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쓰리 몬스터.

                    



이 영화. 쓰리 몬스터는 촬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부터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책을 읽어도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하고. 드라마 보다는 베스트 극장 같은 류의 단막극을 좋아하는 나 이기에 영화에 있어서도 이렇게 여러가지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섯개의 시선'이랄지 혹은 '기묘한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야기는 총 3개이다. 첫번째 이야기는 박찬욱 감독의 '컷'. 두 번째는 일본 미이케 다카시의 '박스'. 세 번째는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이다. 아시아 3국의 감독들이 모여서 만든 쓰리 몬스터는 각각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악마성을 드러낸다. 인스턴트 커피 광고처럼 '내안에 악마가 들어있다.' 인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자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 일 것이다.

                 



쓰리 몬스터의 첫 번째 이야기는 올드보이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컷이다. 이병헌, 강혜정, 임원희가 주인공이다. 이병헌은 감독이며 강혜정은 그의 아내. 그리고 임원희는 이 두 사람을 위협하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겉으로 드러나 있는 악마이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감독. 그의 집은 마치 궁궐같다. 그런데 갑자기 정전이 되고 눈을 떠 보니 자기가 찍는 영화 셋트장에 와 있다. 이 셋트장은 자신의 집과 똑같이 지어놓은 곳인데 거기서 찍는 영화는 벰파이어 영화이다. 아무튼 눈을 떠 보니 아내 강혜정이 피아노줄에 꽁꽁 묶여있고 임원희는 감독에게 어떤 요구를 하며. 그 요구가 들어지지 않을 때 마다 피아니스트가 직업인 아내의 손가락을 잘라버린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참 잘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영화 세 개를 짧은 러닝타임에 다 담으려다 보니) 그가 좀 더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영화를 보통의 러닝타임으로 갔더라면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우리에게 충분히 여러가지 모습을. 감독이 의도한대로 다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캐릭터는 임원희. 나는 사실 연극을 오래 한 배우들이 영화에 진출하는 것을 그리 달갑지 않아하는 편인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송강호나 최민식 모두 연극을 먼저 했던 배우들이다.) 임원희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다. 그의 연극톤 대사는 시종일관 이 영화를 마치 셋트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설정도 감독의 집과 똑같이 만들어진 셋트장이긴 하다.) 영화처럼 보이게 한다. 즉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나온다. 거기에다 이제는 아주 제대로 하는게 정석이 되어버린 사투리를 (아마 영화 친구가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 임원희는 옛날 얼치기 식으로 표준어 억양 그대로 둔 채 했시유우~ 그랬구먼유우~ 만 반복한다. 충분히 잘 만들수 있는 영화였는데 어쩌면 여기서 임원희는 미스 케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뭐 감독이 어차피 그 모든 상황을 연기처럼 보이기로 작정을 했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할때 염정아가 잠깐 등장하는데. 감독의 집과 똑같은 셋트장에서 드라큐라 영화를 찍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녀. 연기를 너무 잘한다. 느끼하고 끈적한데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분위기를 낸다. 같이 본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염정아는 몸이 참 기괴하다고. 말라도 그냥 마른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자양분같은걸 다 빨리고. 그러고 나서도 악으로 깡으로 살아있는 육신 같다고. 어쩌면 그녀의 살집하나 없고 약간 섬찟한 얼굴도 이 이미지에는 한몫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녀의 기괴한 육신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역활이었다. 그녀보다 더 흐느적거리며 걸을 수 있는 여배우는 없으리라..

                                         


다음은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박스. 3가지 영화 중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약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인데 너무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뻔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마지막 장면까지도 다 추측이 가능한 영화로 끝부분에 반전을 주려고 했지만 그 반전은 관객들에게 '오오..' 하는 반응을 일으켰다기 보다 '장난치냐?'라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 뿐이었다. 물론 반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밀하지 못한 장치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서커스 공연을 하는 두 자매가 있다. 의붓 아버지와 공연을 하는 이 자매는 (의붓 아버지라는 것은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보고 알았지 극중에서는 어디에도 의붓 아버지라는 설명은 없다.) 똑같이 생긴 일란성 쌍둥이다. 하지만 의붓 아버지는 언제나 첫째. 즉 주인공의 입장에서 볼때 언니만 이뻐한다. 질투를 느긴 주인공은 어느날 언니를 상자에 가두어 버리고 실수로 의붓 아버지와 언니를 모두 죽게 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영화가 재미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말한것 처럼 너무 진부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설정 자체도 일관성이 없고 어떤 해설도 없다. 한마디로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이다. 관객이 볼때는 이러하다고 느꼈는데 극중 배우들은 '실은 이러이러했던 것이야' 하며 딴소리를 해댄다. 대체 어떤게 실제고 어떤게 환상인지도 모호하다. 이미 빅피쉬에 나왔던 쌍둥이 자매들을 보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어설픈 쌍둥이들은 실소만 자아낼 뿐이었다.

쓰리 몬스터의 마지막 영화는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가 가장 재밌었고 또 끔찍했다. 친구와 나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스탭들의 이름을 보면서 계속 '오오' 했었는데 촬영은 왕가위감독과 짝을이뤄 동사서독, 타락천사, 중경삼림등을 찍었던 크리스토퍼 도일이며 배우 양가휘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작인가 누군가의 이름도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세 편의 영화 중에서 내용면이나 영상미 그리고 효과 및 장치가 가장 좋았던 영화였다. 다만 좀 많이 끔찍했다.

젊은시절에는 배우였던 주인공. 그러나 늙은 요즘은 젊은 여자들과 놀아나는 남편 (양조위)이 위로 차원에서 끊어주는 수표나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되었다.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 메릴 스트립이 그러했듯. 그녀도 젊음의 묘약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만두를 만나게 된다. 그 만두를 먹으면 젊어진다는 얘기에 그녀는 만두를 먹는다. 만두의 재료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끔찍한 생각에 도망을 가지만 그녀는 다시 만두를 먹게 된다. 어떤 공포나 끔찍함도 그녀의 젊음을 향한 욕망보다는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이 촬영했으니 영상이야 더 말할것도 없다. 끔찍하고 잔인한 영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듯. 그러나 결코 우중충하지 않은 색감으로 잡아낸다. (화려한 색감인데 어딘가 모르게 우울한것. 한없이 우울하고 쳐져있지만 색깔만큼은 눈이 부시도록 밝은것. 그게 바로 크리스토퍼 도일이 가진 마술같은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건 한때 내가 좋아했던 배우 양가휘가 너무나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머리도 하얗고 (물론 염색이겠지만) 배도 살짝 나와주시고 (옷을 좀 나이들어 보이게 입긴 했다.) 아무튼 내가 알던. 동사서독에서의 멋진 그는 아니었다. 거기다 얼굴은 또 왜 그렇게 시커멓게 나오는지. 베드신 마저도 나이가 드니 추하기 그지 없었다. (연인에서의 그는 절대 추하지 않았다.) 내 친구와 나는 늙어버린 양가휘를 보며 저절로 한숨을 쉬게 되었고 영화가 끝난 다음. 한참 그에게 열광하던 우리 역시 20대가 아닌 30대에 더 가가워졌음을 거울을 보며 실감했다.

누군가. 이 영화를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번쯤 보길 권하고 싶다. 단 영화가 꽤나 길다. 6시 50분 영화를 봤는데 다 보고 나니 거의 9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넉넉하게 무언가를 먹고 들어가서 보길 바란다. 영화관에서 뭘 먹거나 끝나고 난 다음에 먹겠다고? 글쎄다. 비위가 좋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도하지 않길 권한다. 특히 제일 마지막 편 '만두' 를 보고 나면 냉동실에서 만두국이나 군만두가 되기 위해 한가득 쌓여있는 그것들을 어떻게 처치하지 하는 걱정마저 된다. 만두 파동에 이은 제 2의 만두 수난시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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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화씨 911

세상에는 두 가지의 영화가 존재한다. 첫째는 보고싶은 영화. 그리고 둘째는 봐야만 하는 영화. 마이클 무어의 신작 화씨 911은 후자. 즉 꼭 봐야만 하는 영화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 영화가 봐야하는 동시에 보고싶기도 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110분 내내 마이클 무어 감독은 나를 비롯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었다. 다만 옆관에 개봉한 '그놈은 멋있었다' 와 '늑대의 유혹' 같은 위대한 인터넷 소설가이신 귀여니님의 원작영화에는 사람이 미어 터졌으나 나와 내 친구가 앉아있는 화씨 911 상영관은 객석이 50%도 차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주연이 묻는다면 조지 W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이 나온다고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영화내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러나 퍽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 뭐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로버트 드니로와 벤 애플렉, 스티비 원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이런 기라성같은 스타들은 부시 대통령에 비하면 조무래기 조연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부시의 영화이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가자면 바로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진 미국이 현재 어떤 사람을 대통령 자리에 앉혀놓았는지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는 2000년 대선에서 부시가 어떤 부적절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었는지 부터 출발한다. 그 이후 재벌가의 아들네미이나 회사를 말아먹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어 보이던 부시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를 거슬러 올라간다. 또 영화에는 부시를 비롯한 부시 일가족이 빈 라덴 일가를 비롯한 중동지방의 재벌이나 왕가와 얼마나 절친하고도 돈독한 사업 파트너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911테러. 911테러직후 모든 비행기가 이륙이 금지된 상황에서 단 한대의 비행기가 뜬다. (공항에 발이 묶인 라틴팝 스타 리키마틴의 잘생긴 모습도 보인다.) 이 비행기에 부시나 혹은 부시의 아버지이자 전직 대통령이 타고 있었냐고? 아니다. 이 비행기에는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아무튼 여타 이유로 미국에 남아있던 빈 라덴 일가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FBI의 조사를 받지도 않았으며 FBI의 최고 실력자 조차 도대체 누가 그 이륙을 허락했으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 이후 영화는 부시의 전쟁놀이에 촛점을 맞춘다. 이라크 전쟁에서 가난한 계층의 병사들이 죽어간다. 그들은 가족에게서 보낸 편지에 '이 전쟁을 왜 하는지 모르겠으며 미친짓'이라고 한다. 부시는 그들을 독려하는 척 하면서 그들에게 지급될 월급과 예산을 삭감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마치 미국국민들에게 테러로 부터 절대로 안전하지 못하고 여러분은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심어주면서도 미국경 해변에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단 한명의 보초만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난한 동네에서 군인들을 모집하고 이라크로 보내서 죽음을 당하게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석유 즉 돈 때문이다. 기업가도 아닌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과연 돈때문에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게 가능하냐고 묻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학교 다닐때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민주적인 국가이며 가장 힘이 쌘 나라로 배웠던 미국에서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얼마전 칸 영화제에서 올드보이가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마치 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작품이 올드보이인 것 처럼 들뜬 취재를 했으나 칸에서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칸에서의 분위기는 오히려 황금종려상을 받은 다큐멘타리 영화 화씨 911에 집중이 되어 있었었다. 비록 우리나라 중에서도 내가 살고있는 이 도시에는 멀티플렉스에서 다른 영화들이 개봉관 3개씩 잡을때 단 한개를 잡고도 관객 점유율이 50%를 채 넘지 못하지만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단점도 존재한다. 마이클 무어는 교차편집을 이용해서 부시를 비열한 바보로 만들었다. 부시가 한 짓이 비열하고 바보스럽기는 하지만 이 교차편집 덕분에 부시는 때론 멍충이로 때론 비열한으로 보였다. (이 교차편집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전 비슷한 교차편집을 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생각이 났다.) 조금만 더 중심을 잡고 서서 평가는 관객들에게 내리게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마이클 무어는 부시에 대해 너무 열이 받은 나머지 영화를 본 단 한명의 관객도 부시편에 서는 것을 볼 수가 없었나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마이클 무어식의 유머와 비꼬기는 재밌기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좀 유치하다는 것을 숨기기가 힘들다. 그러나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문맹률과 교육수준이 낮아 국가가 마음대로 부리기 딱 좋을 만큼 심하게 어리석은 미국 국민들에게 부시에 대해 제대로 그리고 빨리 알리려면 저 방법밖에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부시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 보다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놀라웠었다. 세상에서 가장 파워있는 나라의 대통령. 그 대통령을 한마디로 씹을 수 있는 영화. 우리 나라에서도 가능할까? 대통령이나 정치인들. 그리고 막강한 부를 가지고 있는 자들의 실체를 보고 또 그걸 씹어댈 수 있을까? 아마 모르긴 해도 그런짓을 하다가는 쥐도새도 모르게 잡혀갈지도 모르겠다.

다큐멘타리 영화이긴 하지만 화씨 911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어떤 배우와 헐리우드 특수 효과가 등장하는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다만 다른점이 있다면 헐리우드 대작들은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이고 화씨 911은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일인데 왜 우리가 알아야 하느냐고? 우리도 이라크에 파병을 했다. 왜냐고? 미국이 원하니까. 미국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나라가 아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하면 3.8선을 그어준 나라가 미국이다. 어쩌면 미국 국민들 다음으로 이 영화에 주목을 해야 할 국민들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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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누구나 비밀은 있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포스터 부터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약간 느끼한 웃음을 띄고 단추를 심하게 풀어헤친 이병헌을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고양이 같은 눈빛의 추상미가 오른쪽에는 좀처럼 도발적인 매력을 보여주지 않았던 최지우가 이병헌의 가슴에 손을 넣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 앞에는 등에서 엉덩이까지 완만한 S형 곡선의 몸과 긴 목선을 자랑하는 김효진이 있다. 이 포스터 속의 한 남자와 세 여자는 무슨 관계일까? 서로 사랑하는 사이? 삼각관계? 맞다. 얼추. 그러나 이들 넷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세 여자가 서로 자매지간이라는 것. 그녀들은 한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첫째로 나오는 추상미는 극중 유부녀이긴 하지만) 피를 나눈 형제인 것이다.

카페에서 재즈싱어로 일하는  미영(김효진)은 어느날 멋진 남자 수현(이병헌)을 만나게 된다. 나름대로 연예도사인 미영은 점점 수현을 사랑하게 되고 급기야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수현은 둘째인 선영(최지우)과 첫째인 진영(추상미) 와도 짜릿한 연예를 즐긴다. 진영과 선영. 미영은 서로 서로 모르고 있기는 하지만 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용만 봤을때는 완전 콩가루 집안이다. 미영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자매는 수현이 동생의 애인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주저없이 달려든다. 특히 눈치가 빠른 진영은 수현이 선영과도 심상치 않은 관계임을 알면서도 그를 거부하지 못한다. 대체 얼마나 매력이 철철 넘치길래 동생의 애인과 혹은 동생들을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하게 하는것은 여자에 따라 공략법을 달리하는 잘난 남자 수현이 있기에 가능하다. 도발적인 미영에게는 섹스어필함과 기죽지 않는 당당함으로(여태 그녀 주변의 남자들은 다 질질 매달리고 미영의 말이라면 뭐든 다 잘 들었었다.), 오직 공부만 들고 파서 아는거라고는 책에서 읽은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순진한 선영에게는 지적인 분위기와 로멘틱함으로, 마지막으로 이미 남편과의 결혼에서 점점 무료해지고 있는 진영에게는 짜릿한 일탈을 꿈꾸게 한다. 현실적으로 저런 바람둥이가 있을까 싶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이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정신 못차리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면 당신도 나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어떤 타입의 사람인가를 알아서 적절하게 공략하는것. 여기에 어느정도 매력적인 외모만 같추어져 있다면 일은 더욱 손쉽다.

사랑은 당기면 밀려나고 밀면 당겨온다. 이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진리이다. 그런데 왜 못하는가! 알다시피 사랑을 하게 되면 이성이고 지성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다. 오죽하면 눈에 콩깍지나 부침개가 씌인다고 표현을 하겠는가. 평상시에는 뻔히 보는 사실마저 보지 못하고 다 아는것 마저 모르게 되는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수현이 저 세 자매를 녹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동시에 모두 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눈멀고 귀멀어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게 아니라 어떻게건 나에게 넘어오게 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아무도 플레이보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뻔히 바람둥이인줄 알면서 왜 넘어가고 싶겠는가. 하지만 이게 또 바람둥이들의 매력이다.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것. 그건 바로 사랑에 눈이 멀지 않았기에 밀고 당기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입으로는 '바람둥이가 제일 싫어' 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바람둥이가 작업 들어오면 마치 뭐라도 씌인것 처럼 넘어가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면서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걱정이 되었다. 감독이 너무 일을 많이 벌려놓는거 아닌가 싶었다. 셋째 미영은 수현을 사랑한 나머지 결혼을 하려고 들고 선영은 펑펑 울 정도로 그 남자를 좋아하며 진영은 그에게 따지러 갔다가 그만 그를 덮치게 된다. 이걸 어떻게 다 수습할 것인가 하고 보는 내가 다 걱정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 꽤나 멋지구리하고 유쾌하게 결말을 잘 맺는다. 물론 약간의 불만은 있지만 어차피 이 영화가 가벼운 코메디를 지향하고 있는 바. 사랑에 관한 진지한 고찰과 심각한 결론을 제공 해 줄것이라 믿지 않는 한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이다. 모두가 즐겁고 가벼워 지는 것. 그게 바로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고 세 남자를 만난 후 변한 자매들을 보여주는데 그게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다. 솔직하게 말 해보자. 지금 당신이 당신의 연인에게 하는 행동중에 전에 연인에게서 배웠거나 혹은 전에 애인과 함께했던 행동이 없는가? 나는 아주아주 많다. 세상에는 오직 '그' 하고만 해야 좋은 무언가 따위는 없지 않을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건 아니건 간에 다 좋은거다. 물론 아니라고 굳게 믿고 싶겠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는데 내내 앞줄에 앉은 수녀님 3분이 무지하게 걸렸다. 친구와 나의 대화이다.

친구 : 야. 신부수업 봐야 하는데 잘못 들어온거 아닐까?

나 : 아. 수녀님들 오늘 상당히 하드한 초이스를 하셨구나. 많이 야하지 말아야 할텐데...

종교인들을 우롱할 생각은 절대 아니었으나 왠지 엄숙하고 정숙한 수녀님들에게 세 자매가 한남자와 모두 사랑을 하는 (더 적날하게는 잠자리를 하는) 영화가 좀 거시기 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뭐 매체에서 떠는것 만큼 야하지는 않았다. 베드씬들이 모두 적당히 코믹한지라 숨막히는 에로티시즘 같은건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최지우의 베드씬이 제일 웃겼다. 역시 책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현시대의 포르노그라피가 얼마나 남성 판타지 중심으로만 이뤄졌는지를 살짝 비꼬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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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플라시보 > Movie : 러브 엑츄얼리

작년 겨울 내 친구중 한명이 이 영화를 보자고 아주 질기게 졸라댔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한번 놓친 기회는 좀처럼 다시 오지 않았고 나는 이제서야 이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과는 아주 다른 영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그저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메디쯤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꼭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여러개의 사랑 얘기가 등장한다. 그 사랑은 남녀간이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기도 하다. 영화는 꼭 이렇게 말 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랑이건 간에,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사랑은 없어'라고 말이다.

영화의 첫 시작은 공항에서 포옹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깔린다.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지막 대목이 인상적이다. 9.11테러때 사람들은 극한 상황에서 전화를 걸어서 모두 사랑의 메세지를 남기고 죽었다고, 세상이 험악하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것 같다는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여러개의 사랑 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사랑은 친구의 신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사랑얘기였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친구의 아내에게 그만 들켜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왕 들켜버린 그 남자는 신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부담을 주거나 어떻게 사랑을 이뤄보기 위해서 고백을 하는것이 아니라 그냥 고백을 하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을 이렇게라도 알리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친구의 신부는 크게 혼란을 겪지는 않는다. 다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그를 가엽게 여길 뿐이다. 그래 딱 여기까지가 영화에서 보고 싶은 사랑이다. 만약 그와 그녀가 사랑이라도 하게 되어버린다면. 이건 내가 영화에서 보고싶은 사랑이 아닌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랑은 전부 일정한 선을 지킨다. 어느 누구도 아주 고통스럽게 사랑하지도 않고 추잡하게 사랑을 하지도 않는다. 모름지기 영화 안에서의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듯 말이다. 그러나 싫지는 않다. 어차피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딱 영화같은 사랑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든 사랑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처절할만큼 리얼리티를 추구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말이다. 어린시절 읽은 동화책에서 공주와 왕자님이 만나면 언제나 행복하게 살았듯.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후에 왕자와 공주가 서로 바람도 피고 지지고 볶기도 하고 자식 문제로 머리를 싸매는 애기 같은건 등장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건 우리가 원하는 사랑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사랑이 생활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사랑은 뭔가 특별하고도 일상이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무언가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니라는 걸 충분하게 알지만. 또 그렇게 착각하는 이도 아무도 없지만 적어도 책이나 영화에서 만큼은 그 환상 그대로를 유지시켜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표지처럼 크리스마스날 본다면 딱 어울릴것 같은 사랑 얘기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은 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 너무 슬퍼질수도 있는 영화이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이지만 외로운 사람의 말랑한 감정에는 바늘보다 더하게 박힐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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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미인~ 한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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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검객 2005-02-03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인이 연정훈과 결혼발표를 한후 많은 이들이 실의에 빠졌다..한가인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두남자의 사랑을 받는 역으로 나왔다.이번 설날에 하면 녹화해두어야지..한가인씨가 결혼을 결정한만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비로그인 2005-07-2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그렇게 생각해요. 한가인씨 너무 이쁘네요. ^-^

살수검객 2005-07-2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가시장미님의 댓글이당..한가인씨..영화나 드라마나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요..말죽거리 잔혹사,애정의 조건,신입사원..앞으로도 한가인씨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