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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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혼란스럽다. 인물관계 정리가 쉽지 않다. 동명의 인물이 각각의 단편마다 등장하는데, 그들의 정체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성평등을 기본전제하에 두고 있어 단편 내에서도 성별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며, 한참 연배가 높아 보이는 ‘주희‘라는 인물에게 ’한서‘와 ‘보나‘라는 인물들은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성도 평등하고 나이도 평등하다!) ‘주희‘라는 인물이 해녀 이씨한태, 붙여준 ‘보나‘라는 이름이 다음 단편에서는 ‘한서‘의 조카 이름으로 등장하며, 남장여자였던 ‘제인‘이란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는 여성으로 등장하여 혼혈아 ‘제니‘를 출산했다는 설정도 나온다.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이런 혼란을 굳이 만들어놓은 불친절함이 이 작품의 흠이다. 인물 설정이 동일했으면 인물들의 생애가 퍼즐처럼 맞춰져 소설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주지 않았을까.(마치 하나의 세계관처럼) ’줄리아나, 도쿄‘를 읽는 내내 먹먹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던지라 기대를 많이 했다(물론 등장인물 설정의 불친절함을 차치한다면 그 기대는 충분히 만족시킬만하다.). 그 감성을 즐길만한 여유는 주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럽기만 해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가가 전작에서도 보여준 르포형식의 전개방식이 역시나 돋보이는데, 그 서사가 마치 가능한 모든 비극을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도록 하는 듯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쉽지 않다. 시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연약한 존재들을 장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장기니까.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 인물들의 비참함은 그 이상일 것이다는 것이 스포라면 스포가 될 것 같다.

인물설정이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이다. 관계도가 정산이 됐으니 작은인물들에게 숭고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시나리오는 병아리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터트려 죽이는 남성을 등장시킨 것이었는데, 훗날 그는 자신의 그 습작에 대해 공부와 사유는 미숙하고 자아가 내무 비대한 나머지 예술과 학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참혹한 짓을 저질렀다고 여러 번 후회했다. - P24

그리고 고모를 이렇게 만든…… 아니, 나는 속엣말로도 그 말은늘 하지 않았다. 이렇게, 라니. 나는 가끔 나를 불쌍하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들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장 남자라는 말을 제인에게 붙이기 전까지우리에게 제인은 그냥 제인이었다. 그러니 내가 저 말을내뱉는 순간 고모가 이렇게든 저렇게든 되어 버릴까 봐두려웠다. 하지만 고모가 제인에게 용서를 구한 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는 것을 나는 할머니가 죽고 나서야조금은 알 것 같았다. - P111

전에 말했듯이, 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국가 폭력 사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관련 대학원까지 진학했습니다. 그런 내가 보인 반응이 그러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말을 하는 지금도 나 자신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것이 정의로워 보이고 싶은 나인지, 아니면 정말 정의를 생각하는 나인지를요. 어쩌면 나는 늘 전자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캔디에 대해 보인 나의 태도를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나는 어쩌면 나만이 가지고있는 정의의 틀이 있고 행복의 기준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이 생각을 몇 번이나 고쳐 하게 될지라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싶네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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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의 삶 창비세계문학 83
소니 라부 탄시 지음, 심재중 옮김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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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상상력이 나올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어딘가 존재한다는데, 누군가의 비관적인 상상이 실현되었을 어딘가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 자들이 없는 죽은 자들은 불행하고, 죽은 자들이 없는 산 자들도 똑같이 불행하다." - P49

독재는 혁명의 무기가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로 억압의 수단입니다. 당신이 자주 말하듯 독재가 혁명의 수단이라면,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듯 규율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면, 복종이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성이라면, 우리는 비인간성이 진보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을 불로 끌 수는 없습니다. 독재는 태워지지 않습니다. 독재가 불입니다. 한번 독재를 선택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완화된 형태의 독재란 없고 있는 것은 독재의 단계들이며 그 단계들이 당신과 우리를 삼켜버립니다. 아닙니다, 지옥은 불태워지지 않았습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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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 오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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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짤의 출처가 이책이었다. 한국사람이 쓴 줄 알았는데 일본사람이었다. 일본도 아직 이런풍토가 만연하다니 실망이고, 이런책이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역시 한국은 더 후진적인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단 한치의 양보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도 문제다. 보통 이 책과 같은 생각은 위로 향하는 방향에서나 혁신적이지 내 양옆을 향하게 되면 상사만도 못한 이기적인 빌런이 되어버리고 만다.
자기 권리를 찾다 골칫덩어리 트롤이 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으니 굳이 보람 있는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의 비참한 근무 환경이 마치 어엿한 훈장이라도 되는 듯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서 참 안쓰러웠던 적이 있다.

사회인으로서의 상식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합리한 관습을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때다.

가격에 맞지 않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에 특히 피해를 보는 것은 종업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대학 재학중에 취업활동을 해서 신졸로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말하자면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 사는 셈이다. 그런 전환기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이미 깔린 레일을 따라 그대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용 시스템이 붕괴했는데도 사축만 남은 이유는 ‘이제 회사가 사원의 평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냉엄한 사실을 외면하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회사에 사원의 평생을 보장할 체력이 더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나서서 절대로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마치 사원을 평생 고용하겠다는태도로 신졸 채용을 진행하고, 취업활동에 임하는 학생 역시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안정적인 기업에 취업해서 내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과거의 꿈을 근거 없이 신봉한다. 그런 꿈은 이제 신기루에 불과한데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나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이니다.
이거 귀찮은데 라고 생각한 사람이 기계를 발명하고, 이거하기 싫은데라고 생각하기에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한다. 뭐가 됐는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매일 뒹굴뒹굴하면서 살고 싶다‘거나 ‘귀여운 여자애의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것도 ‘앞으로 이루고 싶은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꿈을 간절히 바라고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고민하는 것도 멋진 자아실현의 과정인데, 학교 교육에서 말하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꼭 직업을 통해 실현해야 하는 것인가보다.
보람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만이 초등학교 직업교육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자세다.

이런 회사는 말도 안되는 명령도 거부하지 않고 묵묵히 따르는 사원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업무지식보다 순종적인 태도를 중시한다.

신입연수에서 교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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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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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유명한 다시 말해 봐 이 😅🤣야다.
좀 저급하게 요약하자면 드라큘라가 된 여자가 😂😆중에 이빨을 드러내 피를 빨아먹고 남자를 죽이는 소설이자, 과자가 자라는 외국인 남자친구의 귀를 매번 😣☺️중 씹어먹는 여자도 나오는 소설이다. 줄거리를 삼류판타지같이 요약했지만 이 소설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정세랑작가 작품 중 장르문학보다는 순수문학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정도 약간의 환상성이 가미된 작품들은 더 좋다.

‘잘 그려진 환상성은 리얼리티를 해치지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소설의 리얼리티에 다층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가진 실재적 의미를 증폭시킨다.’는 해설처럼… 무엇을 비꼬고 싶은지 더 잘 알 수 있게한다.

결혼한 지 가장 오래된 친구가 말했을 때였다.
"근데…… 나는 사실 결혼이 하고 싶어. 그 사람이랑 보란 듯이식도 올리고 싶어. 가족들이랑도 교류하고."
동성애자인 친구가 머쓱해하며 털어놓았다.
"뭐? 왜? 결혼 완전 피곤하고 촌스러운데. 싫은 친척이 두배로생기는 거라고."
기혼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몰라, 내가 촌스러운 환상이 있나봐. 나도 좀 해보고 싫어하든가 할게. 동거도 좋고,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일단 외치고 싶어. 우리 둘이 계속 함께하기로 정했다고. 그 결정으로 우리둘이 고립되는 게 아니라 연결망 속에 놓이고 싶고."
"그렇구나, 내가 잘못 생각했다."
처음 말을 꺼낸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 특권을 못 봤네, 결혼제도가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교체되길 바랐는데……… 언젠가 결혼이, 아무도 안해도 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면 좀 다를 수도 있겠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몰라, 미안해." - P21

마트 앞에서 크게 싸웠다.
"와, 홈패션 배우고 싶어. 수강료도 안 비싸고 좋다."
여자가 마트 문화센터의 수업 소개 게시판을 보다가 말했을 때,
남자가 쏘아붙였다.
"요리부터 배워."
한번은 그냥 넘어갔다.
"쉽게 하는 이탈리아 요리, 이거 배울까?"
"좀! 한식부터 배워 좀! 밑반찬부터."
두번은 넘어갈 수 없었다. 둘 다 일하는데 식사 준비를 여자가 하는 건 여자의 자발적인 기여일 뿐이었다. 남자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차분하게 반박해야 했지만 여자도 쌓였던 게 많았다.
"다시 말해봐, 씨발새끼야."
격론 끝에 남자는 마트 앞에서 울었다. 여자는 별로 미안하지 않았다. - P25

밴드는 건우 선배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온 일이었다. 일이라고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가끔 건우 선배가 반자본주의 요정비슷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데, 건우 선배 같은 타입들이 부잣집에 태어나 집안의 재산을 조금씩 사회로 돌려보내며 축적의 고도화를 막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성실하지 않은가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손대는 사업마다 망했다. 미니 골프장, 기타가게, 빈티지 스쿠터 튜닝숍을 거쳐 가장 최근에 말아먹은 것은 수제맥주집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말고 건물주 같은 걸 하면 나을 텐데, 끝없이 일을 벌인다는 점에선 약간 존경하게 되기까지 했다. - P76

나는 너무 좌절해 있었던 거야.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해도 더 나빠지는 게 인생이란 걸 알면서도, 기가 막혔어. - P107

그래서 아버지는 자식들을 변호사로, 의사로, 외교관으로 키웠다. 중동에서 그런 직업을 가지는 건 극동에서보다 쉽다. 왜냐하면 정말로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석유가 있는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말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마 일하는 사람들일 거다.
내가 소년이었을 때부터 아버지는 석유가 떨어질 날을 대비했는데, 예상과 달리 아직도 석유가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정말 떨어진다 해도 그렇게 많은 것들이 바뀔지 잘 모르겠다. 석유와 허풍중에 석유가 사라져도 허풍은 남지 않겠는가? 성실하고 허풍을 모르는 사람들의 자리가 정말로 생길 것인가? 나는 아랍 특유의 허풍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 아랍에선 데이터망 서비스가 없을 때도 모두가 최고급 스마트폰을 썼다.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영영 적응하지 못하겠지만 싫어하진 않는다. 제가 태어난 곳에서 부유(浮游)하는 족속은 어디에나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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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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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픈 현실을 그로테스크하게 발랑 까발리고는, 글은 또 너무 잘썼다. 중간중간 식욕을 없애는 역겨움이 난무하지만 너무 재밌다. 파과나 아가미같은 장편을 쓰는 중에도 이런 주옥같은 단편을 계속 쓰고 있었구나.
기분이 심난하지만 오늘 이 책을 본 덕에 하루를 잘 보냈다.

그러나 선배에게 처자식이 있다면 내게도부모와 누이가 있었다. 타인의 삶의 무게를 측정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그 행위를 너무나 쉽게 했고, 종종 재단에까지 이르렀다. 타인의 절실함을 허명에 대한 갈망으로단정 짓기도 쉬웠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허명이라면나는 기꺼이 그것을 좇을 것이었다. - P11

솔직한 심정으론, 부단한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사회를 굴리는 일과 전혀 인연이 없는 이들에게까지, 단지 그들이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설 자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바쳐야 한다는 현실에 지쳤어. 너는 전혀 그럴 때가 없어? - P187

불행은 줄곧 부당하게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가 어떤 극단적 상황에서 피치 못할 방식으로 타의에 의해 공개될 때 비로소 가치와 무게를 획득하는 모양으로, 양선의 밝고 명랑하며 때론화려하기까지 한 표정은 그녀가 겪은 과거의 고생을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데에 일조했다. - P189

다른 응시자들에 비해 내가 떨어지는 게 도대체 뭘까, 스카이가 아니어서 그런가 생각도 해봤는데, 뭔가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다 쳐도, 거듭된 열상의 자리에 손가락을 넣어 벌리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엄두는 안 났어요. 무엇보다 안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선명한 예감이 들수록, 죄 없는 출신 대학에 화살을 돌리는 게 차라리 간편했어요. 어쨌거나 뒤늦게 스카이를 목표로 편입 시험을 볼 엄두도 안 날뿐더러 설령 편입에 성공했다 해도 학비와 생활비는 다시 또 어쩌겠어요. 천신만고끝에 스스로 만족할 만한 타이틀을 딴다고 해도 이미 또래들보다 몇 발자국을 더 뒤처진 다음이고요. 그 모든 일을 감내한 뒤에도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의 절망을 견디기보다는 모험을 포기하는 쪽이 생산적이었어요. 물을 준 자리에 틔운 싹이 누렇게 말라비틀어졌다고 해서 그 열패감을오래 누리며 방황하는 호강도 할 처지가 못 되었어요. - P258

정작 괜찮냐고 한마디라도 물어보고 돌아봐준 이는 그러지못했으니까요. 그런 분들을 더 잘 모시고 챙겨드렸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인데 어째서 오랜 지배와 구속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어느새 나를 때리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반응하고 꼬리를 흔들거나 내리게 되었을까. 그러니 너희들은 더더욱 짐승 취급을 당해도 된다며 누군가들은 의기양양하게 돌을 던질 텐데.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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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7-1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까지 제일 좋았고 이 작가님은 이후로 더 못쓰게 된 기분이에요…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전작 ㅋㅋㅋ신작은 아직 안 봤어요.

ider427 2021-07-25 23:10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ㅎㅎ 그래도 자신만의 문장스타일도 있어서 기대되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