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셀 씨는 겉보기와 달리 야심 때문에 옹졸해졌다. 능력는 자들에게는 야심을 품고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특권이있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들은 야심을 겉으로 드러내놓고 그것을 이루지 못해 남들의 조롱을 받기 마련이다. 셰셀 씨는 능력 있는 자의 직선 코스를 밟지 못했다. 그는 하원의원을 두번 지냈고 선거에서 두 번 낭패를 보았다. 예전에는 국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공과 패배를 이어서 맛보면서 그의 성격은 망가졌고 좌절된 야심가가 그렇듯이 모질어졌다. - P52

젊음은 힘을 발휘하는 데서 기쁨을 느낀답니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속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속게 된답니다. 그 열정은 좀 아껴두세요. - P110

그분은 자신에게 굽실거리는 자는 더 짓밟는 분이고 자기에게 맞서는 자의 자존심에는 감탄하는 분이랍니다. 그분은 강철 같은 분이에요. - P112

친구여, 교활함을 이 세상 처세술의 으뜸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지요. 사람들을 이간질해서 그 틈새에 자기 자리를 마련하려는 거지요. - P113

사람은 물질과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물적인 본성이그 안에서 다 발휘되고, 천사의 성질이 그 안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천사가 보여주는 미래와, 동물이 되새겨주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육체적인 사랑과 신성한 사랑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것이다. 어떤 이는 덧없이 지나가는욕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온갖 여성들 사이를 헤맨다. 반면에어떤 이는 단 한 명의 여성을 이상화시켜서 그 안에 전 우주를 담는다.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쾌락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방황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육체에 정신성을 부여한 후, 결코 육체가 줄 수 없는 것을 그 쾌락 속에서 찾기도 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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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말은 조롱과 조소마저도 따듯하게 하는 마법이 있다.
글에서 배어나오는 작가의 성품은 온갖 지저분한 말을 갖다 붙여도 더러워지지 않는 건가.
다른 작가라면 충분히 날카로웠거나 슬픔에 사묻혔을 법한 내용인데도 그냥 잔잔하게 독서가 흘러갔다.

"그런데 말이죠, 아무리 단골이라도 말이죠, 꼭프라이드를 기본으로 한 뒤에 반반을 선택한단말이죠. 이게 나는 사람 심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항상 매사에 디폴트는 있어야 하기에 그다고요." - P13

우리는 너무 귀찮아서 이직도 할 수 없고 귀찮아서 이사도 갈 수 없고 귀찮아서 누구 대소사 챙기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 귀찮음이 우리의 생활을 묘하게 안정시키고 있는 것도사실이었다. - P17

잘 지내, 미래는 현재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단지 긴 현재일 뿐이야. - P22

우리가 처음으로 포옹한 장소도 여의도에 면한한강 둔치였는데 그렇게 해서 매기를 14년 만에다시 안았을 때, 손을 잡고 입술을 가져다 댔을때 나는 우리가 왜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진을 빼듯이 걷고 있었는가를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어떤 것이 기진맥진해져서 완전히 투항하기를 바라면서 무언가와 싸우듯이 걷고 있었던 것이었다. - P18

매기가 나와의 그 섹스 없음에 경종을 울리며사라지고 만 일은 그냥 하나의 연애가 끝이 난 게아니라 내 인생 전체의 신념이 야유를 받은 것이었다. - P44

"네, 힘이 있으니까 화나고 긴장하고 굳고 괴롭고 하는 거라고요. 울화도 활력입니다. 하는데, 요즘 통 글을 못 써서 힘이 없나 보다 기력이 떨어지나 보다 했는데……. 내년에 책을 낼 수 있을지모르겠어요. 무엇보다 내켜야죠." - P57

인파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보면 불편한 상황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더러는 좀 비켜주세요, 밟으면 어떡합니까, 앉읍시다, 하는 항의도 퍼져 나갔는데 그 사이에서 한 남자가 유인물을 한장씩 나눠 주며 아주 인자하게 우리 탓이 아닙니다, 다 정권 탓입니다. 우리 탓이 아닙니다. 다 정권 탓입니다, 하고 있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때는 설핏 웃었지만 그렇게 누구 탓이라고 하면신기하게도 무화되는 분노의 특성이 생각나면서내 얼굴은 천천히 굳었다. - P110

문상과 캠핑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지만 일상 전체로 따지면 공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타본 캠핑카는 현실의 것들이 축소된, 그래서 어딘가 장난감처럼 귀여워진집에 가까웠다. - P111

가서 그 불편하고 죄의식이 일고 감당할수 없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과 대면하리라. - P112

나는 우리가 자꾸 어긋나고 상대를 향한 모멸의 흔적을 남기게 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매기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그것은 시작과 동시에 숙명처럼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슬픔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덜 사랑하거나 더 사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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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진심으로 화를 낼 때 당신의 눈은 커지지요. 숱 많은 눈썹들이 치켜올라가고, 속눈썹과 입술이 떨리고, 숨을 몰아쉴 때마다 가슴이벅차게 오르내리지요. 당신은 나에게서 펜을 돌려받은 뒤 수첩에휘갈겨 썼지요.

그렇다면 나의 신은 선하고 슬퍼하는 신이야. 그런 바보 같은논증 따위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느 날 갑자기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걸. - P43

말할 수 있었을 때, 그녀는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었다.
성대가 발달하지 않았거나 폐활량이 문제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누구나 꼭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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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단단하게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옌롄커의 열성독자가 된 이후로 지난 작품들도 천천히 찾아서 읽어보는 중이지만, 분량의 압박이 가볍지가 않다.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소설의 첫 장을 펼치는 것 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었지만 또 다시 중국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어느 번역가가 말했던 것 같다. 이들의 생각을 이해하기에는 짧은 논설이나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는 잡다한 기사들 가지고는 도통 심중을 파악할 수가 없다. 여러 권의 중국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며 현재 그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수긍을 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중국은 참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탄압을 받았던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무엇을 근거로, 어떤 방식으로 탄압과 억압을 받으며 고통받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화자 가오아이쥔과 홍메이가 혁명을 이루는 방식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때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사유로 혁명분자들에의해 짖 밟히고 제거되었는지.
주인공은 선의의 편이라는 선입견에 초반부는 화자의 혁명을 기대하며 읽었지만 소설이 전개될수록 주인공들의 사상을 작가가 조소를 유발하는 풍자적 기법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적어도 내가 아는 옌롄커라면). 불륜으로 맺어진 사랑과 열정의 힘으로 주변부 인물들의 꼬투리를 잡아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살인과 고발을 일삼다가 혁명의 코 앞에서 결국 본인들의 저지른 일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하며 무너지고 만다.
노골적으로 사랑의 행위를 그리면서 순결한 혁명의 행위를 반혁명적으로 그리는 작가의 서술방식에 문제를 삼아 출판이 금지되었을 것이다. 혁명이라는 구실로 개인의 사적 이득을 취하는 당시 혁명분자들에 대한 조롱을 날리며, 문화대혁명의 모순을 고발하는 통쾌한 소설이었다.

흔히들 하늘이 아무리 커도 사랑을 안을 수 없고 땅이 아무리 넓어도 정을 담을 수 없다고 하지요.(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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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사람은 완전히 느긋하게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은 겉으로는 조용해보일지라도 내면적으로는 시끄러운 경향이 있지. 속으로 혼잣말을 되풀이하면서 최근 자신이 격정하는 부분과 집착하는 것들을 계속 떠올리는 거야.
이러한 잡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무늘보스러움을 지향하는 목표지만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과제야.

미안하지만 제한속도에 맞춰 달리는 차를 추월한 운전자가 얻는 보상이란 없어. 다음 신호등에 똑같이 걸렸을 때 비웃음을 당하는 거 말고는.

제발 액정화면으로 세상을 감상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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