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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삼순
지수현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드라마를 보며 원작을 직접 사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회부터 관심을 갖고 보다가 그 말주변에 감탄한 끝에 책에는 어떻게 쓰여있는지 궁금해서 구입을 했다.
김삼순과 장도영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하이틴 로맨스풍 연애소설이다.
고등학교시절 책상밑에 숨기고 수업시간에 돌려보던 조잡한 번역물 하이틴 로맨스나 할리퀸 로맨스와
내용면에서는 닮았으나 글을 풀어가는 솜씨가 시선을 빨아들인다.
이웃집의 조리있게 말 잘하는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십 수 년 만에 짜임새있는 하이틴 로맨스를 읽고난 느낌이다.
군데군데 내 생각같은 말들이 있어서 동감하며 읽어내려갔다.
"그 사람이 좋아. 미친 짓이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좋아.
언니, 그냥 잘 해보라고 나한테 말해 주면 안 돼? 잘 될 거라고,
언니만이라도 그렇게 말해주면 안 돼? 나도 지금 사실 무지 무서운데, 그래도 나 하고 싶어.
그 사람 좋아하고 싶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릴까봐 조바심나는 마음은 당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결혼 하기전 처음으로 했던 내 사랑을 도둑맞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막상 남편에게는 어떤 확신의 말도 듣지 못하고 답답하던 때가 생각나
나는 이 구절을 읽어가며 작가의 마음을 읽었다.
드라마를 보고 읽은 책이라 아무래도 드라마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책은 그저 한 권의 예쁜 연인 이야기인데 반해
드라마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짜깁기형식이다.
드라마는 이 책의 이름과 주인공을 따왔을뿐 또 다른 <내 이름은 김삼순>이 되어버렸다.
소설에서는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삼순의 조카 지유,장도영의 남동생 장도진, 유희진의 남자 친구(헨리킴은 아예없다),반가운 이름의 삼순의 아버지는 살아계시고,장도영의 아버지도 살아계시고, 삼순을 세번째 만나던 날부터 이미 운전을 잘 하는 장도영.....
등장인물들이 다른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이 많이 달라진다는걸 의미한다.
유희진의 남자친구가 존재함으로써 장도영은 유희진에 대한 사랑을 정리하고
삼순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또 한가지는 '욕'이 많이 자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니 거의 안 나온다.
드라마속에서 1~2회 동안 줄기차게 나오는 욕은 내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데
쌈박하게 처리해서 읽기가 편했다.
욕을 안 쓰고도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은 참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남자주인공들에 대해 한마디 안 할 수 없다.
현진헌(드라마)과 장도영(소설)은 같은 김삼순의 상대역이면서 많이 다르다.
현진헌은 삼순이보다 어린 남자이기때문에 버릇없이 구는 모습이 보이고 (요즘 방송매체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그걸 삼순이가 감싸주는 것처럼 보인다.
장도영은 삼순이보다 세살 많기 때문에 삼순이의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몸을 귀엽게 봐주며
삼순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이미 결혼한 여자로서 봤을때 그래도 장도영이 조금 낫긴하지만
현진헌이든 장도영이든 소리 잘 지르고 제멋대로인 남자는 한숨이 나온다.
이기주의에다 의처증환자같은 말투(다른 남자 보지 말고 나만 봐!), 절대 말로 안 지려고 하는 뺀질이가
얼마나 결혼 생활을 잘 할지......
남자가 얼굴이 잘 생기고, 일 잘 하고,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나를 좋아해주면 나는 그냥 끌려가듯 사랑한다는 설정이 걱정스럽다.
그래도 오래전부터 영화든 소설이든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남자주인공은
여성을 잘 리드해나가는 이야기인 것으로보아 이런 남자들을 좋아하는 여성의 마음은
만고불변의 법칙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