다. 지수가 빠지면서 올랐던 주도 섹터들이 무너졌는데, 방산주들 역시 돌파 이후 첫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추세는 꺾인 것이 아니고, 각종 매크로 지표나 국제정세를 살펴볼 때 여전히 방산주들은 올 한 해에 주시해야 할 섹터라고 생각한다.
지난 2차전지 광기 장세를 겪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 당시 나는 2차전지의 광기 어린 매수세를 처음 겪었다. 물론 그 이전에는 코로나 덕분에 제약 바이오들이 폭주하는 장세였는데, 이 버블은 매크로적으로 막대한 유동성 공급, 재료적으로는 질병이라는 특수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벤트성으로 오른 제약 바이오 섹터였기에 단기적인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2차전지들이 광기의 시세를 내뿜었다. 당시 나는 2차전지에 대해서도 지난 제약 바이오 때의 트레이딩과 비슷한 관점으로 단타로 접근했는데, 지난 상승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 바이오 주도장에서 바이오주들은 매출이 갑자기 폭증하는 기업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테마로 올랐다. 즉 실체가 없는 이벤트성 슈팅이었고 오버슈팅 추세가 나온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시장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었다. 2차전지는 달랐다. 테마로 오른 주식들이 있긴 하지만 섹터의 코어 주식들은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나아지고 있었다. 영업이익 상승폭이 폭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크로적으로는 2차전지의 원자재인 리튬 가격도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원자재 상승, 기술적 우위라는 업황에 기대감만 있던 회사들이 실제 숫자가 찍히기 시작했다. 기대감이 현실로 증명되는 순간, 시장은 광기의 매수세로 화답했다. 코로나 시절, 제약 바이오주의 상승과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숫자였다. 실체가 있다는 점이 2차전지를 광기로 내몰았던 것이다.
그때 배웠다. 진정한 주도 섹터는 숫자와 매크로가 함께 움직인다는 점. 이 교훈을 잊지 않았다. 분명 다음 차기의 주도주는 나올 것이다. 누가 될 것인지는 모르지만 섹터 단위로 영업이익이 오르는 흐름을 주시하다 보면 주도섹터의 추세 초입에 매수기회를 찾을지도 모른다. 2차전지 상승장이 내게 남겨준 교훈은 이것이었다. 단타 중심으로 매매하는 나에게 있어 2차전지 상승장은 큰 교훈을 줬다. 좋은 섹터에서 추세를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 그리고 그 추세는 숫자와 매크로, 그리고 실질적인 매수세로 돌파 추세가 나와야 한다. 그런 종목에서 추세매매를 해야 크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방산은 그래서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방산주들은 전 세계 각국에 큰 주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던 전 세계 국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경찰이라고 자처하던 미국도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의 집권이 확실화되면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하여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은 장기적으로 볼 때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주가 역시도 좋은 추세를 유지했다. 매크로가 좋고, 숫자가 좋고, 자리가 좋고, 수급까지 좋은 섹터는 방산이었다. 그래서 방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트레이더는 업황이나 기업 밸류가 아닌 가격으로 매매를 한다. 그렇기에 업황에 대한 공부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섹터에 대해서는 알아두면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당히 도움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대표하는 무기들에 대해 최신 업황이나 기술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분류하고 다루고 있다. 육상 무기, 해상무기, 공군 무기, 미사일 등등... 개별 무기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기존의 무기보다 무인 시스템에 대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AI가 최근의 화두이듯, 결국 방산도 AI 기술이 접목된 무인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방산은 가성비가 좋고 기술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자주국방, 각자도생이 중요한 시기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기에 해외 입찰과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방산이라는 섹터만의 고유한 업황 성격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무기라는 민감한 요소를 다루는 만큼, 국가 주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과 무기에 따라 경쟁사더라도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는 시스템 등등 방산만이 가지는 특색 있는 업황도 흥미로웠다.
3월 하순에 공매도가 재개된다는데, 사람들은 단순히 오른 섹터에서 하방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에코프로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숫자가 나오는 주도 섹터는 함부로 숏을 잡지 말아야 한다. 조정 이후 횡보로 물량을 소화한 뒤 돌파가 나오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2차전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특정 섹터에 기대감이 현실로 증명될 때, 시장은 미래의 기대감을 빠르게 반영하여 오버밸류를 형성하며 광기의 매수세로 주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로봇이나 바이오는 실체가 없는 친구들이 많기에 공매를 조심해야겠지만 방산과 조선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가의 미래는 쉽게 예측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숫자가 나오는 성장형 주도주의 경우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올 한 해는 방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포트도 좋지만, 그래도 주도 섹터에 대해서는 업황을 다룬 책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불친절한 리포트와는 다르게 업황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