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를 만났다.  솔직히 이런 표현도 부족하다. 내 생의 최고의 영화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삶. 우리모두가 동경하는 세상을 담고 있는 영화. 하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수 없기에 씁슬함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 영화. 그런 영화를 만났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언젠가 이런 세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언젠가 이런 세상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그래서 더 마음에 담고 싶은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의 영화를 보면서 순수함과 깨끗함 그리고 슬픔과 아픔 또, 웃음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모든것이 결합된다면 아주 투명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투명함. 그래. 그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나의 모든감정과 모든 지각이 함께 활성화되어 하나의 모양을 이루는 느낌. 난 그 느낌을 '투명함'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1950년 한국전쟁이 한창일때, 동막골이라고 불리우는 아주 작은 부락은 전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조정하다 추락한 연합군 병사 스미스와 낙오한 인민군3명과 자군 병력에서 이탈해 길을 잃은 국군2명이 만나게된다. 결코 섞일 수 없는 그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정말 희한한 상황이라고 불리울 수 있으나. 마음 사람들은 전쟁과 군인이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그들의 정체를 이해할 수 없다. 그냥 모든 사람이 함께 어울어져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받아들이고 그들 모두를 포용한다. 그들의 순박함과 소박함 앞에서 결코 섞일 수 없는 부류의 인간들이 하나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하나가 되어 동막골이라는 부락을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내 던진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요약적으로 제시하자면 6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감정과 수 많은 갈등과 수 많은 감동은 결코 몇줄의 글로 표현될 수 없다. 솔직히 몇 백줄의 글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의 그림을 연상케하는 영상. 하늘과 들판 그리고 구름과 꽃. 그리고 사람. 이 모든것이 하나가되어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마을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 마을을 상징하는 것은 하얀색의 순수함으로 하얀나비들과 정상인과 다른 미친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일(강혜정)이다. 그들은 너무도 순수하고 너무도 깨끗해서 전쟁이라는 현실이 마을을 찾아왔을 때 둘다 마음을 떠나게된다. 하얀나비는 하늘을 향해 높이 날아가고, 여일은 숨을 거둔다.

 

 

강혜정. 그녀의 연기에 또 한번 놀랬다. 솔직히 어려운역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여일의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흔하지 않으리라. 머리에 꽃을 꽂은 그녀는 정상인과는 다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미친사람으로 이해된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정상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아주 서슴없이 행하기 때문이다. 아주 띄없이 깨끗한 웃음을 지니고. 아주 맑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리고 늘 즐거워한다. 종래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친년'으로 불리우는 사람들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 배역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그녀의 역할의 비중이 작았다고 말했지만 난 그녀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인물로써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아주 훌륭히 소화해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정상이다, 정상이 아니다. 는 기준은 지극히 다수에 의한 조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수가 지니고 있는 평균적인 능력의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우리는 미친사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해서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정신의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고해서 우리보다 부족하고 덜떨어진 인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각에 불과하다.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을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은 우리보다 뛰어나고 아름다운 정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지'라는 것이 그것을 가능하게한다. 솔직히 여일 뿐만이 아니라 동막골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무지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앎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은 정말 위대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으로인해 더 많은 것들을 잃어왔는지도 모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순수함' 이고, '따뜻함' 이다. 그것은 우리가 알아가면 알수록 우리안의 정신세계에 갇혀버리고 밖으로 주위를 돌리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우리의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리는 것. 그래서 자신을 위해 타인의 영역을 침입하는 것.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극단적인 전쟁이라는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수 많은 전쟁을 거듭해왔다. 그 전쟁의 이유를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명제에 불과하다. 그 대명제에 가려진 것은 자국의 이익과 국가 원수의 개인적인 욕망이었다. 전쟁터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싸웠다. 하지만 그들은 왜 그런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른다. 그냥 어쩔 수 없는 현실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맞서 싸우는 것 뿐이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다. 자신이 살기위해 자신의 위협하는 타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상황속에서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위의 사진이 인민군과 국군이 동막골이라는 마을에서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벌어진 풍경이다. 그들은 마을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총을 겨룬다. 그들 사이에 있는 마을사람들은 이유도 까닭도 모른다. 그들이 들고 있는 막대기처럼 생긴 물건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서운 가능성을 가진 위협적인 물건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그들이 시키는대로 앉아있다가 졸기도하고 잠을 자기도한다. -_-; 이런 설정을 통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그것은 바로 무지와 앎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증오와 원망 그리고 적대감은 동막골이라는 마을에 흡수되었으며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치유되었다. 그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놀이를 하게 되기까지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동막골이라는 마을에 몸을 담았으며 마을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들도 마음이 독한 인간들은 아닌지라 마을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도움이 될 수 있길 원했다. 그래서 마을을 위협하는 사건을 막기위해서는 하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속에서는 쉬운일이 아닐지라도 가능한일이 되었지만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리고 타인을 둘러보는 일, 함께 어울어져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일은 절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아픔과 기억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자신이 살기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다는 사실이 아주 큰 죄책감으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었을테니깐. 이 영화에서는 인간이 전쟁으로 인해 받을 수밖에 없는 피해의식과 정서적 정신적인 장애를 표현철(신하균)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표현하고 있다. 만약 신하균을 통해 그런것들을 그러내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전해주는 현실성의 부재는 지금보다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신하균. 그의 계급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국군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런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부의 명령을 받아들여 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군대에서 타령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피난을 떠나는 수 많은 사람들. 그가 상부의 명령을 거부했더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 그것은 그에게 심한 충격과 상처를 남겼기 때문에 그가 동막골에서 지내는 시간동안도 그는 결코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다. 그가 평화로운 동막골의 풍경속에서도 피난민들을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의 죄채감이 불러온 환각이었고, 전쟁이 그에게 남긴 하나의 질병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쟁이 자신에게 남긴 질병에 당당하게 맞서 싸운다. 그리고 자신의 죄값을 치루기위해 죄없는 수 많은 민간인들이 또다시 죽어가는 비극을 막기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다. 그리고 자신의 뜻에 동조하는 다른 사람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의 계획. 그의 예상은 아주 제대로 실행된다. 그리고 아주 큰 성과를 거둔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들의 주인공들은 모두 죽는다. 동막골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동막골을 지키기위한 작전에 동참한 6명의 군인. 그들은 전쟁이 끝나면 돌아오라는 동막골 사람들의 요청에 뒤돌아서서 쓴 웃음을 지운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결코 그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고, 결코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웃는다. 동막골을 떠났 때도, 그리고 마지막에 연합군에 의한 폭격에 의해 그들이 동막골인 것처럼 가장했던 하얀눈이 덮혀있는 산속 들판이 모두 불덩이가 되어 사라져갈 때도 그들은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에 만족하며 웃는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은 인민군3명과 국군2명 그리고 미국군 1명으로 구성된 연합군이었다. 그들은 한국전쟁을 도와주려고 전쟁에 동참한 미국 연합군에 의한 폭격에 대항한 또다른 연합군이었다. 정말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누가 적이며 누가 동지인가. 그들 모두가 조국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지만 그 과정속에는 진정한 적과 동지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조국의 개념 또한 사라지고만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것은 진정한 '인간애'이다. 그들은 사람답게 살고 싶었고, 사람답게 죽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의 죽음앞에서 막연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결코 영화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과거 역사의 이야기. 우리는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으며 그 덕분에 지금 이 땅에 존재하고 있다. 동막골에서는 산속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하얀 벌판에서 벌어진 폭격과 그들의 희생을. 멀리서 바라보는 동막골 사람들은 그 불덩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못한다. 마치 불꽃놀이를 구경하듯이 번쩍거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그들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몰라서는 안된다. 우리는 역사속에서나 존재하는 한국전쟁에 대해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듯한 동막골 주민들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는가? 적어도 난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룩한 많은 것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과 희생이 어떤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무지'가 나에게 남긴것은 또다른 '무지' 였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가 이땅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결코 어느 몇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결코 하늘의 뜻과 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세삼스럽게 깨달았을 때. 나의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로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상의 생각을 전해주었고,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었다. 살자. 살아야한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많은 것들을 기억하며 헛되이 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나는 이 영화를 전쟁영화로 기억하고 싶지않다.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우리들의 역사의 이야기. 우리들이 동경하는 천국의 이야기. 우리들이 동경하는 자화상의 이야기.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보고나서 느낄 수 있는 온 몸이 전율하는 쾌감과 기쁨은 나의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이런 영화야말로 대작으로 기억해야 한다.

 

★★★★★★ : 감동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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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퍼오셨군요. ^-^ 제 영화리뷰 항상 퍼오시나봐요? ㅋㅋ

살수검객 2005-08-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님의 글땜에 동막골 보고 싶어 안달입니다..책임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