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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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풍미했던 하위문화들을 기록하기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

다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나’의 살인미수는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태리의 공갈 협박죄는 그가 살인미수 피해자이기 때문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희영은 정말 친구들을 조종해 이용해 먹는 아이인가. 윤도는 그저 호색한에 불과했나.

나는 이 책을 사자마자 읽고 바로 알라딘 중고로 팔아 버렸다. 박상영의 책을 모두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지만, 이 책은 잘 모르겠다…

그때, 그 눈물의 시간을 통해 무늬는 진심이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어떤 형체가 실은 매우 연약하다는 진리를 배웠다. 나미에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상경했고 무늬는 결심했다. 할 수 있는 한빨리 서울로 갈 것이라고. 그저 부모님만의 기대에 불과했던 특목고, 그러니까 서울에 있는 외고 진학이 이제는 무늬 본인에게 더 간절한꿈이 되었다. - P85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모든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모조리 쏟아내 죄책감을 떨쳐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나는 언제나 침묵해버리는 사람이니까.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상처를 썩혀버리는 종류의 사람이니까. 그것이 내 삶을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지만, 내 유일한 삶의 방식을 바꿀 수는 없었다. - P240

윤도는 쑥스러운지, 아니면 정곡 찔려 기분이 상한건지 별다른대답을 하지 않고 묵묵히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화가 다 끝날 때쯤 윤도가 내게 말했다.
"우리도 같이 이과수폭포에 가자."
윤도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인 거니. 윤도는 나를 목마른 사람처럼 만든다. 자꾸만 기대를 하게 만든다. 보고 있어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윤도는 내게 좋은 사람일까.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게 마땅할까. 믿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나는 자꾸만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고 싶어진다. 번번이 실망하게 될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또 기대를 하고 마는 나를 더 미워하게 된다. - P263

생각해보니 윤도와 태리를 신경쓰지 않기위해 공부로 도피한 결과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일지도 몰랐다. 커다란 고민에 맞닥뜨렸을 때 충실히 고민하는 대신, 일상의 과업들로 도망쳐버리는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다잡고 기어이 모든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바꿔말하자면, 한국의 시험이라는 것은 무감각한 기계가 될수록 유리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제야 나는 실연의 아픔을 겪은 뒤 전교 1등을계속 유지하는 무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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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내 마음 돌보기
안주연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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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검열이나 완벽에 대한 강박 같은 개인적 차원의 자기학대, 성과주의나 열정페이 같은 부조리한 사회시스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번아웃’이라는 용어로 재정의했다. 그간 ‘힐링’, ‘공정’, ‘정의’라는 키워드로 출간된 책들을 다시 한번 복습할 겸 읽어볼 만하다.

둘째,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성과를 내는 것만이 바람직한 삶의 길일까요? 우리 삶에는 우연이나 환경 등 수많은 변수가 개입합니다. 어떤 일을 시도하고 노력했지만 설사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노하우를 익히거나, 새로운 방향을 찾거나, 깨달음 또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게 되거나 내면이 더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일이 안 풀릴 때 오히려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확인하게 되기도 하고요. 즉 우리 삶에는 계획한 대로 일을 하는 것 외의 다양하고 소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경쟁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사회는 실패해도 굴하지 말고처음에 목표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리고 급기야 ‘마땅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열심히 한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댑니다. - P22

우리는 워커홀릭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중독자‘ 혹은 ‘워커홀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꽤있었습니다. 열정적으로 회의하고 야근하는 모습을 이상적으로그리는 광고도 많았고요. 이런 모습이 마치 현대적이면서 자기삶을 주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열정적으로 일하는 건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한데요. 사회적 압력에 따라 반드시그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P24

불안과 강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예기불안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측하고 기대해서 불안해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내일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가 있으면, 그걸 미리생각하면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죠. 시험이나 발표 당일에도 분명 불안을 느낄 텐데, 미리 예측하고 걱정하며 불안을두세배로 느끼는 셈입니다. - P37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Jiddu Krishnamurti는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건강의 척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번아웃은 개인의 취약함이 아닌 직무나 사회환경의 문제입니다. - P50

사회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팍팍한 기준에 맞추어 노력해야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막았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는데 이제는 직장이 문제입니다. 지치네요. 사회가 바뀔 수 있기는한가요? 사회를 바꾸려는 생각 자체가 불온한 것일까요? - P53

그리고 번아웃을 일으키는 주범인 ‘과로 권하는 사회’와 가시적인 효율만 강조하는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문제의식도 계속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도나누고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회사나 상사에게 바로 불만을 표현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되었다‘라는 개개인의 문제의식이 모이면 직장 분위기가 바뀌고, 결국은 이것이 사회를 변화시킨다고생각합니다. - P54

우리는 잘못된 각도에서 문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매슬랙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번아웃을 병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 분류한 것을 걱정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번아웃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잘못되었다는 정의를 제공하려는 시도였다"라고 설명합니다. 번아웃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사람들은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고 여기고, 그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사람을 번아웃으로 몰아간 환경, 즉 고용주나 조직의 책임이 아니라 한 개인의 문제가 되고 말죠. - P58

슬픈 현상이 계속됩니다. 우리는 여가 활동(좋은 것)을 하면불안해지고, 과로(나쁜 것)를 하면 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만족감을 느낍니다. 친구나 애인을 만나 수다를 떨고 좋은 시간을 보내면 피로가 풀려 기분이 좋았다가도, 사람들과 헤어지고집에 돌아오면 다시 우울해집니다. 노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 같고, 다른 필요한 일을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거죠. 반대로 공부를 하거나 과로하면 힘이 들지만, 힘든 일을 하고 나면오히려 기분이 좋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 한시도 쉴 수 없게 됩니다. 쉬면서도 기분이 나쁘니까요. 이럴 경우 우리 몸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이나 감정 조절 시스템도 고장 나기 쉽습니다. - P63

누구에게나 자아 성찰은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지난 하루가 어땠는지 되새겨보는 일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죠. 다만 자아 성찰은 어떤 일이 끝나고 몰입에서 빠져나온 후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를 감시하는 CCTV가 되어실시간 자기검열을 하면 문제가 됩니다. 이런 검열이 오래 지속되거나 과도해지면 시시각각 시험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매일 나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있는데, 그 심사위원이 바로 나자신인 거예요. 도저히 떼어버릴 수가 없죠.
관찰자아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경험자아에 쓸 힘이 부족해집니다. 경험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니 감정을 생생히 느끼지못합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잘하고 있는지를 자꾸 생각하니까요. - P67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젠더감수성이나 인권감수성이 낮은 사회는 구성원들을 피로하고 지치게 만들고, 이런 사회에서는 혐오도 불평등도 차별도 많죠. 최근 뉴스를 보면감정적으로 지치는 날이 많지 않나요?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P71

이런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자극이라는 뜻입니다. 좋은 자극이든 나쁜 자극이든 모두스트레스라고 지칭하고, 이로운 스트레스(유스트레스 eustress)와 유해한 스트레스(디스트레스distress)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비교적 긴장이 되는 새로운 일, 예를 들어 연애를 시작하거나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남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도 모두 스트레스고요. - P82

저와 같이 번아웃에 대해 강의했던 심리학자 선생님이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몇 퍼센트나 와 있나요?" 사실 강연장에, 학교에, 회사에 내가 온전히 다 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몸만 와 있기도 하고집에 나 자신을 10퍼센트정도 남기고 온 경우도 있고요. 잔업을생각하면서 회사에 나를 남기고 퇴근하기도 하고, 내일 시험을 걱정하면서 학교에 남아 있기도 하고, 친구랑 연락을 주고받다가 알 수 없는 일로 찝찝하게 끊겼다면 거기에 15퍼센트 정도 가있기도 한다는 거죠. 물론 늘 100퍼센트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고 걱정에 얽매여 있을 때는 몸을환기해주고, 감정이나 느낌, 신체에 집중하며 신경을 활성화하면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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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지돈 지음, 윤예지 그림 / 마음산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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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잡다한 하위문화를 수집해다가 부지런히 써먹는 작가

집 전체를 가득 채우는 책장과 책장과 책장 사이를 오가며 새롭게 추가된 책과 사상, 사회현상과 예술적 아이디어에 따라 그만이 알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연결은 비약이 심하고 억지스러웠으며 가끔 민망할 정도로 야심만만했다.
그는 자신의 연결이 지닌 가치를 과대평가했다. - P60

비혼주의야?
무슨 주의 같은 건 우스워. 그냥 생각이 없는 거야. - P95

희정은 지금도 가끔 말한다. 정말 친구지만………… 친구라고할 수 있을까? 어릴 때 친구들을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자라기 이전에, 사고와 취향과 생활환경이 굳기 이전에만난 이들과 우정이라는 명목으로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어릴 때 우정이 진짜 우정일까. 어쩌면 우정이나 애정 같은것들은 일종의 유사성을 나누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런 면에서 희정과 나 사이에는 더 이상 나눌 유사성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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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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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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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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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는 한국사회에서 낭만이자 부의 상징이다. 주거를 고정된 부동산의 의미에서 그 이상으로 확장시키지 못한 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캠핑카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요트나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형성된 주거문화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디지털노마드라는 용어가 구속되지 않고 방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미화되어 등장한 것이 2000년대 후반쯤으로 기억한다. 그때가 마침 이 책에서 얘기하는 ‘방황으로 내몰림’이 생겨난 금융위기 때이니 어쩌면 디지털노마드는 주거 난민들이 발생한 사회문제를 하나의 트렌드로 미화시키려한 미국 언론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종신고용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설계자들의 신종 가스라이팅 말이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란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대응기제이며, 사실상 하나의 국가적인 오락이다.’(271p.)

린다 메이는 건축공학을 수료하고 준학사학위를 받았지만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힘들었다. 90년대 초에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여러 가지 일자리를 전전긍긍하며 홈디포에서도 일하고, 카지노에서도 일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자 더 이상 자신을 고용해주는 기업을 찾기 힘들었고, 자식이나 손주들의 사정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좁은 집에서 여러 가족이 사는 것에 눈치가 보인 린다 메이는 어스십이라는 자급자족 가능한 주거형태를 알아보았고, 어스십을 만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시적으로 노마드의 삶을 시작한다.
‘워캠퍼’는 린다와 같이 캠핑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계절성 일자리나 임시직을 찾아 전국을 유랑하는 노동자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린다가 워캠퍼가 되어 임시직으로 찾아다닌 일자리는 계절성 일자리인 캠핑 관리인이나, 아마존의 캠퍼포스 같이 적은 수입에 고된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아마존에서는 무료로 진통제를 지급하는 자판기까지 구비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캠핑장에서는 매해 상황에 따라 손쉽게 관리인 수를 조정하는 등 힘들고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하지만, 이런 워캠퍼들에게 비참한 시선을 던지지 말라고 경고한다.
CheapLiving.com는 워캠퍼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로 한때 소프트웨어 회사의 임원이었다가 금융위기로 몰락한 밥 웰스가 창시했다.

‘오래지 않아, 밥은 자신이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고는, 잃어버린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 반대로 자기 삶에서 이제는 없어진 것들-구체적으로는 집세와 전기, 가스, 수도요금-을 떠올리자 아찔할 정도로 행복했다’(124p.)

구조적으로 내몰린 하우스리스이지만 살아보니 그동안 삶을 너무 의미 없는 소유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현재 삶을 받아들이며 만족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불행과 가난은 결핍과 부족이 아니라 시선이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이들도 좀 더 비참한 처지의 사람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존엄성을 지키려고 하는 점도 보였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정의내리는가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 당신 자신을 홈리스라고, 혹은 다른 어떤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여 부르고 있다면, 그건 큰일이에요.’(329p.)

하우스리스라는 홈리스와는 차별화된 의미로 워캠퍼들이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다. 이들은 은연중에 자신들의 처지가 조금 더 낫다는 의미로 길거리 노숙자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소수인종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워캠퍼 생활이 그나마 백인이라는 계층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인종혐오를 실천하는 경찰들에게 흑인이 트레일러에서 숙박을 한다는 것은 강력한 처벌 대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린다는 워캠퍼 생활 끝에 자신이 꿈꾸던 어스십을 실현할 땅을 구매하게 된다. 규제가 느슨한 주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린다의 워캠핑은 진행 중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고발, 차별적 시선에 대한 경고, 그리고 나 자신의 삶의 방식과 노후를 돌아볼 수 있는 르포였다.

임금은 낮고 주거비용은 치솟는 시대에, 그들은 그럭저럭 살아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속박에서 자신들을해방시켰다. 그들은 미국을 살아내고 있다. - P14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승부가 조작된 게임에서 지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시스템을 뚫을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벽과 기둥으로 된 집을 포기함으로써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족쇄를 부숴버렸다. 밴과 RV, 트레일러로 이주해 들어가 좋은 날씨를 따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여행했고, 계절성 노동을 해서 얻은 돈으로 연료 탱크를 채웠다. - P25

엠파이어가 죽어가던 바로 그 시기에, 남쪽으로 1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새롭고 아주 다른 종류의 기업 의존형 마을이 번성하고있었다. 많은 점에서 그곳은 엠파이어의 반대말처럼 느껴졌다. 중산층의 안정을 제공하기보다는, 이 마을은 ‘프레카리아트‘, 즉 낮은 임금을 받고 단기 노동을 하는 임시 노동자에 속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 P81

("업셀링에 능숙해야 합니다." 구인 내역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P87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미국의 유랑 노동자 계층이 주택시장 붕괴 이후 급증했고 계속 증가해왔다고 일화들은 말하고 있다. - P91

아마존 창고에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진통제를 제공하는, 벽에 고정된 자동판매기들이 있었다. - P98

그는 새로운 자기 삶의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현실을 영화 <매트릭스> 안에서 각성하는 것에, 우리가 살고 있던 즐겁고 예측 가능한 세계가 신기루였고, 잔인한 디스토피아를 감추기 위해 세워진 거짓이었음을 깨닫는 것에 비유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위안으로 삼는 ‘안정감‘이라는 것, 그게 환상이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하겠어요." 그가 덧붙였다. "사실이라고 믿어온 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죠.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것은 아주 깊이 박혀있어요. 버리려면 철저히 때려 부숴야 해요." - P100

워캠퍼들은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며, 계절성 인력을 찾는 고용주들에게는 편리함의 완벽한 본보기다. 그들은 고용주가 필요한 때와 장소에 나타난다. 자기 집을 스스로 가져와서는, 트레일러 주차장을 일이 끝나면 비워지는 단기간의 기업 의존형마을로 바꿔놓는다. 워캠퍼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할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육체적으로 힘든 업무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교대 근무가 끝나면 너무 피로해 사람들과 어울리지조차 못한다.
그들은 또 수당이나 보장 제도의 형태로 요구하는 것이 적다. 반대로, 내가 워캠퍼들을 취재하기 시작한 첫해에 인터뷰한 50명 이상의노동자 대부분은 자신들의 단기 일자리가 제공하는 안정성 비스름한 무엇에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 P102

나는 아마존 같은 회사가 왜 육체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더 적합해 보이는 일에 나이 많은 지원자들을 더 환영하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아주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니까 그렇죠." 조앤이 의견을 제시했다. "우린 뭔가를 하기로 하면 그 일을 해내려고 최선을 다하잖아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쉬지도 않고요." (머리 부상에서 회복하는동안 조앤은 예정된 근무일 중 단 하루만 결근했다. 그날 임금은 지불되지 않았다.) - P103

"저는 이 문제를 절대 ‘은퇴‘의 측면에서는 얘기하지 않아요." 그가 말했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자신이 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사람이라거나 생산적이지 못한 존재라는 생각"을 혐오한다. - P116

어린 시절부터 그가 디딘 땅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무엇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음을 힘겹게 하나하나 배워왔다. - P122

오래지 않아, 밥은 자신이 예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고는, 잃어버린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 반대로 자기 삶에서 이제는 없어진 것들 - 구체적으로는 집세와 전기, 가스, 수도 요금을 떠올리자 아찔할 정도로 행복했다. - P124

"밴으로 들어갔을 때, 사회가 내게 말한 모든 것이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결혼을 해야 하고, 흰색 말뚝 울타리를 두른 집에서살아야 하고, 직장에 나가야 하고, 그다음엔 삶이 끝나는 바로 그 순간에 행복해야 한다는, 하지만 그때까지는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는이야기가요." 그가 한 인터뷰에서 내게 말했다. "밴에서 사는 동안 전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했습니다." - P125

그들은 사회적 계약에서 자기 몫의 의무를 다했으나 시스템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 P127

하지만 밥의 어조가 항상 그렇게 명랑하지만은 않았다. 어느 방문자와의 좀 더 진지한 대화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당신 말이 맞다고생각해요. 아주, 아주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단순한 삶으로 내몰릴거예요. 제 목표는 그들이 가능한 한 쉽게 변화를 겪어내고, 바라건대결국에는 그 안에서 기쁨을 찾아내도록 돕는 거예요. 우리 중 아주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요." - P149

린다는 뭐가 됐든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어려움에 집중하는데 전문가가 되었고,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거대한 문제를 한 입 크기의 덩어리들로 쪼개 분석했던 것이다. - P171

"사람들은 오래 일하는 직원을 원치 않아요. 왜냐하면 그사람들한테는 퇴직금도 줘야 하고, 생활비 상승분도 계속 반영해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성과급도 달라고 할 테니까요." 애시가 말했다. "새로운 경영자들은 말 그대로 쓰고버릴 수 있는 인력을 원해요.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을 만들어내려면, 쓰고 버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죠. 그렇게 해서 모든 것이 자동화된 거예요." - P179

무엇으로부터 숨어 있는데요? 내가 물었다. 수치스러움으로부터, 가난으로부터, 추운 날씨로부터. 그의 대답이었다. - P217

나는 내 사람들을 찾아냈다. 나를 사랑과 환대로 감싸준 부적응자들, 어중이떠중이 한 무리가 그들이다. ‘부적응자‘란 패배자나 낙오자라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영리하고 인정 많고 열심히 일하는, 새로운세계에 눈을 뜬 미국인들이었다. 평생 동안 아메리칸드림을 좇은 끝에그들은 그것이 단지 커다란 하나의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다. - P248

린다는 언젠가, 알코올의존증 환자에게 술을 안 마셨다고 축하하는것은 치질 걸린 카우보이에게 말을 타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과 같다고 재치 있게 농담하기도 했다. - P267

다른 이야기들은 그만큼 쾌활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열린 길 위에서의 스릴과 동료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기삶을 급진적으로 다시 상상하도록 몰아간 문제들은 회피했다. 어떤면에서, 나는 그 기자들을 비난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초기 인터뷰에서그렇게 봤었기 때문이다. 기사 하나를 때우려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오후 반나절 정도 있다 가는 기자는 어떤 종류가 됐든 진실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다가가는 일이 거의 없다. 처음으로 워캠퍼들에게 접근했을 때, 내가 마주친 건 유쾌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캠퍼스에서 일하던 한 RV 생활자는 나를만나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자기 동지들과 자신을 위기에 처한 미국인들로 그려내지는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거의 매사에 불평을 늘어놓는 나태한 징징이들, 태만한 사람들, 게으름뱅이들이 많습니다. 그런사람들은 찾기도 쉽죠." 그는 당당하게 적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 P270

나는 그와 비슷한 ‘징징거리지 마‘ 정서를 노마드 대상 격월간 잡지<워캠퍼 뉴스>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마음가짐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헤드라인이 묻고 있었다. 그 아래 딸린 칼럼은 일하면서 생긴 문제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워캠퍼들에게 자기 내면을 돌아봄으로써 해결책을 찾으라고 권유했다. "다음과 같은 생각들로 자신의 고통을 달램으로써 마음가짐을 바꾸고, 낙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한번 봅시다." 글쓴이는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는 여기 영원히 있는 게 아니다. 이 일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여행을 할 것이고, 이 지역을 탐험하며 (또는 가족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낼 것이고,우리가 꿈꾸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 격려 연설은 초현실적이었지만,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결국,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란 전형적으로 미국적인 대응 기제이며, 사실상하나의 국가적인 오락이다. 작가인 제임스 로티는 대공황 시기 동안미국을 여행하며 길 위로 내몰린 채 일자리를 찾게 된 사람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1936년 『더 나은 삶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인터뷰 대상자 중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토록 확고부동하게 밝은 태도를 보여준 것에 몹시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나는 2만 4,0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동안, 환상에 중독된 이 미국적인태도만큼 나를 경악시키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도 마주치지 못했다" - P271

숲 한가운데 전기도, 수돗물도, 차도 없이 갇혀 있게 된다면 당신은아마도 그 상황을 ‘악몽‘이라거나 ‘비행기 사고나 그 비슷한 무언가가 일어난 뒤에 벌어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묘사할 것이다. 하지만 백인들은 그걸 ‘캠핑’이라고 부른다. - P296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정의내리는가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길을 나서 운전을 하면서 당신 자신을 홈리스라고, 혹은 다른 어떤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여 부르고 있다면, 그건 큰일이에요. 폴볼스는 『셸터링 스카이』라는 책을 썼는데,그 책에서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를 설명했죠." 사미르는 잠시 말을 멈췄다. "저는 여행자예요." 밥 웰스는 자신의 책에서 밴 생활자와홈리스 사이에 선명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밴 생활자들은 망가지고타락해가는 사회질서에서 빠져나온 양심 있는 이의 제기자들이라고주장했다. 자의로 선택했건 그러지 않았건, 그들은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홈리스인 사람은 밴에 살 수는있지만, 사회의 규칙들이 싫어서 밴에 사는 건 아니에요. 아뇨, 그 사람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는데, 그건 그 폭압적인 규칙들 밑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거기서는 쾌적하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니까요."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 P330

평균 소득을 비교할 때, 상위1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이제 하위 5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의81배를 벌고 있다. 소득 사다리에서 하위 50퍼센트에 속하는, 약 1억1700만 명에 이르는 성인 미국인의 소득은 1970년대부터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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