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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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6펜스 이어 면도날,,, 이웃님 블로그를 보다가 제목이 인상 깊었고 서머싯 몸의 책이란 걸 발견하고는 골라든 면도날... 생각보다 재미난 고전이라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미국 출신의 래리라는 청년과 그의 약혼녀 이사벨, 그 약혼녀의 어머니, 외삼촌 앨리엇, 소피, 그리고 예술가들의 창녀 수잔을 작가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엮은 식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철없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려 들지만 속물인 이사벨과 정신적인 양식을 추구하는 래리의 결혼은 무산된다.

래리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떠돌고,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작가를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는 돈이 자유이지만, 래리에게는 돈이 속박이 된다. 돈과 직업을 버리고 진정한 자유인이 되어 구도자의 길을 가는 래리의 삶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했다. 물욕보다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때 당시의 미국 사회나 지금의 이런 사회에서 사람의 모양으로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된 것일까? 그런 면에서 예술가들의 자살을 이해할 수도 있다.

리도 일하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돈이 없었다면, 현실에서 남들처럼 적당한 속물로 살수 없다면, 그런 길을 택하는 자가 아니었을지.. 

긴 방황 끝 래리는 미국으로 돌아가 정비소에서 일을 하고  트럭을 운전하다가 도서관이 많은 뉴욕에 정착해서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했다.

래리란 사람의 그 이후 삶이 궁금하지만 소설은 거기서 멈춘다. 나름 해피엔딩이었다는 작가의 고백을 끝으로.. 어떤 이웃은 이 작품 속 래리가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내게는 조르바의 자유와 비교되기도 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조르바는 지식인이 아니었고, 진정한 자유를 거친 체험으로 체득한 사람이고, 래리는 지식인이었으나, 책과 사유와 역시 체험으로 터득한 자유인이었다.

구에서 인간의 존재는, 잠시 머무는 여행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요즘 가끔은 이 땅에 내던져진(피투성) 존재 중에 유난히 남들처럼 사는 것을 힘겨워하는, 작가들이 사랑한 캐릭터들을 보며( 최근 작품들 속).. 이러한 방황들이 적당히 세상과 악수를 할 줄 아는 반 속물쯤 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그래도 지금처럼 사는 것이 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준다.

*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확실히 알고 싶어,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지도 또 내게 불멸의 영혼이 있는지. 아니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인지 알고 싶어

" 사랑이 열정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야. 그리고 열정은 서로 만족할 때 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을 때 더욱 커지는 법이지.

예술은 관습을 그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 성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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