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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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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를 읽는 이유가 있다. 역사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이자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통찰해내는 가장 교훈적인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사유하는 자의 시각에 따라, 그의 시대정신에 따라, 역사를 들여다 보는 자의 창의력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고 또한 기록된다. 게다가 역사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까지 준다. 역사를 읽어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서양화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서양역사의 단편들을 끄집어 내서 맛깔스럽게 재구성해 놓았다. 그것들로 영웅적인 삶을 살거나 드라마틱한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특유의 필치로 펼쳐낸다. 사람들은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이런 분야의 책들을 그동안 수없이 쏟아낸 사람이다. 그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든 팔리는 책을 만들어낼 경륜이 있다.


이 책은 서양화 중에서도 역사화를 통해 보다 생생하고 창의적으로 역사를 이야기하는 그림 역사책이다. 그림 속의 역사 뿐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대 상황까지 아우르며 또한 두 시대의 연관성까지 파고드는 깊은 성찰과 탐색의 기록이다. 또한 과거의 그림들로만 미술로 보는 역사라는 주제를 국한하지 않고 있다. 신화의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멈추지 않는다.

그림은 예술 자체로서 해석되기보다 하나의 도구가 되어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꾀한다. 예술적 가치를 넘어 역사와 인문으로의 확장하는 매개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중에게 새로운 교양을 선사한다. 통섭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미술에 대한 지식과 역사에 대한 이해가 씨줄과 날줄로 엮어지면서 요즘 흔하게 나타나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나래를 맘껏 펼치게 만든다. 이 책은 주요 인물과 사건,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며 혹여 역사의 큰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한눈에 읽는 역사’를 부속 페이지로 만들어 본문에서 다루는 인물과 사건의 앞뒤 흐름을 파악하며 통시적으로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1장은 시대를 품에 안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기에는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도 있지만 루이 14세, 이반 뇌제, 스탈린과 같은 문제적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서른 세 살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제왕 알렉산드로스는 재위기간 12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고 이는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성과였다. 그는 당대의 석학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가 제국을 이끈 리더십의 비결은 포용과 배려였다. 정복한 곳의 왕을 왕으로 대우했고 포로들을 욕보이지 않았으며 스스로 정복지의 왕녀들과 수차례 결혼을 함으로써 경계를 허물고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했다. 또 한 명의 영웅 나폴레옹은 몰락해가는 전제정치의 후반부에 등장해 강한 카리스마로 프랑스를 통일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랐는데 일개 군인이었던 그를 제국의 황제로 성장시킨 원동력은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사고였다. "상상력을 자극해야 위대한 승리다"라고 이야기를 할 만큼 예술적 직관이 뛰어났던 그가 창조적인 전략으로 하나의 시대를 창조한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된다.

  

2장은 역사속의 여성에 대한 접근이다. 권력의 화신 클레오파트라와 파리의 스타일을 지배한 퐁파두르부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 오리엔탈리즘 회화속 여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한 시대의 예술적 성취 또는 권력의 덧없음을 매력적인 여성들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거기에 덧붙여 오해와 진실에 대한 기록들을 파헤친다. 아름다운 여성 퐁파두르 부인의 이야기는 그녀를 그린 그림만큼이나 매혹적이다.

 

3장은 피를 먹고 자라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전염병, 전제군주제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왕들의 처형 그리고 일차세계대전을 다룬 그림들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림은 제인 그레이의 처형을 그린 폴 들라로슈의 작품이다.

 

 

4장은 정신의 역사, 역사의 정신에 대해 다룬다. 저자가 찾아낸 소재들은 카리스마, 종교개혁, 그리스의 지성, 다비드의 역사화, 네이처리즘 등 다양하다. 다비드의 그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그림은 마치 영웅은 죽었지만 혁명의 역사는 도도한 그 흐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선언하는 듯하다.

 

저자는 우리 미술에서 서양의 역사화에 비견할 만한 그림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탄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네 역사화들이 대개는 근세 이후에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찾아보면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그림으로 우리 선조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들여다보는 그런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덮는 순간 너무도 간절하게 다가온다. 우리 역사에도 인간의 드라마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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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예술 상처를 말하다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19일 출간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진실을 밝혀낸 책이 나왔다. 카미유 클로델, 반 고흐,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권진규, 백남준, 이성자,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바스키아. 이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가 있었으며, 자신만의 상처를 고백하거나 감추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다. 이 책은 많은 스캔들과 칭찬 일색의 평론,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진정한 예술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예술가들을 포장한 모든 평가와 유명세들을 걷어 내고, 진짜 예술을 탄생시킨 요인은 그들의 상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명화의 거짓말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나카노 교코 지음 |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20일 출간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교양과 문화 전반의 해박한 지식과 블랙 유머가 담긴 독특한 시각으로 유명한 <무서운 그림>의 나카노 쿄코의 책으로, 이 책에서는 모든 드라마의 원형인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한다. 곤두박질치는 이카루스를 인물들이 외면하는 이유, 아르테미스의 얼굴이 그 당시 아이돌의 모습이었던 까닭, 무시무시한 추녀의 얼굴을 한 운명의 세 여신을 통해 고야가 하려던 말,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이 팜프 파탈로 보이는 이유 등 명화를 통해 그리스 신화가 펼쳐지기도 하고 신화와는 다른 명화를 통해 역사와 고전, 다른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며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명화를 감상함으로써 신화와 인문학을 여행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떠나는 계기를 마련한다.


 

예술작품의 후각적 감상
향기와 악취, 예술의 유혹이 법의학과 만날 때

문국진 지음ㅣ 알마 ㅣ 2011년 12월16일

 

후각의 신비에 관한 의학적이고 예술적인 탐색 그리고 예술을 해부하는 법의학자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가장 원시적이고 관능적인 감각. 오직 후각만이 말할 수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법의학의 대가각 신비한 후각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그 작품들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날카로운 메스를 쫓던 세밀한 눈길로 범행의 냄새를 감지하던 직관적인 후각으로 예술의 결정적인 장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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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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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전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다가 카마수트라 화집을 산 일이 있다. 호텔방에서 밤에 보다가 머리맡에 그냥 놔두고 나왔는데 비행기에 올라타고서야 생각이 났다. 영국에서 나온 책이 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책의 내용은 셀 수 없이 적나라한 성교자세를 담은 상당히 '음란한' 화집이었다. 새로 나온 책 <아트 파탈>은 그 음란함을 키워드로 미술을 재조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책 제목은 아트와 팜므파탈의 합성어 쯤 되겠다. 

   

미술은 애초부터 음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매체였고, 음란함은 매체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예컨대 사진과 영화는 발생 초기부터 음란한 내용을 담았고, 비디오와 인터넷은 포르노를 접할 수 있는 막강한 구실을 하며 급속히 확산되었다. TV 광고는 성적인 내용을 빼버리면 기실 보는 재미가 없어져 버린다. 미술이 흥성했던 것은 미술이 음란한 매체였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음란함’은 문화의 특정 장르가 매체로서 지니는 영향력이다. 저자 이연식은, 미술사(美術史)라는 학문이 음탕하고 저속한 취향을 만족시켜 왔던 미술의 역사를 가능한 한 배제하고, 음란함이 미술의 본류가 아닌 소소한 일탈의 지류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한다. 미술의 음란함을 고찰하기는 하되 세미나, 심포지엄, 학술 논문 등의 고압적인 형식으로 포장하곤 했다는 것이다.

 

미술의 음란함을 둘러싼 소동과 논란은 미술사를 기술하는 데 유용한 분절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술과 음란함의 관계가 통념 이상으로 밀접했음을 강조하고, ‘음란함’이라는 키워드로 미술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더불어 음란함이라는 필터가 미술에서 얼마나 풍성한 결을 찾아낼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음란함에 대한 기존 독자들의 인식의 균열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음란함은 그것을 담고 있는 매개체와 어디까지가 음란한 것인지를 분별하는 경계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러므로 매개와 경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경계선이 흔들려야 예술은 더욱 더 풍성해질 것이다.

 

“마리온은 비싼 여자였다. 그는 마리온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가진 돈을 다 썼다.”

 

이 글은 자크 롤라와 창녀의 만남을 묘사한 것이다. 롤라는 프랑스 작가 알프레드 드 뮈세가 1844년에 그 당시 매우 영향력이 있는 잡지 《두 세계의 평론》에 발표한 운문 소설의 주인공이다. 작가의 자전적 성격이 짙은 인물 롤라는 정숙한 마리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매혹적인 다중인격자, 다시 말해 마리온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고급 창녀이기도 하다. 롤라는 그녀의 매력에 넘어가 주색과 절망에 빠져 파멸에 이르고, 결국 마리의 팔에 안겨 독액을 마시고 죽는다. 롤라와 마리 사이의 중요한 성관계 장면은 이 소설의 절정부에 나온다. 뮈세는 이미 이런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한다는 악명을 얻은 사람이다. 그는 롤라가 보낸 사랑의 밤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는 창가에 서 있었다. 피곤함과 생각에 잠겨 그는 멜랑콜리한 눈으로 지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고, 창문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롤라는 마리의 등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어젯밤의 사랑에 진을 다 빼 버린 듯 지친 상태였고, 꿈도 꾸지 않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앙리 제르벡스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포착한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뮈세의 소설은 영향력 있는 잡지에 실렸지만 앙리가 그린 <롤라>라는 그림은 1878년 공식적인 전람회인 살롱에서 냉대를 받았다.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일단 작가가 비교하기 위해 선정한 그림을 올려본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이다. 아래 그림이 음란해 보이는가?

 

 

카바넬의 그림과 앙리가 그린 그림의 다른 점은 직접적으로 성적인 정황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였다. 난 아무리 보아도 두 그림 다 음란하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금기는 사라지지만 그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금기가 들어선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좀 더 진전시켜보자. 위의 카바넬의 비너스에 치모를 그려넣었다면 카바넬 역시 형편없는 화가라는 매도를 당했을 것이다. 치모를 그려넣는 다는 것은 상당한 파격이자 금기였다. 그런데 이 금기를 멋지게 깨버린 화가가 있다. 바로 구스타프 쿠르베다.

 

  

1866년 그려진 <세상의 근원>이라는 위 그림은 개인소장품으로 있다가 1995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공식적으로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 그림이 미술관에서 당당히 관객을 맞이하는데 100년도 넘게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 그림은 도색잡지의 한 장면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대한 문제다. 쿠르베가 이 그림을 그린 것보다는 오르세 미술관이 이 작품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기로 한 결정이 더 파격적이라는 느낌이다. 암튼 이 책은 이런 저런 도전적인 질문들과 그에 관련된 그림들로 빼곡하다.

 

이런 책들이 우리 문화에 기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존의 금기나 도덕적 엄숙주의의 그레이드를 높여주는데 의의가 있다.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의 차원이 높아지면 소위 말해 대중의 감각이 지금보다 좀 더 고양되면 예술가들은 그 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우리에게 제시해야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적어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보다 뭔가 더 새롭고 신선한 인식의 틀을 제공해야 예술가로 대접받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더 많은 삽화들은 책을 사서 확인해보시라. 읽고 나서도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상관없다. 당신 자신에게 스며들어간 이런 발칙한 화집들로 인해 당신은 이미 발칙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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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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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 한 번씩 기독교 성화를 블로그에 소개하곤 한다. 어릴 때 집에 있던 명화로 읽는 성서를 끼고 살았던 전력이 늙어가면서도 그림을 가까이 하게 만드는가 보다. 그리는 것 까지는 자신없고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말 그대로 그냥 구경 말이다. 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은 그림과 관련된 미술사에 관한 책을 읽는 일이다. 그런 책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시기별로 유행을 하던 총체적인 예술사조는 비단 미술에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묘한 끌림이 있다. 모든 예술이 인간의 삶을 반영한다는 것은 이미 느껴왔지만 특히나 이번에 접하게 된 책 <오후 네시의 루브르>를 통해서 다시 확인했던 부분이다. 미술사에서 드러나는 작품들이 당대를 살았던 인간군상과 각각의 존재론적 삶의 방식에 대해, 구체적 형식, 다시말해 그림 속에 담긴 풍자와 비판을 빌려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것 같다. 어쩌면 미술사조를 알고, 화가의 이름을 아는 것보다도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가 1793년부터 예술품을 소장하게 된 루브르는 박물관으로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파리를 찾는 사람들이 평소 예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미술 교과서에는 물론이고 각종 광고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다빈치의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사모트라케의 니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 전시실, 그리스 전시실, 이집트 전시실, 메소포타미아 전시실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엄청난 예술품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 책은 그 루브르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안거리이기도 하지만 루브르 방문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안내서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Portrait of a Venetian Woman (La Belle Nani) by VERONESE, Paolo

 

이 책에는 참 많은 화가와 작품들이 등장한다. 대충대충 읽으면 이 사람이 그 사람 같고, 그 사람의 작품이 이 사람의 작품처럼 혼돈이 와 갈피를 잡지 못할 듯하다. 책은 이를테면 독특한 양식에 의해 구별되었던가? 아니면 시대적 흐름에 의해 구별되었던가? 물론 이 양자의 구분에 의한 구별방법도 같이 동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저자 박제의 이야기 흐름이 ‘명확한 주제의식’에 의해 구분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주저없이 루브르를 자기 인생의 보물창고라고 부른다. 당신이 이 책을 보고 있다면 그 보물창고에 초대된 것이다.

 

대부분의 미술사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현학적이거나, 지루한 구성으로 중도 포기하기 일쑤인데 이 책은 끝까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 꼭 그림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여성들이 진주를 장식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너무 심해지자 당국이 나서 벌금까지 책정했다는 이야기, <젊은 공주의 초상>에서 외계인같아 보이는 공주의 모습이 사실은 당시 이마의 머리털을 밀어버리고 머리채를 뒤로 바짝 당겨서 둥글게 틀어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는 이야기 등은 그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림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일으키는 데에도 더없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무심히 보는 사람 눈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문양이나 꽃밭을 날아다니는 나비, 작은 손짓, 귀걸이 하나에도 다 그것이 그려진 이유가 있고 작가의 의도가 실려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특유의 섬세한 어조로 일깨워준다.

 

독자가 책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과 화가, 다양한 사조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것은 없다. 단지 저자가 마련해놓은 각각의 특색 있는 방으로만 발을 들여다 놓으면 될 일이다. 그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역시나 부담 느낄 필요가 없다. 까닭인 즉, 동그랗게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단 한가지 꼭 한가지 덧붙일 것은 눈을 뜨고 귀를 여는데서 그치지 말고 가슴을 열어두라는 점이다.

 

The Death of Sardanapalus by DELACROIX, Eugène
 

저자는 루브르에서 만난 예순일곱점의 그림들을 다섯가지 테마로 구분한다. 그 첫 번째가 초(肖)다. 즉 초상화다. 그리고 차례대로 속(俗), 풍(風), 성(性), 성(聖)이 뒤따른다. 풀이를 하자면 세속적인 부분, 세파와 관련된 풍속화 부분, 남녀 간의 성을 다룬 부분과 마지막으로 종교적인 차원에서 다룬 부분으로 나눈다. 이 다섯가지의 주제는 저자 박제에 의해 임의로 구분된 주제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을 전체적으로 관조할 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포함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들 인간의 삶은 화폭에 담겨지는 무한 색조의 그것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총천연색으로 그려지는 하나의 작품이다.

 

Christ at the Column by ANTONELLO da Messina
 

화가는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그림이라 생각했던 좁은 소견일랑 버려라. 적어도 책을 통해 저자 박제가 소개하는 화가들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화가라는 표현이 지니는 사전적 의미에 다른 이미지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가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사건과 사건, 반목과 화해, 불규칙적이며 예상하거나 혹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인간존재의 수많은 감정들을 담아내는 숙련된 기술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친절한 저자의 설명에는 묘한 전염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매혹적인 전염성이다. 그런데 이 전염성이 갖는 효과는 대단하다. 내 시선에서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내가 느끼고 이해하는 작품의 수준은 분명 이 책을 읽고 난 전후가 달라졌을 거란 점이다. 각설하고 살면서 루브르를 대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전 파리 방문은 오르세미술관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을, 그 루브르를 직접 보지 못했던 그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본다. 도판은 그중 몇개만 이해를 돕기 위해 넣었다. 책은 사서 보시라. 그 전염성을 경험하고 싶다면 ㅎㅎ 그리고 그림 보는 눈이 높아졌다면 저자에게 감사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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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먹고사니즘에 빠져 신간평가단 업무에 소홀했다. 어제까지가 마감인데 하루 늦게 주목할만한 신간 소개를 올린다. 읽어야할 책들은 많고 시간은 없고;; 그래도 신간에서 나는 그 풋풋한 잉크냄새가 나를 서재로 이끈다. 12월에 읽고 싶은 책 네 권을 추천한다.

 

 

루브르 : 루브르 회화의 모든 것

 

 “모든 사람은 루브르 회화 컬렉션을 즐길 권리가 있다!!” 역사상 최초, 세계 최고 박물관의 모든 회화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하다! 부담스런 가격으로 인해 신간 평가단으로 선정될 것 같지 않지만 설사 선정된다해도 서평의 부담또한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려 보는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ㅎㅎ 세계 최고의 박물관 루브르의 걸작회화를 전부 수록한 유일한 컬렉션'으로 수석 큐레이터 뱅상 포마레드의 소장품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림이 담긴 DVD까지 들어 있다. 보고 싶은 이유는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문명의 충돌과 미술의 화해

 

신라시대 사천왕상 어깨에서 헤라클레스의 사자 얼굴을 발견하고,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전지 벽화에서 고구려 사절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쫓아 저자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고대미술 발굴 현장을 답사하며 동서 미술의 교섭을 연구해왔다. 저자는 중앙아시아라는 조금은 생소한 지역의 미술을 우리나라에서 서아시아까지 실크로드로 엮어 대륙 스케일의 미술사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박물관에 있는 미술품을 통해서든 둔황의 동굴에 있는 벽화를 통해서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대를 상상하며 실크로드 위에 서 있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예술은 영화를 상상했다

영화의 테마가 된 음악 미술 문학 『그리고 예술은 영화를 상상했다』. 영화와 다른 예술 장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온 영화평론가 한창호의 네 번째 책으로,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의 모티프 혹은 온전히 하나의 테마가 된 예술작품을 통해 감독의 의도나 주제를 떠나 한 편의 영화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바흐 이전의 침묵> <클림트> <돈 조반니> <네 번> <쉘 위 키스> 등 19편의 영화를 소개하며, 이 영화들은 2009년부터 시작된 CGV 무비꼴라주 아트톡 시간에 저자가 일반인들과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했던 영화 중에서 가려 뽑은 작품들이다. 산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영화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며, 스토리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형식의 특별함에 더 신경을 쓴 ‘새로운 미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스티비 원더 이야기

최악의 운명을 최강의 능력으로 바꾸며 운명을 이긴 천상의 뮤지션 스티비 원더의 극적인 인생! 장애, 인종, 가난이라는 악조건을 재능과 노력으로 뛰어넘은 위대한 뮤지션 스티비 원더의 경이로운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태어나 출생 직후 실명한 스티비 원더가 스스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자립심과 강인함을 심어주었던 어머니 룰라의 교육과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람들에게 육안肉眼이 아닌 심안心眼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영혼을 치유하는 위대한 가수로 불리며 세상에 기여할 만한 일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해온 저자의 이야기는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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