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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리엄
로렌 올리버 지음, 조우형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다.
<딜러리엄>은 읽어야지 해놓고서 연이 닿지 않아 한 번 놓치고 다시 만나게 된 책이라 이 책을 손에 쥐고 있을 때면 늘 설레었고 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책 편식을 하지말자고 늘 다짐하지만 잘 읽지 않는 장르 중에 가장 대표되는 것이 로맨스소설이다. 어쩐지 현실감이 없다는 생각에 잘 읽지 않는다. 비슷한 맥락으로 판타지 소설도 잘 읽지 않는다. 판타지 소설의 경우 한 번 빠지면 그 책을 완독하기까지는 시간문제이지만 문제는 그 시작하기가 참 어렵다는 점이다. <딜러리엄>은 판타지로맨스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던 이유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신비로운 소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철저히 감시 및 컨트롤하는 근 미래의 통제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딜러리엄>은 정말 놀라울 만큼 신기했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감시한다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그 소재가 한층 더 확고한 규칙과 규율을 만들어내어 만 18세가 된 사람은 모두 평가받고 약물치료를 받으며 평가점수에 따라 자기 연령, 신분 등에 걸맞은 짝을 부여받아 결혼하고 정해진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고 한다. 자녀의 수도 평가기관에서 정해주고 심지어 웃고 울고 애정 표현하는 모든 감정마저도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으며 예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춤과 노래도 금지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저 정해진대로 주어진대로 삶을 살아가면 되니 우리 사회에서 부딪힌 각종 사회적 문제 따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뒤따른 감정표현과 예술 활동마저 금지된다는 말에서 깨닫게 되었다. 이 삶은 사람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그저 감정이 없는 로봇의 삶일 뿐이라고.
더군다나 <딜러리엄>의 배경이 되는 사회는 ‘사랑’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즉, 병으로 취급받는 금기어라고 하니 더욱 로봇이 되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인류가 시작하는 순간 함께 시작되었고 이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찌해서 이 감정을 조절하고 컨트롤 하면서 막는 것인지 과연 이러한 사회 속에 살게 되는 이들은 행복한지 궁금해졌다.
<딜러리엄>의 주인공은 레나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랑을 했기 때문에 그녀는 외로웠다. 심지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어머니로 인해 레나는 늘 두려웠고 얼른 만 18세가 되어 치료를 받고 사회에 편입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소녀이다. 그녀의 걱정과 미래에 대한 다짐은 한 소년을 만나면서 무너진다. 그 소년은 레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 동안 이 길만이 확실하고 진리라고 생각했던 레나에게 그 것은 신세계였고 기존의 세계의 배신이었다.
저자 로렌 올리버는 이 책을 단순히 판타지 로맨스로 독특한 소재에 관한 미래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사회는 극도로 억압된 통제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생한 초상이다. 어쩐지 우리사회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강제로 사랑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가 하나하나 억압을 한다. 이 공부를 받아야 하며 사회에 나아가 흔한 말로 무시당하지 않고 번듯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반드시 해야 되고 끊임없이 임무가 주어지고 우리는 긴장 속에서 사회에 낙오되는 일이 없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억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랑을 억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사랑으로부터 억압을 한다. 결국 <딜러리엄>의 미래사회배경은 우리 현실인 셈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달콤한 첫맛으로, 하지만 공포를 동반한 채 찾아온다. 공포의 정체는 아마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사랑을 원한다면 공포를 감수하고도 변화를 이루어낼 것이다. 금지된 것에도 손을 뻗어내는 것이 사람이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결국 작가는 이 모든 것은 젊은이들의 특권으로 돌려둔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들이 어리단 것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유를 택하여 싸우고 부딪혀 볼 것인지 주어진대로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은 어린 주인공인 소녀와 소년이지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니다.
사랑을 하고 싶은 젊은이는 선택을 수 없이 한다. 그 선택을 잊지 말고 우리 삶속에서도 적용시키길 간절히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묻어나오는 것만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딜러리엄>을 읽기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