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붕괴 -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공격에서 당신의 돈을 지키는 법
데이비드 A. 스톡맨 지음, 한다해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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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은 책은 매크로 관련 책으로,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주장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A. 스톡맨은 정치적으로 미국 하원 의원으로 활동하였고 이후 사모펀드 회사를 통해 경제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와 경제를 두루 경험한 경력이 돋보인다. 책의 원제는 《The great money bubble》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미국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미국의 경제는 무너지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했었다. 그러나 문제의 대응 방법에서 미국이 주로 사용한 카드는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는 것뿐이었고 그것이 문제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경제 위기가 터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 연준은 달러를 엄청 찍었다. 경제를 살리려는 목적으로 풀린 자금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들의 버블을 급속화했다. 일시적으로 경제에 위기를 해소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경제 위기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버블을 터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는 자산 버블의 이상 증상을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겪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작금의 시장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 대규모 통화 인플레이션이 주로 자산 가격 상승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영향이 누적되어 결국 월스트리트는 오늘날 평범한 미국인들의 부와 행복에 명백한 위협 대상이 되었다. 주식, 채권, 옵션, 밈 주식, 암호화폐 등 이 모든 것은 연준의 쉴 새 없는 머니 펌핑으로 인해 정상 수준을 넘어 뻥튀기되고 타락해왔다." - 《만들어진 붕괴》 '8장 카지노에서 탈출해야 할 때' 171쪽 -

 

 저자의 비관적인 논조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최근 글로벌 시장이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1년 광기의 상승 이후, 살인적인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금융 자산들의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채권,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들이 폭락했다. 9월 이후 시장은 어느 정도 반등을 시작했지만 이번 4월에 들어 주춤하고 있다. 원래의 시장 시나리오라면 금리 인상 종결이 예상되는 5월이 되면 강한 상승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다. 금리 인상 종결이라는 초특급 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만 하더라도 글로벌 은행들의 파산, 부채 한도 협의 등등으로 뚜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인데, 보통은 단기인 2년 물보다 장기 10년 물의 금리가 높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2022년 7월을 기점으로 2년 물의 금리가 10년 물의 금리보다 높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2년 예금하는데 이자율이 4%고, 10년 예금하는데 이자율이 2% 라면 과연 누가 10년 적금을 이용하겠는가?

 

 이런 괴상한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채권을 발행한 국가의 신뢰도, 두 번째는 10년 만기 동안 경제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터져서 미국의 국채가 폭락할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데이터를 봤을 때, 장단기 금리차가 일어나고 이를 회복한 뒤에는 '경제 위기'가 여김 없이 찾아왔다. 그렇기에 매크로 지표를 보는 투자자들은 장단기 금리차를 폭락의 전조증상으로 해석한다. 개인적으로도 시장이 오르기보다는 내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시장에 대한 예측은 개인이 하기에는 무의미할 수 있다. 개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을 보고 대응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폭락에 대한 시나리오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장이 상승했을 때에 대응하는 것, 장이 폭락할 때에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에는 시장이 폭락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목조목 논리정연하게 분석하고 있다. 책을 믿던 안 믿던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저자의 논의를 검증하거나 반박하기보다, 저자의 주장을 참고하여 폭락이 일어날 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커다란 버블이 터지기 전에, 부채를 최대한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고, 거품이 낀 금융자산들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햇지성 상품으로 금과 물가연동채권, 그리고 주식에 대한 풋옵션 등등을 추천하고 있다. 파생상품, 그것도 특히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시장에 대해 정말 많은 경험과 노련함이 있어야 시도할 수 있기에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금을 확보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금도 여느 자산과 마찬가지로 폭락했는데 올해에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안전자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점도 염두하자. 작금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은 분들, 그리고 나아가 시장의 하락 요인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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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6-1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면서 ˝이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이 먼저 떠올랐어요. 미국 경제가 망하는 날, 지구촌 경제 또한 망하고 새로 시작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