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퍼펙트 바이블 - 원리와 철학으로 정복하는 비트코인의 모든 것
비제이 셀밤 지음, 장영재 옮김,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서문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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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상승률을 기록한 자산 중 하나는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코인 세계를 대표하면서, 코인의 넘버 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량 자산이다. 비트코인의 성공을 시작으로 다양한 코인들은 기존의 화폐제도에 커다란 변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바람은 때로는 너무나도 급진적이라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투기의 대상으로 폄하와 조롱을 받았고, 개혁적인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금화라고 칭송받았다. 팩트만 체크해 보자면 이런 논쟁 가운데에 비트코인은 점진적으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삼각김밥 하나의 가격조차도 미치지 못했던 가격에서 1억이 넘는 거액으로 가치는 폭등하고 있다.

코인에 베타적인 시각을 가졌던 미국과 월가의 기업들의 시각도 바뀌고 있다. 원래 코인은 중앙은행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탄생했다. 기존의 화폐제도를 신봉하는 중앙은행과 금융권은 코인에 대해 베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기조도 최근에 들어 많이 개선됐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자국의 전략 자산으로 편입시켰고, 월가의 기업들도 비판만 앞세우다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둔 파생 ETF 상품들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뿐일까?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나라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가상화폐들이 자국의 통화보다 가치있게 통용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경우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고 꾸준하게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투자나 투기의 요소로서 충분히 가치가 인정받고 있고, 나아가 몇몇 개도국에서는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화폐로서 통용되고 있다. 이쯤 되면 코인 자산에 대해 베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더라도 무시할 수는 없는 시류가 아닌가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대해서, 투자 자산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납득이 간다. 중앙은행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과 인플레는 필연적으로 화폐가치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이와는 반대로 비트코인은 총량 가운데에서 일정량만큼만 채굴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설계가 되었기 때문에 희소성은 보장된 자산이다. 중앙은행의 통제와 관리와는 다르게 블록체인으로 투명성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가상화폐가 실제 화폐로 통용되려면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중앙은행이 하는 역할을 자동화로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콘트랙트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비트코인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점. 화폐의 가장 기능 중 하나는 바로 변동성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통화로써 안정적으로 활용이 가능한데 비트코인에는 가치를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코인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기술이 있는 것인지. 나아가 통화에 미래에 대해서, 가상 자산과 스테이블 코인과의 연관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온라인 서점에 비트코인을 검색하면 엄청난 수의 책들이 쏟아진다. 비트코인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방향성은 천차만별이다. 비트코인을 주로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며 매매를 하는 관점에서 기록한 책들,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서 집중한 책들, 달러와 지정학에 대한 정치 경제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책들, 그리고 코인 세계관에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까지...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자산인만큼 검색되는 책도 다양하고 많았다. 혹시나 싶어 이더리움을 검색해 보자 비트코인보다 훨씬 적은 책이 검색된다. 일등 코인과 이등 코인의 관심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새삼스레 비트코인의 사회적 관심과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비트코인에 대한 책은 다양한데 특정 관점에 치중된 책들이 많아서 소장하여 보고 싶다는 책은 없었다. 국내 저자에 대해서는 오태민 작가의 책을 읽어봤는데... 일단 책이 너무 두껍고 배경지식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서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보게 됐다. 외국인 저자가 쓴 비트코인에 대한 총론 격의 책. 기술적인 부분, 경제적인 부분, 정치적인 부분, 그리고 철학적인 부분까지, 실용에서 인문까지... 네 가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실 비트코인을 매매에 대한 관점으로만 보자면 차트 기반의 모멘텀 매매를 할 수밖에 없다. 주식과는 다르게 코인 자산은 기준이 되는 밸류를 측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차트를 기반으로 하는 매매가 중심이 되고 이런 테크닉은 굳이 비트코인을 다루는 책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부류의 매매법은 차트 기반의 트레이딩 책에서 다루는 것으로 충분하니깐. 비트코인을 다루는 책은 매매에 대한 테크닉을 떠나서 가치에 대한 분석에 관점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각도의 분석은 밸류를 측정할 수 없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에 중요하니까.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투자에 대한 확신과 투심이 좋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유용하다. 다양한 시각으로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책이었다.

화폐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렐리를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트코인의 창립 이념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통화의 가치는 내려가고 주식을 비롯하여 코인과 부동산 등의 자산은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이 가지고 있는 숙제는 여전하다. 실용적인 화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디지털 금의 역할로 남을 것인가. 가치가 폭락할 것인가, 오히려 폭등할 것인가.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코인 중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공부 할 만한 자산이다. 투자 테크닉적인 요소가 아니라, 화폐의 미래, 그리고 미래의 자산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중대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세계 각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여 코인의 생태계 또한 기존 통화와 결합하여 합법적으로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앞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한 공부를 해두는 것은 미래의 돈의 흐름을 쫓는 데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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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식할 때 나는 채권에 투자한다 - 금리 흐름으로 읽는 채권 투자의 모든 것
김상훈.구성원 지음 / 위너스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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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경제주체는 정부와 기업, 개인 3가지로 구성된다. 기업의 활동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투자자산은 주식이다. 주식은 회사의 지분을 사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기업의 활동에 근간을 두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채권은 어떨까?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에는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지만 회사채로 충당하기도 한다. 따라서 채권 역시 기업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채권은 주식의 범주보다 훨씬 방대하다. 국가의 경제활동에서도 채권은 활용되기 때문이다. 국채라고 말하는 투자자산은 말 그대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이다. 채권은 기업과 더불어 국가의 경제활동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자산이기에 주식보다 훨씬 방대하고 규모도 크다. 금융 투자를 이야기할 때 주식을 일반적으로 떠올리지만, 사실 주식보다 훨씬 거대한 시장은 채권이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채권은 다소 생소한 자산이다. 사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투자자 입장에서도 채권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위험자산인 코인과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미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채권을 투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주식이나 코인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채권의 동향은 매우 중요하다. 채권은 투자에 있어 거시 매크로 지표 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인 금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채권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추이는 꾸준하게 추적해야 한다. 모든 매크로 지표 중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 금리인데, 표면적인 기준금리도 중요하지만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미국 채권의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와 가격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의 추이에 따라 거시적인 돈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과 주식의 차이점을 생각해 보자. 주식은 일반적으로 기준으로 삼는 무언가가 없다. 지수를 예를 들고 싶지만 고정된 기준 가격이 제시되거나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과 차이가 있다. 채권은 기준금리라는 확실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준의 발표와 워딩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 하나가 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역상관계다. 그렇기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리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른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경제가 정상적이라고 가정했을 때,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향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금리가 상향된다는 뜻은 경제가 활황이 된다는 뜻이고 경제가 활황이 된다는 것은 기업 활동을 하는 주식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금리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출금리 등이 높아지기에 기업 활동을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고, 이는 위험자산군에 리스크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금리 인하를 비롯한 유동성 공급에 시장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이 그렇듯).

주식이나 코인이 원금보장을 하지 않지만, 채권은 명목적으로 원금이 보장된 상품이다. (실질가치로 따지자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채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자 강점은 안전성이다. 물론 주식만큼 폭발적인(?) 수익을 기대할 순 없지만, 타이밍을 잘 잡고 들어간다면 채권으로도 쏠쏠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서일까 돈을 굴리고 싶은데 안정적으로 굴리고 싶은 분들, 대규모의 자산을 분배하여 투자할 때 헤지나 안정적으로 깔아두는 선택을 할 때 채권은 필수적이다. 주식은 알아야 할 요소들이 많지만 채권은 어찌 보면 심플하다. 기준금리의 향방을 잘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이 책에는 채권을 투자하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이 많이 담겨있다.

시중에 채권을 다루는 책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는 채권이라는 자산이 익숙하지 않다. 왜일까? 다소 교과서적이고 재미없는, 지식으로 알면 좋지만 투자에는 실용성이 없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내용들을 담은 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르다. 읽으면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저자의 구성이다.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가 공저인데 무엇보다도 트레이더 출신 저자가 쓴 내용이 궁금했다. 채권 트레이더는 어떤 관점으로 금리를 해석하고, 어떤 관점으로 2년물과 10년물의 상관관계를 볼 것인가, 수익률 곡선은 어떻게 해석하는 것인가. 연준과 한은의 워딩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고 투자 포인트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실체적인 관점들. 트레이딩을 하면서 실전 경험이 녹아있는 내용이 궁금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례와 해석법 등등은 여느 채권 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실용적인 내용이다. 채권 투자를 떠나서 주식시장이나 코인자산을 투자할 때 금리 추이에 대한 해석과 연준이나 한은의 워딩을 분석하고 생각할 때에도 유용할 것 같다. 최근에 주식이나 코인을 넘어 다양한 자산 군을 공부하고 배우고 있다. 작년부터 파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채권과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자산 군들에 대해서 폭넓은 시야로 공부하고 있다. 시장 최전선에서 매매하는 애널리스트와 채권 트레이더의 시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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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부의 대이동 - 비트코인을 뛰어넘는 새로운 화폐 혁명의 시작
이지민.이은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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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주식시장을 이끌었던 테마 중 가장 신선했던 것은 스테이블 코인이었다. 시장을 오랫동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요소나 재료는 투심을 더욱 촉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새롭고 신선하다. 이 재료는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변혁을 담고 있기에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코인이라는 자산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는 이미 우리 실생활에서나 투기적인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생소했지만 지금은 투자의 수단으로서,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 격상되어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코인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지, 실용성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아리송하다. 왜냐하면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크고 24시간 거래가 진행되므로 가치에 대한 신뢰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과거 리플로 불렸던 가상화폐 엑스알피는 환율이 불안한 국가에서 공인된 통화 이상의 가치를 지니며 통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투기적인 시세차익으로 여기는 것이 어느 국가에서는 공용된 통화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극심한 변동성을 가진 코인, 가상화폐임에도 한 국가의 공식 통화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는 가상화폐 코인이라는 자산이 실생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실용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앞선 예의 가상화폐가 공식 통화보다 가치가 높은 것은 공식 통화의 변동성이 가상화폐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가 이 정도로 불안한 국가들은 대체로 전쟁을 하고 있거나, 정치적인 불안감이 있는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즉 비정상적인 나라라는 뜻이다. 그럼 바꿔 생각해서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코인이나 가상화폐를 통화로 사용할 순 없는 것일까? 통화가 비교적 안정된 국가에서는 변동성이 강한 코인을 화폐처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스테이블 코인은 이런 문제 인식에서 탄생했다. 스테이블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안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의 암호화폐처럼 불안정한 시세가 아니라 안정적인 시세를 구축하는 코인. 가상화폐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가치의 신뢰를 확보한 코인이라는 뜻이다. 안정된 시세를 위해서는 실물 자산에 연동을 하거나 시스템적인 요소를 통하여 달러 가치를 최대한 부합해야 한다. 기존 암호화폐에서 부족했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여서 화폐로서의 기능, 실용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려 말하는 것이지만 결국 화폐는 신뢰, 신용이 중요한데, 암호화폐, 코인도 신뢰를 확보한 것. 그것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제시하여 새로운 화폐의 시대를 예고했다. 큰 변화에는 대체로 상반된 시선이 공존한다. 급진적인 개혁일수록 그 반발의 강도는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스테이블 코인은 논쟁적이고, 조심스럽다.

인류는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교환과 편의성, 실용성을 목적으로 화폐를 만들었다. 화폐는 신뢰다. 신뢰를 잃은 화폐는 가치가 없어진다. 달러가 강한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공인되고 안정된 기축 화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고 거래를 하지만 돈에는 가치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즉 우리는 신용, 신뢰를 담보로 하여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것이다. 화폐는 진화했지만 그 안에 있는 키워드, 신뢰라는 키워드는 사라지지 않았다. 코인과 가상화폐가 실용적인 자산으로 인정받는 과정에는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지고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화폐가 탄생하면서 이들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비트에서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행되는 과정, 스테이블 코인이 실용화되는 과정은 새로운 화폐가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인 셈이다. 우리는 그 변화의 물결, 파도 속에 함께 표류하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역사 역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었다. 금본위제로 금과의 연동을 시작한 것도 통화의 신뢰를 살리기 위하여였고,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협약을 맺은 것 역시 신뢰 때문이었다. 달러는 그렇게 가치 있는 자산들의 연동을 통하여 자본시장의 패권을 움켜잡았다. 물론 위기를 맞은 것 역시도 신뢰 때문이다. 금본위제는 폐지됐고 그것은 통화량을 무제한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서막이었다. 통화가 시중에 많아지면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신뢰 역시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유동성은 폭발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화폐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금리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도 일시적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니까. 최근 금을 비롯하여 가상화폐, 주식이 오를 때 화폐의 가치는 반비례했다. 에브리싱 렐리에서 화폐는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중앙은행은 통화의 가치와 경제 물가의 안정을 위해 출범했다. 중세의 유럽에서는 금융 문제가 터질 때마다 조절하는 공인된 기관이 없었고 그랬기에 위기에 취약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영란은행이고, 이것이 모태가 되어 각국의 중앙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런 중앙은행의 집행 구조 자체가 이제는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에 있다. 중앙은행이 공인한 신뢰의 상징물, 화폐는 날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인플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근 들어 가치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가속화됐다. 중앙은행과 지방은행 그리고 여러 기관들을 거쳐서 수행되는 돈의 흐름은 비효율적이었고, 화폐의 발행도 무제한적이다. 코인은 그런 비효율성에서 투명하고 자율적인, 그리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축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우리 실생활에 도입된다면, 기존의 불합리했던 통화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으며, 꾸준하게 문제로 지적되던 가치의 신뢰성도 최소화할 것이다. 책에서 강조했듯 스테이블 코인의 두 축,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에게 투명함을, 스마트 콘트랙트(자동화된 시스템)는 효율성과 신뢰성을 가져다줄 것이다. AI 시대, 우리는 인간으로 대표되는 중앙은행보다 원리와 원칙으로 정교하게 설정된 스마트 콘트랙트를 신뢰하며 효율성과 안정성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늘 그랬듯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이용하여 달러의 패권화를 가속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가치 있는 자산을 연동하며 지위를 유지하던 지난 역사의 선례처럼 말이다.

화폐의 새로운 진화, 새로운 모습의 물결 앞에서, 이 책은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생태계와 시스템, 그리고 미래 전망과 리스크에 대해서 자세하게 밝혔다. 저자들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실무를 담당했고,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업종에 몸담고 있다. 지식과 현장 경험이 적절하게 녹아있어서 책 한 권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배경과 기술, 문제점 등등을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투자를 떠나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금융과 화폐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의 축이 바뀔 수 있는 변화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투자 포인트도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왜 비트코인이 스테이블 코인과 연관이 적은지, 어떤 코인이 스테이블 코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 등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부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저자들의 말처럼 우리가 카드를 쓸 때 카드사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사용하듯, 스테이블 코인이 통용된다면 기술적인 복잡한 지식들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도 도입 초기이기에 자세한 부분까지 기술한 저자들의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시중에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책이 여럿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앞서 밝혔듯 새로운 기술은 큰 위험을 동반하지만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도 내포하고 있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은 발 빠르게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로 격상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는 경제체제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단순히 스테이블 코인이 돈을 번다. 이런 생각보다는 그 생태계가 현실화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가상자산, 화폐의 끝없는 진화, 이것이 신뢰를 확보하여 탄탄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통용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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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단기 트레이딩의 정석 - 25년 투자 고수가 전하는 매일 수익 내는 단타 매매의 기술
강창권 지음 / 길벗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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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단기 트레이딩 매매에는 여러 가지 포지션이 있다. 초나 분 단위로 매매가 이뤄지는 스캘핑 매매를 비롯하여 하루를 단위로 매매하는 데이 트레이딩 포지션, 그리고 일정 날짜를 홀딩 하면서 매매하는 스윙 트레이딩 등등... 여러 가지 포지션이 존재한다. 추세추종 트레이딩과 같이 중장기 포지션 매매의 경우 최근 좋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국내 저자들도 저작도 유의미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단기 매매 관련 책은 어떨까? 과거에는 단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발간됐다 하더라도 크게 주목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주식과 관련된 도서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매매법은 가치투자였고, 그다음이 중장기 포지션 트레이딩이었다. 상대적으로 단타 매매를 다룬 책은 희소했고 비주류였다. 그렇다 보니 교본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책을 손에 꼽는 것도 애매하다.

단타는 사실 실전이 중요하다. 이론적인 지식보다 실제적인 반응과 감각, 경험이 중요하다. 단타에 이론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쉽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지만 그 단순한 현상을 가지고 경험에 입각하여 다양한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어쩔 때에는 A가 맞고 어쩔 때에는 B가 맞다. 정형화할 수 없는 것이 단타 매매다. 그만큼 순간순간의 환경과 시세,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런 경험을 쌓으려면 여러 번 매매를 해봐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매매법이다. 이런 생물과도 같은 매매를 책으로 정형화할 수 있을까? 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단기 매매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주식은 책으로 공부하지 마시고요, 많이 경험해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유의미한 단타 교본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유목민, 홍인기, 만쥬, 서희파더 등등, 양지에 나와서 강의를 하는 분들, 네이버 네프콘으로 고정 채널을 운영하는 분들이 하나둘씩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정형화하기 힘든 단타의 영역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기대를 걸고 책을 펴보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가벼운 개념 정도만 짧게 스치는 책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단기 포지션 매매를 하고 있기에, 단타 관련 도서들이 출간될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 이번에 출간된 저자 강창권의 책도 관심 대상이었다. 저자는 단타계에 유명한 고수 중 한 명이다. 단타계에서 세대를 따지자면 1세대 트레이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출중한 분이다. 실제로 나는 이분의 유료 강의를 본 적이 있었다.

유명하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단타라는 매매 자체가 경우의 수가 많고 경험이 많아야 하기에 교본을 쓴다면 원론적인 내용만을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을 알기에 나는 단타 관련 책을 보면서 한 구절이라도, 한 대목이라도 경험에 입각한 내용을 발견하거나 배울 수 있다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단타, 특히 전업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스캘과 데이트레이딩에 교본을 찾는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과거에 나는 단타 트레이더들이 봐야 할 기본서로 《유목민의 투자의 정석》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데이와 스캘에 기준에서는 엄청 애매하지만 단기 스윙 트레이딩, 그리고 재료에 대한 해석에 대해서는 그래도 이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했다. K 증시가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하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백과사전식에 불필요한 내용도 있었으며, 차트의 기준도 스윙의 관점이라는 점. 주도주의 개념을 살필 때에도 책에 나온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보기에는 너무 약한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스윙과 관련된 포지션이기에 데이나 스캘에 중요한 부분들, 기교적인 부분,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해석법 등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서술되어 있지 않다.

반면 이 책에는 기교적인 부분들, 호가의 분위기, 각 시간대에 매매에 정형적인 패턴과 방법, 강한 주도주의 상태에 따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기존에 단타 책들은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기 전에 나온 책들이라 현재의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 책은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고 난 뒤에 상황을 반영하고 있으며, 넥스트레이드에 통용되는 매매 전략도 가볍게 다루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한지 오래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보며 데이터를 쌓아야 시장의 윤곽을 알 수 있다. 초기라서 아직까지 판단을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넥스트레이드 관점을 참고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 단기 매매, 특히 스캘과 데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책으로 섭렵하고 싶다면 이 책을 기본서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단타 매매에 유료 강의는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사람들은 기대를 품고 단타 강의를 수강하지만 실제로 좋은 결실을 맺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의하는 사람이 사기꾼이거나, 전하는 정보에 비해 가격을 터무니없이 부르거나 등등... 이런 리스크가 존재한다. 지금도 음지에서는 사람들의 힘든 마음과 희망을 악용하여 고액의 사기강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의 기본 골조는 예전에 저자가 했던 유료 강의의 내용과 비슷하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평선의 이야기를 하면서 버스 이야기를 하는 대목에서, 240선과 480선을 가까이하라는 저자의 표현에서, 강의 때 하던 말씀과 유사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저자는 강의를 통해 수많은 억대 트레이더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리고 현재는 강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책을 출간하면서 강의를 한다거나 유료 채널 홍보의 액션이 없다면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실력은 이미 검증된 분이시니깐)

단타 고수들이나 타짜들의 경우에는 이 책에 내용들 90%는 탑재가 됐을 것이다. 초보나 경험이 2% 부족한 중수들의 경우는 책에서 도움을 받을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단타를 다룬 책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듯 정형화가 힘든 매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한다. 단적으로 프로그램 매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프로그램 매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책에 나온 내용만큼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은 매매에 필요한 최소한의 단타 이론들과 개념들을 담아냈다.

단기매매는 알려진 대로 무척이나 고난도 매매다. 성공하는 사람들도 극소수다. 도전을 하든 말든 자유지만 도전을 할 거면 기본적으로 남들이 다 아는 지식은 섭렵하고 도전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애매하게 아는 사람들일수록, 쉽게 단정하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사람들이 뇌동도 잘 하고... 책의 내용이 과거 유료 강의 내용의 토대라는 점. 그리고 그 내용이 특별한 내용이나 비밀스러운 내용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단타 매매에 기초에 대해서 알고 싶은 분들이 기본서로 삼기에 무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책에 내용을 기본으로 경험을 많이 쌓아나가자. 단타는 이론보단 실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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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보고 싶었던 돈의 얼굴 - EBS 다큐프라임
EBS 돈의 얼굴 제작진.조현영 지음, 최상엽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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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버지는 동물의 왕국이나 자연과 우주 관련 다큐를 즐겨보셨다. 그 시간이 되면 마치 만화영화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습관적으로 틀어놓고 일을 보시거나 신문을 보셨다. 프로에 집중할 때에도, 다른 일을 보실 때에도, 티브이에는 늘 자연을 다룬 다큐는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그게 싫었다. 동물에 관심은 있었지만 매번 챙겨 볼 때까지 관심이 생기진 않았으니까.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곤충 관련 다큐를 유튜브로 즐겨본다는 점. 소파나 침대에 누워서 할 일이 없으면 곤충과 관련된 다큐를 본다. 요즘은 편집이 잘 돼 있어서 10분 내외로 짧게 볼 수 있다. 마냥 미물이라고 생각한 곤충들인데,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에서 배우는 점도 많았다. 고등생물인 인간이라고 해서 미물보다 나은 것도 없어 보이고, 효율적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레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영상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 공영 교육방송 중 하나인 EBS의 소중함이다.

EBS. 나와 같은 수능세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교육방송이다. 수험 때부터 참 많이 접했던 방송이다. 인강을 비롯하여 문제집 등등 EBS에서 나온 것들을 많이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보고 있는 유튜브 곤충 다큐의 대부분은 EBS다.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세심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에 놀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상의 퀄리티가 몇 년 전에 나온 것임에도 디테일이 놀랍다. 나의 세금과 돈이 이런 공영방송에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학창 시절 때에도, 최근에 자연 다큐를 보면서도 매번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EBS. 그러나 가장 고마웠던 순간은 돈에 관한 개념도 EBS를 통해 배웠다는 점이다. 전업투자를 시작하고 방황에 방황을 거듭할 때, 정신적인 턴어라운드가 됐던 기폭제 중 하나는 EBS였다. 더 정확히 꼬집어보자면 'EBS 자본주의'라는 다큐프라임 프로그램이었다. 다큐를 보면서 돈에 대해서,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있게 깨닫기 시작했다.

지금도 투자에 도움 되는 책을 알려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추천하는 책이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돈이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 돈이 어떤 역사를 거쳐왔는지, 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돈으로 형성된 자본주의 체제는 어떤 속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공부하지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돈이 많으면 좋을 것이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하거나 재테크를 시작한다. 돈을 버는 데 있어, 돈에 대한 상세한 내역은 필요 없는 지식일 수도 있다. 단순히 돈만 버는 기술만 익히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기능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나 역시 그랬었다. 물론 그렇게 돈을 버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나는 돈에 대한 천재적인 육감이 발달하지 않았다. 평범했고 그렇기에 돈에 대해서 공부가 필요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생존하고 싶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는 특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이해하고 알고 나서야 돈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벌고 어떻게 지켜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생겼던 것 같다. 이런 관점을 만들어주는 데 있어 'EBS의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는 커다란 도움을 줬다.

최근 희소식이 들렸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이어 돈에 관련된 또 다른 다큐 프로그램이 제작됐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이다. 다큐를 엮은 단행본도 출간됐다. 기쁜 마음에 책을 구했다.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연휴 동안 여유롭게 프로그램을 정주행 할 계획이며, 책도 빠르게 완독하고 이렇게 서평을 남긴다. 모든 작품에서 제목은 커다란 상징성을 가진다. 금융을 똑같이 다룬 다큐더라도 '자본주의'와 '돈의 얼굴'은 분명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체제에 중심을 두고 있고, 하나는 특정 대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둘 다 겹치는 내용은 분명 있다. 돈의 생성과 역사, 인플레이션에 대한 내용, 자본주의에 대한 한계와 대안, 위기가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탄력적인 시스템 등등... 차이점도 있다. '자본주의'의 내용이 소비와 금융상품, 그리고 경제체제의 역사와 같이 자본주의 체제의 거시적인 부분을 다룬다면 '돈의 얼굴'은 돈에 관한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책을 읽고 영상을 보면서, 세상은 진보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돈의 얼굴'이 '자본주의'보다 훨씬 좋았다. 주제에 대한 집중과 내용에 대한 일관성과 명료함이 돋보인다.

화폐와 돈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은 바로 신뢰다. 화폐의 신뢰는 리스크의 여부를 결정하고, 신뢰와 리스크가 조율이 된 것이 금리(이자)다. 환율은 나라 간의 화폐의 신뢰도를 의미한다. 부채도 마찬가지다. 빚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암호화폐와 금이 시세를 분출하는 이유는 기축통화를 비롯한 제도권 통화의 신뢰가 잃고 있다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며, 돈을 이용한 투자 역시 비합리적인 자신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과정에서 성과가 난다. 책을 보면서 화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 신뢰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돈에 여러 얼굴들을 조명할 수 있었다. 전작인 '자본주의'에서 구성과 체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과 대조적이다.

와이프랑도 이야기한다. 이런 내용들은 투자와 관련 없이 자본주의 시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돈의 속성을 이해해야지 숫자로 표현된 명목소득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에 가려진 실질소득에 대해서도 자각할 수 있다. 돈의 여러 가지 얼굴들, 신뢰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금리(이자)와 빚에 대하여, 물가와 돈의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암호화폐와 투자에 이르기까지, 돈에 대한 다양한 얼굴들을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나의 기준에서 좋은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내용에 핵심이 담겨있으며 명료하고 구체적이며 양이 짧아야 한다. 어렵지 않고 쉽게 썼다면 더더욱 좋다. 그런 점에서 《EBS 다큐프라임 돈의 얼굴》은 나의 기준을 충족하는 좋은 책,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 아니 대한민국을 사는 모든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생존 지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주의'와 '돈의 얼굴', 둘 중 하나만 택하라면 당연 후자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둘 다 읽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은 뒤, 와이프의 침대에 조심스럽게 책을 가져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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