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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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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를 읽는 이유가 있다. 역사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통찰해내는 가장 교훈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유하는 자의 시각에 따라, 그의 시대정신에 따라, 역사를 들여다 보는 자의 창의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고 또한 기록된다. 게다가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까지 준다. 역사를 읽어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서양화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서양역사의 단편들을 끄집어 내서 맛깔스럽게 재구성해 놓았다. 그것들로 영웅적인 삶을 살거나 드라마틱한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특유의 필치로 펼쳐낸다. 사람들은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이런 분야의 책들을 그동안 수없이 쏟아낸 사람이다. 그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든 팔리는 책을 만들어낼 경륜이 있다.


이 책은 서양화 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창의적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림 역사책이다. 그림 속의 역사 뿐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대 상황까지 아우르며 또한 두 시대의 연관성까지 파고드는 깊은 성찰과 탐색의 기록이다. 또한 과거의 그림들로만 미술로 보는 역사라는 주제를 국한하지 않고 있다. 신화의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멈추지 않는다.

그림은 예술 자체로서 해석되기보다 하나의 도구가 되어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꾀한다. 예술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인문으로의 확장하는 매개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중에게 새로운 교양을 선사한다. 통섭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씨줄과 날줄로 엮어지면서 요즘 흔하게 나타나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요 인물과 사건,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혹여 역사의 큰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한눈에 읽는 역사’를 부속 페이지로 만들어 본문에서 다루는 인물과 사건의 앞뒤 흐름을 파악하며 통시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장은 시대를 품에 안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에는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있지만 루이 14세, 이반 뇌제, 스탈린과 같은 문제적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제왕 알렉산드로스는 재위기간 12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이는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성과였다. 그는 당대의 석학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가 제국을 이끈 리더십의 비결은 포용과 배려였다. 정복한 곳의 왕을 왕으로 대우했고 포로들을 욕보이지 않았으며 스스로 정복지의 왕녀들과 수차례 결혼을 함으로써 경계를 허물고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했다. 또 한 명의 영웅 나폴레옹은 몰락해가는 전제정치의 후반부에 등장해 강한 카리스마로 프랑스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랐는데 일개 군인이었던 그를 제국의 황제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였다. "상상력을 자극해야 위대한 승리다"라고 이야기를 할 만큼 예술적 직관이 뛰어났던 그가 창조적인 전략으로 하나의 시대를 창조한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된다.

  

2장은 역사속의 여성에 대한 접근이다. 권력의 화신 클레오파트라와 파리의 스타일을 지배한 퐁파두르부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 오리엔탈리즘 회화속 여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한 시대의 예술적 성취 또는 권력의 덧없음을 매력적인 여성들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오해와 진실에 대한 기록들을 파헤친다. 아름다운 여성 퐁파두르 부인의 이야기는 그녀를 그린 그림만큼이나 매혹적이다.

 

3장은 피를 먹고 자라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전염병, 전제군주제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왕들의 처형 그리고 일차세계대전을 다룬 그림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림은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그린 폴 들라로슈의 작품이다.

 

 

4장은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 대해 다룬다. 저자가 찾아낸 소재들은 카리스마, 종교개혁, 그리스의 지성, 다비드의 역사화, 네이처리즘 등 다양하다. 다비드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마치 영웅은 죽었지만 혁명의 역사는 도도한 그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는 듯하다.

 

저자는 우리 미술에서 서양의 역사화에 비견할 만한 그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탄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네 역사화들이 대개는 근세 이후에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그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들여다보는 그런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너무도 간절하게 다가온다. 우리 역사에도 인간의 드라마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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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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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다가 카마수트라 화집을 산 일이 있다. 호텔방에서 밤에 보다가 머리맡에 그냥 놔두고 나왔는데 비행기에 올라타고서야 생각이 났다. 영국에서 나온 책이 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의 내용은 셀 수 없이 적나라한 성교자세를 담은 상당히 '음란한' 화집이었다. 새로 나온 책 <아트 파탈>은 그 음란함을 키워드로 미술을 재조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책 제목은 아트와 팜므파탈의 합성어 쯤 되겠다. 

   

미술은 애초부터 음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매체였고, 음란함은 매체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예컨대 사진과 영화는 발생 초기부터 음란한 내용을 담았고, 비디오와 인터넷은 포르노를 접할 수 있는 막강한 구실을 하며 급속히 확산되었다. TV 광고는 성적인 내용을 빼버리면 기실 보는 재미가 없어져 버린다. 미술이 흥성했던 것은 미술이 음란한 매체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음란함’은 문화의 특정 장르가 매체로서 지니는 영향력이다. 저자 이연식은, 미술사(美術史)라는 학문이 음탕하고 저속한 취향을 만족시켜 왔던 미술의 역사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음란함이 미술의 본류가 아닌 소소한 일탈의 지류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한다. 미술의 음란함을 고찰하기는 하되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 논문 등의 고압적인 형식으로 포장하곤 했다는 것이다.

 

미술의 음란함을 둘러싼 소동과 논란은 미술사를 기술하는 데 유용한 분절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과 음란함의 관계가 통념 이상으로 밀접했음을 강조하고, ‘음란함’이라는 키워드로 미술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더불어 음란함이라는 필터가 미술에서 얼마나 풍성한 결을 찾아낼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음란함에 대한 기존 독자들의 인식의 균열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음란함은 그것을 담고 있는 매개체와 어디까지가 음란한 것인지를 분별하는 경계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러므로 매개와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경계선이 흔들려야 예술은 더욱 더 풍성해질 것이다.

 

“마리온은 비싼 여자였다. 그는 마리온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가진 돈을 다 썼다.”

 

이 글은 자크 롤라와 창녀의 만남을 묘사한 것이다. 롤라는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가 1844년에 그 당시 매우 영향력이 있는 잡지 《두 세계의 평론》에 발표한 운문 소설의 주인공이다.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짙은 인물 롤라는 정숙한 마리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매혹적인 다중인격자, 다시 말해 마리온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고급 창녀이기도 하다. 롤라는 그녀의 매력에 넘어가 주색과 절망에 빠져 파멸에 이르고, 결국 마리의 팔에 안겨 독액을 마시고 죽는다. 롤라와 마리 사이의 중요한 성관계 장면은 이 소설의 절정부에 나온다. 뮈세는 이미 이런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는 악명을 얻은 사람이다. 그는 롤라가 보낸 사랑의 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피곤함과 생각에 잠겨 그는 멜랑콜리한 눈으로 지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고, 창문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롤라는 마리의 등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젯밤의 사랑에 진을 다 빼 버린 듯 지친 상태였고, 꿈도 꾸지 않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앙리 제르벡스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포착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뮈세의 소설은 영향력 있는 잡지에 실렸지만 앙리가 그린 <롤라>라는 그림은 1878년 공식적인 전람회인 살롱에서 냉대를 받았다.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일단 작가가 비교하기 위해 선정한 그림을 올려본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다. 아래 그림이 음란해 보이는가?

 

 

카바넬의 그림과 앙리가 그린 그림의 다른 점은 직접적으로 성적인 정황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였다. 난 아무리 보아도 두 그림 다 음란하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금기는 사라지지만 그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금기가 들어선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좀 더 진전시켜보자. 위의 카바넬의 비너스에 치모를 그려넣었다면 카바넬 역시 형편없는 화가라는 매도를 당했을 것이다. 치모를 그려넣는 다는 것은 상당한 파격이자 금기였다. 그런데 이 금기를 멋지게 깨버린 화가가 있다. 바로 구스타프 쿠르베다.

 

  

1866년 그려진 <세상의 근원>이라는 위 그림은 개인소장품으로 있다가 1995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 그림이 미술관에서 당당히 관객을 맞이하는데 100년도 넘게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그림은 도색잡지의 한 장면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문제다. 쿠르베가 이 그림을 그린 것보다는 오르세 미술관이 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더 파격적이라는 느낌이다. 암튼 이 책은 이런 저런 도전적인 질문들과 그에 관련된 그림들로 빼곡하다.

 

이런 책들이 우리 문화에 기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금기나 도덕적 엄숙주의의 그레이드를 높여주는데 의의가 있다.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의 차원이 높아지면 소위 말해 대중의 감각이 지금보다 좀 더 고양되면 예술가들은 그 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제시해야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뭔가 더 새롭고 신선한 인식의 틀을 제공해야 예술가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더 많은 삽화들은 책을 사서 확인해보시라. 읽고 나서도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상관없다. 당신 자신에게 스며들어간 이런 발칙한 화집들로 인해 당신은 이미 발칙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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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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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한 번씩 기독교 성화를 블로그에 소개하곤 한다. 어릴 때 집에 있던 명화로 읽는 성서를 끼고 살았던 전력이 늙어가면서도 그림을 가까이 하게 만드는가 보다. 그리는 것 까지는 자신없고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말 그대로 그냥 구경 말이다. 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은 그림과 관련된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는 일이다. 그런 책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시기별로 유행을 하던 총체적인 예술사조는 비단 미술에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묘한 끌림이 있다. 모든 예술이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는 것은 이미 느껴왔지만 특히나 이번에 접하게 된 책 <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통해서 다시 확인했던 부분이다. 미술사에서 드러나는 작품들이 당대를 살았던 인간군상과 각각의 존재론적 삶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 형식, 다시말해 그림 속에 담긴 풍자와 비판을 빌려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 같다. 어쩌면 미술사조를 알고, 화가의 이름을 아는 것보다도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가 1793년부터 예술품을 소장하게 된 루브르는 박물관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파리를 찾는 사람들이 평소 예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술 교과서에는 물론이고 각종 광고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 전시실, 그리스 전시실, 이집트 전시실, 메소포타미아 전시실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엄청난 예술품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 루브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안거리이기도 하지만 루브르 방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Portrait of a Venetian Woman (La Belle Nani) by VERONESE, Paolo

 

이 책에는 참 많은 화가와 작품들이 등장한다. 대충대충 읽으면 이 사람이 그 사람 같고, 그 사람의 작품이 이 사람의 작품처럼 혼돈이 와 갈피를 잡지 못할 듯하다. 책은 이를테면 독특한 양식에 의해 구별되었던가? 아니면 시대적 흐름에 의해 구별되었던가? 물론 이 양자의 구분에 의한 구별방법도 같이 동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자 박제의 이야기 흐름이 ‘명확한 주제의식’에 의해 구분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주저없이 루브르를 자기 인생의 보물창고라고 부른다. 당신이 이 책을 보고 있다면 그 보물창고에 초대된 것이다.

 

대부분의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현학적이거나, 지루한 구성으로 중도 포기하기 일쑤인데 이 책은 끝까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꼭 그림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여성들이 진주를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너무 심해지자 당국이 나서 벌금까지 책정했다는 이야기, <젊은 공주의 초상>에서 외계인같아 보이는 공주의 모습이 사실은 당시 이마의 머리털을 밀어버리고 머리채를 뒤로 바짝 당겨서 둥글게 틀어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는 이야기 등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일으키는 데에도 더없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무심히 보는 사람 눈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문양이나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 작은 손짓, 귀걸이 하나에도 다 그것이 그려진 이유가 있고 작가의 의도가 실려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특유의 섬세한 어조로 일깨워준다.

 

독자가 책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과 화가, 다양한 사조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 단지 저자가 마련해놓은 각각의 특색 있는 방으로만 발을 들여다 놓으면 될 일이다.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역시나 부담 느낄 필요가 없다. 까닭인 즉,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꼭 한가지 덧붙일 것은 눈을 뜨고 귀를 여는데서 그치지 말고 가슴을 열어두라는 점이다.

 

The Death of Sardanapalus by DELACROIX, Eugène
 

저자는 루브르에서 만난 예순일곱점의 그림들을 다섯가지 테마로 구분한다. 그 첫 번째가 초(肖)다. 즉 초상화다. 그리고 차례대로 속(俗), 풍(風), 성(性), 성(聖)이 뒤따른다. 풀이를 하자면 세속적인 부분, 세파와 관련된 풍속화 부분, 남녀 간의 성을 다룬 부분과 마지막으로 종교적인 차원에서 다룬 부분으로 나눈다. 이 다섯가지의 주제는 저자 박제에 의해 임의로 구분된 주제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관조할 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포함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들 인간의 삶은 화폭에 담겨지는 무한 색조의 그것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총천연색으로 그려지는 하나의 작품이다.

 

Christ at the Column by ANTONELLO da Messina
 

화가는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그림이라 생각했던 좁은 소견일랑 버려라. 적어도 책을 통해 저자 박제가 소개하는 화가들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화가라는 표현이 지니는 사전적 의미에 다른 이미지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사건과 사건, 반목과 화해, 불규칙적이며 예상하거나 혹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인간존재의 수많은 감정들을 담아내는 숙련된 기술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친절한 저자의 설명에는 묘한 전염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매혹적인 전염성이다. 그런데 이 전염성이 갖는 효과는 대단하다. 내 시선에서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내가 느끼고 이해하는 작품의 수준은 분명 이 책을 읽고 난 전후가 달라졌을 거란 점이다. 각설하고 살면서 루브르를 대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 파리 방문은 오르세미술관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을, 그 루브르를 직접 보지 못했던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본다. 도판은 그중 몇개만 이해를 돕기 위해 넣었다. 책은 사서 보시라. 그 전염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ㅎㅎ 그리고 그림 보는 눈이 높아졌다면 저자에게 감사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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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공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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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 단언컨데 그것은 건축이다. 파르테논은 헬레니즘을 상징하고 고딕성당들은 중세를 표상한다. 모더니즘은 콘크리트와 함께 성장했고 지금은 철과 유리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점차 우리가 사는 도시와 건축공간이 표피적인 자극을 추종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공간이 우리의 깊은 심연을 건드릴 때 경험은 하나의 의미가 된다는 말을 믿느냐고;;;.

표피적인 자극으로는 결코 의미있는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진정한 경험은 어디에서 오는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의 근본적 존재성의 성립을 네가지로 나눴다. 그것은 '땅 위에 있음', '하늘 아래 있음', '신성함을 마주함', '죽음의 운명 속에 살아감'이다. 그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되어 나타나는 것이 곧 공간에 대한 경험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경험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공간 그리고 건축은 그러한 경험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모든 경험이 특출하지 않지만 우리는 살다가 놀라운 공간을 가끔 경험하게 된다. 왜 이런 감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다양하면서도 깊이있는 인문학적 소양으로 풀어낸다. 효형출판은 이미 서현이라는 작가를 통해 인문학적인 건축 들여다보기를 성공시킨 출판사다. 이번에 손잡은 김종진은 그동한 효형이 추구한 이미지에서 한 발더 인문학쪽으로 내딛는 내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근간인 건축도 놓치 않고 있다. 이 점이 다소 의아스럽다. 일반독자들에게 건축도면이나 스케치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사실 저자는 건축학도를 위한 글쓰기에서 출발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보는 방법을 다소 다르게 접근해 보자. 모든 사람이 건축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는 건축물 안에서 또는 건축물들이 산재한 도시 공간 안에서 산다. 자신이 직접 건축주가 되어보는 놀라운 경험을 하는 이들도 있고 이미 지어진 건물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을 좀 변경해 보는 경우도 있다. 어떤 누구도 건축물 없이 살 수는 없고 세상에 어떤 건축물도 똑 같은 것은 없다. 판박이처럼 만들어놓은 아파트도 사실은 조금씩 다 다르다. 우리는 이렇게 어떤 형태로든 건축물 안과 밖에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건축을 바라보는 또는 소위 말하는 안목이라는 것에 대해 배워본다던가 이해를 쉽게 할 어떤 길라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몸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오감으로 만나는 공간 그리고 특출할 것도 없는 일상의 공간 경험이 지니는 의미를 작가는 차분하게 설득시키고 있다. 다양한 저널과 전시회를 발표하고 있는 저자 김종진은 공간과 건축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경험’의 가치에 주목하였다. 이 책은 저자의 그러한 경험을 통해 공간 자체에 대한 물음에서 벗어나,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와 그 존재의 경험을 탐구하고 있다. 엄마의 품속에서 세상 빛을 처음 보게 된 아이에게 주어지는 첫 ‘공간’부터 빛을 통해 보는 공간, 행위를 통해 연출되는 공간과 건축, 철학,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한 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전달되는 오감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자 이제 길안내를 원한다면 책을 집어들라. 당신은 한 장, 한 장 저자가 구성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자연에 교감하는 법, 그리고 공간에 공감하는 법을 체득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종진(金鐘振)은 부산에서 태어나 영국 건축협회 건축학교(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HARVARD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DESIGN) 건축과를 졸업했다. 뉴욕의 폴쉑 파트너십, 런던의 KPF,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 등에서 일했다. 2004년부터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상의 공간 경험이 지니는 의미를 연구하여 그 결과를 다양한 저널과 전시회에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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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고 싶은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림 그리고 싶은 날 - 스케치북 프로젝트
munge(박상희)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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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공대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버렸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였다. 일년을 그래픽디자인학원을 다녔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다. 하지만 그후로 디자인으로 밥을 먹고 살지는 않았다. 이제는 인생이란 꿈꾸는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임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이런 책에 눈길이 간다. 글 한 두줄이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듯이 빼곡하게 채워진 드로잉들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도없는 빈 종이들을 채워야 그나마 볼만한 그 무엇이 만들어진다. 

살다보니 문득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뭐 거창하게 캔버스를 장만하고 그럴 건 아니다. 작은 스케치북 정도에 채워넣을 그런 그림들을;;; 작가는 이 스케치북 프로젝트를 자신의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듯이 나도 지금 살고 있는 매너리즘에 빠진 삶을 극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것도 내 젊은 시절 무언가를 위해 도전하던 그 시절에 몰두했던 그림 그리기로 하면 어떨까? 

예전에 이런 드로잉집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을 뒤지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엔 국내작가들의 드로잉집은 아예 구경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테마로 자신만의 드로잉집을 내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이 분야도 점점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이 책의 드로잉들은 일단 부담이 없다. 현란한 테크닉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이런 식으로 스케치북을 채워볼까하는 그런 단순한 스케치들이 맘에 든다. 그림을 잘 그리건 못 그리건 뭐 이 정도 수준에서 내 개성을 보여주는 드로잉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용기를 작가는 은근히 주입시켜 준다. 

결국 재능은 연습에서 오는 것일게다. 하지만 그 연습도 드로잉에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애정은 그것이 드로잉이건 뭐건 사실 상관없다. 작가는 그럼에도 못그리고 또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면화된 두려움이라고 진단한다. 표현할 수 없다는 두려움 또는 표현해선 안된다는 강박관념. 세상에 이 작은 드로잉집은 독자들의 심리치료까지 담당할 모양이다.

선 하나 하나가 그냥 그려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결국 그리고 또 그려나가면서 고민하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북은 하나의 작품집이 될 것이다. 독자들은 작가가 설정해 놓은 11개의 테마별 스케치들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실력이 늘어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즐거움을 알려면 그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드로잉이 화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은 세상 모든 분야가 드로잉을 요구한다. 인류 최초의 예술 행위가 드로잉이었고 수만년이 흘러 과학적 탐구의 순간에도 드로잉은 필요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잡아두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드로잉은 훌륭한 표현 수단이다. 작가는 말한다. 겁먹지 말고 내키는데로, 하고 싶은 만큼, 맘껏하라고 유혹한다. 그 유혹에 한번 넘어가 보라. 어느덧 상당한 경지에 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은 양장본이다. 책 껍질이 얄팍한게 아니라는 말이다. 두꺼운 커버 때문에 오래도록 곁에 두면서 보고 또 보며 실력을 연마할 수 있다. 작가와 출판사 예담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럼 이제 나도 두려움 없이 나만의 스케치북을 만들어 봐야겠다. 그 전에 명함부터 디자인 해야 한다. 에혀 카페 개업하고 한달이 다 되었는데도 명함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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