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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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946년도에 씌어진 책으로 '조지 오웰'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이 항구적으로 유지되는 순수한 사회주의의 출현을 꿈꿨던 '조지 오웰'은 이상적 사회주의자로서, 이 책과 함께, '동물농장'은 반공산주의. 반사회주의 소설이다.

'빅브라더'와, '텔레스크린', '헬리콥터', '사상경찰', '신어'의 창조..

개인의 삶이 없고 욕망도 무시된 채 오직 당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감시체제가 그리고 '애정부'라고 불리는 감옥의 고문이 소름 끼친다.

39세의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 영국, 런던의, '내부 당원', '외부 당원', '프롤'의 세 분류 중 '외부 당원'으로 '진리부'(보도, 연예, 교육, 예술), '평화부'(전쟁), '애정부'(법, 질서), '풍요부'(경제)로 불리는 정부 기관중 '진리부'의 보도 부서에 근무하는 일을 한다. 집을 비롯한 곳곳에 눈알이 움직이는 빅브라더의 초상이 그려진 대형 포스터가 있고, 역시 텔레스크린이라는 양방향 화상, 음성 기기가 있다.

2분 동안 당의 적인 유태인 '골드스타인'과 그에 동조하는 자들을 증오하는 시간이 있고, 증오 주간도 있다. 당은 개인의 생각도, 과거도, 역사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도 모두 통제하여 세뇌하고자 한다. 자녀들은 제 부모의 사상이 의심되면 사상경찰에 제보를 하는데 부모는 그런 자녀를 참 잘 키웠다고 한다.

든 사람들에겐 가족도, 동료들도, 이웃도 모두 두려운 존재이다. 그러나 '윈스턴'은 자신의 생각을 하고, 의구심을 가지며 일기도 적고, 혁명 이전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줄리아'와 사랑도 하게 된다. 이런 개인의 삶을 사는 것은 중죄가 되는데, 결국 '윈스턴'은 덫에 걸려 감옥에 가게 된다.

모진 고문과 폭행 끝에 개인을 포기하고 철저하게 당에게 치료된 '윈스턴'은 달라진 채(빅브라더를 사랑하게 된) 일상으로 돌아와 그와 같이 변한 '줄리아'를 만났지만, 둘에게 인간의 사랑, 욕망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예고 없이 총살 당한다. 소설 속 내부 당원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을 비롯, '골드스타인'을 추앙했던 '존스'나, '아런슨', 리더 '포드' 등을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가 종교재판이나, 독일 나치, 소련의 공산주의처럼 화형이나 처형에 처함으로써 이단을 영구화 시킨 결과를 낳게 함을 번복하지 않기 위해 치료를 통한 철저한 세뇌를 하게끔 하여 당과 '빅브라더'를 가장 사랑하게 된 상태에서 죽게 한다는 것..

이 책이 발표된 즈음에서는 엄청난 파문이 있었겠고, 또 1980년대를 살던 사람들은 그 예견에 또한 찬사해 마지않았겠고, 2018년 지금 읽어도 진부하지 않다는 리뷰들이 떠돈다. 전체주의에 대한 두려움, 때론 원형감옥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지금의 sns,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종교...

무 어둡다. '조지 오웰'을 나도 좋아하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며, 그의 다음 작품들을 또 도전해 보련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다르다면 이 수난의 기록은 무의미한 것이 되리라
- P17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무차별적인 단순한 욕망,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동물적 본능, 이런 것들이야말로 당을 산산이 부숴버릴 수 있는 힘 이었다
- P178

"하지만 세계 그 자체는 하나의 먼지 덩어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왜소하고 무력합니다. 인간이 존재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수백만 년 동안 지구상에는 인간이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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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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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청춘의 독서'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책이다. 1960년대 발표된 소설이다.

1950년 전쟁이 일어나기 이태 전, 철학과를 다니는 대학생 '이명준'은 북으로 간 아버지와 사망한 어머니로 인해, 아버지의 친구인 은행가의 집에 머물며 자유분방한 그 집의 아들 '태식'과 딸 '영미'를 통해 '윤애'라는 국문 학도와 교제하게 된다. 한창 이성과 정치에 눈뜨는 나이, 철학적인 사유로 그 둘은 한없이 헤아리며, 살피며, 관심을 둔다.

'명준'은 남한에서 북으로 간 아버지의 사상문제로 경찰서에 끌려가 몇 차례 폭행을 당하게된다. 그리고는 인천에 사는 '윤애'의 집에 머물지만, 순결을 지키려는 '윤애'와의 풋사랑으로 인해 이래저래 상심을 하고는 결국 북으로 간다. 재혼한 아버지와의 관계는 불편하지만, 노동 신문 편집 일을 주선해준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다가 발레리나 '은혜'를 만나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

'명준'은 '윤애'와 '은혜'의 사랑을 비교하듯이 남과 북의 정치를 비교한다. '광장'이라는 메타포가 주를 이루는데, 정치는 인간의 광장 가운데 가장 거친 곳으로, 남한의 광장은 부정부패와 쓰레기만 있고, 북한의 광장에는 인민의 목소리와 투쟁이 없다고 부르짖으며 자신의 광장을 찾을 수 없었던 '명준'은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할 수 없었다. 전쟁과 함께 그는 남으로 온다.

그곳에서 간호사가 되어 그를 찾은 '은혜'와 자신이 찾은 '동굴'이란 공간에서 숨 막히는 사랑으로 불안한 청춘과 이데올로기와, 전쟁과 정치를 경멸함을 대신한다. 그리고는 '은혜'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거제도에 포로로 있다가 전쟁이 끝난 후 남과 북을 모두 버리고 중립국으로 향하는 배를 탄 '명준'은 계속 그를 지켜보던 불안한 눈빛을 의식하며 그 눈빛의 정체가 갈매기였던 것을 알게 된 이후 그 갈매기를 좇아 바다로 투신한다.

떤 이데올로기에도 관심이 없었던 '명준'은 단지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 또래에 맞게 정치를 떠들고 여자를 기웃거리던 철학과 학생이었을 뿐인 그가 그런 시대를 살수 밖에 없었던 것이 비극이다.

지금은 사장된 고어를 많이 사용하고 투박하고 거친 묘사와 장면의 과감한 전환이 몰입을 요하는 소설로서 초반부에 혼란을 느꼈으나 엄청난 필력과 지적인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독서였다. 소설의 캐릭터 중에 개인의 삶을 살지 못하고 시대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중 '이명준'은 작가 자신이었고, 그시대 젊은 지식인 모두를 대변한다 하겠다.

이 작품은 독일어로도 번역이 되고, 작가가 아직 생존해 있는데 여러 번 원고를 거듭 고쳤다는 말도 있다.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서 이 책을 발견한 것이 기쁘고 행복하나, 외국 작가의 글을 우리 언어로 번역하듯이, 현대의 언어에 맞게 과감한 번역(?)이 필요하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나름 독특하고, 우리 민족의 구성원이라서 겪었어야 할 그 청춘의 방황과 상징이 꽤나 인상 깊었기에 ..

책장을 대하면 흐뭇하고 든든한 것 같았다. 알몸뚱이를 감싸는 갑옷이나 혹은 살갗 같기도 하다. 한 권씩 늘어갈 적마다 몸속에 깨끗한 세포가 한 방씩 늘어가는 듯한. 자기와 책 사이에 걸친 살아 있는 어울림을 몸으로 느낀 무렵이었다. 두툼한 책 마지막 장을 닫은 다음, 창문을 열고 내다보는 눈에는, 깊은 밤 괴괴한 풍격이. 무언가 느긋한 이김의 빛깔로 색칠이 되곤 했다.
- P48

여자란 자기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짐승 같다. 남들이 사랑하니까 사랑한다는 식의 허영을 그녀들의 지나가는 조잘거림에서 깨닫는 수가 적지 않다. 그녀들에겐 사랑도 치장일까. 명준의 이런 여성관은 오랫동안 그녀들의 낯빛과 말이며 움직임. 다음에 소설의 여주인공들을 뜯어본 다음에 얻어진. 찢어지게 가난한 열매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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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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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스 파리 출신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읽었다. 중학교 때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 속, 그때 고전을 읽던 내 수준과는 비교도 안되는 이 향상됨.. 더 깊어지고 넓어진 나의 독서 인내에 대해 감탄하며 고전 읽기의 행복에 또 하나의 작품을 보탠다. 

열두 살이 채 안된 나이로 아버지를 잃게 된 파리에 살던 소년 '제롬'이 2년 후 어머니와 함께 여름을 보내려고 늘 가던 외삼촌 댁에서 가정사의 불운이 가져다준, 슬픔과 감상으로 인해 성숙해 버린 그에게 두 살 연상의 사촌누나 '알리사'를 다시 발견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시를 읽어주며  사랑에 눈 뜨는 이야기이다.

'알리사'는 차분하고 성숙한 아름다움이, 그녀의 동생 '줄리에트'는 밝고 쾌활한 아름다움이.. 역시 아름다운 엄마 '뤼실 뷔콜랭'에서 비롯되는데, 그 엄마는 그런 삶에 만족해하지 못하고 나른해 하다가 어느 장교와 함께 도주를 해버린다. 그로 인해 외삼촌은 몹시도 괴로워하고 성숙한 '알리사' 역시 아빠를 위로하는 일, 동생들을 헤아려야 하는 책임감을 갖게된다.

엄마의 가출 이후로 교회에 가게 된 '제롬'과 '알리사'는 목사의 설교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를 듣게 된다. '제롬'은 '알리사'를 위해 나 자신을 無로 돌리고,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이기적인 것을 버리는 것이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제롬'은 계속 공부를 하게 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고 군 복무도 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 휴가 때 그녀의 집이나, 그 근처 이모집에 머물게 되면서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긴 시간 동안은 서로 편지를 나눈다. '알리사'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한다고, 때론 자신이 나이가 많다고, 너에게 어울리는 여자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동생보다 나중에 결혼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제롬'을 밀쳐내면서 또 멀어질 것을 아파하면서 종교적인 聖스러움에서 모든 위안을 얻으려 한다.

'제롬'은 때론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면서 자신의 공부를 끊임없이 해 나간다. 그녀의 알 수없는 도망침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과장된 사랑이 '알리사'가 아닌 환영을 사랑하는 건지, 상상적인 어떤 인물을 사랑한 건지, 예전의 그녀 '알리사'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교도 금욕주의적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두 주인공의 사랑은 편지와, 짧은 대화 안에서 과장되고, 거룩해지고, 인내하고, 가혹해지고, 절대적으로 그리워하다가 끝을 맞이한다. 절대적인 이유(죽음)로 인해서..

그녀는 그에게 길들어진 자신의 독서 편력과 생각들을 깨닫고는 종교적인 책과 사유로 그것들을 밀어내며 그 없는 삶을 준비했다. 그녀의 죽음 이후 전해 받은 일기를 통해 '제롬'은 그녀를 더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불어닥친 시련과 함께 시작된 사랑, 아버지를 잃고, 또 어머니를 잃은 '제롬'과 불명예스러운 어머니의 가출로 인한 '알리사'의 사랑은, 서로를 거룩하게 여기며, 거룩해야 함을 상대에게 기대하며 몸과 함께 성숙해 나간다. 결핍은 남다른 감수성을 부르고, 그 감수성은 절대적인 사랑을 부르고, 그 사랑은 행복보다 성스러움을 찾게 된다. 

 의 뒷면에 이룰 수없는 사랑을 영적으로 승화했다고 씌어있는데, 그 밑에 또 사랑을 일종의 방임 상태에 놓아둔다.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며.. 짧지만 행복한 독서를 마친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 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해부 터이다. 아마 나의 감수성, 집안의 불행과 내 자신의 슬픔 때문이 아니라면 적어도 어머니의 슬픔을 보아서 그런지 몰라도 몹시 자극을 받은 감수성은, 내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나는 상당히 조숙한 아이였다
- P10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 P23

나 자신을 억제한다는 것은, 남들이 자기 자신에 탐닉하는 것과 마찬 가지로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 이었고, 나를 얽매어놓았던 이러한 엄격한 규율도 나를 싫증 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우쭐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가 미래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행복 자체라기보다는 행복을 얻기 위한 그 끝없는 노력이었다.
- P26

내가 거의 즐거운데 대해 나 자신이 몹시 놀랐다. 이제 더 이상 삶에 대하여 바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만 하나님만으로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고, 또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송두리째 차지하실 때, 비로소 그 뛰어난 것을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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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5
루이제 린저 지음, 전혜린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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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과 12살의 차이가 나는 언니가 결혼과 동시에 외국 생활을 하면서 떨어져 지내다가 동생의 전화를 받고 그녀가 사는 곳으로 가서 며칠간 지내며 그동안 몰랐던 동생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그녀 동생 '니나'를 절대적으로 사랑했던 스무 살 연상의 '슈타인' 박사로부터 온 우편물 속 그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직접적인 물음과 '니나'의 편지, '니나'의 소설을 통해 어어지는 이야기이다.

현실과 일기 속의 과거를 오가느라 처음 도입 부분에선 혼란이 있기도 했으나, 매우 흡인력 있고, 비교적 재미있게 읽히기도 한다. 의사이고, 교수였던 '슈타인'은 소심하고, 생을 어찌 주체해야 할지도 모르는 지식인이다.

런 그가 반대로 생을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아는, 농독증 걸려 그를 찾아온 소녀 '니나'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1929년 9월 15일부터 1947년 9월 7일까지 총 18년 동안 그녀 '니나'를 향한 '슈타인'의 설레임과 사랑과 질투와 방황을 그의 일기와 미처 못 부친 편지 그리고 함께 모아둔 '니나'에게 받은 편지를 통해 '니나'의 언니는 '니나'의 그동안의 삶을 보게 된다.

'니나'는 '슈타인'과의 결혼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그의 도움을 구하고, 찾아온다. 한 여자의 생에 있어 전쟁과 사랑과 결혼이라는 제도와 출산을 통해 아프고 성장해 가는 '니나'와 그녀 곁에서 어쩌면 그녀보다 더 아파했던 '슈타인'은 그보다 훨씬 어리지만 생을 정면돌파하려 드는 그녀에게 놀라고, 감동하고, 제지하며 열등감도 느끼고,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때론 이해하기도 하면서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렇게 그녀의 곁을 맴돈다.

녀 '니나'는 두려움 없이 주어진 생의 한가운데를 파고들고, 그녀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고,  그는 그녀의 생을 보면서 그의 생을 살 뿐이다.

 

1920-30년대를 전쟁 속, 독일에서 성장해가는 소녀, 여자의 삶 속 '니나', . 그녀는 예민하고 열정이 넘치고, 죽음 자체도 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어떤 인간에게도 속할 수 없고, 어떤 사람도 품을 수없는 여자이다. 고집이 세고 독립적이고 그런 그녀가 정신과 감수성이 결핍된 '퍼시'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복종하고 명령받고 살기를 선택했으나 그녀는, 그와의 그러한 생을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혼했다.

그 후 투옥된 '퍼시'의 죽음을 '슈타인'의 도움을 얻어 돕게 된다.

사람에게 주어진 생을 온전히 살아가는 여자 '니나' 그녀는 어떤 과제나 어려운 상황도 피하지 않고 끔찍하리만큼 자신을 억제하기도 하는,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강인한 여자이다.

'타인'의 그녀를 향한 절대적인 사랑의 고백은 '로테'를 향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여주인공의 기질이나 삶 자체가 완전 다르지만, 그녀들을 향한 현실적이지 않은 사랑, 어쩌면 사랑을 위한 사랑 같은 그런 ...

사춘기 때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사춘기 때 쓸데없이 진지하고, 성숙했던..) 이 글을 번역한 '전혜린'에게 관심이 가서 보고자 했던, 이 책과 함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구입해놓았다.

나이의 나는, 이런 여자처럼은 살수 없었다.

어찌 보면 내게 있어서도 삶은 마지못해 살아지기보다는, 선택하며 살아가는 부류에는 속한다고 보지만 내가 사는 문화 속에는 전쟁이 없었고, 무서운 나치도 없었고,  정치적 의심도 없었기에 그리고 누군가에게 (아버지나 남편) 속하는 삶이 여자의 인생이라는, 그런 받아들임에 대해서도 끝없는 질문을 나 스스로가 또 사회가, 문화가 던지는 시대에서 살아감으로 그렇게 살 수도 없었겠지만 (시대가 영웅을 만들고,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

그 나이의 내게도 '니나'는 지금의 내게도 '니나'는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특히나 여자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많은 의미와, 방향과 생각거리를 준다.

설 속 그녀의 첫째 아이의 생부이고, '슈타인'의 아리송한(?) 친구인 '알렉산더'와의 관계를 마치 풍문 듣듯이 처리해버린 것이, 왜 '퍼시'와 사귀는 중에 사고를 치게 된 건지에 있어서 불친절한 생략이, 나 같은 독자에게 상상의 풍부함을 주는 건 아닐까 하고 달래본다.

 

-멋진 순간이 우리 생애에 있다는 것을 나는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어요. 사랑을 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어떤 진리를 발견한 순간이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건 다 지속되지 않아요. 우리는 다만 조금만 맛보기로 구경만 하고는 다시 뺏기고 맙니다.
- P46

니나는 화산과 같은 여자다. 유혹적이고 천진난만하면서도 도덕 가연 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멀고 생소하고 붙잡을 수 없는 여자다.
- P126

80세가 되어가지고 악의에 넘치고 고집불통이고 시기심에 넘쳐 이기적이고 파렴치할 정도로 탐욕스러워진다면 도대체 인생이란 무엇이에요? 나는 언제나 늙으면 선량해 지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늙는 것이 두렵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나도 그렇게 된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요?
- P178

나는 살고 싶어요. 생의 전부를 사랑해요, 그렇지만 나의 이런 마음을 당신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 당신은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당신은 생을 피해 갔어요, 당신은 한 번도 위험을 무릅쓴 일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했어요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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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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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6펜스 이어 면도날,,, 이웃님 블로그를 보다가 제목이 인상 깊었고 서머싯 몸의 책이란 걸 발견하고는 골라든 면도날... 생각보다 재미난 고전이라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미국 출신의 래리라는 청년과 그의 약혼녀 이사벨, 그 약혼녀의 어머니, 외삼촌 앨리엇, 소피, 그리고 예술가들의 창녀 수잔을 작가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엮은 식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철없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려 들지만 속물인 이사벨과 정신적인 양식을 추구하는 래리의 결혼은 무산된다.

래리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떠돌고,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작가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는 돈이 자유이지만, 래리에게는 돈이 속박이 된다. 돈과 직업을 버리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구도자의 길을 가는 래리의 삶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물욕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때 당시의 미국 사회나 지금의 이런 사회에서 사람의 모양으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된 것일까? 그런 면에서 예술가들의 자살을 이해할 수도 있다.

리도 일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없었다면, 현실에서 남들처럼 적당한 속물로 살수 없다면, 그런 길을 택하는 자가 아니었을지.. 

긴 방황 끝 래리는 미국으로 돌아가 정비소에서 일을 하고  트럭을 운전하다가 도서관이 많은 뉴욕에 정착해서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래리란 사람의 그 이후 삶이 궁금하지만 소설은 거기서 멈춘다. 나름 해피엔딩이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끝으로.. 어떤 이웃은 이 작품 속 래리가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내게는 조르바의 자유와 비교되기도 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조르바는 지식인이 아니었고, 진정한 자유를 거친 체험으로 체득한 사람이고, 래리는 지식인이었으나, 책과 사유와 역시 체험으로 터득한 자유인이었다.

구에서 인간의 존재는, 잠시 머무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요즘 가끔은 이 땅에 내던져진(피투성) 존재 중에 유난히 남들처럼 사는 것을 힘겨워하는, 작가들이 사랑한 캐릭터들을 보며( 최근 작품들 속).. 이러한 방황들이 적당히 세상과 악수를 할 줄 아는 반 속물쯤 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래도 지금처럼 사는 것이 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확실히 알고 싶어,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지도 또 내게 불멸의 영혼이 있는지. 아니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지 알고 싶어

"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리고 열정은 서로 만족할 때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지.

예술은 관습을 그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성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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