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0
에밀 졸라 지음, 김치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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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목로주점]의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딸이다. 세탁부 '제르베즈'와 '쿠포'의 삶을 보면서 왜 저렇게 살 수밖에 없나를 반문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기획 의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의무감으로, 그 사회상을 낱낱이 발려 놓고자 했으며 또한 결혼이라는 두 가문의 결합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인 기질이, 후손들에게 어떻게 전해져 어떤 캐릭터가 탄생해서 프랑스의 당대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쓴 가족사였음을 인지하게 되니, 나머지 그 시리즈물을 전부 읽게 되려나 하면서 걱정도 앞서지만,

아무튼 '나나'라는 캐릭터는 진짜 대단하다.

파리의 극장, [금발의 비너스]가 절찬 상영 중인데 거기 나오는 여배우 '나나'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하다.

실제 그녀의 노래는 박자가 맞지 않고 거슬리는 목소리로 빽빽거리는 발연기를 하지만

제목답게 금발이 태양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육체미를 과시하는 나체로 열연하여, 그 작품은 올해의 문제작이자 화제작이라, 사람들이 모여든다.

실제로 그들에게 연극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아름다운 '나나'의 나체에 흥분하고 기진맥진하여 연극의 종결에 신경의 혼란을 일으키는 1500여명의 관객들..

새로운 스타, 열여덟 살의 '나나'는 큰 키에 굴곡지고 매우 풍만한 몸매의 소유자로, 그녀를 보겠다는 호기심 어린 관람객들은 남녀노소가 모두 열광한다. 그렇게 그녀는 성공한 여배우로서 파리를 점령해버렸다.

그녀에게는 열여섯 살에 낳았던 어린 아들이 있다. 그녀의 고모 손에서 자라고 있는 그 아이는 늘 병약하지만, '나나'는 눈먼 모성애로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했다.

매춘을 해오던 그녀였기에 자신에게 매료된 동료 배우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과도 관계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유지해서 돈을 벌지만 또 갚아야 할 빚이 많고 집에는 빚쟁이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집주인, 속옷가게 주인, 양장점 주인, 석탄 장수 등..

그녀는 착한 여자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되뇌이지만 '에밀 졸라'도 그녀의 선의를 계속 강조한다.

때로는 돈 없는 남자도 귀여워서, 가여워서, 사랑스러워서 받아들이고

착한 그녀이기에 자신의 육체로 남자들이 행복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위로할 줄도 안다.

신앙심 깊은 머저리 같은 '뮈파 백작'도, 그녀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하지만 받아주기도 한다.

때는 파리에서 '만국 박람회'가 열리던 1867년 경이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파리로 모여드는 대목인것이다.

그녀의 연극을 보러 스코틀랜드의 왕자도 오고 페르시아 왕도 온다.

그녀가 가는 곳에는, 그녀에게 어떤 남자가 선심으로 마련해 준 집에는, 항상 남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그녀의 하녀는 그녀를 잘 보살피면서 한몫 챙기려고 복종한다. 눈치껏 남자들이 겹치지 않게 조율도 한다.

그녀는 한때 동료 배우 '퐁탕'에게 빠져 살림을 차리기도 했으나, 생활고와 그의 폭력을 견디며 다시 창녀 짓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가면서도 그 생활을 이어가보려는 미련한 노력도 할 줄 알았지만, 자신의 침실에 젊은 여배우와 누워있던 그를 보고는 뛰쳐나와 '뮈파 백작'의 투자와 도움으로 다시 연극 판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다시 여러 남자들을 받아들이며 본격적이고 노골적이게 돈을 요구하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장 큰 호구이자 '핫바지 씨'로 부르는 '뮈파 백작'과 살림을 차린다.

가톨릭 교도로서 냉정한 가슴을 지닌 중년의 이 신사는 '나나'에게 사로잡혀 청춘의 탐욕스러운 정욕이 불타올라, 그녀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그녀에게 질투를 부리며 자신과의 사랑만을 요구하며 수많은 돈을 지불했지만, '나나'는 그를 지루해하며 몰래 다른 남자들과 쾌락을 즐기며

때로 백작에게 현장을 들켜도 오히려 큰소리치고 위세를 부린다. 화를 낼 줄도 알던 그였지만, 결국엔 그녀에게서 맛본 쾌락의 포로가 되어 굴종한다.

 

-이하 생략-

https://blog.naver.com/su430/222558514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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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쥐의 윤회 - 도올소설집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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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님의 소설집이다.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인가? 혹은 '움베르트 에코'인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시대의 지식인으로 작금 융합의 시대, 퓨전의 시대에 걸맞는 학자인 건 분명하다. 그와 한시대를 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하던데, 이분은 1948년생.

철학자인 동시에 행위 예술가이며 연출가이며, 영화와 연극의 대본을 쓰는 작가이며 재즈 아티스트이며, 문인 화가이며 무술인이며, 한의원도 운영했던 한의사이다. 그리고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것..

어느 날부터인가 텔레비전에도 많이 등장하고, 최근에는 '이승철'과 진행하는 프로도 있었는데

독특하고도 화려한 화법 이면에 동양철학이 던지는 깊이 있는 질문과 사유에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던 그의 강의..

[슬픈 쥐의 윤회]라는 괜스레 슬픈 제목에 이끌리어 중고책 기다릴 여유도 없이 사두었다.

총 13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쉽게 이끌리다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이게 끝인가 싶기도 하고 이런 결말이라서 좋기도 한 소설들이다.

그리고 교훈적이다.

그 자신의 이야기, 그의 행적이 궁금해지고, 따라가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중간 생략-

 

끊임없이 인간과 우주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는 철학자의 철학적인 소설인데 가독성도 좋고, 지루하지도 않고, 하여 기인의 이미지 까지 지닌 그, '도올'님을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책..

https://blog.naver.com/su430/22254999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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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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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아일랜드 이야기이다.

종교와 정치적 갈등이 첨예한 이곳은 영국과의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의 북아일랜드이다.

80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1921년 독립하였다. 그리고 1949년 아일랜드 공화국이 되었다.

19세기부터 영국과의 분리 시도를 해왔지만 영국과의 끈을 버리려 하지 않는 북아일랜드의 신교도들로 인해 비극적인 내전이 끊임없었고, 1921년엔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

신교도(성공회)가 주를 이루는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영국의 일부로 남아있다.

전통적으로 가톨릭이 지배 적였던 아일랜드는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몇 유명한 사건에서 보듯이 세속화 추세가 가속화되며 권위가 약화되기도 했지만 전 국민 인구의 90% 이상이 여전히 가톨릭 신자라 한다. 그래서 이 지역은 종교적인 갈등은 곧 정치적인 갈등이 되어 대립하게 되는 것이다.

폭력과 유혈사태가 난무하는 나라의 이미지,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은 영국의 속국(?)으로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의 이야기이다.

인류사에서 이들만큼 고난을 격은 민족은 없으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라였다고도 하는데,

한국인이 아시아의 아일랜드인이라는 묘사가 있듯이

남과 북의 분단, 피 식민지의 경험과 강렬한 민족정신,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성, 노인공경과 대가족의 전통, 자녀 교육열 등이 유사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강대국 곁에서 겪은 수난의 역사로 한 (恨)의 정서가 공통으로 흐른다 하는데

유럽 국가들 중 민족적 자부심이 가장 강한 나라 아일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며, 낮은 실업률과 높은 경제 성장, 정치적 자유 등이 전통적 가치와 성공적으로 결합된 나라로 꼽힌다. 유럽의 최빈국에서 10년 만에 고도로 성장하여 선진국으로 도약해 1인당 GDP가 세계 3위이다.

북아일랜드의 종교적인 갈등은 영국계 이주민(신교파)들이 대다수인 사회에서의 소수 구교파들에 대한 차별이 주를 이루어 대립한다.

이분법적인 종교 상황은, 이분법적 정치 상황을 대변하고, 물 건너(영국), 길 건너(국가수호자-영국의 일부이기를 원하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국가와 이곳(국가 반대자-아일랜드로 독립)을 양분한다.


정상적인 죽음이 드문 곳, 폭력적인 죽음이 난무한 이곳은, 사는 것도 죽는 것도 극단적이다.

비극적인 사건들은 끈질기고 견고한 정치적 문제를 근간으로 끊임없이 일어난다.

가족 중, 끔찍한 죽음을 겪은 이가 없는 이웃이 신기할 정도이다.

그래서 피해 망상의 시대이고, 칼날 위에 선 시대이고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시대, 혼란의 시대에 '나'는 서있다.

이곳은 정상이라는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상한 취급을 받고, 말들은 왜곡되고 날조되고 과장된다.

'나'와 '밀크맨'의 불륜설처럼..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를 굳이 변명하려 들지 않는다.

어차피 엄마도, 가족도 믿어주지 않으므로..

이 극단적이고 끔찍한 시대, 전장이나 다름없는 그 거리에서는 어떤 관점을 갖지 않는다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19세기의 안전하고 문학적인 생각에 빠져 지내는 것이다.

'나'는 걸으면서 책 읽는 일을 즐긴다. 그리고 달리기를 즐긴다.

그런데 일촉즉발의 이 사회에서는 그것이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안전하지 않아서, 자연스럽지 않아서, 튀기 때문에 위험하단다.

이 사회는 온갖 정치적인 문제들로 인해 상식적인 것이 상식이 아니고 상식이 아닌 것이 상식인 사회, 상식이라는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상한 취급을 받는 곳이다.

'나'보다 스물세살이 많은 유부남 '밀크맨'이 국가 암살단이 쏜 총에 맞아 죽은 날은, '나'를 오랫동안 스토킹 해오던 '아무개 아들 아무개'가 내게 총으로 찌르려 들며, 고양이 같은 년이라고 욕을 한 날이다.

열여덟의 '나'는 10명의 자녀들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죽었고

'나'의 큰언니는 자신을 배신한 전 애인을 잊지 못하고 큰 형부와 사고 친 후 결혼을 했는데

이 자는 '나'와 언니들에게 끈질기게 접근하고 치근덕댄다.

'나'와 '밀크맨'의 루머를 만들어낸 이도 바로 이 큰 형부이다.

'밀크맨'은 책 읽으면서 걷고 있던 '나'에게 접근했다.

위험하다고 자신의 차를 타라고..'나'는 그 차에 타지 않으려고 끝끝내 버틴다.

그 후로도 그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 나타나고 사라져버린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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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9세기 문학에 치중하는 까닭 중 하나가 전화 같은 현대적이고 골치 아프고 불편한 물건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났다가 헤어지기 직전에 다음 약속을 정했고 일단 한 약속은 꼭 지켜졌다. 우리가 대체로 전화를 불신하는 까닭은 전화가 기술적인 물건이고 비정상적인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했지만 ‘더러운 수작‘이나 비공식적 도청이나 국가의 감시 도구로 쓰인다고 본 탓이 컸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사적인 용도로는 전화를 쓰지 않았다. 사적인 용도란 연애 같은 민감한 용도 말이다. 347-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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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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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 그리고 '앤 브론테' 세 자매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목사의 딸들로 태어났다. 그녀들 위로 언니 둘이 더 있었는데, 비위생적인 기숙학교생활을 하느라 결핵에 걸려 죽었고, 남동생도 결핵으로 일찍 죽었다.

남은 이들 세 자매는 합동으로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둘째 '에밀리 브론테' 역시 시인이었는데, 그녀의 유일한 소설이 바로 이 [폭풍의 언덕]이었다.

1847년 그녀의 나이 29세에 이 소설을 출간했고 이듬해 서른의 나이에 그녀도 폐결핵으로 죽는다. 여동생 '앤'도 딱 그 나이에, 언니 '샬롯'은 그녀들보다 열 살을 더 살고 역시 폐결핵으로 죽는다.

그녀들이 자라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요크셔 지방은 춥고 척박한 땅이다.

'언쇼 가문'의 집, '워더링 하이츠 ( wuthering heights)'는 바람이 쌩쌩 강하게 부는 언덕 꼭대기란 뜻으로, 1년 내내 바람이 부는 곳이다. 거친 바람을 들이마시며 살아온 '언쇼 가문'의 사람들은 그래서 격한 성질과 야성의 기질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곳에 영국을 통틀어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처박혀 있고 싶은 남자, '록우드'가 '드러시 크로스 저택'을 세내어 입주하게 되고

그 저택의 주인이 거주하는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하는데 집안의 음산하고 불유쾌한 분위기, 사교적인 말을 나누지 않는 사람들과 주인이라는 집시처럼 검은 얼굴에 차림새와 태도는 신사이지만, 침울하고 거친 외톨이 같은 '히스클리프'를 만나게 된다. 악천후로 인해 자신이 세 든 집으로 갈 수 없게 되자 어느 한방에 묵기로 하는데 그곳에서 '캐서린 언쇼'라는 인물의 일기장을 보다가 잠들었는데, 유령이 나타나 기겁을 하고 소동을 일으키게 된다.

날이 밝아 ' 드러시크로스 저택'으로 돌아와 가정부인 '딘 부인'에게 그 집, '워더링 하이츠'의 사람들과 사정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워더링 하이츠'의 원 주인이었던 사람 좋은 '언쇼 씨'는 어느 날 리버풀 거리에서 누더기를 걸친 아이를 주워온다. 그의 집에는 아들 '힌들리 언쇼'와 딸 '캐서린 언쇼'가 있었는데, 어릴 때 죽은 아이 하나가 더 있어서, 그 이름을 데려온 아이에게 물려준다. '히스클리프', 그는 '언쇼 가'의 재앙이 된다.

학대를 받아온 흔적이 역력한 이 아이는 굳세었고, '캐서린'과 금새 친해진다. '언쇼 씨' 부부는 '히스클리프'를 자녀 중 하나로 여기며 아끼고 믿어주지만, '힌들리'는 '히스클리프'가 부모의 애정과 자신의 특권을 가로챈 사람으로 여겨 원한을 품는다.

말괄량이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언덕과 숲을 뛰놀며 자유분방하고 거친 야생마처럼 자라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역시 병으로 죽자, 대학을 다니던 '힌들리'가 돌아와 젊은 주인이 되는데, 비밀리에 결혼했다는 부인도 동반한다.

그리고 '히스클리프'는 자신들의 형제가 아니니, 하인처럼 지내라 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처럼, 오빠의 횡포에 분노하지만 어리고 힘없는 그녀의 주장은 떼쓰는 것으로만 여겨진다.

'히스클리프'와 싸돌아다니던 '캐서린'은 어느 날 '드러시 크로스 저택'에 들어가게 된다. 개에 물려서 중상을 입자, '캐서린'을 치료해서 집으로 보내야 한다는 '린튼 가' 가족의 성실한 의무감에, '캐서린'은 그곳에서 남게 되고 '히스클리프'만 집으로 돌아온다.

'린튼 가'에는 '에드거 린튼'과 '이사벨라 린튼' 오누이가 있었다. 잘 교육받아 교양이 넘치는 이들 틈에서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한동안 머물다가 회복된 '캐서린'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뭔가 정숙해지고 우아한 옷차림을 하고 나타난 그녀를 보며 '히스클리프'는 낯설어하고, '캐서린' 자신도 스스로의 달라진 모습에 고무되어, '히스클리프'를 피하려 들기까지 하면서 서먹해진다.

오빠 '힌들리'는 두 집안의 인연이 결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보는데 아들 '헤어튼'을 출산한 아내가 폐병에 걸려 죽자, 자포자기하고 포악해진 그는 술에 취해 난동을 일삼고 자신의 어린 아들을 방치한 채, '히스클리프'를 더 학대하고 행패를 부린다. 어린 '헤어튼'은 그들과 어린 시절을 함께 한, '넬리(딘 부인)'가 양육 한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에게 교육의 기회도 빼앗아 버리고 고된 노동과 학대로 천박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히스클리프'는 점차 붙임성 없는 침울한 성격으로 길들여졌으며 사람들의 미움을 품게 하는데 쾌감을 느끼는 아이가 되어 간다.

'에드거 린튼'이 자신에게 청혼한 사실을 '넬리(딘 부인)'에게 고백하던 '캐서린'은, 자신은 '히스클리프'와 결혼은 할 수가 없다면서, 오빠가 그를 그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만 않았다면 모를까, 결혼상대로는 격이 떨어진다고 한다.

 

우연히 숨어서 이 이야기를 들었던 '히스클리프'는 그 길로 가출해버리고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캐서린'은 그를 찾아 나섰다가 비를 맞고 열병을 앓게 된다.

'린튼 부인'은 앓고 있는 '캐서린'을 문병 왔다가 자신의 집으로 옮겨 간호하기로 했는데 그들 부부는 열병이 옮아 죽는다. 그리고 3년 후 '에드거'와 '캐서린'의 결혼이 성사되고, 그녀는 남편과 시누이 '이사벨라'에게 더없이 친절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간다.

제멋대로이고 거침이 없던 '캐서린'은 얌전한 아씨가 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했고 친정집에서 데리고 온 '넬리 (딘 부인)'는 다섯살 된 도련님 '헤어튼'을 놓고 오는 것이 맘에 걸렸지만 자신의 아가씨 '캐서린'의 결혼생활을 위해 헌신한다.

그리고 삼 년간 소식 없던 '히스클리프'가 나타난다.

그들의 집에 방문한 그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있었다. 총명해 보이고 위엄 있는 태도를 갖춘 그는 돈도 있었고, '워더링 하이츠'에서 지내기로 하고 '린튼 가'에도 손님처럼 드나들게 된다.

'캐서린'은 흔들린다. 하지만 남편도 사랑하는 그녀는 어쩔 바를 몰라 힘들어하고, '히스클리프'의 방문을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하게 되는 변덕을 부리며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이하 생략- 

 

 

 

 

https://blog.naver.com/su430/222514565106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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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1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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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소설에서 이런 작가, 이런 책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일찌감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으면서 범상치 않음을 알아봤고,

우리나라에서는 마니악 한 작가라고 하지만, 외국에서의 평가가 더 좋아 많이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하고, 노벨 문학상 후보로 내세운다는 평가도 있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철학적인 농도가 짙고, 신학적인 세계관이 맞물린 그의 작품은 결코 가볍거나 쉽게는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가독성이 좋다. 전작들에 비해 힘을 많이 뺐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드는 차, 그분의 나이를 확인하며 더 많은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해주기를 바래본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포르투갈의 높은 산], [좀머 씨 이야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떠오르는 대목들이 있다. 그리고 흡입력이 좋다.

뻔한 스토리 일수 있지만, 그의 신학적인 사유와 질문은 소름 끼치도록 가볍게 무겁다.

이 작가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에리직톤의 초상]부터 구하려 했는데, 품절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구하고자 한다.

나는 한 작가에게 꽂히면 그의 책을 꾸준히는 읽지만 연달아 읽는 것은 피하고 본다.

더구나 우리나라 작가의 경우엔 더 멀리멀리 간격을 두고 읽는 편인데

비로소 '이승우 작가'의 책에는 확실한 지지와, 확실한 신념이 생겼다.

깡그리 모아 볼 작정을 세워도 본다.

귀한 작가이다.

♣'천산 수도원'..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해발 890m의 가파르고 험한 천산 정상에 세워진 수도원은, 폐허 되어 버려진 건물로 우연한 기회에 세상에 알려진다.

'강영호'라는 여행작가는 우리나라의 오지와 사라져 가는 유적지를 소개하고 세상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특별한 여행지들에 관한 출판 준비를 하던 차 폐암 선고를 받고 7개월 만에 죽는다.

그의 동생 '강상호'는 남미 주재원으로 외국회사에 10년째 근무하다가 귀국해 형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리고 형이 출판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여행지의 마지막 부분, '천산 수도원'에 관한 소개 글이 미완성이었음을 확인한 후 그 원고가 마치 자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형의 투병에 관해 무심했던 죄책감을 덜어보고자 마무리를 위해 휴가를 내어 '천산 수도원'을 방문한다.

'헤브론 성( 이스라엘의 도피 성,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몸을 피하는 곳'), '하늘 집'이라고 불리는 그곳은 전기를 비롯한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지 않은 곳으로, 1970년대 초까지 건재했다 한다. 독특한 믿음을 가진 한무리 종교인들의 공동체였던 이곳의 벽에 씌어진 글자들이 있다. 벽서,, 흙벽에 성경을 옮겨 적은 이 글자들은 구약과 신약 모두의 방대한 분량이었다.

'강상호'의 답사 이후 여행기의 마지막 장을 채워 출판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별로라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부천의 한 신학대학교에서 교회사 강의를 하는 강사가 이 천산의 벽서를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에 있는 [켈스의 책]과 견줄만하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일컫는 [켈스의 책]은 9세기에 만들어진 성경 책으로 송아지 피지에 라틴어로 기록한, 화려한 필체와 그림이 있는 복음서이다.

천산의 벽서 역시 다양한 컬러와 그림으로, 하지만 복음서만 기록한 [켈스의 책]과는 달리 성경 전체를 기록한 것.

교회사 강사 '차동연'은 의문을 품었고 기독교 단체와 소속 학교의 지원으로 연구를 하게 되는데,

 

 

요양원에서 죽어가는 '장'이란 사람에게서 연락이 온다. 죽음을 앞둔 그는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자신이 한일, 본일을 '차동연'에게 들려준다.

1950년대 초에는 전쟁 후 궁핍, 질병, 공허, 혼란이 전국을 뒤덮었던 시기로, 허기지고 상처받고 뒤틀린 영혼들로 가득해 삶의 다른 차원을 갈구하는 열광적인 종교운동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던 때였다.

그리고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그것도 첫사랑에 관한 말랑말랑할 것 같은 이야기로 전환된다.

사촌 누이 '연희'를 사랑한 '후', 바닷가 마을에서 마지막 복무 중인 '박 중위'가 읍내 미용실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스무 살의 그녀에게 반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데, '연희'는 시골처녀 특유의 수줍음과 유별나게 강한 자존심으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십대의 남자 '박 중위'는 고교시절의 첫사랑이었던 여섯 살 연상의 주일학교 여선생의 긴 생머리와, 버스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연희'의 긴 생머리를 오버랩하여 집착하고 집요해진다. 그는 결핍과 좌절의 경험이 별로 없는 부잣집 아들이었다.

마약중독자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활동이 유사하다 한다.

 

고아인 '연희'에게 있어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가족의 배신으로 '박 중위'는 그녀를 유린했고, 버렸다.

그녀는 집을 나갔고,

'후'는 '박 중위'에게 마구잡이로 칼을 휘둘렀고, 살인을 저질렀다 생각했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천산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피투성이의 꿈에 시달리면서 불안과 혼란 속에서 형제들의 도움으로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데,,

독특한 믿음을 가진 한무리 종교인들의 공동체인 이곳 '하늘 집'의 근본정신은

각자는 하나님 앞에 단독자이지만, 서로는 서로에 대해 동등한 형제였고 각자가 혼자이면서 전체가 하나인 곳이다.

그들의 특이한 삶의 태도에 처음엔 약간의 경이로움과 호의적인 긴장감을 가지다가 점차 섞여 들어 평안함을 유지하며 '후'는 삼 년 동안 성경을 꼼꼼히 읽고 세 시간 기도하고 하루 한 끼를 먹으며 성경을 필사한다.

그가 마지못해 입으로만 읽고 쓰던 성경에 사로잡힌 데는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야기가 있다. '압살롬'이 자신이 누이 '다논'을 범한 아버지의 장남이자, 이복형제인 '암논'을 죽여버리고 아버지의 권력에 도전하는 장면. 훗날, '압살롬'은 자신의 딸이름을 '다말'이라 지었는데 '후'는 그부분을 이상하게 받아들인다. '압살롬'의 다말을 향한 사랑이, 형제애 이상의 것이었는지도 모를일이라 여기며 '후'는 자신을 '압살롬'과 동일시한다. 그에게 성경은 큰 거울이 된다. 성경이 비추지 못하는 것, 비출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글라스를 벗어본 일이 없는 남자 '한정효'..

그는 군사 쿠데타의 중심인물이었다.

'박정희 장군'을 따라 한강을 건넜고, 국방부 장관을 역임했다.

아내와는 아이가 없었고 그의 아내는 새벽 기도를 열심히 다녔고

그는 며칠에 한 번씩 집에 들어가면서 바쁘게 권력에 최중심에 있는 장군의 그림자 역할에 충실했다.

임파선에 악성 종양이 생겨 죽어가는 아내에게 그녀가 믿는 전지전능자에 대해 반발하고 질문해 보지만

 

[이하생략]

 

 

 

 

"혹시 저 무수하게 많은 굉장한 말씀들이 젊은이의 현실에 아무 작용도 하지 않아서 마음 상해 있다면, 주제넘다 말고 내 말을 잘 들어 봐요.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저 굉장한 말씀들은 애초에 이 세상을 이길 힘이 없어요. 세상은 크고 무섭고 힘이 세요. 언제나 그랬어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에 비하면 말씀은 무력하기 짝이 없어요. 그건 말씀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씀이 가진 힘이 다른 힘이기 때문이에요.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말씀은 세상에 능욕당하고 옷 벗기고 채찍질당하고 창에 찔리고 못이 박혀 죽을 수밖에 없어요. 다른 힘이기 때문이에요. 하찮은 것이 자주 위대한 것을 이겨요. 예수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생각해 봐요. 그분은 땅의 법칙에 철저히 무력했어요. 그분이 무능한 것은 그분의 능력이 땅의 법칙 저 너머에 있기 때문이었어요. 말씀들의 위대함도 땅의 법칙 너머에 있는 위대함이에요. 말씀들이 이 무자비하고 막무가내의 현실을 무너뜨리고 이기고 지배하리라고 기대하지 마요. 말씀이 굉장한 것은 현실을 이기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기 때문이에요. 현실에서의 철저한 무능이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말씀의 능력을 역설적으로 증거하는 거예요. 엉뚱한 데에다 말씀을 들이대지 말아요. 세상은 언제나 악하고 어느 시대나 힘이 세고 어디서나 무자비해요. 그러니까 젊은이, 외람되게 충고하는데, 그 때문에 절망하거나 마음 상해하거나 넘어지지 마요."29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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