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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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유명한 다시 말해 봐 이 😅🤣야다.
좀 저급하게 요약하자면 드라큘라가 된 여자가 😂😆중에 이빨을 드러내 피를 빨아먹고 남자를 죽이는 소설이자, 과자가 자라는 외국인 남자친구의 귀를 매번 😣☺️중 씹어먹는 여자도 나오는 소설이다. 줄거리를 삼류판타지같이 요약했지만 이 소설의 무게는 전혀 가볍지 않다. 정세랑작가 작품 중 장르문학보다는 순수문학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정도 약간의 환상성이 가미된 작품들은 더 좋다.

‘잘 그려진 환상성은 리얼리티를 해치지 않는다.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소설의 리얼리티에 다층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가진 실재적 의미를 증폭시킨다.’는 해설처럼… 무엇을 비꼬고 싶은지 더 잘 알 수 있게한다.

결혼한 지 가장 오래된 친구가 말했을 때였다.
"근데…… 나는 사실 결혼이 하고 싶어. 그 사람이랑 보란 듯이식도 올리고 싶어. 가족들이랑도 교류하고."
동성애자인 친구가 머쓱해하며 털어놓았다.
"뭐? 왜? 결혼 완전 피곤하고 촌스러운데. 싫은 친척이 두배로생기는 거라고."
기혼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몰라, 내가 촌스러운 환상이 있나봐. 나도 좀 해보고 싫어하든가 할게. 동거도 좋고,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일단 외치고 싶어. 우리 둘이 계속 함께하기로 정했다고. 그 결정으로 우리둘이 고립되는 게 아니라 연결망 속에 놓이고 싶고."
"그렇구나, 내가 잘못 생각했다."
처음 말을 꺼낸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 특권을 못 봤네, 결혼제도가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교체되길 바랐는데……… 언젠가 결혼이, 아무도 안해도 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그런 게 되면 좀 다를 수도 있겠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몰라, 미안해." - P21

마트 앞에서 크게 싸웠다.
"와, 홈패션 배우고 싶어. 수강료도 안 비싸고 좋다."
여자가 마트 문화센터의 수업 소개 게시판을 보다가 말했을 때,
남자가 쏘아붙였다.
"요리부터 배워."
한번은 그냥 넘어갔다.
"쉽게 하는 이탈리아 요리, 이거 배울까?"
"좀! 한식부터 배워 좀! 밑반찬부터."
두번은 넘어갈 수 없었다. 둘 다 일하는데 식사 준비를 여자가 하는 건 여자의 자발적인 기여일 뿐이었다. 남자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차분하게 반박해야 했지만 여자도 쌓였던 게 많았다.
"다시 말해봐, 씨발새끼야."
격론 끝에 남자는 마트 앞에서 울었다. 여자는 별로 미안하지 않았다. - P25

밴드는 건우 선배가 유일하게 꾸준히 해온 일이었다. 일이라고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나는 가끔 건우 선배가 반자본주의 요정비슷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데, 건우 선배 같은 타입들이 부잣집에 태어나 집안의 재산을 조금씩 사회로 돌려보내며 축적의 고도화를 막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성실하지 않은가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손대는 사업마다 망했다. 미니 골프장, 기타가게, 빈티지 스쿠터 튜닝숍을 거쳐 가장 최근에 말아먹은 것은 수제맥주집이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말고 건물주 같은 걸 하면 나을 텐데, 끝없이 일을 벌인다는 점에선 약간 존경하게 되기까지 했다. - P76

나는 너무 좌절해 있었던 거야.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해도 더 나빠지는 게 인생이란 걸 알면서도, 기가 막혔어. - P107

그래서 아버지는 자식들을 변호사로, 의사로, 외교관으로 키웠다. 중동에서 그런 직업을 가지는 건 극동에서보다 쉽다. 왜냐하면 정말로 돈이 있고 힘이 있는, 석유가 있는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말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아마 일하는 사람들일 거다.
내가 소년이었을 때부터 아버지는 석유가 떨어질 날을 대비했는데, 예상과 달리 아직도 석유가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정말 떨어진다 해도 그렇게 많은 것들이 바뀔지 잘 모르겠다. 석유와 허풍중에 석유가 사라져도 허풍은 남지 않겠는가? 성실하고 허풍을 모르는 사람들의 자리가 정말로 생길 것인가? 나는 아랍 특유의 허풍을 그렇게 싫어하진 않는다. 아랍에선 데이터망 서비스가 없을 때도 모두가 최고급 스마트폰을 썼다. 모든 게 그런 식이었다. 영영 적응하지 못하겠지만 싫어하진 않는다. 제가 태어난 곳에서 부유(浮游)하는 족속은 어디에나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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