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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친숙해진 작가이고,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하나쯤은 읽어보았을지도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하여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대표작들 중 하나인 <상실의 시대>와 <1Q84>와 같은 굵직한 책들을 통해 그를 재미있게 생각했었다. 무라카미 히루키의 글에는 묘한 분위기와 톡톡 튀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 마찬가지로 <빵가게 재습격>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묘한 분위기와 톡톡 튀는 생각들이 담겨져 있다. 이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그러나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다. 스케일이 크고 웅장하고 흐름이 스펙타클하게 진행되는 법도 없다. 시종일관 물 속을 헤엄치는 듯한 분위기고 책을 읽다보면 몽롱한 기분만저 느끼게 만든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톡톡 튀는 상상력과 철학들은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빵가게 재습격>의 표제작은 주인공과 그 친구가 빵가게를 습격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둘은 단지 허기를 채울 만큼의 빵이 필요했고, 곧 실행에 옮겼다. 그 빵집 주인은 주인공과 친구에게 바그너의 음악을 끝까지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주인공은 친구와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옛날 빵가게를 습격했던 것과 달리 아내가 생겼다.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음식도 풍족히 먹는데도 공복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는 주인공에게 새로운 빵집은 습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새로운 파트너는 아내 자신인데, 주인공의 저주에 자신도 옮았다는 것이다. 아내의 '빵가게 재습격' 주장을 바탕으로 둘은 새로운 빵가게를 습격하기 시작한다.
이어 <코끼리의 소멸>, <패밀리 어페어>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로마제국의 붕괴ㆍ1881년의 인디언봉기ㆍ히틀러의 폴란드 침입ㆍ그리고 강풍세계>,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이 차례로 실린다.
짧은 단편이지만, 이야기들이 묶여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 공통되는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그게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떠오른 것은 단 하나였다.
'상실과 소멸'
무라카미 히루키는 지독한 상실과 소멸에 따라오는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이미 이야기 했던 표제작 '빵가게 재습격'을 통해 이야기를 하자면, 더 쉽게 이해된다.
'빵가게 재습격'에서 주인공은 친구와 틀어진 것은 빵가게를 습격할 당시 들었던 바그너의 음악이 저주가 되었다고 했지만, 둘은 그 이유에서만 틀어지지 않았을것이다. 미묘하게 둘의 사이에 틈이 생기고 있던 찰나에 그것을 계기로 둘은 완전히 틀어졌을 뿐이다. 주인공은 친구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외로움을 느끼고 고독을 느낀다. 그 상처로 인해 새로운 사람인 아내와 있어도 어떤 음식을 먹어도 공복감이 찾아오고 행복하지 않다. 아내는 주인공이 빵가게 습격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해결해 주기 위하여 재습격을 주장한다.
이어 <코끼리의 소멸>.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을 읽으면서 무라카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확실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무라카미 히루키의 글을 자칫하면 의중을 파악할 수 없어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냥 활자들만 가득한 책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라카미에게 이끌려 몽한 분위기로 따라가지 않고 조금만 가볍게 읽는다면 그의 진짜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어딘가 음침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름은 와타나베 노보루. 그가 재미있는 이유는 아마 책을 읽을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