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오염의 시대 - 28년 차 환경정책 전문가가 진단한 오염의 과학
정선화 지음 / 푸른숲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사회는 과학을 삶의 근간에 올려놓았다. 주변은 물론 의식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을 과학의 힘에 의지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인류의 기대 수명이 50을 넘기 어려웠는데 최근엔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료의 발달과정엔 뛰어난 의료인의 헌신도 있었지만 보다 세밀하고 정밀해진 의료기계의 발전이 독보적이다. 독성이 나타나는 연구를 관할하는 독성학과 인간의 건강 자료를 활용하는 역학의 발전도 인류의 생존과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독성학은 기후변화, 환경오염, 합성물질의 이동, 대기와 물의 순환과정을 통해 더욱 세분화되고 깊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연구방법의 등장으로 인간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역학에 대한 연구도 그 어느 때보다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자꾸 의심이 든다. 왜 그토록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변화를 느끼기 어려운 것일까?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건강 상식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개인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개인적 편차도 클뿐더러 맞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위험관리 또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안전하다는 결론 뒤에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허점들이 보다 큰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유해물질이 실제로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위해성 평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연이 주는 모든 음식엔 독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기준이냐에 따라 몸에 좋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위험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언론이나 부정적인 사회인식이 과도한 불안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사실적으로 사후 과학적 접근방법은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나 보건협회는 예방을 중요시한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하다.

 

1920년대 초, 전기냉장고는 가정생활의 혁신을 불러왔다. 식생활의 이노베이션이 시작된 것이다. 보다 나은 식생활 개선은 음식뿐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가져왔고 냉장, 냉동식품의 탄생을 앞당겼다. 초기냉장고는 인화성이 큰 냉매를 사용했는데 독성이 높아 중독되거나 폭발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프레온 가스는 독성냉매를 해결해줄 새로운 냉매로 기적의 화합물로 칭송받으며 다양한 제품으로 용도가 확장되었다. CFCs는 듀폰의 주도아래 1970년까지 세계시장을 장악한다. 그런데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이 전 세계 대기를 통해 CFCs의 검출을 확인하면서 유해성에 대한 의문이 시작되었다. 곧 오존층 파괴논문이 등장했고 유해자외선으로 인한 피부암, 백내장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들이 쏟아지면서 CFCs를 규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80년대부터 오존층을 보호하고 유해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전지구적 노력이 시작되었다. CFCs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와 더불어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이며 최근 급격히 잦아지는 기후변화의 최대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약은 인구증가와 더불어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가장 뜨거운 화합물질이었다. 70년대엔 한국에서도 도로엔 농약상이 즐비했고 쉽게 판매가 이루어졌다. 살충제 원료인 DDT도 마찬가지다. DDT는 인류 최초의 합성살충제다. 2차 세계대전은 물론 4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에 5억 명 이상을 말라리아로부터 구했다고 전해진다. 덕분에 폭발적인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증가가 시작되었고 식량부족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합성농약과 석유기반의 비료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녹색혁명이라 불렸던 농업생산의 전환은 DDT와 함께 엄청난 성장을 구가하게 된다. 하지만 내성을 지닌 해충이 등장하고 잔류살충제에 대한 문제들이 부각되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게 된다. 한곳에 집중하면 수많은 곳에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PCB 오염으로 500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가축의 집단폐사, , 생식기능의 이상이 발견되는등 화학물질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드디어 WHODDT를 비롯한 유해물질의 퇴출과 대체물질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게 된다.

 

지구는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지구의 자생력은 무엇일까? 최근 예고 없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우와 이상기온, 급격한 온도변화는 해마다 그 강도가 격해지고 심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본 책은 3, 새로운 위험과 딜레마 속 각자도생을 통해 초미세먼지등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기후마저 오염시키고 있음을 경고한다. 공중에 떠다니는 모든 물질은 빛을 반사, 산란하여 구름을 생성시키는 방법으로 지구를 냉각시킨다. 반대로 어두운 에어로졸은 빛을 흡수해 눈과 얼음의 반사작용을 방해해 온난화를 일으킨다. 냉각과 온난화의 주인공들은 인간이 만든 합성물질과 이로 인한 생태계파괴가 직접적 요인이다. 문제는 냉각오염물질이 줄어들고 온난화 오염물질이 급격히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온난화는 오존층 파괴뿐만이 아니라 지구온도를 올리며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확산시키고 지하에 갇혀있던 메탄가스를 분출시키는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공기 중에 미세플라스틱이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기와 물의 순환은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장기에도 미세플라스틱의 경고를 알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볼 수 없는 것이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인류는 직접 경험함으로써 독을 구분했다. 덕분에 내성이 생긴 식물은 식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미세먼지든, 합성화합물이든 미세플라스틱이든 결국 그 끝엔 인간에 어떻게 작용되고 있느냐로 귀결된다. 각 국가마다 오염물질에 대한 기준과 규정이 같지 않다. 더군다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르다. 환경기준도 마찬가지고 미세플라스틱 허용기준도 다르다. 희망이 없는 것일까? 저자는 AI시대가 과학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순환경제와 녹색화학을 오염을 해결할 미래의 기술로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인지, 정보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누구도 오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염이 자신의 생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미래를 잠식한다면, 지구를 지키는 일은 곧 자신의 일이 될 것이다. 대오염의 시대가 다가올 것인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인가? 생각보다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