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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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는 시인의 인생이 담겨있습니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특별한 관계를 찾아내고 만남을 이어갑니다. 산길을 걷더라도 어떤 이에겐 똑 같은 길이지만 시인에겐 다채로운 시의 형상이 곳곳에서 피어납니다. 시는 우리의 감정을 풍요롭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다른 시각을 깨닫게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직시합니다. 자연이 주는 의미,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면서 느꼈을 삶의 자세와 태도, 삶에 대한 의문, 일상을 벗어난 자연과의 대화는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또한 전체로서 느끼는 삶을 떠오르게 합니다. 따뜻한 시로 많은 이들에 공감을 가가져다 주신 이해인 수녀님의 눈꽃아가는 번잡한 시대에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라는 충고와 아름다운 언어를 통한 마음의 울림을 선물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사랑을 느끼는 감정, 고독에 대한 질문, 영원한 구속과 자유, 이해인 수녀님은 네 가지의 주제로 눈꽃 아가를 소개합니다. 수녀님은 자연을 무척 사랑합니다. 시에는 자연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몰입,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자연과의 조우가 무척 아름답고 감미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훌쩍 커버린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보며내가 죽으면 네 옆에 묻힐까?’ 나직이 묻습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무, 나무사이로 보이는 태양의 눈부심에 일상을 깨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픈 욕구를 느낍니다. 가끔은 울창하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며 경외감을 느낍니다. 영원히 자리를 지키는 그에게 인생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지 묵묵히 바라보는 그의 미소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풀꽃의 노래라는 시의 첫 구절입니다. 풀꽃은 바람에 실려 떠나가지만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고 싶은 말 많지만 씨앗으로 남겨둡니다. 이름이 있지만 불러주지 않다고 서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바람에게 배워 기쁘게 살 뿐입니다. 이곳저곳 어지러이 흩어져 있지만 곧잘 뭉치는 풀꽃,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저마다 꽃을 피우며 아름다움을 선물합니다. 그런데 왜 자꾸 우리네 인생이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충분한데 더 챙기려하고 자존심이 강해 조그만 일에도 곧잘 화를 냅니다. 어디서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풀꽃보다 못한 우리 마음입니다. 마음은 구름과 같습니다. 바람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하루가 되었으면.

 

기도는 마음을 정화합니다. 묵은 시간을 회고하고 내면을 직시하게 합니다. 수녀님은 기도를 통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길 원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열린 마음을,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메마른 삶을 적셔 줄 예리한 감성을 위해 기도합니다. 엉겅퀴는 성경에서 고난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약용작물로 아픈 이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수녀님은 엉겅퀴의 기도를 통해 가장 겸허한 모습으로 주님께 다가가기를 기도합니다. 가시 속에서도 보랏빛 꽃을 피워낸 엉겅퀴, 때론 불안했고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힘들었지만 이젠 진실을 거부하지 않고 허영심을 버리고 그대로의 자신이 되겠다고 고백합니다. 주여,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저를 불러주십시오, 누구에게든지 가서 벗이 되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간절한 소망과 사랑, 고난을 이겨내고 만인의 풀꽃으로 태어난 엉겅퀴의 기도엔 수녀님의 고백이 담겨있습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시가 태어납니다. 우린 감각과 감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외로운 마음의 위로를 받고 사랑과 감사, 고마움을 깨 닫습니다. 언어는 인간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입니다. 그런데 우린 언어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시는 인류공통의 언어입니다. 원시인류는 노래의 운율을 통해 서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자연을 이해하였습니다. 눈꽃 아가는 수녀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번 시집은 모든 시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에 수녀님의 소망과 사랑을 알리기 위한 배려일 것입니다.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바라는 수녀님의 마음처럼 본 시집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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