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짧은 사랑은 진하고, 독하다.
작가 슈발리에는 이 영화 판권을 계약하는 자리에서 베르메르와 그리트의 섹스신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영화에 지나친 간섭을 한 것이 아니라 그 짧은 사랑, 건넬듯 말듯한 쪽지 속에 담긴 예술과 사랑을 표현하려 한 것이었으므로 작가의 주장은 옳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전풍의 영화, 어쩔 수 없이 현대적 감각이 들어간 화면은 자연스럽게 스타일화 되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 짧게 사랑했던 스칼렛 요한슨은 또다시 짧은 사랑에 그러나 진하고 독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붉은 과일처럼 부풀어 오른 선홍빛 입술, 그 무엇보다 더 하얄 수 없는 얼굴, 우리나라의 아얌처럼 두 귀를 가리고 나풀거리는 두건. 전혀 유혹할 의도는 없다는 인내 그리고 절제.
베르메르는 아내에게 그리트와 나누지 못하는 사랑을 대신하고 그리트는 베르메르와 나누지 못하는 사랑을 피터에게 대신한다. 어쨌든 사랑과 욕망은 한통속이며 분출이다. 그 안에 재워만 두면 미저리 같은 사랑이 되고 만다. 함께 물감을 혼합하고, 문제 낼 테니 맞춰볼래? 하는 투로 사랑을 표현하는 두 사람은 어떤 예술작품 보다 더 예술적이다. 그리트의 귀를 뚫어 진주 귀걸이를 달아주는 베르메르의 손길은 내 사랑 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 있는걸까... 분위기의 영화, 겨울은 더디 오고 가을은 더디 가는 것 같은 무렵에 평소에 즐기지 않던 과자를 부시럭 거리며 먹어도 영화는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내 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