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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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제목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느낌을 주는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역시 민음사에서 선보이는 모던 클래식시리즈 중 하나로 선택되는 이유가 있나보다. 제목하나만으로도 많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책이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민음사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한다. 내가 읽은 많은 고전시리즈를 민음사를 통해서 읽었고 또 그 것을 바탕으로 독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시 <인생은 짧고 욕망이 없다>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제목에서부터 나는 많은 공감을 했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은 많으나 이 시간을 100%활용하기 어려우므로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과 함께 늙어가는 것에 반비례하게 하고 싶은 것과 욕망은 끊임없이 샘솟는다. 제목만으로도 공감돼서 책을 펼치기도 전에 울컥하였다.

    

 

책의 이력이 참 특이하다.  

 

2010년 프랑스 페미나 상 수상작.  

이 상은 남성권력위주의 콩쿠르 상에 대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상으로 심사위원 12명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을 수여받은 작가는 남성. 얼마나 황당하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심사위원들은 페미나상을 작가 파트리크 라페르에게 주기 전까지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혹시 그에게 주지 않기 위해 하나라도 결점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다소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무시하고 페미나상을 남성 작가인 파트리크 라페르에게 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펼쳐서 본격적으로 읽기시작하면서 직감적으로 정말로 오랜만에 을 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읽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블레리오라는 남성에 대해 짧은 소개와 함께 그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숨 막히도록 가쁘게 나를 조여 왔다. 아마 섬세하게 한 사람의 갈등을 시작부터 표현해내는 작가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 노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유부남인 루이와 능력 있는 머피 이 세 남녀의 사랑과 욕망을 다룬 이야기가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이다.

 

루이 블레리오는 아내와 또 다른 여자인 노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사랑을 즐기며 온몸을 불태우는 정열을 맛본다. 단면적인 모습만 본다면 블레리오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받아 마땅한 인물로 그려질지도 모른다. 흔히 하는 말로 어쨌거나 그가 노라를 사랑하는 것은 아내를 두고 해서는 안 될 짓인 불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째서 인지 책을 읽고 있노라면 블레리오를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불륜을 하는 이들이 대게 하는 변명으로 뒤늦은 사랑이 지금 찾아왔고 이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블레리오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노라를 사랑하는 과정이 차라리 행복했더라면 그를 나쁘다고 이야기 했을 텐데 노라를 그에게 떠오르고 지는 태양과 같이 막을 수 없이 왔다가는 존재라 그의 욕망을 채워서 기쁘게도 해주었지만 괴롭게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라의 또 다른 남자인 머피는 이성적이고 신중한 남자이다. 그는 욕망보다 진실한 그 무엇이 있다 믿으며 노라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까지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노라를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루이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머피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관과는 다소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뱉은 욕망보다 진실한 그 무엇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노라를 향해 욕망을 보이고 있단 소리 아닌가? 더불어 블레리오가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남자이기에 블레리오와 같이 겁 없이 사랑의 불구덩이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못하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머피는 내게 자신을 행동을 타당하게 만들 수 있는 테두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노라를 편하게 해주는 사랑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상반된 두 남자의 사이에서 노라는 사랑을 만끽한다. 사실 만끽이라는 표현을 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앞서 두 남자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만 미루어보면 노라는 참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두 남자를 손에 쥐고 왔다 갔다 하며 잡을 수 없는 여자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롭게 사랑하는 것이 그녀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비슷한 그녀의 사랑관과는 맞지 않는 두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레리오의 욕망에 사로잡힌 사랑에 빠져 사랑을 하다가 그 사랑에 지칠 때쯤이면 조금은 안정되고 편안한 안식처 같은 머피의 품으로 떠난다. 악마 같은 그녀 때문에 두 남자는 상처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두 남자로 인해 로라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상처를 받는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이라는 주제는 영원불멸한 주제이다. 사랑은 인류가 끝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며 가난하든 부유하든 젊든 나이가 있든 상관없이 열정을 낳고 집착을 낳고 소유를 낳으며 이해와 기다림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파트리크 라페르의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에 등장하는 세 남녀는 결국 모두 상처를 받고 상실과 허탈감에 지쳐간다. 사랑하는 세 사람의 감정은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에 따라 볼레리오가 될 수도 있고 머피가 될 수도 있으며 노라가 될 수도 있다. 확연히 다른 세 사람의 사랑방식은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 미묘한 분위기의 아슬아슬한 감정마저도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에 견뎌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많이 표현하지만 실제로 사랑을 하면 아름답고 찬란한 날들보다는 힘들고 기다리고 우울해지는 날도 적지 않게 있다. 이 책은 사랑의 뒷면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우중충하고 울적하지만 진짜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날,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때는 머피가 되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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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 정진홍의 사람공부 3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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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은 참 많은 공부를 한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태교랍시고 한글을 알려주는가 하면 요즘은 몇 살 되지도 않는 아이에게 영어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학습지를 통해 학습을 강요한다. 이런 공부는 참 지긋지긋하게도 성인이 넘어서도 이어지며 때로는 한 평생을 공부하는데 삶을 소비하다가 간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시간이 총 100이라면 약 70정도는 공부하는데 쓰이며 공부하는 것이 사람마다 같기도 혹은 다르기도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공부하는데 익숙해져서 수학처럼 정형화되어 공식이 있는 것이 참 쉽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오늘 공부하려는 사람은 정형화된 공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공부 해야 될지 방법부터 모르겠다. 영어가 어렵네 수학이 어렵네 혹은 경제학, 세포학이 어렵네 다양한 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사람은 기적이다.  

 

셀 수 없으리만큼 많은 수의 정자와 단 하나의 난자가 만나 수정을 통해 한 세포로 만들어 진 후 착상을 거쳐 모체 속에 한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세포로 시작한 이 생명은 자라남과 동시에 수십 억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세포를 구성하여 유기체로써 삶을 살아나간다. 놀랍고 경이로운 생명(사람)의 탄생은 한 사람을 기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기적과 기적으로써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놀라움을 놀라움이고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이라는 부제목은 다소 부담되었다. 사람은 기적이지만 기적을 만드는 힘이 나에게서 나와 기적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기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기적을 이루어낸 사람은 하나라도 특별한 면이 있어야 하고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정진홍의 사람공부>에서는 등장인물이 참 많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만큼 많은 수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앙드레 김, 하춘화, 조앤 K. 롤링, 구스타프 클림트, 백남준과 같이 이미 귀에 익숙하게 들어본 이름도 많다. 반면에 이 사람은 누구야? 싶을 정도로 생소한 사람도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리센룽, 탄 벤 샤하르, 얼 쇼리스, 밀러드 풀러 부부이었다. 어쨌거나 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 속에는 용기도 있었을 것이고 창의도 있었을 것이며 욕망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 정진홍은 이 인물들의 일생을 돌이켜 보며 그 속에 담겨있는 열정을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어 둠으로써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되고, 무엇을 생각하면 좋을지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을 읽으며 조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익숙하게 습득하는 공부라는 것은 정답이 대게 정해져있다. 도덕마저도 정답이 정해져있어 5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는 당황스럽다. 이미 답을 중요시하는데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공부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책들과 달리 저자 정진홍은 <정진홍의 사람공부>에 등장하는 인문들의 삶을 그려주고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결코 정답은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P30에는 이웃집 토토로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토토로라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던 삶을 배경을 이야기 해준다. 이 글의 마지막은 아마도 이 모든 것은 그녀가 모범생이기보다는 모험생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삶과 일상에서 크고 작은 모험이 기적을 만들 테니까요’라고 끝난다.

또 다른 예로는 P148에는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교육제도를 만들어 도입한 쇼리스의 삶이 그려진다. 마찬가지로 이 글의 끝에는 스스로의 사람됨을 상실해가게 만드는 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 진정으로 잃지 말고 가야할 것이 무엇이며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일깨워주는 삶의 나침반 같은 사람 아니겠습니까?’로 얼 쇼리스의 삶을 마무리 한다.

결코 정답은 없다. 만약 저자 정진홍의 질문을 생각해보고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답은 없으니 말이다. 매번 이렇게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물음표(?)가 참 많이 눈에 띈다.

    

 

  글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하나로 모이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기적을 생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도 태어날 때는 나와 똑같았고 마지막도 비슷하게 마감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단 하나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 그 차이로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 <정진홍의 사람공부>에 등장한다. 때로는 열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사람들을 바라보는 저자 정진홍의 시선을 느끼며 공감을 하기도 하고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답은 없지만 진정한 공부는 이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뜻 깊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P7. 저자 서문 강영우 박사 이야기

‘Impossible(불가능한)’이란 단어에 점 하나를 찍으면 “I’m possbile(나는 할 수 있다)로 바뀌듯이

그는 삶의 숱한 고비고비마다 그냥 점이 아니라 땀방울과 핏방울을 찍어가며 기적 같은 삶의 길을 열어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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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느리게 걷기 - 개정판 느리게 걷기 시리즈
전주국제영화제.최기우.박연실 지음, 이상근 사진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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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문득 전주라는 곳이 가고 싶어졌다.

 

 

  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것을 보려고 노력했는데 전라도라는 곳은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어느 새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라니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제주도도 전라도보다 많이 방문하였는데 어째서 딱 한번 가본 것이 전부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그 한 번의 방문도 전주가 아닌 부여로 문화유적을 답사한다고 가보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유적을 답사한다고 가보았던 일 외에는 가본적도 없는 전라도 특히 전주가 어느 날 문득 정말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전주라고하면 보통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맛과 멋이 어우러진 비빔밥을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이리라 예상해본다. 하지만 내가 전주에 꽂힌 이유는 비빔밥이 결코 아니다. (개인적으로 비빔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정적으로 내가 전주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친구가 들려주었던 소박함에 매료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빌딩과 어디를 가도 문화공연이 많이 있는 바쁘고 화려한 도심이 좋았다. 그 속에서 나고 자랐으니 이 생활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바쁘게 쫓아다니며 누릴 것을 누리는 생활이 좋아 풀내음은 모르고 살았다. 오히려 간혹 시골에 내려가면 무료함에 견디질 못하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도심생활이 좋았고 이 도심이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가 내게 전주영행을 풀어 놓았을 때만해도 전혀 그가 저렇게 전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였을 뿐 전주에 가고 싶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가본적도 없는 전주가 가고 싶어졌고 한 번 가볼까 혹은 그냥 일시적인 충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 까짓것 한번 가보면 될 것을 이렇게 고민한데에는 전주에 대해 잘 모르는 까닭도 있었고 은근히 내가 전해 듣고 상상하던 전주가 깨지게 될까봐 무섭기도 하였던 것 같다. 사실은 후자의 이유가 본심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찰나에 좋은 구실이 생겼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유가.

좋은 구실이 생기자마자 바로 검색에 돌입하였고 <전주, 느리게 걷기>의 지은이가 전주국제영화제일 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추천해주는 책임을 알고 이 책을 반드시 봐야 될 책이라고 망설임 없이 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전주, 느리게 걷기>라는 책 제목을 참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상하던 전주의 이미지와 딱 걸맞은 느리게 걷기라는 문구도 그렇고 전주 뒤에 있는 쉼표(,)도 쉬엄쉬엄 둘러보며 걸어도 좋다는 뜻의 제목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고 몇 장 살피다 보면 한 눈에 보기 좋게 꾸며진 전주 지도를 볼 수 있다. 이 지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책에 나온 루트대로 따라 읽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루트를 짜서 뒤죽박죽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바로 전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글과 사진들이 아닐까 한다말 그대로 전주의 소박함과 전주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운치 있는 사진들과 함께 딸림 말들은 전주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녹아있어서 읽는 사람마저도 어쩐지 전주와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안내 책들이 그렇듯 전주에 대한 여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소 재미있게 읽기 힘들겠지만, 전주를 계획할 방문이 있다면 <전주, 느리게 걷기>만큼 좋은 책도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 나와 같은 초보자인데다가 전주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지인도 없다면 마냥 웹 서핑을 죽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인데 <전주, 느리게 걷기>는 이런 수고를 단번에 덜어준다. 하나하나 맛보고 평가되어있는 것 같은 맛집들의 정보와 전화번호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특징들도 쏠쏠한 도움이 되었고 전주하면 생각나는 한옥마을외에도 숨어있는 명소들을 알뜰살뜰 이야기 해주니 시간은 단축되고 앞서 이야기하였던 지도를 보며 루트 짜기는 좋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주에 도착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어쩐지 이 책을 보면 웃음이 슬그머니 난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책을 들어가는 입구에 전주를 천년의 고도라고 표현했는데 굳이 그렇게 표현해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무의식중에 박혀있는 인식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이라 천년의 고도라고 하면 전주보다는 경주가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혹시 개인적인 생각에 그치는 것인가 싶어 천년의 고도를 검색해보자 줄줄이 신라와 경주가 검색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흔히 전주를 천년의 고도라고 이야기한다.‘ 라고 써두었는지 정말 의문이다. 시작하는 말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은이가 어떠한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도 알 수 있고 어떠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주, 느리게 걷기>에서는 다른 도시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도시의 수식어구가 탐이 났던 건지 혹은 전주에서만 통하는 천년의 고도를 대중들의 인식을 무시하고 쓴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었을 텐데 신경 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쨌거나 전주에 대한 좀 더 특색 있는 수식어구들이 참 많이 있었을 텐데 남의 도시를 따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씁쓸함으로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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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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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처럼 행복하라> 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는 영화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어딜 보나 어린아이지만 작은 악마가 따로 없었을 정도로 시끄럽고 통제 불가능이라 인상 깊었기 때문이리라.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아이들과 달리 영화관, 학원, 놀이동산보다는 산과 풀, 흙먼지, 나뭇가지가 잘 어울릴 정도 순수해보여서 작은 악마 같은 우리 아이들도 아량 좋은 어른처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만 같다. (간혹 영화관에서 눈치 없거나 매너 없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것은 뇌가 어린아이만큼 순수해서 그렇다고 믿자!)

 

 

  어쨌거나 이 책을 쓴 알렉스 김의 이력이 조금 재미있다.

토그래퍼이면서 알피니스트, 원정 자원봉사자,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태국 레스토랑 셰프 겸 CEO, 에세이스트

뭐가 이렇게 많이 나열된 건지. 가장 재미있었던 이력은 이름은 알렉스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라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남들은 하나하기도 참 힘든 세상인데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고산병을 시달리면서 까지 하늘마을을 보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책장을 막 열면 밤톨머리에 눈물울이 크고 속눈썹이 긴 남자아이가 한 명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다. 볼 살이 텄음에도 불구하고 보드라울 것 같아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를 꽤 한동안 바라보았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적도 없고 실제로 본 적도 없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아이가 저렇게 맑고 깨끗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해 꽤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꿈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과연 카메라를 들이민다고해서 아이들의 꿈이 찍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으로 이 책을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꿈이 아니라면 가능 한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아이들의 이라는 것은 장래희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알렉스가 담아온 아이들의 꿈은 장래희망이 아닌 지금 꿈꾸는 것 혹은 소망하는 것정도라면 말이다. 들고 있던 음료수 한 병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손을 잡아 주는 아이, 비싸지 않은 엽서를 구매했다고 더운 햇볕 밑에서 꽃 그림과 함께 행복을 기원해주는 아이. 흔하디흔한 초코파이를 쥐어주면 저도 먹고 싶지만 집으로 들고가 모두와 나누어 먹는 아이.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갈 만큼 그 아이들은 맑고 순수해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티베트를 방문한 알렉스는 내가 꺼리는 고생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그는 깨끗하고 좋은 방을 버리고 저렴한 가격의 방으로 이동한다. 낡아빠진 침대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화장실들을 좋은 방보다 더 편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호화로운 여행을 보고자 한다면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 마저도 잠깐 동행했던 일본 친구로 인해 금세 뉘우치는 장면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알렉스 또한 사람이니 호화롭고 편한 여행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아내어 자신이 고생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돈을 아껴 더 많은 곳으로 떠나 더 많은 아이들을 보고 혹시 도와줄 아이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그의 속내가 아닐까한다. 되도록 아래로 험한 길로 내려가 그 속에 묻어있는 즐거움과 아픔, 진주 같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이처럼 행복하라>를 다 읽은 지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온통 아이들의 얼굴인 것 같다. 이름도 모르고 혹은 읽었더라도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왜 그렇게도 잘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알렉스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고 그 아이들은 알렉스의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눈을 많이 마주보았고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많이 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해주려면 그는 몸이 열 개 혹은 스무 개라도 부족하지 않을까

 

솔직한 인도의 아이, 부끄러움이 많은 캄보디아의 아이, 티 없이 맑은 티베트의 아이 그리고 공부에 찌들어 버린 한국의 아이.

마지막 한국의 아이는 앞의 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기에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움을 느끼며 자랄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가 파하면 흙먼지 속에서 뛰놀 시간도 없이 학원 두 세 개쯤 돌고 개인 과외를 하고 학습지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우리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행복한 미래를 위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왜 먼저 이야기된 아이들보다 힘들어 보일까?

 

 

  책을 손에 잡기만 한다면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아이처럼 행복하라>는 책 제목대로 내가 아이처럼 행복하지 않아 참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덮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드로잉서클이 후원하는 파키스탄 해발 3천 미터 오지마을의 알렉스초등학교에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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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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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생각 없이 잘 이용하던 물건에서도 가끔 그 기원이 문득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시선을 돌리다가 어떤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쟤는 어떻게 생겨난 거지? 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들고 한참을 들여다봐도 그 물건이 내게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답해줄 리가 만무하다. 한번 피식 웃고 다시 내려두며 그냥 쓸 때 없단 생각을 하고 말았다고 넘긴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고 하며.

 

우리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물건들의 하나하나는 이제 더 이상 자연에서 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보기 드물다. 대부분이 인간은 필요에 의해 혹은 우연에 의해 어떤 물건을 만들고 우리는 그 것을 편히 이용하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얼마 없다.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손으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정확히 기원을 알지 못한다, 설사 그 기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들리는 말에 ~하더라. 정도만 알뿐이지 깊숙이 알고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런 궁금증이 쓸 때 없다고 생각하고 넘기게 되는 걸까? 

 

 

  <사물의 민낯>이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민낯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보여주는 메이크업 보다 꾸밈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참 좋아한다. 이를 사물에 적용시켜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아마 이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독특함이 톡톡 튀는 책이라 제목마저도 이렇게 기발함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성형수술, 면도기, 돈가스, 게임기. 레고, 피임약, 안경, 라면, 냉장고, 헬로 키티, 비아그라

 

  이 중에서 모르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다.

쉽게 거론되는 만큼 빈번하게 보고 사용되는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의 숨은 비화는 놀랍기도 하지만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성형수술은 처음에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몇몇 고대 국가에서는 죄인의 코를 잘라 죄를 벌하고 죄인임을 표시해서 일생을 부끄럽게 살도록 했는데, 이 때 자신의 부끄러운 죄를 덮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서 성형수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형수술에 얽힌 다소 황당한 이야기는 돈 많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했던 적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많은 다른 의미의 성형수술에 얽힌 시대에 따른 흐름을 읽고 나서 길게는 몇 세기 짧게는 수십 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성형수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사물의 민낯>을 읽고 나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확연히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라 조금은 놀랐다. 이 책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혀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기원을 찾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처음에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으나 책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였을 경우, 그에 걸맞은 배경지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금세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민낯>에서는 어려운 말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몇몇의 독자들의 생각대로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요한 핵심을 짧게 간추리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를 많이 늘여 끝까지 독자들의 집중력을 붙잡고 감으로써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책을 읽다보면 꼭 필요한 사항들은 모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구성은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절로 기억된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하려고 책을 펼쳐 두었더니 본문 보다는 작은 칸에 들어있는 쉬어가기 코너의 이야기들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전문성을 강요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의 민낯>이라는 책이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킬링 타임(Killing Time)용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그다지 전문성을 강요하지 않는, 그래서 머리 아플 일 없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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