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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비해 이런 말을 많이 하게 되는거 같다. 맘상한다, 맘상하지? 어느덧 습관처럼 입에 붙어버린 ‘마음 상함’, 이 책은 그 마음상함에 대한 책이다. 살면서 맘 한번 상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 주제자체도 솔깃한데, 세상에 제목을 보라. 따귀맞은 영혼이라니! 게다가 표지그림도 제목과 더불어 얼마나 와 닿는가!! 이 책 제목이 상처받은 영혼이라거나, 마음상함 치유하기- 등의 평범한 제목이었다면, 얼마나 평범하게 다가왔을까. 일단 그 절묘한 제목, 마음 상함을 치유한다는 주제에 호기심을 느껴 읽게 된 작품이다.
나는 작가의 말부터 역자 후기까지도 꼼꼼하게 읽어보는 편인데, 이 작품 같은 경우에는 본문도 들어가기 전에 감동깊게 작가 서문을 읽으면서, 내용에 대한 기대치가 아~주 높아졌었다. 그러나 1/4정도 읽었을 때,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어찌할 줄 몰랐다. 집중도 안되고, 다 나름대로 맞는 말인 거 같은데 공감도 안되고. 여러 가지 사례를 말해주어도, 그 사람들은 평범한 우리보다 상태가 약간 심각한 사람들이니까, 내 상황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내용은 좋은데 혹시 작가가 너무 못 쓴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관건은 이 1/4을 잘 넘기는 것에 있다. 혹시나 1/4만으로 실망해버리고 덮어버렸다면, 나는 정말 무지 후회했을 것이다. 이 부분을 넘기고 나면 흐름을 타기 시작해, 중간에 쉬기 보다는, 어서 끝까지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즈음이 마음상함의 개인별 주제라는, 좀더 구체적인 챕터이기 때문일까??
여기엔 총 네 개의 장이 있는데, 보고 싶은 것부터 골라읽지 말고, 순서대로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앞의 설명이, 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앞의 사례가 뒤에서 다시 인용되는 것처럼,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주 많은 사례를 인용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례가 그 이론의 정확성을 뒷받침 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이 경우에는 상황마다 사례를 한두개 정도 제시하고, 앞에 소개되었던 사례로 뒤에서 다시 얘기해보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오히려 그 사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내가 상담에 참여라도 하는 듯, 몰입이 더 쉬워지는 것 같다. 사례의 홍수속에서 헷갈리는 일도 없고. ^^
서술방식도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존댓말이라,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카운슬링을 받는, 상담을 나누는 듯한 느낌이다. 불편한 점은, 한 페이지에 몇 개씩 등장하는, 도합 150개 남짓 되는 주석을 책의 맨 뒤에 몰아놨다는 것. 얇은 책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해놓으면 계속 뒤적여가면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 페이지 마다 아래쪽에 주석을 넣었으면 좋겠지만, 하다못해 각 챕터의 뒤쪽에라도 주석을 정리해두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맨 마지막 장이 마음 상함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이런 내용은 자칫하면 원론적인 내용에 그치기 쉬운 법이라, 그러면 안되는데-라며 약간은 떨리는 기분으로 읽었다. 다행히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고, 행동에 옮겨볼 수 도 있는 내용이라 좋았다. 특히 거리두기와, 다섯마당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한번 쭉~읽은 후에, 책을 덮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방금 본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 시간. 곰곰이 어린시절을 뒤돌아 보며, 내가 상처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생각할수록 상처보다 즐거웠던 일들이 많아서, 사실은 그렇게 아플 필요는 없었던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파하며 내 버려뒀던, 내 안의 작은 어린아이를, 앞으론 조금씩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오래전에 극장에서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이란 영화를 봤다. 그 중, 주인공인 장국영이 “거절당하는게 두려워서 먼저 거절해버린다”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어찌나 인상적이고 슬프던지. 그는 알았을까. 그의 그 슬픈 태도가, 사실은 마음 상함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