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법상 지음 / 열림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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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괴로움은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휘어잡고 부정적인 생각과 좋지 않은 행동을 유발시킨다. 그런데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우린 그토록 괴로워하는 것일까? 자신의 삶에 대한 고통, 타인과의 비교, 선택에 대한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대부분 아()를 중심으로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괴로움이 찾아온다. 괴로움은 후회와 연민, 비난, 시기, 질투, 심지어는 자기학대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정식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의 삶이 매순간 이런 괴로움으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힘들고 삶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하게 될까? 그런데 그토록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혔던 괴로운 감정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다. 예고도 없이, 기약도 없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기억마저 희미해진다. 괴로움이 한낱 구름과 같다면 왜 이토록 괴로움을 다루는데 서투르고 어리석은 것일까?

 

모든 괴로움은 생각의 분별과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 타인보다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 성공하고 부자가 되어야 행복하다는 생각,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은 삶의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집착에 몰두하면 생각의 도구로 전락한다. , 자신의 생각이 원하는 세상만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도 마찬가지다. 이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생각의 자율성은 비교우위나 시대적 특성에 의해 우선순위를 갖게 되며 부족한 사람이나 뒤쳐진 이들은 상대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시대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 개인들에 잠시나마 위안을 줄 수 있는 만족꺼리를 만들어나간다. 그 어떤 것도 채워지지 않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만족을 위한 욕구충족을 원하게 된다. 결국 괴로움과 고통의 원인이 반복되는 것이다. 불교의 연기(緣起)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선택이다.

 

모든 것엔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다. 하지만 연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인연(因緣)이다. 시절인연이든 시대인연이든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떤 인연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이 또한 규정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가 사라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인연은 참 오묘하다. 인연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을 갖게 된다. 부모와 인연, 자식 간의 인연 그리고 수많은 과거의 인연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으며 현존하는 나를 구속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인연일 뿐이다. 나도 인연이고 나의 생각, 몸도 인연이다. 인생이란 시간을 한 몸 빌려서 살다가 가는 것도 인연이다. 결국 괴로움도 인연이고 행복도 인연이다. 오는 데로 받고 가는 데로 미련을 두지 않는 것, 결국 우리가 세상을 분별하고 집착에 사로잡힐 때 고통이 시작되며 본래면목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무위, 사전적 용어엔 자연 그대로 두어 인위를 구하지 않음으로 기록되어있다. 법상 스님은 불교의 무위를 하되 함이 없다로 말한다. 불교용어의 모호함이 아니라 불교가 전하고자하는 수행의 근간을 말하는 것이다. 무위는 생활수행의 핵심주제다. 법상스님은 하되 함이 없다라는 무위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충실할 때 더욱 의미가 커진다고 말한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음을 자각하고 자신에 주어진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때 무위의 수행이 가능하다. 무위는 삶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분별이라는 관점, 생각에 대한 집착이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이라면 무위적 삶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우리는 마음이 만들어놓은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분별하는 마음이 어떻게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라.

 

법상스님의 법명의 법상은 현실의 실상, 또는 체상을 가리키고 있다. 현상의 모습 그대로를 인식하고 일체의 고통으로부터 해탈을 추구할 때 인식의 대상으로 중요시 되는 현상을 법상이라 말한다. 법상스님은 스스로에 법상이란 법명을 부여하시며 무위와 불이분적 사고로부터의 분리,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는 해탈이 곧 부처라 말씀하신다. 자신의 생각은 자신이 이해하는 세상이며 자신이 추구하고자하는 세상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생각이 곧 세상이다. 무아는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들로부터의 탈출, 만약 그러한 경험이 진정 좋았다면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은 욕망만 있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치유를 위한 특별한 경험을 원하지만 모든 것은 변화하며 오직 지금 이곳만이 진실이다. 우리가 진리라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고 사라지는가? 우린 그런 허망함속에 괴로움과 고통을 담고 있다. 중도하는 삶, 무위의 삶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삶이다. 부처는 형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현존이며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때, 이 세상은 거울에 비친 당신 자신의 얼굴임을 알게 됩니다.’ 죽비와 같은 법상스님의 말씀이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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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술 -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
코디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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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관점, 모든 것은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제시한다. 생각은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이다. 진리를 추구한다 말하지만 오류투성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지만 스스로의 생각을 쉽게 접지 않는다. 우린 이러한 상황을 매시간 경험하고 축적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굳힌다. 생각은 인간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린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을 지배하는 생각이 현실을 구성하고 미래의 모습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각의 기술은 논리학을 이용한 생각의 구성을 분석하고 정리한 책이다. 특히 생각의 밑바탕이 되는 대전제에 대한 서술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단어, 문장, 단락으로 이어지는 국문학적 논리구조를 개념, 판단, 추론으로 이어지는 논리학 관점으로 확장시킨다. 개념은 논리학의 기본 단위로 논리의 화폐와 같다. , 개념을 많이 습득할수록 논리에 익숙하게 된다. 개념간의 연결은 문장을 만드는데 논리학에선 판단이라 한다. 판단은 명제라고도 불리며 지금, 여기의 생각만을 담는다. 그리고 생각의 확장을 만드는 추론이 있다. 저자는 추론을 논리의 꽃이라 평한다. 추론으로 인해 지식이 확장되고 경험하지 못한 사유를 통해 추상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탄생할까? 논리학의 판단은 생각과 같다. 판단을 해야 뇌의 생각이 작동한다. 일반논리학은 참, 거짓을 판단하는 수리논리학과는 거리를 둔다. 무엇을 판단하려면 대상이 필요한데 그 대상에 대한 판단이 생각이며 생각이란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뇌엔 생각하기 전의 수많은 단어들과 감각 기억이 존재하며 이들을 표상이라 부른다. 표상은 대상과의 접점이 이루어진 순간 생각으로 변환한다. 판단은 추론의 기초가 된다. 지금 현재의 판단이 없다면 추론이 불가능하다. 추론은 생각을 도약시킨다. 지식을 확장시키고 대전제를 더욱 강화하거나 변환을 시도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서로간의 의견이 충돌할 때 상대방의 근거를 중심으로 반론을 펼친다. 근거는 판단이나 생각으로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대전제가 굳건하다면 아무리 확실한 근거를 들이대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는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 선입견 혹은 편견을 말하는데 오랜 기간 쌓인 세상에 대한 이해관계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대전제는 오류와 모순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선 대전제를 이해해야한다. 바꾸기 어려운 대전제에 접근할 수 있다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거나 설득하는데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타인에 대한 무시가 자신의 권위나 위상을 높여준다는 착각은 인간이 지닌 가장 어리석은 확신들 중의 하나다. 우린 이러한 상황에 굉장히 익숙하다. 최근 정치구조는 스스로의 강박과 집념이 가득한 기득권자들의 권력다툼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관조자(여론)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의 대전제만을 완강히 고집한다. 비방은 감정을 일으키고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겉으론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며 얼토당토 않는 근거를 제시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안타깝다. 생각의 차이는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론에 무관한 정치가 생존할리 없듯이 제 무덤을 파는 정치행태는 사회의 커다란 짐을 남겨 놓을 것이다.

 

논리학은 생각의 프레임을 만드는 작업이다. 대전제, 소전제, 결론으로 이어지는 연역법은 인간 지식의 코어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대전제에 의해 움직이며 소전제를 통해 주장을 펼치거나 새로운 대전제를 형성한다. 지식의 확장은 어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행동을 유발하거나 나쁜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단어의 이해력으로부터 출발해 생각과 추론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생각의 기술은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일반논리학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중심으로 논리학의 사용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간다. 인간은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의 관계 속에서 존립한다. 생각의 기술은 논리학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논리학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논리학에 빠져든다. 생각의 틀에 대한 논리학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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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 잡힌다! - 10초로 끝나는 셀프 신경계 스트레칭
가네코 다다시 지음, 문혜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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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저림, 무릎통증, 요추 디스크, 고관절증, 몸의 이상신호가 나타난다. 작은 고통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까지,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대부분 병원의 물리치료나 약물치료에 의존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환자들은 스스로를 만성지병이라는 울타리에 가두어 놓고 통증을 받아들인다. 쉽지 않은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통증에 예외는 없다. 통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가족에게도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겨준다. 그런데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치료하는 환자들이 몇이나 될까?

 

통증에 대한 소견은 아직까지 의사의 의견이 절대적이다. 물리치료만 받더라도 의사의 소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물리치료의 발전은 통증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통증을 제어하는 것은 약물치료가 대부분이다. 가장 흔한 약물이 진통제 계열일 것이다. 진통제는 순간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수 있으나 통증을 제어하거나 완치시키지는 못한다. 이에 저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우리 몸을 감싸고 있는 신경계다. 몸 어딘가의 신경이 압박을 받거나 눌리면서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통증완화 요법들 중의 하나로 신경계 스트레칭을 강조한다. 우리 몸의 신경은 근육을 통제하며 뇌와 장기에 연결되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신경이며 압박되어 눌린 신경을 찾아 호흡을 통해 몸의 신경을 바로잡는 스트레칭 방법들을 소개한다. 신경계를 압박하는 것 못지않게 복식호흡을 병행하는 것이 흥미롭다. 호흡은 인간이 유일하게 통제가 가능한 신경계 작용들 중의 하나인데 특히 복식호흡은 몸을 이완시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호흡법이다.

 

모든 통증은 귀로부터 시작한다. 눈의 피로를 제어할 필요가 있는 뇌는 차선책으로 귀를 선택한다. 뇌가 피곤하면 몸이 휘청 이는데 이는 귀의 신경인 전정감각과 연관이 있다. 전정감각은 뇌와 연결되어 있어 귀를 풀어주면 뇌의 긴장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이륜(귀둘레), 대이륜상가(맞둘레), 귓불(이수)를 손가락으로 잡고 잡아당기면서 호흡을 하면 뇌신경과 연결되어있는 두통, 목 결림 등이 풀어진다고 한다. 교근 스트레칭은 목통증이나 어깨 결림, 두통에 효과적이다. 실제적으로 교근 스트레칭을 하고난 후 목을 돌려보면 훨씬 부드럽고 가벼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무릎통증은 노후와 연관된 가장 힘든 질병들 중의 하나다. 통증이 심하면 대부분 수술에 의존하는데 예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여전히 약물이나 물리치료에 의존해야하는데 수술을 후회하기도 한다. 저자는 무릎 통증에 대한 원인들 중의 하나로 대퇴신경(요추)을 꼽는다. 대퇴를 자극하는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 통증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무릎을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면 쉽지 않은 스트레칭기법이다. 신경을 통해 신체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스트레칭 기법은 너무 간단하고 쉬어보이나 가벼운 통증에는 무척 유용한 방법이다.

 

현대의학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패턴을 고집하고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갖은 검사나 약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환자들은 의학을 벗어난 치료법을 찾게 된다. 스트레칭은 너무 간단해 의심이 갈 정도지만 우리 몸에 대한 구조를 자세히 안다면 신경계가 차지하는 비중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통증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증이 오기 전에 미리 몸과 마음을 준비한다면 통증에 대한 염려도 쉽게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가네코 다다시씨의 스트레칭 기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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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종 박사의 경제대예측 2025-2029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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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시대다. 한 시대를 휘어잡았던 패러다임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정치적 난제들은 사회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관념이 지배하기 시작한 한국사회는 외부적으로도 곳곳에 암초가 즐비하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한국경제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최근 회자되는 삼성전자의 외인매도는 한국이 처한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위엄은 위기의 단초가 되는 듯하다. 삼성전자 위기의 원인에 대한 해법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는데 같은 맥락을 지녔다면 과도한 평가일까? 다자간 외교와 국수주의가 팽배해가는 외교적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과 전술을 가져야할까? 흔히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 하는데 변수가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인류는 대부분의 위기를 극복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 특히 미국인의 소비에 관심이 있는 한국인이 몇이나 있을까? 아마도 대부분은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의 소비가 한국인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미국 기준금리를 좌우지하며 미국금리는 전 세계 채권가격과 환율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물가는 금리에 연동되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원인을 제공하는데 미국금리변동은 즉시 전 세계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성은 대출과 소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대선의 주요 아젠다도 소비 진작과 중위계층의 소득상승이다. 사실적으로 미국인들의 먹사니즘이 전 세계 경제와 정치를 좌우지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패권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지표다.

 

세계패권국을 지향하는 미국, 그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 혹자는 신냉전시대의 돌입이라 말하지만 과거 냉전과는 다른 관점들이 눈에 띈다. 첫 번째로 서로간의 이데올로기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자국이익 우선주의를 중심으로 상대국과 과감하게 손을 잡거나 폐쇄정책을 펼치며 과거와는 다른 전략과 전술을 구가하고 있다. 검은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등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들은 기축통화를 통해 세계질서를 좌우지하는 미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토로한다. 그래서 자국통화의 재편에 심혈을 기울이며 위안화화 루블화의 통화정책에 다변적인 외교정책을 포함시킨다. 중국과 러시아의 행동변화는 세계질서가 지정학적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출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러시아는 명분과 실리의 판단이 확실해질 때까지 확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글로벌 구조질서를 빠르게 해체시키며 국가 간의 새로운 아젠다를 일으킬 명분을 만들고 있다.

 

24년은 미국 대선의 해다. 누가 대선을 거머쥘지 알 수 없으나 저마다 이해관계의 주판알을 튕기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전적이 있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질서를 재편한다는데 이의가 없다.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경찰국가에 관심 없는 미국인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중이다. 그들은 미국인들의 소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재정정책의 확대, 금리인하, 달러 유동성을 과감하게 적용할 것이다. 미국의 선택은 항상 일정하다. 미국을 위한, 미국민을 위한 선택이고 그들의 선택에 최고의 당위성을 부가한다. 높은 물가, 강달러가 세계경제를 위협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며 어떤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결과는 과학기술의 변화와 주변국과의 관계, 중국과 러시아등 중동 지역의 문제에서도 다양한 전략과 잔술이 난무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이든 한국 경제에는 그리 우호적이 않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곽수종 박사의 경제대예측 2025-2029는 글로벌 뉴멀에 따른 향후 5년간의 정치지형의 변화와 미국 대선 전망, 산업기술투자의 미래와 한국의 대응방안을 다루고 있다. 예측은 변수가 많다. 대형 이벤트가 끼어있으면 더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나라들에 엄청난 위기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많다. 중국 경기침체는 공급망에 대한 위기와 더불어 각국 경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국 기업 역시 적지 않은 시련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 반도체의 위상은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위기감을 주고 있다. 연해주를 개발하려는 러시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중국은 일당체제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갖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집념이 이해관계를 벗어나 자국 우위의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25년 이후 한국은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현재 한국은 위기가 진행 중일까? 아니면 위기에 대한 대비를 충실히 진행하고 있는 중일까? 천문학적인 부채가 산업전반을 압박하고 누구나 인지하는 부동산은 부의 척도가 되어버렸다. 일하지 않는 시대가 돌입하고 개인 우선주의가 사회의 새로운 노멀로 격상중이다. 플랫폼은 소비를 위한 마케팅에 열중하고 무력함에 빠진 개인들은 결핍을 채우기 위한 물질 만능주의에 올인한다. 너무 지나친 판단일까? 그동안 한국을 지탱해왔던 근원적인 생산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50년 동안에도 세상은 한국사회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전략은 성공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25년이 대전환의 초입일지 진행 중일지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문제를 인식하고 재해석하는 방법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호적이지 않는 질서 재편에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곽수종 박사의 경제 대예측을 통해 그 조그만 답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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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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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가 이룬 사회적 관계망은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면적인 갈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N, 재취업에 대한 선호는 금전적 수요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이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명에 대한 고민은 무료한 일상을 넘어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현 시대 장년은 노후에 대한 고민이 지난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20대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되는 직업의식은 누가 경제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에 따라 큰 흐름이 결정되곤 한다. 20세기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었고 엄청난 기적을 이루어낸 국가였다. 21세기엔 리셋이 필요한 시기다. 인구의 축소에 따른 성장 정체성과 기후, 환경 변화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인 삶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놀랍도록 일관적이다. 준비된 자에겐 엄청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현대사회는 핵가족에서 핵 개인의 사회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시대로 전환중이다. 부모세대의 수직적인 관계가 나이, 국적, 혈연, 종교를 배제한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는 전혀 다른 문화적 습관을 연출할 것이며 사회 곳곳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자립을 중심으로 한 호명사회는 핵 개인의 시대를 대표하는 메커니즘으로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특별한 주제가 될 것이다.

 

호명사회는 과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업을 일구어낸 장인을 떠올린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몸에 배고 마음으로 익혀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하지만 호명사회는 과학기술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좋은 아이템이나 기존의 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1인 기업을 일구어 낼 수 있다. 저자는 유동화과 극소화를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규정지으며 모든 경제적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재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넘쳐나는 시뮬레이션이 긍정적 피드백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경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 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싸우는 제로섬게임을 연상시킨다. 왜 이토록 현실 인식에 대한 상황설명이 어려운지. 이면에 감추어진 모순과 오류를 설명한다.

 

특별한 목표 없이 세상을 살아가던 시대의 몰락인가? 호명사회는 회색지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경제학자들은 규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과도기라 부른다. 과도기엔 수많은 이해관계가 난립하고 예상 질문과 모호한 해답들이 쏟아진다. 인간은 유독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 취약하다. 그래서 저자의 자립에 대한 이해는 더욱 특별하다. 수많은 아이템들이 출시되고 모두 성공을 꿈꾸지만 유독 사람이 끊이지 않는 가게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를 도반이라 부르며 단골에 대한 포용력이 결국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시대예보를 통해 만나본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희망이 함께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느낌이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렇다고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질문자체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다르지만 다름을 이해하는 속도가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세대가 과학 기술의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세대는 시간의 격차로 이를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현 시대가 대전환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우린 전환에 익숙하지 않다. 더욱이 AI의 출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형태를 연출할 것이고 인간은 새로운 규정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펜데믹을 전후로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98년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위기의 전과 후로 변환시켰다. 변환의 원인은 다를지 모르지만 현실적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느슨하게 진행 중인 위기적 체감이 만성적 고통을 일상화 하는 것 같다.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보중이다. 지식의 효용성이 빠르게 사라지며 새로운 정보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진다. 이젠 뉴노멀을 준비해야할 단계다. 시대적 흐름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인류사는 극한 상황에서의 승자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시대예보가 보여준 호명사회는 각 개인에게 주어진 특별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우린 자존감에 극히 취약함을 보여주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자존감은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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