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별 생각 없이 잘 이용하던 물건에서도 가끔 그 기원이 문득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시선을 돌리다가 어떤 물건을 보게 되었는데, 쟤는 어떻게 생겨난 거지? 하는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들고 한참을 들여다봐도 그 물건이 내게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답해줄 리가 만무하다. 한번 피식 웃고 다시 내려두며 그냥 쓸 때 없단 생각을 하고 말았다고 넘긴다. 그 시간에 내가 할 일에 집중하자고 하며.

 

우리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물건들의 하나하나는 이제 더 이상 자연에서 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보기 드물다. 대부분이 인간은 필요에 의해 혹은 우연에 의해 어떤 물건을 만들고 우리는 그 것을 편히 이용하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얼마 없다.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 손으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정확히 기원을 알지 못한다, 설사 그 기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들리는 말에 ~하더라. 정도만 알뿐이지 깊숙이 알고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런 궁금증이 쓸 때 없다고 생각하고 넘기게 되는 걸까? 

 

 

  <사물의 민낯>이라는 제목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민낯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인위적으로 보여주는 메이크업 보다 꾸밈없지만 있는 그대로의 민낯을 참 좋아한다. 이를 사물에 적용시켜 표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아마 이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독특함이 톡톡 튀는 책이라 제목마저도 이렇게 기발함이 넘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였다.

 

 

성형수술, 면도기, 돈가스, 게임기. 레고, 피임약, 안경, 라면, 냉장고, 헬로 키티, 비아그라

 

  이 중에서 모르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다.

쉽게 거론되는 만큼 빈번하게 보고 사용되는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의 숨은 비화는 놀랍기도 하지만 조금 의아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안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는 성형수술은 처음에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몇몇 고대 국가에서는 죄인의 코를 잘라 죄를 벌하고 죄인임을 표시해서 일생을 부끄럽게 살도록 했는데, 이 때 자신의 부끄러운 죄를 덮고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서 성형수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형수술에 얽힌 다소 황당한 이야기는 돈 많은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했던 적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는 많은 다른 의미의 성형수술에 얽힌 시대에 따른 흐름을 읽고 나서 길게는 몇 세기 짧게는 수십 년이 지나면 또 다른 의미로 성형수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보았다.

 

 

  <사물의 민낯>을 읽고 나서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하여 검색을 해보았더니 확연히 호불호가 갈리는 책이라 조금은 놀랐다. 이 책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문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이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혀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물의 기원을 찾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처음에는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하였으나 책이 전문적인 지식이나 역사적 배경을 거론하였을 경우, 그에 걸맞은 배경지식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금세 흥미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민낯>에서는 어려운 말이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이 몇몇의 독자들의 생각대로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요한 핵심을 짧게 간추리고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를 많이 늘여 끝까지 독자들의 집중력을 붙잡고 감으로써 이 책을 완독 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책을 읽다보면 꼭 필요한 사항들은 모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구성은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절로 기억된다. 마치 시험기간에 공부하려고 책을 펼쳐 두었더니 본문 보다는 작은 칸에 들어있는 쉬어가기 코너의 이야기들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책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전문성을 강요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의 민낯>이라는 책이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킬링 타임(Killing Time)용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그다지 전문성을 강요하지 않는, 그래서 머리 아플 일 없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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