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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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은 망망대해와 같다. 범주도 장르도 무척이나 다양하다. 방대한 동양철학의 사상 가운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됐던 사상은 병가와 법가, 도가다. 병가와 법가, 두 사상은 도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이 무슨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사상은 병가와 법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법가와 병가는 치고 올라가는 방법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성이 돋보이는 법가보단, 융통적인 병가의 방법을 더 선호한다. 도가는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필요한 사상이다. 욕심과 마음을 비우면서 얻는 방법에 대하여 풀어내고 있다. 투자를 하면서도 병가의 사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도가의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도가에는 이름이 알려진 책들이 여럿 있는데 사상을 대표하는 책은 두 권이다. 하나는 《노자》고 또 하나는 지금 리뷰할 《장자》다.

도가는 이 두 책의 앞자리를 빌려 '노장사상'이라고도 불린다. 유가를 공맹사상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두 책은 도가에 있어 중요하고 상징적인 경전이다. 어릴 때부터 《노자》는 많이 읽고 리뷰도 많이 남겼다. 그러나 《장자》는 몇 번 읽었어도 글을 남긴 적은 드물었다. 철없는 시절, 《장자》는 현실성이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집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도가의 중요한 책인 만큼 읽긴 읽어야겠는데 설렁설렁 읽었고 그랬으니 남는 것이 없었다. 이번에 최진석 교수가 장자에 대한 해설서를 펴냈다. 덕분에 해설서와 더불어 《장자》를 함께 읽었다. 투자를 시작하면서, 인문학 책을 최대한 멀리하고자 노력했다. 간혹 역사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지만 이번 책은 리뷰를 남기고 싶었다. 인문서 특히 철학서를 오랜만에 리뷰하는데 그 서막이 《장자》라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 그만큼 이번 《장자》 회독은 나에게 있어 커다란 울림을 준 시간이었다.

도가사상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가장 오해가 많은 사상이기도 하다. 도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분들은 지엽적인 현학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노자》의 경우, 특정 경구에 얽매여 자기의 해석이 옳다고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많다. 《노자》는 현학적인 책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읽어본 바로는 그렇다. 이전 서평에서도 강조했지만 《노자》를 필두로 한 춘추시대 초기 제자백가 사상의 핵심은 정치학이다. 정치. 위정자를 위한 학문이다. 이것은 동시대에 나온 《논어》나 《묵자》도 비슷하다. 《논어》는 인이라는 개념을 필두로 하여, 주나라 왕실의 형식과 제도의 부활을 희망했다. 형식과 제도는 예로 고착화되었다. 《묵자》는 비공주의였다. 노동자 출신인 묵적은 겸애와 평등을 바탕으로 하여 기존의 기득권적, 계층적 통치제도에 불씨를 지폈다. 《노자》도 정치를 논했다. 공자와 묵적이 인간의 내면에서 정치이론의 이데올로기를 발견했다면 노자는 인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답을 찾았다. 자연과 물체의 모습을 통하여 노자는 인위적인 행동보단 환경을 참고하여 억지스러움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면 통치가 잘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춘추시대 이후 전국시대에 접어들면서 중원은 더욱 각박해진다. 주나라의 천자가 없어지고 제후국들은 서로 하늘이 되기 위해 경쟁을 가속한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혼탁한 막장의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자신들의 사상과 이념을 한층 강화한다. 맹자는 공자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의 인성에 집중하여 더욱 공격적인 논리로 무장한다. 법가 사상가들은 도가의 이론을 토대로 냉혹한 법가철학을 완성한다. 묵적의 겸애는 권력을 강화하려는 지도자의 입맛이나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시대적인 상황과 맞지 않아 쇠퇴하고 만다. 이런 과정에서 《장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 도가는 법가에도 영향을 줬고, 일부 유학자(순자)에게도 영향을 줬다. 《장자》도 도가를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여느 다른 제자백가와는 다르게 표면적으로는 극단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동시대 철학자인 맹자나 한비처럼 과격하지 않다. 그 부분이 두드러졌다.

《장자》는 우화로 구성됐다. 저자 최진석의 해설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철학은 개념에서 시작된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범위를 정해서 소유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영어나 독일어, 한자에서도 개념이라는 단어를 분석하면 소유의 의미가 들어있다. 개념이라는 것은 일상의 명제 속에서 보편적인 측면에 무게를 둔다. 고유의 유니크한 속성들 가운데에서 비슷한 범주들을 묶어서 공통된 속성을 뽑아낸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일반명사'다. 소유를 토대로 한 공통의 가치, 공통의 속성을 뜻한다. 철학은 보통 일반명사를 탐구하고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장자》의 스탠스는 이와는 다르다. 《장자》는 철저하게 고유명사를 추구하고 있다. 고유명사는 유니크하다. 일반명사와는 구분이 된다. '산'은 일반명사다. '지리산'은 고유명사다. 지리산은 일반명사인 산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유한 특이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장자》가 추구하는 것은 나다움의 방법과 길을 추구한다. 이것은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장자》는 궁극적으로 나다움의 방법, 나다움의 인생, 나다움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과격하고 직설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우화로 은근하게 표현한다.

《장자》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대체로 허무맹랑하다. 듣고 있으면 뜬구름 잡는 소리도 많다. 대부분의 경전의 첫 구절은 그 경전의 성격을 대변한다. 《장자》도 마찬가지다. 책의 첫 구절 소요유에서는 바다에 큰 물고기가 있는데 변해서 새가 된다고 한다. 그 새가 날아오면 엄청 거대하다고 한다. 그 새는 천지를 날아다닌다. 첫 이야기에서부터 스케일이 엄청 거대하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해 보이는 내용을 왜 첫 구절에 배치한 것일까? 《장자》 원전을 읽고 최진석의 해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구절은 《장자》라는 경전의 정신세계의 넓이를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웅혼하고 역동적인 느낌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희화화된 우화로 은근하게 표현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예전에 《장자》를 읽으며 허무맹랑한 탈세속주의자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당시 지식인들은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의 철학을 써 줄 군주를 찾아 유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장자는 실력이 있는 지식인이었고 그랬기에 쟁쟁한 군주들이 그를 탐냈다. 보통의 철학자들은 입신을 위해 자신의 학문을 연마했다. 이는 오늘날 공부를 하는 이유와도 유사하다. 이 시대 지식인들, 제자백가의 학문 활동은 취직과 입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이런 흐름이 시대적 '일반명사'라고 규정해도 될 것이다. 장자는 달랐다. 쟁쟁한 군주들의 러브콜에 일갈한다. 자신은 자신만의 길이 있다고, 세속에 가는 것보다 하층에 있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일갈한다. 그의 행위는 보편성을 벗어난 '고유명사'다. 다른 지식인이 자기의 철학으로 나라를 어떻게 통일시킬지 고민할 때 장자는 반대의 행적을 걸었다. 그랬기에 과거의 나는 장자의 표면적인 모습을 보고 탈세속주의, 불교와 사상이 맞닿아있다고 쉽게 판단했다.

그렇지 않다. 세속이냐 비세속이냐가 핵심이 아니고 나다운 길을 걸어가는 것이 핵심이었다. 장자에게 있어 세속적인 학문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법한 대학자, 시대의 현인이었지만 자신의 신념이 정치에 뜻이 없었기에 그 길을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생을 유유자적 노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치열했다. 자신만의 길을 가기 위해 더욱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삶도 치열하게 살았다. 《장자》에서 보이는 웅혼한 스케일은 그의 내면의 깊이를 상징한다. 《장자》에서 보이는 역동적인 분위기는 그의 의지를 대변한다. 세속이냐 탈세속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뜻이 세속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가 세속에서의 뜻을 추구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억지로 분위기에 따라 세속적인 인간이 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신념과 나다움이 중요하다. 《장자》는 그런 저자의 생각을 은근하게 우화로 표현하고 있다. 우화로 표현하는 것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또 다르다. 은근하고 완곡하게, 부담스럽지 않게 접근하면서 독자들에게 여운과 여지를 남긴다. 이런 표현 방법도 도가의 은유성과 닮았다.

나이가 들면서 둥글고 완곡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다. 《장자》가 다루는 내용은 잘 못 전달했다간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나답게 살 것을 주장하는 내용. 크고 역동적인 정신세계를 무겁지 않게 말랑하게 우화로 전달하는 것에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저자의 풀이 덕분에 《장자》에 대해서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충 읽었던 동양고전 책들, 《맹자》와 《순자》, 《여씨춘주》 등등의 책들도 자세하게 다시 읽고 서평을 남기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오래간만에 읽었던 동양고전 해설서. 《장자》라는 책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고전의 격에 맞는 해설도 좋았다. 덕분에 나다움에 대해서, 나의 삶의 깊이와 실력에 대해서 고민해 본 유익한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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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스 포커 (완역본) - 월스트리트 천재들의 투자 게임, 《빅 쇼트》 작가의 대표작!
마이클 루이스 지음, 장진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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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어렵게 다가오는 점은 현시대와 비교해서 시공간적인 배경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많은 학설과 이론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현시대에는 통용될지도 모르지만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는 보편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고전은 살아남은 책이다. 무수히 다른 배경들 속에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이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든 고전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 전해지는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취향에 맞는 책이거나, 끌리는 책이라면 시공간적인 배경이 불편하더라도 참고 읽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라이어스 포커》가 그랬다. 이 책은 1980년대의 월스트리트 트레이딩 룸을 배경으로 한다. 주식이 아닌 채권 트레이더들의 이야기다. 실제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인데, 기관 트레이더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식이 아닌 채권 이야기라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라서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책의 제목 라이어스 포커라는 의미처럼 트레이딩을 완성하는 것은 심리다. 자신의 패를 숨기고 태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얼핏 보면 주식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좋게 생각하고 진입한 주식이 아니라면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감정대로 행동하면 이미 게임은 진 것이다. 파생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정한 방향이 아니라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주식의 경우 물리더라도 매도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지만 (물론 평가손익의 피해는 높아진다.), 파생의 경우 다른 방향에 베팅을 할 경우 때에 따라서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시장에 머물다 보면 기회는 온다는 점이다. 책의 시간적인 배경, 폴 볼커의 금리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채권은 엄청난 수혜를 입기 시작했다. 저자 역시 이런 시류에 합류하여 그야말로 때 돈을 벌기 시작한다. 탐욕의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들이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트레이더는 돈 냄새를 빨리 맡고 시류 초입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트레이더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회사인 살로먼이 기존의 관성에 젖을 무렵, 미국의 회사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크본드 시장이 흥행할 무렵,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살로먼은 대량해고를 단행했고 저자 역시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시장은 늘 신선한 재료를 갈구하는 것처럼, 트레이더들 역시 시장의 변화를 잘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공간적 배경은 다르지만, 트레이딩에 있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교훈을 전하고 있다. 심리가 중요하다. 돈 냄새를 빠르게 맡아야 한다. 변화에 빠르게 순응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필름에서 내가 읽은 교훈은 이와 같았다. 이야기 형식이라서 부담 없이 읽을 순 있지만, 옛날 배경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에 대한 보편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고전이다. 조던 벨포트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비슷하다. 조던 벨포트의 책이 불닭볶음면과 같이 매우 자극적이라면 이 책은 신라면 정도의 수위인 것 같다. 두 책 모두 과거 월가의 실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 명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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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인사이트 - 배터리 지식의 총집편
정용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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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 섹터가 거품이 빠질 때 고점서 물리는 것은 개미들의 몫이지만 2차전지는 더더욱 심했다. 버블도 심했고 물린 사람들도 많다. 그런 2차전지 섹터를 다룬 책이다. 섹터 관련 책은 공과가 분명하다. 일단 과부터 살펴보자면, 텍스트는 출간되는 시기까지의 업황을 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섹터를 다룬 책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업황에 대한 이론을 차근차근 설명한 것이고, 또 하나는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설명하는 것이다.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설명한 책은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산업의 발 빠른 움직임 때문에 유통기한이 무척이나 짧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섹터에 대한 최신의 흐름을 책 보단 리포트를 읽는 것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으로는 불친절한 리포트에서 볼 수 없는 자세하고 친절한 내용에 있다.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리포트는 불친절한 편이다. 업계의 용어를 풀지 않고 쓰기에 일반인에 볼 때에는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출판물은 다르다. 일반인 독자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판매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대중성을 더욱 고려할 수밖에 없다. 종합해 보면 출판물의 장점은 대중에게 친절함이다. 최신의 트렌드는 유통기한이 짧으니 산업과 섹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담은 책이 유용하겠고, 대중성을 고려해 봐도 이쪽으로 출간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이 그런 느낌이었다. 배터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배경을 담고 있다. 대중성을 갖추면서 친절하게 서술했다.

2차전지에 대한 대중서는 배터리 아저씨라고 자처하던 박순혁 작가가 쓴 책, 길벗에서 나온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 등이 볼만하다. 박순혁의 책은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편파적인 견해를 걷어내고 살펴보면 한국 2차전지가 걸어온 길을 잘 밝혀왔다는 점이 돋보인다. 《이차전지 승자의 조건》은 업계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박사들의 공저라서 내용이 다소 딱딱한 부분도 있다. 두 책 모두 2차전지 섹터가 활황일 때 출간된 책이라서 섹터에 대한 무한 긍정적 시각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반면 《2차전지 인사이트》는 섹터가 시세를 분출하고 난 뒤에 출간된 책이다. 그렇기에 앞선 두 책만큼 강한 주장을 하기보다 다소 절제된 시각으로 업황을 바라보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2차전지는 주식투자자라면 관심이 없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섹터다. K시장의 대표적인 메인 섹터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는 지수를 견인하는 대표적인 섹터다. 이 세 가지 산업과 관련된 상장사들이 대한민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에 국장을 한다면 좋던 싫던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섹터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에는 대표 섹터부터 읽는 것이 효율적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강의 등 영상매체로도 섹터에 대한 기본이론을 공부할 수 있지만 그래도 책이 주는 장점이 있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공부하는 느낌도 있고, 편하게 누워서 영상을 보는 것보다 종이를 사각거리면서 보는 것이 집중도가 높을 수 있다. 너무 아날로그적인 감성일지 몰라도 이런 느낌 때문에 나 역시 책으로 업황을 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도 섹터의 흥망성쇠는 비슷한데 이차전지는 등락과 폭락이 유독 심했다. 버블의 이유는 무엇일까? 왜 2차전지의 버블이 유독 강세였을까? 첫 번째로 원자재 리튬 값의 상승이다. 당시 배터리의 원재료인 리튬 값은 고공행진했다. 두 번째로 꿈과 희망만 무성하던 산업에 숫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섹터를 이룬 주요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다. 테마주라고 생각했던, 꿈과 기대감이라고만 생각했던 2차전지에 실제 매출이 찍히고 있었다. 세 번째는 K 민족 특유의 투기성이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시장은 투기성이 전 세계 1,2위를 달린다. 이런 광기의 매수세가 몇십 년 미래의 기업가치를 현재로 당겨버렸고 그런 기대감 하나로 주가를 들어 올렸다. 덕분에 2차전지 섹터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금, 한껏 들어 올린 버블이 꺼지고 섹터는 큰 조정에 들어갔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금양이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2차전지 섹터를 대표하는 상장사였는데 소문이 무성한 만큼 뒤탈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섹터는 주시해야 한다. 지수를 견인할 수 있는 섹터이기 때문에 미우나 고우나 살펴야 한다. 공매도가 금지될 때에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2차전지였다. 당시 시총 우량주에 속하는 에코프로머티는 상한가를 가는 기염을 토했고, 포스코 그룹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2차전지는 기대 수급이 상당한 섹터이고 매수세가 몰린다면 또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섹터다. 그렇기에 산업에 대해서 공부를 해 둔다면 투자를 할 때 분명 유용하게 써먹을 일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2차전지에서 큰 기대감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제품은 전고체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섹터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조감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무난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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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물 처음공부 - 단돈 100만 원으로 달러, 금, 오일, 나스닥선물을 시작할 수 있는 처음공부 시리즈 9
김직선 지음 / 이레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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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이더의 기준에서 쓴 글이라 서평에 트레이딩 관련 용어가 많습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많고 많은 트레이딩 중에서 굳이 왜 데이를 하시나요?'

'스윙이나 장투를 하면 더 좋지 않아요? 매일같이 매매하는 데이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나요?'

수백 번 들었던 질문 중 하나다. 트레이더분들을 만나서도 자주 듣는 말씀. 그럴 때는 그냥 '배워 먹는 것이 도둑질이라서, 이거 위주로 합니다.'라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이유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해 볼까 한다. 데이트레이딩은 주로 그날 하루에 진입하여 매매를 끝내고 청산하여 무포로 마감하는 매매를 뜻한다. 물론 포지션을 홀딩하여 끌고 오는 종가배팅도 데이트레이딩의 일종이지만 올바른 종배러라면 시초갭의 유무에서 승부를 인정하고 매매를 종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홀딩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종배 역시 데이트레이딩의 일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데이를 한 이유는 세 가지가 있었다.

1.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 남들처럼 여윳돈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 하루하루 돈이 필요했기에 데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회전율도 높은 데이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2.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데, 나는 잦은 매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편이다. 데이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데, 매매 그 자체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그리고 매매를 자주 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고 적성에도 맞다.

3. 앞에서 말했던 말과 비슷하다. 배워 먹은 것이 데이였기에 데이에 몰두하는 것이다.

데이 매매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당일 진입 청산을 목표로 하는 매매법이기에 장에 유무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그날의 주인공 종목에서만 매매를 하고 청산하기에 매크로, 미장의 영향도 잘 받지 않는다. 하락장이더라도 그날의 주인공 종목은 반드시 존재한다. 장세에 따라 그런 종목을 매매하기가 까다로운 경우는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 종목만 잘 선택한다면 매매를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점을 꼽아보자면 단기 파동을 먹는 매매이기에 욕심을 너무 부리면 안 된다. 1% 면 많이 먹는 거고 2% 면 정말 많이 먹는 거고 3% 면 상한가다. 데이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줄먹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매매를 일정 규모 이상의 비중을 넣어서 먹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매매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경험이 없는 분들은 데이트레이딩을 하면 안 된다. 손절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데이를 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손절이 쉽지 않아서다.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나도 손절은 아직까지 힘들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인데 데이를 잘 하는 분들은 손절을 잘 지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데이의 꽃이라고 하는 돌파매매는 손절과 한 몸이다.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은, 데이는 사람의 기질과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2번째에서 이야기하던 부분. 데이는 기본적으로 매매를 좋아하는 분들이 잘할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딩 속에서도 여러 가지 부류가 있다. 매크로나 시황을 이용하여 매매하는 모멘텀 플레이어나 추세를 중심으로 매매를 하는 추세추종 트레이더, 매매에 대한 기교가 뛰어난 스캘핑이나 데이트레이딩 등... 이 중 데이트레이딩은 잦은 매매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스캘핑과 데이는 매매가 잦을 수밖에 없고, 매매가 잦다는 것은 손절도 잦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선물 관련 책 앞에서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까닭은, 선물 역시 데이트레이딩 매매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파생 매매를 크게 하는 형님이 나에게 권한 것도 파생매매였다.

'아무에게나 파생을 권하진 않지, 너처럼 매매를 좋아하고 잦은 매매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부류들은 차라리 해선이나 옵션이 나을 수 있다. 파생이 위험하다곤 하지만 그건 일반론적인 이야기고, 제대로 공부해서 매매를 한다면 파생만큼 정직한 게 없단다. 파생이 위험한 이유는 손절을 못하기 때문이야. 파생에서 손절 못하면 청산이거든. 방향을 잘 봐야 해. 그리고 잘못된 방향을 탔으면 바로 손절을 할 수 있어야 해.'

그날 음식도 좋았고, 술도 맛있었지만, 내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파생이었고, 형이 주는 자료를 통해 파생에 대한 이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선물과 옵션을 공부하면서, 현물인 주식에 대해서는 넘치도록 많은 책들이 나오는데 반해 이쪽 시장은 워낙 도박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인지 볼 만한 책이 거의 없었다. 뭐랄까 마치 과거에 트레이딩 관련 책이 희귀하던 시절과 비슷하다. 과거에 주식 쪽에서는 가치 투자가 정설로 받아들여져서 트레이딩에 대한 고전이나 명저들이 드물었다.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사실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이런저런 자료들을 혼자서 찾아서 공부하는데 그런 와중에 《해외선물 처음공부》라는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책을 받아서 읽어보니 과연 친절하게 해외선물에 대한 이론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저자의 매매 기법들도 정리되어 있었다. 선물과 옵션, 파생은 과연 도박일까? 공부를 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국장보다 나은 점도 많았다.

어제도 어느 트레이더분과 전화를 하는 도중, 현물과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국장 현물이 가지는 단점으로는 다음과 같다. 현물은 일단 방향이 한 방향밖에 없다. 공매의 탈을 쓴 대주매매가 있다곤 하지만 수수료 문제도 그렇고 종목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현물시장에서 매매를 하려면 롱 포지션만 고수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비롯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국장에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게 되면 롱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드물어진다. 낮은 유동성은 박스권 국장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인데 이로 인해 돈을 가진 세력들이 허약한 국장에서 비교적 수월한 금액으로 소형주 주가를 주무를 수 있다. 테마주는 보통 이렇게 움직인다. 그래서 하락장에서 주도하는 종목들의 대부분은 차트의 저항과 지지가 괴랄하다. 아무리 재료가 좋고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변동성이 강하면 털릴 가능성이 높다. 책이나 트레이딩 선배들이 말하는 정형적인 차트 패턴들도 보란 듯 붕괴하는 케이스도 흔하다.

그리고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점 중 하나는 재료와 시장을 매일같이 복기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 기업에는 어떤 재료가 있고 새로운 테마는 무엇이며 그 테마에 반응하는 종목들인 뭐가 있고, 대장은 누구고... 이런 시장 주도주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게 쉬워 보여도 범위가 무척 방대하다. 시장서 살아남은 고수들은 이런 국장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적응하고 있다. 종목에 대한 특성이나 재료 등등에 대해서도 수십 년, 수년의 짬밥을 통하여 알고 있고 경험치도 많다. 이런 방대한 학습량도 국장 현물시장에 단점이다.

선물, 특히 해외선물은 이런 점에서 국장과는 반대다. 선물은 포지션을 양방향으로 구축할 수 있다. 상승장에서도 하락장에서도 그날의 방향만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면 해당 방향으로 포지션을 잡으면 그만이다. 롱으로도 숏으로도 양방향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게 선물의 장점이다. 두 번째 빈약한 유동성에 대해서... 해외선물시장은 유동성이 엄청 풍부하다. 지수와 오일, 화폐 등등은 하락장이건 상승장이건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것들이기에 유동성이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차트가 비교적 정직하다. 적은 유동성의 시장이 아니라서 여러 기관들과 개인의 집단 심리가 정직하게 반영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매매를 잘 할 자신이 있다면, 손절을 잘 할 자신이 있다면, 오히려 국장 현물시장보다 해외선물 매매가 수월할 수 있다.'

세 번째로 특정 종목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달러, 금, 오일에 대해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익숙한 자원들을 거래하는 것이기에 국내 현물시장에서 테마나 모멘텀을 공부하듯 방대하게 공부 범위를 넓히지 않아도 된다. 경제 상황이 대략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글로벌적으로 굵직한 이슈들만 챙겨보면서 매매를 해도 무방하다. 파생을 권한 형님도 나에게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국장에 밑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재료 이슈들을 보기도 버거워. 그냥 지수로 파생 단타를 하는 게 훨씬 속 편하더라.' 형님의 말씀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겠다.

물론 선물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점도 존재한다. 파생은 기본적으로 현물 상품에서 파생되어서 만들어진 상품이다. 전체 파이가 정해져 있고, 이 파이 안에서 포지션 방향을 정해서 상대 방향을 죽일 때까지 싸우는 '제로섬 게임'이다. 현물의 경우 물렸을 때에 방치하듯 존버가 가능하지만 파생에서 이런 고집을 부렸다간 강제로 청산을 당한다. 그렇기에 추세와 역행하는 방향에 포지션을 잡았다면 빠르게 '손절'하고 기회가 된다면 추세 방향으로 포지션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파생이 도박이라는 점. 선물과 특히 옵션의 경우,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이라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요인은 인간의 심리다. 역추세를 탔을 때 빠르게 손절해야만 한다. 레버리지나 비중이 높을 때에는 더더욱 중요한 개념이다. 이런 훈련이 돼지 않은 트레이더라면 파생을 하는 것 자체가 도박일 수 있다. 그래서 훈련이 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파생을 아예 권하지 않는 것이다. 현물 데이트레이딩에서도 이 개념은 중요하다. 비중 컨트롤, 레버리지 컨트롤은 정상위 트레이더들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다. 현물이라고 해서 물렸을 때 안 자르고 버티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파생에서 이런 짓을 했다간 돈이 삭제될 수 있다.

데이트레이딩의 최종 진화형은 파생 트레이더다. 이를 부인할 순 없다. 나 역시 준비하고 있었다. 파생 매매에 대해서, 그런 상황에서 이런 책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례미디어의 처음공부 시리즈는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본 시리즈는 《채권투자 처음공부》와 《기업분석 처음공부》인데 둘다 내용이 좋았다. 《기업분석 처음공부》의 경우 채리형부님의 저서로 정량적 분석에 따른 이론을 잘 정리한 책으로 유명하다. 다른 시리즈는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 내가 본 시리즈는 다 괜찮았다. 《해외선물 처음공부》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기업분석 책보다 이 책이 훨씬 좋았다. 생소한 해외선물 매매에 대해서 잘 정리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필두로 국내에 파생에 관련된 명저들이 번역되거나 출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미 있는 책을 발견해서 좋았다. 좀 더 애독하면서 해외선물 매매를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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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 코스톨라니와의 인터뷰: 투자와 통찰력
앙드레 코스톨라니.요하네스 그로스 지음, 한윤진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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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스타일을 막론하고 주식을 한다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대가들이 몇 있다. 그중 둘을 손꼽으라면 첫 번째가 앙드레 코스톨라니고 두 번째가 피터린치라고 생각한다. 트레이딩을 하건 인베스팅을 하건 두 대가의 저서는 도움 되는 책들이다. 피터린치는 소형 성장주 투자를 할 때 도움이 된다. 트레이딩과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추세추종 트레이딩을 할 때에는 린치의 견해가 도움이 된다. 나도 추세추종을 배우고 익히면서 피터린치의 책을 다시 봤는데 괜찮았다. 밸류적인 측면보다 성장주의 관점과 견해에 대해서 배운 바가 많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은 투자 전반에 걸쳐 유용하다. 세간에는 코스톨라니의 책이 심리와 직결된다고 평하는데, 심리도 심리지만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근육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대담집인데 여느 저서와는 다르게 코스톨라니의 사적인 부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투자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에 대한 생각들도 볼 수 있었고, 평범한 것에서 투자 포인트를 읽어내는 부분도 돋보였다. 얼핏 읽어서는 '좋은 건 알겠지만 투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좋은 건 알겠지만 막상 실제 투자에 적용하려 하면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몇몇의 트레이더들은 '명저인 건 알겠지만 굳이 책으로 주식을 배울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코스톨라니의 책과 같이 명저들을 꾸준히 읽다 보면 투자에 있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마치 인문학과 비슷하다. 인문학이라는 게 얼핏 봐서는 실용적이지 않고 모호한 성격을 가진다. 좋은 건 알겠는데 굳이 시간을 써서 읽을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돈이 되는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코스톨라니의 책은 디테일한 기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투자에 대한 큰 인사이트와 시각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얼핏 봐서는 실용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꾸준하게 접하다 보면 투자에 있어 식견과 시야가 달라진다.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화려한 한 방은 없지만 꾸준하게 적립되는 간접 경험치를 쌓을 수 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이런 시간들이 누적되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량도 얼마 되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자기 전 소파나 침대에서 한두 챕터를 읽고 생각해 보기 좋은 책이다. 코스톨라니의 사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중 가장 의미 있는 챕터는 '돈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였다. 당시, 고금리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톨라니는 저축보단 투자를 강조했다. 저금리,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든 지금에 투자는 더더욱 중요해졌다. 시대를 앞선 대가의 안목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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