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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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가 이룬 사회적 관계망은 외형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면적인 갈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N, 재취업에 대한 선호는 금전적 수요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이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명에 대한 고민은 무료한 일상을 넘어 그 이상을 필요로 한다. 현 시대 장년은 노후에 대한 고민이 지난세대와는 분명히 다르다. 20대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의 원인이 되는 직업의식은 누가 경제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에 따라 큰 흐름이 결정되곤 한다. 20세기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었고 엄청난 기적을 이루어낸 국가였다. 21세기엔 리셋이 필요한 시기다. 인구의 축소에 따른 성장 정체성과 기후, 환경 변화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인 삶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놀랍도록 일관적이다. 준비된 자에겐 엄청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하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현대사회는 핵가족에서 핵 개인의 사회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지만 타인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시대로 전환중이다. 부모세대의 수직적인 관계가 나이, 국적, 혈연, 종교를 배제한 수평적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이는 전혀 다른 문화적 습관을 연출할 것이며 사회 곳곳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특히 자립을 중심으로 한 호명사회는 핵 개인의 시대를 대표하는 메커니즘으로 사회문제를 이해하는 특별한 주제가 될 것이다.

 

호명사회는 과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업을 일구어낸 장인을 떠올린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몸에 배고 마음으로 익혀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하지만 호명사회는 과학기술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좋은 아이템이나 기존의 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1인 기업을 일구어 낼 수 있다. 저자는 유동화과 극소화를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규정지으며 모든 경제적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재해석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특히 넘쳐나는 시뮬레이션이 긍정적 피드백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경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며 이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싸우는 제로섬게임을 연상시킨다. 왜 이토록 현실 인식에 대한 상황설명이 어려운지. 이면에 감추어진 모순과 오류를 설명한다.

 

특별한 목표 없이 세상을 살아가던 시대의 몰락인가? 호명사회는 회색지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경제학자들은 규정하기 어려운 시대를 과도기라 부른다. 과도기엔 수많은 이해관계가 난립하고 예상 질문과 모호한 해답들이 쏟아진다. 인간은 유독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 취약하다. 그래서 저자의 자립에 대한 이해는 더욱 특별하다. 수많은 아이템들이 출시되고 모두 성공을 꿈꾸지만 유독 사람이 끊이지 않는 가게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저자는 이를 도반이라 부르며 단골에 대한 포용력이 결국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임을 강조한다.

시대예보를 통해 만나본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기억과 경험 그리고 희망이 함께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느낌이다. 각 세대는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같은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렇다고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질문자체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원래 다르지만 다름을 이해하는 속도가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세대가 과학 기술의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세대는 시간의 격차로 이를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현 시대가 대전환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우린 전환에 익숙하지 않다. 더욱이 AI의 출현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문화적 형태를 연출할 것이고 인간은 새로운 규정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펜데믹을 전후로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98년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위기의 전과 후로 변환시켰다. 변환의 원인은 다를지 모르지만 현실적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느슨하게 진행 중인 위기적 체감이 만성적 고통을 일상화 하는 것 같다.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보중이다. 지식의 효용성이 빠르게 사라지며 새로운 정보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진다. 이젠 뉴노멀을 준비해야할 단계다. 시대적 흐름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인류사는 극한 상황에서의 승자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었다. 시대예보가 보여준 호명사회는 각 개인에게 주어진 특별한 과제인지도 모른다. 우린 자존감에 극히 취약함을 보여주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자존감은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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