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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부의 대이동 - 비트코인을 뛰어넘는 새로운 화폐 혁명의 시작
이지민.이은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올 초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테마 중 가장 신선했던 것은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시장을 오랫동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요소나 재료는 투심을 더욱 촉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새롭고 신선하다. 이 재료는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변혁을 담고 있기에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코인이라는 자산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는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나 투기적인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투자의 수단으로서,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어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코인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지, 실용성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크고 24시간 거래가 진행되므로 가치에 대한 신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 리플로 불렸던 가상화폐 엑스알피는 환율이 불안한 국가에서 공인된 통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통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투기적인 시세차익으로 여기는 것이 어느 국가에서는 공용된 통화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극심한 변동성을 가진 코인, 가상화폐임에도 한 국가의 공식 통화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코인이라는 자산이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실용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앞선 예의 가상화폐가 공식 통화보다 가치가 높은 것은 공식 통화의 변동성이 가상화폐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가 이 정도로 불안한 국가들은 대체로 전쟁을 하고 있거나, 정치적인 불안감이 있는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즉 비정상적인 나라라는 뜻이다. 그럼 바꿔 생각해서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코인이나 가상화폐를 통화로 사용할 순 없는 것일까? 통화가 비교적 안정된 국가에서는 변동성이 강한 코인을 화폐처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스테이블 코인은 이런 문제 인식에서 탄생했다. 스테이블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안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의 암호화폐처럼 불안정한 시세가 아니라 안정적인 시세를 구축하는 코인. 가상화폐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가치의 신뢰를 확보한 코인이라는 뜻이다. 안정된 시세를 위해서는 실물 자산에 연동을 하거나 시스템적인 요소를 통하여 달러 가치를 최대한 부합해야 한다. 기존 암호화폐에서 부족했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여서 화폐로서의 기능, 실용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려 말하는 것이지만 결국 화폐는 신뢰, 신용이 중요한데, 암호화폐, 코인도 신뢰를 확보한 것. 그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제시하여 새로운 화폐의 시대를 예고했다. 큰 변화에는 대체로 상반된 시선이 공존한다. 급진적인 개혁일수록 그 반발의 강도는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스테이블 코인은 논쟁적이고, 조심스럽다.
인류는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교환과 편의성, 실용성을 목적으로 화폐를 만들었다. 화폐는 신뢰다. 신뢰를 잃은 화폐는 가치가 없어진다. 달러가 강한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공인되고 안정된 기축 화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고 거래를 하지만 돈에는 가치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즉 우리는 신용, 신뢰를 담보로 하여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다. 화폐는 진화했지만 그 안에 있는 키워드, 신뢰라는 키워드는 사라지지 않았다. 코인과 가상화폐가 실용적인 자산으로 인정받는 과정에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지고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화폐가 탄생하면서 이들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트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행되는 과정, 스테이블 코인이 실용화되는 과정은 새로운 화폐가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인 셈이다. 우리는 그 변화의 물결, 파도 속에 함께 표류하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역사 역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었다. 금본위제로 금과의 연동을 시작한 것도 통화의 신뢰를 살리기 위하여였고,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협약을 맺은 것 역시 신뢰 때문이었다. 달러는 그렇게 가치 있는 자산들의 연동을 통하여 자본시장의 패권을 움켜잡았다. 물론 위기를 맞은 것 역시도 신뢰 때문이다. 금본위제는 폐지됐고 그것은 통화량을 무제한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서막이었다. 통화가 시중에 많아지면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신뢰 역시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유동성은 폭발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화폐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금리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도 일시적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니까. 최근 금을 비롯하여 가상화폐, 주식이 오를 때 화폐의 가치는 반비례했다. 에브리싱 렐리에서 화폐는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중앙은행은 통화의 가치와 경제 물가의 안정을 위해 출범했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금융 문제가 터질 때마다 조절하는 공인된 기관이 없었고 그랬기에 위기에 취약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영란은행이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각국의 중앙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중앙은행의 집행 구조 자체가 이제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에 있다. 중앙은행이 공인한 신뢰의 상징물, 화폐는 날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가치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가속화됐다. 중앙은행과 지방은행 그리고 여러 기관들을 거쳐서 수행되는 돈의 흐름은 비효율적이었고, 화폐의 발행도 무제한적이다. 코인은 그런 비효율성에서 투명하고 자율적인, 그리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축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우리 실생활에 도입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통화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며, 꾸준하게 문제로 지적되던 가치의 신뢰성도 최소화할 것이다. 책에서 강조했듯 스테이블 코인의 두 축,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에게 투명함을, 스마트 콘트랙트(자동화된 시스템)는 효율성과 신뢰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AI 시대, 우리는 인간으로 대표되는 중앙은행보다 원리와 원칙으로 정교하게 설정된 스마트 콘트랙트를 신뢰하며 효율성과 안정성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늘 그랬듯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용하여 달러의 패권화를 가속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가치 있는 자산을 연동하며 지위를 유지하던 지난 역사의 선례처럼 말이다.
화폐의 새로운 진화, 새로운 모습의 물결 앞에서, 이 책은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생태계와 시스템,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스크에 대해서 자세하게 밝혔다. 저자들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했고,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업종에 몸담고 있다. 지식과 현장 경험이 적절하게 녹아있어서 책 한 권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배경과 기술, 문제점 등등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투자를 떠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금융과 화폐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의 축이 바뀔 수 있는 변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투자 포인트도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왜 비트코인이 스테이블 코인과 연관이 적은지, 어떤 코인이 스테이블 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 등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우리가 카드를 쓸 때 카드사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사용하듯, 스테이블 코인이 통용된다면 기술적인 복잡한 지식들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도 도입 초기이기에 자세한 부분까지 기술한 저자들의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시중에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책이 여럿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앞서 밝혔듯 새로운 기술은 큰 위험을 동반하지만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도 내포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은 발 빠르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로 격상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는 경제체제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단순히 스테이블 코인이 돈을 번다. 이런 생각보다는 그 생태계가 현실화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가상자산, 화폐의 끝없는 진화, 이것이 신뢰를 확보하여 탄탄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통용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