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를 보며  원작을 직접 사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회부터 관심을 갖고 보다가 그 말주변에 감탄한 끝에 책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해서 구입을 했다.

김삼순과 장도영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하이틴 로맨스풍 연애소설이다.

고등학교시절 책상밑에 숨기고 수업시간에 돌려보던 조잡한 번역물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로맨스와 

 내용면에서는 닮았으나 글을 풀어가는 솜씨가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웃집의 조리있게 말 잘하는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십 수 년 만에 짜임새있는 하이틴 로맨스를 읽고난 느낌이다.

군데군데 내 생각같은 말들이 있어서 동감하며 읽어내려갔다.

 

 "그 사람이 좋아. 미친 짓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좋아.

  언니, 그냥 잘 해보라고 나한테 말해 주면 안 돼? 잘 될 거라고,

  언니만이라도 그렇게 말해주면 안 돼? 나도 지금 사실 무지 무서운데, 그래도 나 하고  싶어.

 그 사람 좋아하고 싶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까봐 조바심나는 마음은 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결혼 하기전 처음으로 했던 내 사랑을 도둑맞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막상 남편에게는 어떤 확신의 말도 듣지 못하고 답답하던 때가 생각나

나는 이 구절을 읽어가며 작가의 마음을 읽었다.

드라마를 보고 읽은 책이라 아무래도 드라마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책은 그저 한 권의  예쁜 연인 이야기인데 반해

드라마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짜깁기형식이다.

드라마는 이 책의 이름과 주인공을 따왔을뿐 또 다른 <내 이름은 김삼순>이 되어버렸다.

소설에서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삼순의 조카 지유,장도영의 남동생 장도진, 유희진의 남자 친구(헨리킴은 아예없다),반가운 이름의 삼순의 아버지는 살아계시고,장도영의 아버지도 살아계시고, 삼순을 세번째 만나던 날부터 이미 운전을 잘 하는 장도영.....

등장인물들이 다른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이 많이 달라진다는걸 의미한다.

유희진의 남자친구가 존재함으로써 장도영은 유희진에 대한 사랑을 정리하고

삼순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또 한가지는 '욕'이 많이 자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니 거의 안 나온다.

드라마속에서 1~2회 동안 줄기차게 나오는 욕은  내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데

쌈박하게 처리해서 읽기가 편했다.

욕을 안 쓰고도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은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현진헌(드라마)과 장도영(소설)은 같은 김삼순의 상대역이면서 많이 다르다.

현진헌은 삼순이보다 어린 남자이기때문에 버릇없이 구는 모습이 보이고 (요즘 방송매체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그걸 삼순이가 감싸주는 것처럼 보인다.

장도영은 삼순이보다 세살 많기 때문에  삼순이의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몸을 귀엽게 봐주며

삼순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여자로서 봤을때 그래도 장도영이  조금 낫긴하지만

현진헌이든 장도영이든 소리 잘 지르고 제멋대로인 남자는 한숨이 나온다.

이기주의에다 의처증환자같은 말투(다른 남자 보지 말고 나만 봐!), 절대 말로 안 지려고 하는 뺀질이가 

얼마나 결혼 생활을 잘 할지......

남자가 얼굴이 잘 생기고, 일 잘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나를 좋아해주면 나는 그냥 끌려가듯 사랑한다는 설정이 걱정스럽다.

그래도 오래전부터 영화든 소설이든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남자주인공은

여성을 잘 리드해나가는 이야기인 것으로보아 이런 남자들을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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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달팽이 > 달콤한 이야기
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삼순이의 열풍이 안방을 뜨겁게 달구던 초반..온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그 드라마를 보았지만, 나는 보지 않았었다. 궁금은 했었지만..재미있다던데-하는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어째 그 시간에 텔레비젼 앞으로 쉽사리 가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삼순이에 대한 책이 먼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책이 있었구나. 그리고 맛보기로 나온 몇 페이지..삼순이가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결혼정보회사에 가서 겪는 일들을 읽으며..나는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매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던 것이다.

 그리고..아 너무 재미있었다. 정말. 깔깔 웃으며, 때로는 두근거리며..나는 그렇게 두어시간 만에 삼순이를 다 읽어 버렸다. 머릿 속이 복잡하던 며칠이 다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드라마 삼순이에 빠져들기 시작했고..못보았던 방송분은 인터넷을 뒤저가며 모두 보는 적극성까지 발휘하게 되었다. 책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어떻게 드라마 속에 녹아들어 펼쳐지는지, 그것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중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 뭔가 있어보이는 것이 좋았다. 음악도 너무 가벼운 댄스음악은, 음악성이 없어보인다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하기도 했고..(왜 그랬을까) 책도, 너무 가볍다 싶으면 '흥' 하면서 보지 않았었다. 어릴때, 아는 것 별로 없는 지금보다도 더 아는 게 없었던 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지 싶다. 아마도, 내가 그 시절이었다면..삼순이같은 유쾌하고 달콤한 책은 아마 놓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가볍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 등장인물들 간의 따스함이 다 들어가 있고, 삼순이가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만큼이나 달콤함이 스며들어 있다. 다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진심어리고 착해서, 좋아하는 사람을 별 조건 보지 않고 좋아할 수 있을만큼 용기있기 때문에..뭔가 있어보이는 두껍고 딱딱하고 무거운 책들이 어렵게 전하고자하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삼순이는 유쾌하고 달콤하고 가볍고 쉽게 재미나게 살며시 펼쳐놓는다. 그게 참 좋았다..그래서 피곤할 때,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놓고 읽어도. 전혀 무방한..그런 이야기다. 두고두고 곁에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도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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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잘코군 > 나는 또 하나의 부흐링이 되기를 원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와 정말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예고없이 선물로 받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 수많은 서재지인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릴 때마다 당장 장바구니로 달려가 지르고픈 충동을 느꼈다. 당연히 내 손에 들어왔으니 가만 둘리가 있나. 마침 읽던 책을 다 읽고 새 책을 골라야 할 상황이었기에 망설임없이 이놈을 택했다.

  디 스태트 데어 트러이멘덴 뷔허. 맞나? 독일어를 배운지 오래되서 발음도 헷갈리는구나. 어쨌든 직독직해하여 번역해도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제목이 뽑아져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좀더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원본의 제목을 바꾸는 일이 많은데 - 대표적인게 얼마전까지 즐겁게 읽었던 알랭 드 보통 씨의 책들, kiss&tell 을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 로 바꾸었었다. 다른 저서도 마찬가지 - 이 책은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꼈나보다.

  발터 뫼르스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 그의 전적이 궁금하여 뒷조사를 해보니 이 책 말고도 이전에 번역된 책들이 좀 있다. <밤>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전3권)이 그것. 제목이 어째 별로 구입하고픈 동기부여를 해주지 않는다. 책 표지도 마찬가지. (아래 참조)

 


 

 

 

 

 


  이 소설은 환타지다. 그러나 요즘 중고생들이 즐겨 읽는 그런 류의 환타지가 아닌 색다른 환타지다. 소재도, 서술방식도, 스토리도. 모든 것이 새롭다. 기발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단순하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소재로부터 대단한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중심소재는 당연히 '책'이다. 작가, 독자, 서점주인, 출판업자, 헌책방 아저씨, 책 중개인 등등 책과 어떻게든 관련된 직업이면 그들은 모두 이 책의 주인공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은 독자다. 서평을 쓰고 있는 나. 나도 독자이며 취미 서평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이 책의 주인공이며 책을 읽기 전에 일단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판매량이 현시점에서 5만부를 돌파했다고 자랑하는 것 역시. 그 5만부라는 것은 이 책의 소재가 '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말하는 책은 대개 비평서이거나 에세이였다. 예를 들자면 <탐서주의자의 책>과 같은. 하지만 이 책은 출판의 현 세태를 꼬집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자고 사회분위기를 조장하는 그런 책도 아니다. 다만 책을 소재로 하여 즐거운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 뿐.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벌어지는 환상모험담. 위대한 작가 단첼로트가 타계하고 그의 제자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라는 어려운 이름의 독일공룡은 그로부터 받은 작자미상의 뛰어난 원고를 하나 받아들고 모험을 떠난다. 부흐하임으로.  그러나 그곳에서 만나 이 원고를 보여준 이들은 하나같이 모두 놀라고 질질짜고 웃고 하다가 마지막엔 절대 이 책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당장 이곳을 떠나라고. 아니 도대체 이 원고와 관련해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하지만 힐데군스트는 떠나지 않고 오히려 이곳에 남아 원고의 저자를 찾아나서는데.

  일반 환타지에서 신비의 검을 찾아 떠나는 대신 이 책에서는 신비의 원고 주인을 찾아 떠난다. 도중에는 지하에서 활동하는 위험한 책 사냥꾼과 책으로 가장한 온갖 벌레들과 괴물이 도사리고 있고, 그를 음해하려는 자들로 넘쳐난다. 마치 이 마을의 모든 이들이 그의 존재를 달가와하지 않는 듯 한데.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환타지의 또다른 맛은 책과 관련된 자들이 내뱉는 대화 속에 의미심장한 문장들이다.

  예를 들면, 작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 같은 직업에서는 좋은 문학과 나쁜 문학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좋은 문학은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기가 드물지요.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조악한 작가들이 돈을 벌지요. 항상 그래왔습니다. 다음 시대에 가서야 비로소 인정받을 작가의 재능이 저 같은 에이전트에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때쯤 가서는 저도 이미 죽어 없을 텐데요.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상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장은 수많은 서재폐인들을 지칭하는 듯 하다. 후훗. 물론 그들은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장바구니에 넣지는 않지만 말이다. 눈에 띄는 족족 맘에 드는 책들을 가만 두지 못하는 사람들.

 "상관없다! 중요한건 책이야! 사자! 사자! 나는 큰 바구니를 집어 들고 서가에서 책들을 마구 끄집어냈다. 제목이나 저자 이름은 물론, 가격이나 책의 상태를 볼 것도 가릴 것도 없이 하찮은 책들을 마구 쓸어 담았다. 비싼 초판본이건 값싼 덤핑 책들이건 나한테는 제기랄, 상관없었다. 그 책들이 내게 흥미 있는 분야든 아니든, 그것들을 구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책들을 갖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뜨거운 갈증이 나를 사로잡아 오직 한 가지만 나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바로 책을 사는 것, 사는 것, 사는 것이었다."

  이 책의 재미는 저자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서술과 더불어 바로 이런 다시 한번 곱씹어보며 음미할 만한 대사들을 툭툭 내던지는 그들 사이의 대화에 있다. 등장인물들은 그들의 가운데책을 놓고 서로 눈알을 붉히고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가 합의볼 수 있는 변치 않는 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놓고 펼쳐지는 이 환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부흐링 족은 원래 어디에서 왔습니까?" 

  "그러니까 아주 자세히는 우리도 모릅니다. 추측하건대, 알 속에서 병아리가 자라듯이 우리도 책 속에서 생겨 자란 것 같습니다. 지하묘지 아주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아주 오래되고 파손되기 쉬우며 해독 불가능한 룬문자들로 쓰인 책들 속에서요. 어느 때가 되면 책은 마치 알껍데기처럼 깨집니다. 그러면 도롱뇽처럼 작은 부흐링 족 하나가 그 속에서 미끄러져 나오지요. 그는 가죽 동굴까지 찾아옵니다. 그것은 본능입니다. 아마도."

 

  난 또 하나의 부흐링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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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normal80 > 책을 읽어라, 그러면 행복해질지니!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가 당신의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 중 0순위는 단연코 '독서'일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 얼마나 고상하고 지적으로 보이는가. 혹자는 독서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행위이므로, 취미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취미는 본업이 아닌 여분의 일이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취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재미를 느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취미라는 항목에 대해서 '당연히' 독서(!)라고, 열렬히 말한다.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없이 많겠지만, 그것이 지식이든 쾌락이든 간에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재미를 얻기 위함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앞에서 말한 재미라는 것을 완벽하게 제공한다. 주인공인 미텐메츠가 겪는 갖가지 모험과 위험, 그 와중에 만나게 되는 독특한 캐릭터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하나하나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여름밤을 넘길 수 있는 스릴을 제공한다. 종이로 만들어진 사람, 곤충처럼 생긴 살아있는 책, 진귀한 책을 찾아다니는 책 사냥꾼......이쯤 되면 빈정거리는 소리가 이 책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꺾어놓으려 한다. "흥, 그래서? 또 하나의 판타지로구만! 요새는 그런 책만 인기가 있군!" 걱정 마라. 판타지라는 장르가 책을 망친다고 개탄하고, 그리고 자신이 책 읽는 행위를 진지하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제법 심각한 사고를 지니신 분들께도, 이 책은 아낌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모든 모험이 시작되는 곳인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은 그야말로 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도시다. 싸구려 통속소설(이 말에도 다소 불만이 있지만)부터 그 가치만으로 도시  하나를 살 수 있을 '황금 목록'에 올라있는 책까지, 부흐하임은 말 그대로 책으로 가득한 도시이다. 그뿐인가. 지하에서도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지하의 동굴에도 책이 보관되어 있고, 책 사냥꾼들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 생존을 건 결투를 한다. 책만 있고 사람은 없는가? 당연히 아니다.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모여들고, 독자들은 이를 즐긴다. 날마다 시 낭송회와 사인회가 열리고, 이에 따른 희비가 엇갈린다. 위대한 문학가를 꿈꾸고 도시로 왔던 사람들은 동전 몇 푼을 받고 관광객을 위해 하찮은 시를 지어주는 신세로 전락하고, 그 중 자신이 동경했던 고향의 문학가를 발견한 미텐메츠는 눈물지으며 글쓰기라는 직업에 대해 한탄한다. 진지한 사고를 지니신 분들이여, 문학의 모순과 삶의 허망함이 여기에 있다. 이래도 넘어오지 않을 텐가?

그리고 책을,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흐하임이라는 도시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책 축제를 취재한 화면을 보면서 온갖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저 곳에, 내가 가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시의 모든 초점이 책에 맞춰져 있는 부흐하임은 상상 그 이상의 곳이다. 쓸데없는 책 좀 그만 읽으라고 타박하시는 어머니의 잔소리도 없이, 수업시간이 돼서 읽던 책을 덮지만 결국 살그머니 책을 꺼내다가 압수 당해버리는 아픔도 없이, 읽고 싶은 책이 외국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는 그 곳. 그 곳이라면 독서라는 취미를 극대화할 수 있고, 따라서 행복 또한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곳.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만의 서재를 머리 속에 짓지 않는가?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누구나 나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곳인 나만의 서재를 찾아낼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의 절정은 부흐링 족이다. (물론 다른 의견을 지니신 분들도 있겠지만.) 책을 읽음으로서 식사를 대신하고, 하나의 작가를 정해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빈틈없이 외워버리는 그들을 보면 그저 세상에! 세상에! 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책과 함께 살아 숨쉬는 그들이 아니던가! 게다가 소설은 영양가가 너무 높아서 조심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서정시로 다이어트를 한다니. 사람마다 달라서 소설을 읽어도 살이 찌지 않는 부흐링도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저 으하하! 하고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흐링을 비웃진 마라. 그들은 독서에 관해서는 절대 농담하지 않는다는 진지한 종족이니까. 미친 거 아냐-라고 비웃는 사람들은- 그러는 당신들은 책에 감동한 적이 없는가? 읽고 읽어도 새로우며 동시에 배고프고, 너무 좋아서 그 책을 쓴 작가에게 그저 감사하고 싶던 경험. 책의 구절이 하나하나 가슴에 박히던 그럼 경험이 없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로 불쌍한 사람이다. 가지지 못한 진귀한 경험을 부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비웃고 있으니. 부흐링 족은 가끔가다 겪게 되는 '오름'처럼 소중한 우리들의 체험을 생활화하고 있는, 축복 받은 종족이다. 그런 그들에게 지정된 미텐메츠 또한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세계를 소중히 여겨줄 진정한 독자를 찾아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부흐링 족 같은 독자만 있다면 작가들은 과연 행복할까? ^^)

책에 흠뻑 빠져들고 싶다는 분들에게, 책만 읽으면서 살 수 없을까-라고 한탄하는 분들에게,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황홀한 꿈이자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동시에 남긴다. 그렇지만 사람 인생이라는 것이 어차피 일장춘몽일진대, 그 꿈을 이왕이면 아름답게, 그리고 책들과 함께 보내는 것. 결코 후회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꿈을 좀 더 지속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는 책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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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이름없는풀 > 지독히 책과 부대껴 본 사람들이라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창밖으로 단비가 내린다. 속살거리는 빗소리에 책장 넘기는 소리까지 겹쳐져, 난 미치도록 행복하다. 그 행복의 무게는 내가 살아있음의 명징한 증명이기도 하다. 빗소리야 내가 개입할 꺼리도 없지만, 책장 넘기는 소리는 얼마든지 내가 창조해낼 수 있는 쉬운 꺼리이다. 난 그 쉬운 꺼리를 참 까탈스럽게 고르고 골라, 어떤때는 나자신에게 불쑥 화를 내기도 한다.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읽어, 고르지 말고' 그러나 그 화는 '아냐, 책도 책나름이야, 그러니 고르고 찾아서 읽어'라는 또 하나의 마음속 소리에 이내 꼬리를 내리게 된다. 이제 그 까탈스럽게 고른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대한 정직한 나의 느낌, 소위 리뷰라는 것을 적으려고 한다.

정직한 나의 느낌이라고 먼저 밝혔다. 그건 무수한 리뷰들의 유혹에 혹해 몇번 고꾸라진 쓰린 경험이 있는 내가 적어도 리뷰의 사기만은 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랬다. 난 서점과 언론의 책에 대한 리뷰가 유일한 책의 올바른 전령이라고 생각했다. 순진하기도 했지. 덥석 미끼 문 물고기처럼 화려한 리뷰의 유혹에 넘어가 내가 사들인 책이 얼마이던가. 그 책들은 여인네의 달거리처럼 한달에 한번씩 책장 정리하는 그 잔인한 심판의 날에 제일 먼저 집행되는 사형서이기도 했다. 그런 비생산적인 과정의 반복을 겪으며 적어도 리뷰를 온전히 믿지는 말자고 냉정히 나자신을 추스릴 수 있게 되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이 이렇게 물을지 모르겠다. '이보슈, 그럼 당신은 이 책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어떻게 읽었수, 읽을만 하오?' 라고 , 나또한 미적거리는 것 싫어하기에 간단히 먼저 알려드리겠다. ' 적어도 속았다는, 아깝다는 생각은 안들거요'

무더운 날의 연속에서 어쩌면 외줄타기의 아찔함이 먼지 풀풀 나는 일상을 견딜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럼 미텐메츠의 부흐하임으로의 길나섬에 동참해보기를, 소름 짝 끼치는 그 생경한 두려움이  일상의 반복을 견딜 색다른 삶의 맛이 된다면, 지하미로로 ?겨난 미텐메츠를 따라 가보기를, 그곳에서 만나는 그 무수한 놀라운 상상력의 창조물들이 당신의 몸을 들썩들썩 하게 할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전제를 미리 밝혀야겠다.

그 전제는 첫째, 판타지문학에 폐인이라고 자부하는 그대들은 이 책을 기웃거리 말기를, 그건 이 책의 상상력의 창조물에 대한 경멸과 조롱의 소리를 직접 네 귀로 듣고 싶지 않으니까. 달리 말하면 적어도 이 책은 번쩍번쩍 하는 레이저검과  슝슝하는 과학의 변종에 대한 환상의 두리뭉실은 아니기에, 만약 판타지문학에 취해 지독히 중독된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담긴 의외의 담백함을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

둘째, 책을 굴리고 던지고 깔고 그렇게 괴롭히고, 사랑하고 즉 책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 책은 이해할 수 없는 단지 공룡과 그림자와 상어구더기와 난장이, 외눈박이등 그저 단순한 상상의 유희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두권이란 곱배기의 책값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건이라면, 책을 그저 모신 사람이 아니라 던지고, 깔고, 굴리고 그렇게 책과 지독히 부대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때야 비로소 이 책의 결말이 투시안경처럼 선명히 느껴질것이다.

이 책의 독특한 구미는 읽을수록, 즉 부대낄수록 더 확실히 당겨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부흐하임의 지하미로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지하의 탁한 공기와 어둠속에서 나는 눈부시도록 더 생생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네 머리속에 담지 않은 새로운 상상력의 놀라운 창조물에 대한 경외감때문은 아니다. 지하미로의 그 숱한 등장배우들, 부흐링, 흡혈괴조, 살아있는 책들, 책사냥꾼, 그림자제왕, 거인,등, 그 배우들의 속살에 초점을 맞추고 읽고, 또 읽고, 부대낄수록 그들이 상징하는 현실의 맨얼굴을 직접 맞부딪히면, 그 순간 받는 충격에 난 악하고 비명을 지를뻔 했다. 그 비명이 이 책의 비밀, 메세지와 상통하는 접신의 자리이다.

최고의 작가들은 가난하게 살다 죽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하찮더라도 성공을 거두는 작가들입니다. 하르펜슈톡의 말을 기억해 두시길. 잊혀진 시인들의 공동묘지, 구덩이 광장을 기억하기를.부흐하임의 지배자입니다. 제가 바로 차모니아의 문학입니다라는 스마이크의 말을 기억하기를.

이제 내가 왜 책과 지독히 부대껴 본 사람들만이 이 책을 읽고 비명, 접신의 기회를 갖는다고 했는지 알것이다. 위에 언급한 그 말과 장소가 단지 책속 지문으로서만 읽혀지는가. 그 속살을 상상해보기를, 그리고 떠오르는 현실의 상황, 장소, 모순등 직접 대입해보기를, 현실의 책과 부대끼며 우리가 가져본 온갖 추측, 기대, 의혹등이 어떤가.마치 비밀암호처럼 작가는 책과 지독히 부대껴 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그 암호를 상상이란 도구로서 잠시 위장해 놓은 것이다.

독서처럼 아주 고도의 정신적인 일을 하면 음식을 소화할 때와 같은 평범한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부흐링의 말이다. 네겐 이말이 국민교육헌장이고 애국가이다. 그건 까탈스러운 나의 독서 편식에 대한 승리헌장이기도 하다. 네 입에서도 형식적이 아닌 순수한 진정을 담아 부흐링의 고백이 나오기를, 앞으로의 나의 독서 편력에 대한 소망과 목표로 삼을 것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당신도 리뷰 사기꾼 아니오?, 아니 어떻게 찬사만 늘어 놓소' 미리 내가 밝힌 이 책에 기웃거리지 말기를 그 전제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오직 흠집과 상처만 볼 것이다. 그러나 책에 대한 엄연한 현실의 속살에 대해 상상이란 도구로서, 치밀하게 한뜸한뜸 수놓은 이 책의 공력과 내공을 제대로 전이 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책을 단순히 모셔놓은 책장 치장파가 아니라, 책을 던지고 깔고, 구기고, 때론 찢기 까지 한, 지독히 책과 부대낀 그 사람들이라면, 한번 읽고 던져놓고, 다시 읽고 깔아 놓고, 다시 읽고 구겨보고, 또 읽고 할수록 부대낀, 그래서 더 애정을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넓히게 되는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이 책의 담긴 작가의 메세지와 접신하는 충격의 비명을 지르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리뷰가 또 다른 리뷰 사기꾼의 무리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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