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내 마음 돌보기
안주연 지음 / 창비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검열이나 완벽에 대한 강박 같은 개인적 차원의 자기학대, 성과주의나 열정페이 같은 부조리한 사회시스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번아웃’이라는 용어로 재정의했다. 그간 ‘힐링’, ‘공정’, ‘정의’라는 키워드로 출간된 책들을 다시 한번 복습할 겸 읽어볼 만하다.

둘째, 최선을 다해서 원하는 성과를 내는 것만이 바람직한 삶의 길일까요? 우리 삶에는 우연이나 환경 등 수많은 변수가 개입합니다. 어떤 일을 시도하고 노력했지만 설사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다른 노하우를 익히거나, 새로운 방향을 찾거나, 깨달음 또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실패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게 되거나 내면이 더 단단해지기도 합니다. 일이 안 풀릴 때 오히려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확인하게 되기도 하고요. 즉 우리 삶에는 계획한 대로 일을 하는 것 외의 다양하고 소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경쟁적이고 성과 중심적인 사회는 실패해도 굴하지 말고처음에 목표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그리고 급기야 ‘마땅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열심히 한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들이댑니다. - P22

우리는 워커홀릭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일중독자‘ 혹은 ‘워커홀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꽤있었습니다. 열정적으로 회의하고 야근하는 모습을 이상적으로그리는 광고도 많았고요. 이런 모습이 마치 현대적이면서 자기삶을 주도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열정적으로 일하는 건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한데요. 사회적 압력에 따라 반드시그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P24

불안과 강박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예기불안이라는 게 있습니다. 예측하고 기대해서 불안해지는 것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내일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가 있으면, 그걸 미리생각하면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죠. 시험이나 발표 당일에도 분명 불안을 느낄 텐데, 미리 예측하고 걱정하며 불안을두세배로 느끼는 셈입니다. - P37

인도의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Jiddu Krishnamurti는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건강의 척도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번아웃은 개인의 취약함이 아닌 직무나 사회환경의 문제입니다. - P50

사회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팍팍한 기준에 맞추어 노력해야만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막았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는데 이제는 직장이 문제입니다. 지치네요. 사회가 바뀔 수 있기는한가요? 사회를 바꾸려는 생각 자체가 불온한 것일까요? - P53

그리고 번아웃을 일으키는 주범인 ‘과로 권하는 사회’와 가시적인 효율만 강조하는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문제의식도 계속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도나누고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회사나 상사에게 바로 불만을 표현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되었다‘라는 개개인의 문제의식이 모이면 직장 분위기가 바뀌고, 결국은 이것이 사회를 변화시킨다고생각합니다. - P54

우리는 잘못된 각도에서 문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매슬랙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번아웃을 병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로 분류한 것을 걱정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번아웃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잘못되었다는 정의를 제공하려는 시도였다"라고 설명합니다. 번아웃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사람들은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고 여기고, 그 문제의 원인은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 사람을 번아웃으로 몰아간 환경, 즉 고용주나 조직의 책임이 아니라 한 개인의 문제가 되고 말죠. - P58

슬픈 현상이 계속됩니다. 우리는 여가 활동(좋은 것)을 하면불안해지고, 과로(나쁜 것)를 하면 필요한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만족감을 느낍니다. 친구나 애인을 만나 수다를 떨고 좋은 시간을 보내면 피로가 풀려 기분이 좋았다가도, 사람들과 헤어지고집에 돌아오면 다시 우울해집니다. 노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 같고, 다른 필요한 일을 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거죠. 반대로 공부를 하거나 과로하면 힘이 들지만, 힘든 일을 하고 나면오히려 기분이 좋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현상이 심각해지면 한시도 쉴 수 없게 됩니다. 쉬면서도 기분이 나쁘니까요. 이럴 경우 우리 몸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이나 감정 조절 시스템도 고장 나기 쉽습니다. - P63

누구에게나 자아 성찰은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지난 하루가 어땠는지 되새겨보는 일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죠. 다만 자아 성찰은 어떤 일이 끝나고 몰입에서 빠져나온 후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를 감시하는 CCTV가 되어실시간 자기검열을 하면 문제가 됩니다. 이런 검열이 오래 지속되거나 과도해지면 시시각각 시험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매일 나를 평가하는 심사위원이 있는데, 그 심사위원이 바로 나자신인 거예요. 도저히 떼어버릴 수가 없죠.
관찰자아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경험자아에 쓸 힘이 부족해집니다. 경험 자체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니 감정을 생생히 느끼지못합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잘하고 있는지를 자꾸 생각하니까요. - P67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젠더감수성이나 인권감수성이 낮은 사회는 구성원들을 피로하고 지치게 만들고, 이런 사회에서는 혐오도 불평등도 차별도 많죠. 최근 뉴스를 보면감정적으로 지치는 날이 많지 않나요? 특히 젊은 세대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P71

이런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자극이라는 뜻입니다. 좋은 자극이든 나쁜 자극이든 모두스트레스라고 지칭하고, 이로운 스트레스(유스트레스 eustress)와 유해한 스트레스(디스트레스distress)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나쁜 일은 아니지만 비교적 긴장이 되는 새로운 일, 예를 들어 연애를 시작하거나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어떤 일에 실패하거나 남들에게 비난을 받는 것도 모두 스트레스고요. - P82

저와 같이 번아웃에 대해 강의했던 심리학자 선생님이 청중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몇 퍼센트나 와 있나요?" 사실 강연장에, 학교에, 회사에 내가 온전히 다 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몸만 와 있기도 하고집에 나 자신을 10퍼센트정도 남기고 온 경우도 있고요. 잔업을생각하면서 회사에 나를 남기고 퇴근하기도 하고, 내일 시험을 걱정하면서 학교에 남아 있기도 하고, 친구랑 연락을 주고받다가 알 수 없는 일로 찝찝하게 끊겼다면 거기에 15퍼센트 정도 가있기도 한다는 거죠. 물론 늘 100퍼센트 지금 여기에 충실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많고 걱정에 얽매여 있을 때는 몸을환기해주고, 감정이나 느낌, 신체에 집중하며 신경을 활성화하면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