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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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 스탄의 친소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고, 미국에서 작가가 되었다. 그의 최초 작품이 바로 이 소설, [연을 쫓는 아이]인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저지대]를 읽었을 때 '사람의 향기'님께서 강력히 추천하신 책으로 실제, 읽는 내내 미국으로 망명한 인도 작가의 책인, [저지대]의 서정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프가니 스탄은 우리에게 여행 금지 국가이다.

무시무시한 탈레반과 9.11테러의 주범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에 양도하지 않아서, 공격을 받기도 했던..

공산정권이 수립되고, 탈레반이 지배하고, 뭔가 끊이지 않는 내전 속에서,

아이들은 버려지고 자라난다.

유년기를 잃어버린 아이들이라 한다.

2001년, 미국에 살고 있는 나 '아미르'에게

1975년의 겨울은 지금의 그가 되었던 결정적인 일이 일어난 때였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호수를 산책하며 하늘에 떠있는 연들을 보며, '하산'과 '바바'와 '알리'와 고향, 카불을 떠올린다

'아미르'는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며 이야기를 꺼낸다.

이 책은 회한의 소설이다.

배반과 속죄와 자기혐오..

이야기는 아프가니 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시작된다.

나, '아미르'에겐 부유한 아버지 '바바'가 있지만, 엄마가 없다.

아버지가 몹시 사랑했고 우아했다는 엄마는 '아미르'를 낳다가 죽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작은 오두막에 하인, '알리'와 그의 아들 '하산'이 살고 있다.

'알리'는 아버지 '바바'의 곁에서 40년을 같이 한, 친구 같고 가족 같기도 한, 하인이었다. 다리를 절뚝이고, 하지라인 특유의 납작코를 가진 그는 다섯 살에 고아가 되었다. 하지라인은 시아파로 중국 사람 같은 외모를 갖고 있다.

'아미르'와 '바바'가 속한 파쉬툰인은 수니파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지라인들은 오랫동안 수니파에게 박해와 억압을 받아왔다.

언청이로 태어난, '하산'은 '아미르' 보다 1년 늦게 태어났고, 아름답고 묘한 걸음을 걷던 '하산'의 엄마는 남자들을 환장하게 만들던 행실이 안 좋은 여자였는데 '하산'을 낳고 일주일 뒤에 도망가 버렸다.

'바바'와 '아미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신흥 부유층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좋은 집이 그들의 집이다. 부유한 '바바'는 선의로 가득 찬 상남자였다.

곰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던 그는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고 사비를 털어 고아원을 짓고,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지만, 전형적으로 맹렬한 파쉬툰인이었다.

이례적인 아프가니 스탄인인 그는 자신의 원칙대로 사는 자유주의자이고,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거나 받아들였던 독불장군이었다.

그는 아름답고 정숙한 왕족의 후손을 아내로 맞았지만, 첫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한 이후, 재혼하지 않고 사업에 열정을 쏟으며 지낸다.

'아미르'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다리지만 어쩐지 자신을 대하는 냉랭한 모습에 주눅이 들고 잘 보이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탄생으로 아버지의 여자를 죽였다는 죄의식이 무의식중에 내재돼 있다.

이슬람에서는 술을 마시는 것이 끔찍한 죄로 간주되므로, 그들은 약국에서 술을 사고, 사적으로만 마실 수 있다. '바바'와 그의 손님들은 그의 서재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사업 이야기를 한다.

'라힘 칸'은 '바바'의 조용한 분신이자, 차가운 아버지를 대신해 '아미르'의 친구가 되어준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미르'는 자꾸 약한 모습으로 '바바'를 실망시킨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를 외치며 보호해 주던 친구 '하산'이 있다.

'바바'는 '하산'과 '아미르'를 동등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하산'은 '아미르'의 하인일 뿐이다.

둘은 한 유모의 젖을 먹고 친구처럼 지냈지만, 넘어설 수 없는 인종 간, 신분 간의 벽이 있다.

서재에서 어머니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미르'가 친구들에게 장난감을 뺏기거나 맞는 일이 있으면 '하산'이 대신해서 나서준다. '하산'은 못하는 게 없다.

책을 좋아하는 유약한 '아미르'는 아버지처럼 용맹스럽고, 사내 다운 '하산'에 대해 묘한 감정을 갖는다.

'바바'의 아버지는 판사였다.

그는 부유한 가문의 어떤 아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하자라인 부부가 숨지는 일이 생기자, 그의 아이 '알리'를 데려다가 키웠다.

'바바'와 '알리'는 그렇게 같이 자랐고 '아미르'와 '하산'은 그렇게 같이 자랐다. 친구이자 형제처럼.. 하지만 계급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그들은 서로 진짜 친구는 될 수 없었다.

- 중간 생략-

 

인생은 계속된다.

아프간 사람들이 자주 한다는 이 말은

시작과 끝, 행복과 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의미란다.

러시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 밀려오기 훨씬 전에, 마을들이 불타고 학교들이 파괴되기 훨씬 전에, 지뢰들이 죽음의 씨앗처럼 심겨지고 아이들이 돌 속에 파묻히기 훨씬 전에, 카불은 내게 유형들이 사는 도시가 되었다. 언청이 유령들이 사는 도시.

미국은 달랐다. 미국은 과거를 마음에 담지 않고 포효하며 흐르는 강이었다. 나는 이 강물 속스오 들어가 내 죄를 바닥에 가라앉히고, 물살이 나를 어딘가 먼 곳으로 실어 가게 할 수 있었다.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도, 나는 그 이유만으로도 미국을 받아들였다.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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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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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물리학책이나 과학책이 아니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로 이 작가의 데뷔 작품이다.

책은 모두 10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있다.

제목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물리학과 교수 '로버트'와 자신보다 30년 연상 '로버트'에 대해 알 수 없는 감정을 품게 되는 학부생 여학생 '헤더'의 이야기이다.

'로버트'는 물리학이 관련되어 있는 방정식, 강의실 모든 학생의 이해 수준을 넘어선 문제를 출제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번 시험에서도 똑똑하다 인정받는 동기생들조차도 중간에 시험지를 제출하지 않고 퇴장해 버리지만 '헤더'는 끝까지 풀어서 답안지를 제출한 유일한 학생이다.

그녀의 답안은 엉터리였지만, 로버트는 그녀를 자신의 아파트에 초대한다.

'왜 이런 문제를 내느냐'고 묻자, '로버트'는 자신은 '이 문제를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면서,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 버리게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헤더'에게는 의대를 다니는 남자 친구 '콜린'이 있고, 그와 결혼할 사이지만,

아내와 별거 중인 '로버트'의 아파트에서 그와의 만남을 거듭하며 물리학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 나눔을 즐기게 된다.

둘의 모임은 일종의 독립 연구 모임쯤으로 피차 여기면서, 점차 정기화 되어간다.

처음엔 순수하게 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지만, 그 교수의 집, 그 분위기가 주는 편안함 때문에 더 자주 만나기도 하고 점차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말을 넘어선 교감의 존재, 그런 게 있다는 걸 '헤더'는 알게 된다.

'헤더'는 이 노 교수에게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감정도 품어보지만 그들의 관계는 우정 같은 모습이다.

어느새 남자친구에게는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 되어가고, 어떤 죄의식에도 사로잡히게 된다.

주점에서 노 교수와 손잡고 있던 '헤더'의 모습을 본 남자친구 '콜린'은 결심을 하고 그 이후 그녀에게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감정은 둘이 결혼을 하고도 한동안 지속된다.

열편의 단편들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이야기들을 매우 침착하고 매력적으로 전개해나간다.

화자는 어릴때 혹은 젊은시절, 한 때의 기억들을 소환해낸다.

그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먼 훗날 지금의 시점에서도 주인공에게 나름 명징했던 사건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고, 어쩌면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인 듯도 하다. 그래서 잊을 수 없는지도 모를.. 자이가닉 효과로 여겨진다.

마약과 동성애와 가족의 해체가, 미국 현대 소설답게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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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들의 세계사 - 2014년 제47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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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한 오해는 오히려 너무 낭만적였다. 집안의 둘째가 겪는 서러움일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또 공감해 줄 부분이, 이야기할 부분이 많지~ 하면서.. 아들러 심리학도 들먹거리며 책을 펼쳤다.

아~나의 편견과 오해와 그것을 건넌 오만은, 그래 너무나 낭만적였다고 실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의 차남은 권력의 중앙에서 밀려난 자들, 누아르를 살았던, 아니 만들었던 '전두환'과 그 핵심에서 비껴난 사람들

어쩌면 차별, 어쩌면 오해, 어쩌면 편견 같은 절망,,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 남아야 했던 사람들이 일을 만들고 키운 것이다. 아주 치열하고 맹렬했다. 나름은ᆢ

후반부에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안기부의 차남 '정남운'이, 우리의 주인공 '나복만'이 쓴 것처럼, 보좌 신부님께 보내는 편지에

[카인과 아벨]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가 그래서 너무 재미난 것이다.

능청스럽게 이야기의 서문을 여는 작가의 패러독스와 유머에 제대로 걸려들어, 쭉~ 내달리면서 ㅋㅋㅋ를 연발 내뱉을 수밖에..

안짱걸이가 걸린 씨름선수처럼 제대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뒤에 엄청난 누아르를 만들었던 '전두환 장군'이 있었다.

웃으면서 아프고 웃기면서 기가 막혀 혈을 뚫어야 싶게 만든다.

'성석제' 작가를 떠올리고, '천명관' 작가의○○ 법칙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책 읽어 주는 남자]도 떠올리게 된다. 거기서의 '한나'의 문맹은 슬프지만 거룩했고, 여기서 '나복만'의 문맹은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지만 또 다른 거룩함이 있다.

나는 왜 이 작가를 이제 알게 되었는지, 그나마, 이웃 후*님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흘려보냈을 존재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 뜻 없지만(?), 감흥을 돋게 하고, 작가나 독자가 모두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 기능을 하는 고려속요의 후렴구 같은 작가의 장치(추임새)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청산별곡]의,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같은, [어부사시사]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정읍사]의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같은,

이것을 들어보아라~~

이 이야기는 '전두환' 통치 시절의 이야기이다. 1980년 8월 27일 체육관을 좋아했던 '전두환 장군'의 체육관 선거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때 '전두환'은 '박정희' 피격사건의 수사관이었는데, 그는 독재자 살인사건을 수사하다가 스스로 독재자가 되어버린 주인공이다.

그리고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이 숨어든 곳이 강원도 원주의 성당이었고, 그동네서 택시를 몰던 '나복만'이 새로운 통치자의 누아르에 휘말려 바라던 삶이 붕괴되어 버리는 웃픈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30년 남짓 한 시간이 흘렀고, 그때 그 주인공 '나복만'은 아직도 수배 중인 상태로 행방불명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운명이, 주인공의 기구한 삶만큼이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누아르 자체였던 그 시대의 서민들 삶이 다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었던가 한다.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들이 누아르 주인공의 수사기법과 통치철학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매듭지어진다.

'노태우' 취임 이야기, '전두환'의 처삼촌 처제인 '장영자' 이야기, 경남 의령군 순경의 총기난사사건들이 조미료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갑자기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간다. ㅋㅋ

조폭의 종속이론이자 자본 운동의 원리 또한 기가 막혀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처음 만난 '이기호' 작가,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능청과 익살 가득한 해학적인 소설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주 쉽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올여름의 무더위와 정면 대결하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책이다.

 

 

 

때때로 평온하게만 보이던 우리의 일상이 부욱, 소리를 내며 찢어진 후, 그 틈에서 낯선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다.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의식 중이든 무의식중이든 우리가 감추고자 애를 쓰던 유일한 진실이 눈앞에 나타나는, 아프지만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외면하기에 급급해한다. 그만큼 우리의 진실이 더럽고, 하찮고, 추악하고, 섬뜩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외면하는 방식이다. 그 손이 마치 다른 사람의 것인 양,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다시 틈 안으로 억지로 욱여넣고 겹겹이 시멘트를 발라 버린다. 그리고 시멘트를 바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안의 또 다른 괴물을 눈앞에 호명해 낸다. (사실, 그 낯선 손은 이 괴물의 손이기도 하다.) 그렇게 불러낸 괴물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날뛰고, 제멋대로 우리를 이끌어 가도, 우리는 스스로 괴물을 통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어쨌든 괴물 덕분에 우리는 다시 진실을 외면할 수 있었으니까. 고마운 괴물이니까..... 그것이 우리가 우리를 잃어버리는 기본 공식이다. 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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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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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고리키'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소비에트 문학의 개혁자이자 기초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 [어머니]는 노동 계급에 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최초의 소설이었고, 사회주의 혁명의 위대한 과업과 레닌주의 이념과 결합하여, 자신의 역사적 임무를 이 책을 통해 실현코자 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출판된 이 소설은 유럽의 프롤레타리아 상용 참고서가 되었다 한다.

'막심 고리키'는 최대의 고통자라는 뜻을 지닌 그의 필명이었다.

1890년, 러시아 전역을 도보여행하면서 러시아 인민의 무지와 가난과 고통을 본 그는 정치활동과 볼셰비키 당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짜르 정권으로부터 박해를 받았으며 옥살이도 여러 차례 하였다.

- "날 좀 도와주게! 책을 주게. 그걸 다 읽고 나면 적어도 인간이라면 피가 끓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책 말일세. 사람들의 머릿속에 고슴도치를, 가시덤불을 들어앉혀야만 해. 자네에게 글을 써주는 시내 사람에게 농촌을 위한 글도 써 달라고 말 좀 해주게. 농촌에 펄펄 끓는 물을 끼얹고 민중으로 하여금 죽음 속에라도 뛰어들도록 말일세!" p 255

책에서 농민들을 교육하여 새로운 민중으로 거듭나도록 돕고 싶다고 나선 '리빈'의 대사이다. '막심 고리키'는 이 대사를 빌어 소설의 집필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인다.

공장촌에는 노동자와 피로와 보드카와, 기계와 작업 감독관과 지긋지긋한 단조로움만 있는 듯하다.

피로에 찌든 노동자들은 보드카로 속을 달래고,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걸고 행패를 일삼고, 쌈박질을 해댄다.

열쇠공인 '빠벨(빠샤)'의 아버지 역시, 남아도는 힘을 아내에게 폭력으로 휘두르며 살고 있다.

그들은 오랜 노동에도 비참할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한 분풀이로 폭력을 일삼고 있다.

어머니 '닐브로나'는 오랜 노동과 남편의 구타에 이력이 나, 일상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느덧 머리가 굵어진 '빠벨'은 아버지의 행패에 저항할 힘도 생긴다.

30년 동안 노동을 해온 아버지는 갑자기 병이 들어 죽는다.

처음, '빠벨'은 제 아버지, 혹은 공장촌의 다른 청년들을 흉내라도 내듯이 밤늦도록 싸돌아다니고, 술을 먹고 나태한 생활을 하더니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엄숙해졌다.

그 책들은 모두 금서였는데,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어머니에게 자신은 진실을 알고 싶어서 그런 책들을 읽노라 한다.

그리고 그 모자의 집에서 모임이 시작된다.

아들을 비롯한 그의 동지들이 격렬한 논쟁을 하지만 싸움으로 발전하지는 않는 모습에 조마조마하게 쳐다보던 어머니는 그들 모두에게 모성을 느끼게 된다. 아들의 생각과 발언과 또한 반복되는 모임의 논쟁을 들으며 가슴에서 무언가 끓어오름을 자각하기에 이른다.

이들 사회주의자들은 공장의 집회를 도모하고, 노동자들 스스로가 가치 있는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는 엄격한 인간, 그 자체임을 자각시키고자 하는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러시아의 정치적 후진성은, 1900년대에 들어 극심한 공황, 실업자의 증가, 임금의 저하 등으로 민중의 삶이 고단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러일전쟁의 패배를 기점으로 민중들은 왕궁을 향해 평화적 시위를 도모하였고, 정부는 대학살을 자행하여 피의 일요일을 불렀다.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자식들의 일을 이해하고 싶었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음식 행상으로 공장을 드나들면서 불온 문서들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는다.

공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선전활동과, 비 오듯 쏟아지는 싸라기 같은 이상한 말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녀는 글자 공부를 시작한다. 수줍어하면서..

중간 생략

 

자식을 위해 할 일은 눈물과 기도뿐인 한 어머니가, 남편의 오래된 구타와 노동에 이골이 난, 그녀가

자식을 향한 걱정이 점차 두려움으로, 참된 이해를 위한 노력이 또 노동구조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그러한 각성이 내적인 승화를 가져오는 구도가 인상적였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의 민중적인 성장소설이다.

한때 이불 속에서 숨죽이며 이 책을 읽었노라고 어떤 이는 내게 말했다.

노동자는 왠지 투쟁이란 말과 겹친다고까지 느껴지는데,

무지했던 그들이 눈을 떠서 얻고자 했던 진실과 뿌리 깊은 구조적 모순에 다가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철도원 삼대]도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은 마르지 않아! 네게도 에미가 있다면 이런 것쯤은 알 거다. 이놈!"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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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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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미국 출생 '빌 브라이슨'은 오랜 기간 영국에서 타임스 등의 기자로 일한, 저널리스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작가라는 평을 듣는 그의 '발칙한 ○○○시리즈'는 인기가 많아, 한국에서도 꽤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들어왔다.

이 책은 1991년 발표한 책이다.

1972년 약관의 나이에 친구인 '카츠'와 여행했던 유럽을, 중년의 나이가 되어 홀로 여행하면서 어떤 장소를 만나면, 오래전 그 친구와의 여행 에피소드도 소환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성적인 호기심이 가득했던 스물의 나이에 가졌던 엉뚱한 상상과 에피소드들을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와 말장난을 버무려놓아 제목 그대로 발칙할 수밖에 없는 여행 에세이이다. 읽다가 곳곳에서 피식~ 하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 일쑤다.

오로라를 보려고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에서 시작해, 여러 국경을 넘나들며 이스탄불에서 여정이 끝난다.

30년이 지난 식상한 여행 기록이 되어버려, 그리하여 그때 유럽 곳곳의 사정과 지금이 많이 달라져 있겠지만,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요즈음,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는 '세계테마기행'으로는 만족할 수 없기에 여행 관련 책(,꼭 유럽이어야 했다. )을 읽고 싶었다.

이왕이면 바로 이분의 책으로..

블로그 이웃들이 왜 입을 모아 추천해 주셨는지를 끄덕이면서

유쾌하게 내리읽을 수 있었다.

동양인도 아니고 유럽인도 아닌, 미국인의 관점으로 본 유럽이 궁금했다.

그리고 1990년대의 유럽 상황도 호기심을 갖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에서의 해외여행 자유화는 88올림픽을 치르고 난 1989년에야 전면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것도 1991년 까지는 반공교육을 받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2008년에야 번역 출판되었다.

해외여행을 가면

미국인들이 가장 부럽다.

왜냐면 그들의 영어는 어디든 프리 패스가 되니깐

우리는 어쭙잖은 영어를 번역기 돌려가며 읊조려야 되지만(지극히 나의 기준..)

대부분 유럽이나 동남아 호텔 카운터에서 영어는 상용어..

그래서 영어 하나로 미국은 세계를 제패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러움과 열등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하나같이 무지 무거워 보이는 빵빵한), 피지컬부터 기죽게 하는 그들은 어디서 건 자신 있게 활보를 한단 말이지..

바로 이 '빌 브라이슨'도 영어 하나로

그렇게 국경을 넘나든다.

그리고 마을을 막 휘젓고 다니며 산책을 한다. 물론 그와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그리고 영국에 오래 산 그가 나라별 일상적인 어휘는 구사할 수도 있지만

흔하게 미국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는 그런 현실..

부러움이 자괴감으로 빠져들까 우려되어 이쯤에서 멈추고.

이런 책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건

유럽의 나라별 비교이다.

인종의 비교, 문화의 비교 이런 것에 의미를 엄청 부여하는지라

미국인, '빌 브라이슨'이라는 개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비교에 집중하면서 책을 읽느라

엄청 유의미했다.

(이하 생략)

 

https://blog.naver.com/su430/2224140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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