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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미인 -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이라는 부제나...'미술과 사랑에 빠진 김지은 아나운서의 '즐거운 미술 읽기'라는 띠지 설명..."난 미술평론가는 아니지만, 그저 사랑하기에 눈이 멀었다!"며 활짝 웃는 뽀샤시한 그녀의 미소.....이런게 내 취향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럼 니 취향이 뭔데..라고 물으면,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암튼 그렇다.
하지만...영민한 후배 N이 미리 리뷰한 대목을 빌려오자....
서문이 흥미롭다.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BRACE'란 유명 식당을 찾다가 엉겁결에 `BRUGIA'라는 작은 피자집에 들어갔단다. 그러나 토핑이 치즈와 토마토, 계란뿐인 BRUGIA의 피자는 맛이 기가 막히고...서빙하는 소년은 `모델 뺨치는' 청소년 축구 대표선수. 게다가 처음에 가려고 했던 `BRACE'는 알고보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그렇고 그런 식당이었다. 오히려 길을 잃은 게 감사할 일 아닌가....책에는 곳곳에 `BRUGIA'가 숨어있다.
(음, 그 많고 많은 신간 서적 중에서, 괜히 주류 언론이 관심가지지 않을법한 이 책을 콕 찍어 과감히 단신 소개가 아닌 박스 기사로 리뷰하겠다고 결심한 내가 아니었으면, 아무리 N이라 해도 영민할 기회조차 없지 않았겠는가..음화화핫.)
음...왠지 이 리뷰는 점잖고 우아하게 해치울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무래도 전염된게다. 휘리릭 책장 좀 넘기는 사이, 편견을 깨부수고 나를 사로잡았던 그 작품들...그리고 만날 때마다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고, 들뜨게 하고, 괴롭히던 그 작품들의 발랄함과 광기...거기에 당한게다.
일단 '서늘한 미인'...이건 강영민씨 작품이다.

심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지는가? 책이 만나고 있는 21명의 미술가들....예술 보는 눈이라곤 조금도 없는 나로서도 당혹스럽다거나, 가슴을 쿵쿵 울리는게...장난이 아니었다. 몇가지 작품을 더 구경해보자. 작품에 대해, 작가에 대해...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떠는 건 김지은 아나운서 만으로 족하니...여기선 그저 작품만 보여주련다.

낸시 랭.
비키니 차림으로 거리에서, 전시장에서....관객들을 도발하는 퍼포먼스.
음지에서나 보던 '젊은 여자의 싱싱한 몸'을 고상한 공간에 던져놓고 당혹해하는 수컷들을 조롱하는걸까...(물론 그녀는 한국인이다)
이번엔...함진의 '애완'....깜찍한 제목...물론, 더 깜찍한 작품. 함진에 대한 신문기사를 본 기억이..

이번엔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시리즈...아톰+미키마우스..인데, 이 작품으 이름은 '가상 정신병'이다.

김지은은 아토마우스를 가지고 아예 소설을 썼다.....좀 상투적이지만, 꽤 웃긴...아토마우스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출생의 비밀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항간에는 미국 제국주의의 상징 미키마우스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아톰이 한국문화를 지배한데 대한 슬픔과 분노로 홧김에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아토마우스 당신이 오랫동안 정신 분열에 시달려왔다는게 사실입니까?"

이누리...이장호 감독의 아들이라는 이 친구의 그림은 김지은의 말을 빌자면...완벽한 공간을 휘어잡는 치명적 얼룩...이 눈에 띈다....오염에 펄쩍 뛰지 말기를....얼룩은 바로 당신 것이라네.
김정욱의 얼굴들은 어떠신지....김지은은 '비극적인 너무나 비극적인 얼굴들'이라는 챕터 제목을 붙였다. ...고통스러운 얼굴들 화가는 "행복만큼 불행도 삶의 한 부분이고 우리에게 매우 가까이 있다"고 대답했단다.

그리고......너무 강렬하게 째려보는 통에...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이태경의 '알렉상드르' 그림을 열심히 찾았는데...실패했다. 대신 그의 다른 작품 사진...
좋긴 한데...'알렉상드르'와 사뭇 다른 분위기...좀 아쉽군...
암튼....이 리뷰는 알라딘 서재질 시작한 이래...가장 노동력이 많이 투입된 거다. 저 작가들 사이트 뒤지고 다니며 그림을 퍼 나르다니...
(판다님같은 고수가 아닌지라...이건 내게 쉬운 일이 아니다..뭐, 책에 각 작가별 사이트를 소개해놓긴 했는데...도움 안되는 경우가 많고..몇몇 작가는 귀찮았는지, 이메일만 공개했다)
이 리뷰는 또한...그림만 소개할 뿐, 별로 할 말이 없는....날로 먹는 독후감이라 하겠다.
김지은 아나운서는 그림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탓에....정말 속닥속닥 이야기를 잘도 풀어나간다. 그녀의 수다스러움에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고나 할까.
그림에 대해, 작가에 대해....그런 감상은 전문가의 해설에 너무 기대고 싶지 않다. 친절한 저자의 해설은 내가 이 '서늘한 미인'들을 만나면서 껴안는 그 무수한 감정 중의 하나를 설명할 뿐이다.
책 속 그녀의 수다에 즐겁게 고개를 끄덕이다가도....나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짐짓 먼산을 쳐다본다고나 할까.
사족...
저자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감탄도 빼놓지 말아야겠다. 미셸 투르니에의 그저 '왕 팬'으로서 팬레터를 보내고, 급기야 친필 사인이 들어간 사진에 따뜻한 교감까지 얻어낸 그녀의 열정은 대단하다.
또, "엄마, 이 하트만 보면 가슴속에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나"라며....미술을 영혼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아들 이야기...어릴 적부터 엄마와 전시회 다니는 호사를 누렸던 그집 아들은 정말 남다른 감상을 내놓는다. 엄청 감탄하는 동시에...당근 불안함...애들에게 그림 한번 보여주지 않는 이 엄마는 왠지 아이의 창의력과 꿈을 키울 생각을 포기한 나쁜 엄마가 된 듯...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