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제목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느낌을 주는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역시 민음사에서 선보이는 모던 클래식시리즈 중 하나로 선택되는 이유가 있나보다. 제목하나만으로도 많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책이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민음사라는 브랜드를 참 좋아한다. 내가 읽은 많은 고전시리즈를 민음사를 통해서 읽었고 또 그 것을 바탕으로 독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다시 <인생은 짧고 욕망이 없다>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제목에서부터 나는 많은 공감을 했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앞에 주어진 시간은 많으나 이 시간을 100%활용하기 어려우므로 인생은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과 함께 늙어가는 것에 반비례하게 하고 싶은 것과 욕망은 끊임없이 샘솟는다. 제목만으로도 공감돼서 책을 펼치기도 전에 울컥하였다.

    

 

책의 이력이 참 특이하다.  

 

2010년 프랑스 페미나 상 수상작.  

이 상은 남성권력위주의 콩쿠르 상에 대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상으로 심사위원 12명도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을 수여받은 작가는 남성. 얼마나 황당하고 재미있는지 모른다. 심사위원들은 페미나상을 작가 파트리크 라페르에게 주기 전까지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혹시 그에게 주지 않기 위해 하나라도 결점을 찾아내기 위하여 노력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다소 우스운 생각도 해본다. 어쨌거나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무시하고 페미나상을 남성 작가인 파트리크 라페르에게 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펼쳐서 본격적으로 읽기시작하면서 직감적으로 정말로 오랜만에 을 읽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읽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블레리오라는 남성에 대해 짧은 소개와 함께 그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숨 막히도록 가쁘게 나를 조여 왔다. 아마 섬세하게 한 사람의 갈등을 시작부터 표현해내는 작가를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 노라와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유부남인 루이와 능력 있는 머피 이 세 남녀의 사랑과 욕망을 다룬 이야기가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이다.

 

루이 블레리오는 아내와 또 다른 여자인 노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사랑을 즐기며 온몸을 불태우는 정열을 맛본다. 단면적인 모습만 본다면 블레리오가 부도덕하기 때문에 손가락을 받아 마땅한 인물로 그려질지도 모른다. 흔히 하는 말로 어쨌거나 그가 노라를 사랑하는 것은 아내를 두고 해서는 안 될 짓인 불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째서 인지 책을 읽고 있노라면 블레리오를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불륜을 하는 이들이 대게 하는 변명으로 뒤늦은 사랑이 지금 찾아왔고 이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블레리오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노라를 사랑하는 과정이 차라리 행복했더라면 그를 나쁘다고 이야기 했을 텐데 노라를 그에게 떠오르고 지는 태양과 같이 막을 수 없이 왔다가는 존재라 그의 욕망을 채워서 기쁘게도 해주었지만 괴롭게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라의 또 다른 남자인 머피는 이성적이고 신중한 남자이다. 그는 욕망보다 진실한 그 무엇이 있다 믿으며 노라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기까지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노라를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루이보다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머피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관과는 다소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가 뱉은 욕망보다 진실한 그 무엇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노라를 향해 욕망을 보이고 있단 소리 아닌가? 더불어 블레리오가 낫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남자이기에 블레리오와 같이 겁 없이 사랑의 불구덩이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못하는 겁쟁이 같다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머피는 내게 자신을 행동을 타당하게 만들 수 있는 테두리를 만들고 그 속에서 노라를 편하게 해주는 사랑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상반된 두 남자의 사이에서 노라는 사랑을 만끽한다. 사실 만끽이라는 표현을 해도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앞서 두 남자의 이야기를 써놓은 것만 미루어보면 노라는 참 이기적이고 나쁜 여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두 남자를 손에 쥐고 왔다 갔다 하며 잡을 수 없는 여자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롭게 사랑하는 것이 그녀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비슷한 그녀의 사랑관과는 맞지 않는 두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레리오의 욕망에 사로잡힌 사랑에 빠져 사랑을 하다가 그 사랑에 지칠 때쯤이면 조금은 안정되고 편안한 안식처 같은 머피의 품으로 떠난다. 악마 같은 그녀 때문에 두 남자는 상처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두 남자로 인해 로라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상처를 받는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이라는 주제는 영원불멸한 주제이다. 사랑은 인류가 끝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며 가난하든 부유하든 젊든 나이가 있든 상관없이 열정을 낳고 집착을 낳고 소유를 낳으며 이해와 기다림으로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파트리크 라페르의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에 등장하는 세 남녀는 결국 모두 상처를 받고 상실과 허탈감에 지쳐간다. 사랑하는 세 사람의 감정은 놀라울 만큼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에 따라 볼레리오가 될 수도 있고 머피가 될 수도 있으며 노라가 될 수도 있다. 확연히 다른 세 사람의 사랑방식은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 미묘한 분위기의 아슬아슬한 감정마저도 사랑이라고 믿기 때문에 견뎌 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랑은 아름답다고 많이 표현하지만 실제로 사랑을 하면 아름답고 찬란한 날들보다는 힘들고 기다리고 우울해지는 날도 적지 않게 있다. 이 책은 사랑의 뒷면에 더 주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우중충하고 울적하지만 진짜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싶은 날,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때는 머피가 되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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