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처럼 행복하라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아이처럼 행복하라> 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는 영화관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어딜 보나 어린아이지만 작은 악마가 따로 없었을 정도로 시끄럽고 통제 불가능이라 인상 깊었기 때문이리라.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아이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네 아이들과 달리 영화관, 학원, 놀이동산보다는 산과 풀, 흙먼지, 나뭇가지가 잘 어울릴 정도 순수해보여서 작은 악마 같은 우리 아이들도 아량 좋은 어른처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 만 같다. (간혹 영화관에서 눈치 없거나 매너 없는 어른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 것은 뇌가 어린아이만큼 순수해서 그렇다고 믿자!)

 

 

  어쨌거나 이 책을 쓴 알렉스 김의 이력이 조금 재미있다.

토그래퍼이면서 알피니스트, 원정 자원봉사자, 파키스탄 알렉스초등학교 이사장, 태국 레스토랑 셰프 겸 CEO, 에세이스트

뭐가 이렇게 많이 나열된 건지. 가장 재미있었던 이력은 이름은 알렉스지만 부산 사투리가 구수한 남자라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남들은 하나하기도 참 힘든 세상인데 이 남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고산병을 시달리면서 까지 하늘마을을 보려고 노력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책장을 막 열면 밤톨머리에 눈물울이 크고 속눈썹이 긴 남자아이가 한 명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다. 볼 살이 텄음에도 불구하고 보드라울 것 같아 한 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를 꽤 한동안 바라보았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적도 없고 실제로 본 적도 없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아이가 저렇게 맑고 깨끗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해 꽤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들의 꿈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과연 카메라를 들이민다고해서 아이들의 꿈이 찍히는 걸까? 하는 의구심으로 이 책을 시작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꿈이 아니라면 가능 한 것 같다. 우리가 말하는 아이들의 이라는 것은 장래희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알렉스가 담아온 아이들의 꿈은 장래희망이 아닌 지금 꿈꾸는 것 혹은 소망하는 것정도라면 말이다. 들고 있던 음료수 한 병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 손을 잡아 주는 아이, 비싸지 않은 엽서를 구매했다고 더운 햇볕 밑에서 꽃 그림과 함께 행복을 기원해주는 아이. 흔하디흔한 초코파이를 쥐어주면 저도 먹고 싶지만 집으로 들고가 모두와 나누어 먹는 아이.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갈 만큼 그 아이들은 맑고 순수해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티베트를 방문한 알렉스는 내가 꺼리는 고생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그는 깨끗하고 좋은 방을 버리고 저렴한 가격의 방으로 이동한다. 낡아빠진 침대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화장실들을 좋은 방보다 더 편하다고 한다. 이 책에서 호화로운 여행을 보고자 한다면 스타벅스에서 커피한잔을 마신 것이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 마저도 잠깐 동행했던 일본 친구로 인해 금세 뉘우치는 장면으로 바뀌지만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알렉스 또한 사람이니 호화롭고 편한 여행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아내어 자신이 고생하더라도 한 푼이라도 돈을 아껴 더 많은 곳으로 떠나 더 많은 아이들을 보고 혹시 도와줄 아이가 있다면 도와주고 싶었던 것이 그의 속내가 아닐까한다. 되도록 아래로 험한 길로 내려가 그 속에 묻어있는 즐거움과 아픔, 진주 같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이처럼 행복하라>를 다 읽은 지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온통 아이들의 얼굴인 것 같다. 이름도 모르고 혹은 읽었더라도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을 왜 그렇게도 잘 생각나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알렉스는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고 그 아이들은 알렉스의 삶에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렇게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눈을 많이 마주보았고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많이 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해주려면 그는 몸이 열 개 혹은 스무 개라도 부족하지 않을까

 

솔직한 인도의 아이, 부끄러움이 많은 캄보디아의 아이, 티 없이 맑은 티베트의 아이 그리고 공부에 찌들어 버린 한국의 아이.

마지막 한국의 아이는 앞의 세 아이들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기에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움을 느끼며 자랄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가 파하면 흙먼지 속에서 뛰놀 시간도 없이 학원 두 세 개쯤 돌고 개인 과외를 하고 학습지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우리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행복한 미래를 위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데 왜 먼저 이야기된 아이들보다 힘들어 보일까?

 

 

  책을 손에 잡기만 한다면 두어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는 <아이처럼 행복하라>는 책 제목대로 내가 아이처럼 행복하지 않아 참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으로 덮게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라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판매수익금의 일부는 드로잉서클이 후원하는 파키스탄 해발 3천 미터 오지마을의 알렉스초등학교에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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