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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사람공부 -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 ㅣ 정진홍의 사람공부 3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참 많은 공부를 한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태교랍시고 한글을 알려주는가 하면 요즘은 몇 살 되지도 않는 아이에게 영어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학습지를 통해 학습을 강요한다. 이런 공부는 참 지긋지긋하게도 성인이 넘어서도 이어지며 때로는 한 평생을 공부하는데 삶을 소비하다가 간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시간이 총 100이라면 약 70정도는 공부하는데 쓰이며 공부하는 것이 사람마다 같기도 혹은 다르기도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공부하는데 익숙해져서 수학처럼 정형화되어 ‘공식’이 있는 것이 참 쉽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오늘 공부하려는 사람은 정형화된 공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공부 해야 될지 방법부터 모르겠다. 영어가 어렵네 수학이 어렵네 혹은 경제학, 세포학이 어렵네 다양한 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사람은 기적이다.
셀 수 없으리만큼 많은 수의 정자와 단 하나의 난자가 만나 수정을 통해 한 세포로 만들어 진 후 착상을 거쳐 모체 속에 한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세포로 시작한 이 생명은 자라남과 동시에 수십 억 혹은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세포를 구성하여 유기체로써 삶을 살아나간다. 놀랍고 경이로운 생명(사람)의 탄생은 한 사람을 기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기적과 기적으로써 인연을 맺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 놀라움을 놀라움이고 ‘사람이 기적이 되는 순간’이라는 부제목은 다소 부담되었다. 사람은 기적이지만 기적을 만드는 힘이 나에게서 나와 기적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기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기적을 이루어낸 사람은 하나라도 특별한 면이 있어야 하고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정진홍의 사람공부>에서는 등장인물이 참 많다. 이렇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기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만큼 많은 수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구로야나기 테츠코, 앙드레 김, 하춘화, 조앤 K. 롤링, 구스타프 클림트, 백남준…과 같이 이미 귀에 익숙하게 들어본 이름도 많다. 반면에 이 사람은 누구야? 싶을 정도로 생소한 사람도 많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리센룽, 탄 벤 샤하르, 얼 쇼리스, 밀러드 풀러 부부…이었다. 어쨌거나 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 속에는 용기도 있었을 것이고 창의도 있었을 것이며 욕망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 정진홍은 이 인물들의 일생을 돌이켜 보며 그 속에 담겨있는 열정을 비슷한 사람들끼리 묶어 둠으로써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되고, 무엇을 생각하면 좋을지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을 읽으며 조금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가 익숙하게 습득하는 공부라는 것은 정답이 대게 정해져있다. 도덕마저도 정답이 정해져있어 5지선다형 문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는 당황스럽다. 이미 답을 중요시하는데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공부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책들과 달리 저자 정진홍은 <정진홍의 사람공부>에 등장하는 인문들의 삶을 그려주고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결코 정답은 없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P30에는 ‘이웃집 토토로’라는 인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토토로라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던 삶을 배경을 이야기 해준다. 이 글의 마지막은 ‘아마도 이 모든 것은 그녀가 ‘모범생’이기보다는 ‘모험생’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요? 삶과 일상에서 크고 작은 모험이 기적을 만들 테니까요’라고 끝난다.
또 다른 예로는 P148에는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교육제도를 만들어 도입한 얼 쇼리스의 삶이 그려진다. 마찬가지로 이 글의 끝에는 ‘스스로의 사람됨을 상실해가게 만드는 이 혼돈의 시대 속에서 진정으로 잃지 말고 가야할 것이 무엇이며 나아가야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일깨워주는 삶의 나침반 같은 사람 아니겠습니까?’로 얼 쇼리스의 삶을 마무리 한다.
결코 정답은 없다. 만약 저자 정진홍의 질문을 생각해보고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답은 없으니 말이다. 매번 이렇게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물음표(?)가 참 많이 눈에 띈다.
글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면서 하나로 모이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기적을 생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도 태어날 때는 나와 똑같았고 마지막도 비슷하게 마감할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단 하나 포인트를 놓치지 않아 그 ‘차이’로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 <정진홍의 사람공부>에 등장한다. 때로는 열정 속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사람들을 바라보는 저자 정진홍의 시선을 느끼며 공감을 하기도 하고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답은 없지만 진정한 공부는 이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뜻 깊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P7. 저자 서문 中 강영우 박사 이야기
‘Impossible(불가능한)’이란 단어에 점 하나를 찍으면 “I’m possbile(나는 할 수 있다)로 바뀌듯이
그는 삶의 숱한 고비고비마다 그냥 점이 아니라 땀방울과 핏방울을 찍어가며 기적 같은 삶의 길을 열어갔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