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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현대문학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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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는 '재일 동포 최초의 나오키 문학상 수상자'라고 한다. 일본 내 나오키 문학상의 위상이 어떤지에 관심을 갖기 전, 작가가 재일 동포라는 것과 그것도 조총련 출신이란 것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번역자는 히가시노 게이고 나 에쿠니 가오리 등의 소설 번역가로 활동 중인 김난주이다.

그동안 조총련 출신 재일작가의 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그리고 이처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번지수를 잘 표현한 작가가 처음이란 얘기 같다.

인공 '나'의 아버지는 초등 졸업의 제주도 출신, 한때 마르크스를 신봉하던 꽤나 유명한 권투선수 출신이다. 그리고 파친코 환전소를 네 개나 운영하는 등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경영권을 점차 포기해야만 하고, 늙고 힘 빠짐에 적응 중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자꾸 도전한다.  그리고 하와이 여행을 위해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다.

나는 조선학교에 다니다가 국적을 바꾸고 고등학교를 일본 학교로 선택하게 되면서 학교 측에서 나 친구들에게서나 이지메를 당한다. 그렇게 들어간 일본 학교에서도 역시나 이지메를 당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훈련 덕에 도전하는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버린다.

사춘기 그 나이 또래 남자아이들의 정체성을 찾는 탐방과 방황은 주인공에게는 이 특이한 이력이 더 보태져서 여러 사고들을 치게 되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죽도록 아들을 패버린다.

데 이 아버지 정말 멋지다. 주인공 나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 하고, 패버리고 싶어하고 이기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가 왜 국적을 포기했는가를 진정 이해하고 있다. 

소울메이트 정일과의 우정과 이별, 감성의 코드가 딱 맞는 어여쁘고 귀여운 일본인 여자친구의 등장과 사귐 그리고 이별, 또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체성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처지에 대해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터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흔한 연애소설일 수 있고, 또 작가 또한 자신의 소설은 연애소설임을 천명하였지만, 생소한 조총련계 재일 한국인 삶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고 간결한 문체와 과감한 생략이 주는 미루어 짐작해보게끔 하는, 뭉툭 그리는 유머가 발랄하고 발칙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주인공 '나'와 아버지는 진짜 멋진 상남자이다.

편 고등학생들의 연애가 너무 과감함에 놀란다.

No soy coreano, ni soy japones, yo soy desarraigado
(japones -요단어에 e 상단에 ' 표시를 어케하는건지 몰라서)
암튼, 나는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이다.
이 구절이 이 소설의 주제가 되겠다.

"나나 너 같은 놈은 애초부터 약점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구, 우리는 쌍둥이처럼 똑같단 말이야, 우리 같은 놈들이 이사회를 헤쳐나가려면 정공법으로는 안 된단 말이야. 너도 알잖아. 사회 한구석에서 겨우겨우 목숨 부지하고 있다가 어찌어찌 기어올라와 성공했다고, 시큰둥한 얼굴로 우리들을 차별한 놈들에게 앙갚음을 해주자고, 나하고 너라면 할 수 있어. 나하고 너는 선택받은 인간이란 말이야."p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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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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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열정 사이 rosso 편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두 번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시리즈로 구입해 논지. 몇 달 만에 읽게 된,.

'리카'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케오'는 광고 회사 영업사원이다. 둘은 8년간 동거를 했지만 중간에 '다케오'의 청혼을 '리카'는 두려워서 거절했던 적이 있다.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 될까 봐..

그런 '다케오'가 어느 날 문득 둘이 살던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여자가 있다고,, '다케오'가 반한 '하나코'는 '다케오'의 친구 '카츠야'와 독일에서 만나 몇 개월 같이 지내던 여자로, '카츠야'를 마중 나간 공항에서 만났다.

둘이 살던 집세가 너무 비싸서, '리카'는 알바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데, 그 집에 '하나코'가 들어온다. 집세의 반을 부담하겠다면서ᆢ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던 '리카'는 '하나코'의 묘한 편안함에 이끌려 받아들이게 된다. '하나코'는 하는 일 없이 유치한 라디오 프로를 듣거나, 빈둥거리며, 며칠씩 사라졌다가 돌아온다. '하나코'는 '리카'에게 사소한 질문은 심각하게 대답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태연하게 얼버무리며, 매우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에 녹아든다.

'리카'의 마음속 한켠에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연인 '다케오'에 대한 미련 때문에라도, '하나코'를 통해서 그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하나코'나 '다케오' 모두 둘의 만남을 '리카'에게 보고하고 다닌다. 그러나 '하나코'는 '다케오'를 사랑하지 않는다.

편, '리카'의 학원생 '나오토'의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집에도 '하나코'는 들락거리고, '카츠야'의 아내는, 부부의 가정생활에 파탄의 원인인 '하나코'를 보고 싶다며, '리카'의 집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47세의 '나카지마'란 노신사(하나코의 물주)도 '하나코'를 찾아,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모두가 그녀 '하나코'를 찾는다. 그러나 정작 '하나코'는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느 것에도, 어느 누구에게도ᆢ 내키는 대로 만나고, 관계를 맺고 떠난다.

모두가 각자의 사랑 또는 '하나코'와의 만남에 집착을 한다. 그러나 '하나코'는 집착이란 게 없다. 그런 그녀가 자살을 한다. 유서도 없이,.. 그녀를 둘러싼 그녀에게 향하던 사람들은 비로소 편안해진다.

그리고 '다케오'에게 집착했던 '리카'도 그와의 장소였던 집에 대해 비로소 떠날 수 있음을 선언한다. 15개월 전 '다케오'가 그녀에게 말했던 것처럼.

*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아오이'는 아직도 내 가슴에 박혀있다. 그녀의 들판 '준세이'도..'리카'에게서 '아오이'가 살짝 오버랩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 근대소설, 그것도 남성작가의 책들속 수동적인 여인들만 대하다가 사랑에 적극적인 여인들을 모처럼 만나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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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의 무희.천 마리 학.호수 을유세계문학전집 39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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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즈의 무희외에도 천 마리 학과, 호수라는 작품이 담겨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우리나라의 일본 문학 수용사의 원점이라고 하는데 일본 문학을 '미의식'이라는 틀로 바라보게 만든 장본인이라 한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으로 70대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문화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있었다 하는데 '앙드레김이' 그의 작품 '설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흰옷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오래전 설국을 읽으려다가 포기한 채로 책꽂이에 있는데,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맘도 먹는다.

즈의 무희 고아의 근성으로 비뚤어진 스무 살의 학생 '나'가 이즈반도를 혼자 여행하면서 가족으로 이루어진( 한 명을 제외한), 천한 유랑 가무단과 여관이나 온천 등에서 마주치며, 그중 14세짜리 아름다운 무희에게 호감을 갖지만 수줍어하면서 스쳐가는 이야기이다. 서로 비슷한 여정에서 때로는 빨리 만나려, 때로는 일부러 늦추며 우연인 듯, 또 같이 길을 나서기도 하는 여행길에서의 그들과의 조우, 어린 소녀 무희는 '나'를 설레게 하고 '나'의 마음을 잔잔히 흔든다. '나'는 여행하듯이 어떤 작위적인 노력 없이 그냥 흘러가고, 흘러온다. 귀갓길에 만난 소년의 품에서 눈물을 흘리고, 흘려보내면서 상쾌해진다.

마리 학, 25세가량의 미타니 기쿠지가 3,4년 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고 나서 아버지 집에 머물면서 아버지가 좋아하던 '다도'와 관련된 여인 구리모토 지카코의 다회 초청을 받는다. 어린 기억에 유방에 푸른 반점이 있던 그녀 지카코를 매우 불결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한때 아버지의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기쿠지에게 이나무라 댁 아가씨 유키코를 선보인다. 마음에 들지만, 결혼엔 아직 관심이 없고 그런 다회에도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초대받지 않은 한때 아버지의 여자였던 오타 부인과 그녀의 딸 후미코가 등장한다. 오타 부인은 아버지 친구의 미망인으로 역시 아버지와 다도로 연결된 사람이었다. 시노 찻잔으로 연결된 부부와 내연관계와 오타 부인의 딸 후미코와 기쿠지.. 잔잔하게 이어가는 패륜의 이야기이나, 미학적으로 잘 그려나간다.  놓쳐 버린 유키코가 차를 만드는 모습을 묘사했는데 다도란 것이 이렇게 관능적일 수가 있는 거구나 하면서 읽었던 대목

, 마성을 풍기는 아름다운 소녀의 뒤를 밟는 모모이 긴페이는 무좀균도 피해 가는 매우 못생긴 발을 가진 34세의 남성이다. 어릴 때 아버지가 어머니의 고향마을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후 외사촌 누이 야요이를 보며 이성에 눈이 뜬다.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생 다마키 히사코와 부적절한 사랑을 나누다가 해직된다. 25세가량의 미르키 미야코도 미행 중에 그녀가 던진 20만 엔이 든 핸드백을 주어 들고는 범죄자가 되었다고 느낀다. 한편 미야코는 70이 다 된 노인 아리타의 첩으로 자기의 젊음을 바치는 대신 게으르고 풍요로운 삶을 산다. 그 노인 아리타는 질투로 자살한 아내에 대한 상처로 첩들끼리의 질투를 몹시 싫어하며, 공포증 같은 것을 지니고 있어 그녀들에게 모성의 사랑을 요구한다.  긴페이는 다시 마치에라는 소녀의 뒤를 밟는다. 그 소녀에게는 양가에서 반대하는 미즈노라는 애인이 있고...

온천과 다도 등 일본스러운 광경의 묘사가 매우 서정적이다. 불편한 소재이기도 하나, 그다지 노골적이진 않다. 작품 해설에서는 이 작품에 세속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심미적 장치가 곳곳에 놓여 있어 독자들은 통속성보다는 예술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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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습관 A2Z
야마다 에이미 지음, 권남희 옮김 / 사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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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여류작가 3인방에 꽂혀서 '나는 공부를 못해'이후로 '야마다 에이미'를 두 번째로 접한다.

'가즈 히로'와 '나쓰미'는 출판사 편집 일을 하는 부부이다. 둘은 사랑하면서 같은 일에 대해 서로 모니터링해주면서 또한 경쟁자 이기도 하다.

'가즈히로'에게 먼저 여대생 애인이 생기고 그걸 아내 '나쓰미'에게 고백한다. '나쓰미'는 좌절 하지만 이내 그녀에게도 우체국에서 일하는 열 살 연하의 애인이 생긴다.

체국 직원이 애인 이라는 건, 사무실 앞에 불쑥불쑥 찾아가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우체국 직원인 그에게 편지를 써서 직접 줄수도 있고 ...우체국 직원이 애인이란 것이 이런 대목에서는 내게도 조금 낭만적일뻔했다.

불륜이 소재인 소설 맞는데 너무 담백하고 가벼 워서 걱정이 되는 정도의 그런 책을 쓴다. '야마다 에이미'란 여류작가는...

본인도 실제 열 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을 했다 하는데.. 이 소설은 알파벳 A에서 Z까지의 단어 하나씩 26개를 가지고 마치 말장난 하듯이, 나름 독특하게 주된 맥락을 유지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모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곁에 있어주기 바랄 때 있어주지 않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 되는 것 같다.' 이 문구에 매우 공감했으며, 애인이 '나쓰미'에게 선물한 햇빛반지라는 거 한번 해볼 수 있으려나~~ㅎㅎ, 

그녀의 남편을 그녀의 친구가 '서정적이 잖아~'라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서정적인 남자' 현실에서 서정적인 남자는 그녀의 남편 처럼 다분히 위험할 수도 있는데, ...암튼 십대부터 난, 서정적인 남자 타령 ^^, 그러나 현실에선 안 만나는걸루~~

- 그런 솔직함이 좋고, 그런 뻔뻔함이 싫다. 뭔가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닮았기 때문에 서로 끌렸을까. 오랜 시간을 공유해왔기 때문에 닮은 것일까. 어쨌든 그런 부분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여기까지 왔다. 버리고 가기엔 아쉽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것이 소중하게 다뤄야 할 잘 깨지는 물건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다.



- 서로에게 애인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온종일 만사 제쳐놓고 행복에 젖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아주 드문 연애의 달콤함에 취한다. 마음 한자락은 어제나 일상에 붙들어두고 사랑하는 상대와 마주한다. 한구석에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자신이 속삭인다. 한순간 잃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품게 하는 건 언제나 가장 멋지다. 그리고 상실의 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사랑.



- 연애를 하면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아이에게 점령당한다. 그 크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마치 아이처럼 갖고 싶어 하고, 울며 호소하고 그리고 웃고 만족한다. 어른이 하는 짓치고는 너무 제멋대로다. 그것이 사랑에 눈이 멀었다는 증거.



- 기다리지 않는 척하면서 기다려, 그런데 가장 기쁜 건 기다리지 않을 때 나쓰미가 기습 방문하는 것. 그래서 되도록 기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 하지만 되게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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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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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토 바나나를 처음 접하는, 그녀의 처음 작품이기도 한, '키친'이다.  소제목이 '키친'과 '만월'과 '달빛 그림자'로 이루어졌는데, 앞에 두 개는 연결된 하나의 스토리이고 마지막 달빛 그림자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스토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부재에 대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와 그 극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먼저 '키친'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그다음 조부를 잃고, 최근 할머니와도 사별한 사쿠라이 미카게가  돌아 가신 할머니의 지인이었던 그녀 또래의 다나베 유이치의 권유로 그의 집에 들어가서 그의 엄마 에리코라고 하는, 아빠였다가 성전환 수술 후 엄마로 변신한,  게이 바를 운영하는, 굉장한 미모와 매력을 지닌 사람과, 가족처럼 지내며 맛있는 요리를 해서 나눠먹고, 그녀의 아픔을 달래는 스토리이고,

번째 '만월'은 미카게 가 요리연구가의 어시스턴트 자리를 구해서 그의 집을 나와 지내는  어느 날 유이치로부터 그의 엄마 에리코가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며 괴로워하는 전화를 받게 되면서 그의 집으로 가서 익숙하고 편안한 부엌과 재회하고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으며 그의 아픔을 위로하려 한다.

업무상 떠난 여행지에서 맛있는 돈카츠를 포장해서, 역시 여행차 떠나온 그를 느닷없이 찾아가서 그들의 마음을 얼핏 하게 확신하며, 일정이 끝난 후 그들의 연결을 암시하며 마무리 된다.  부엌이라야 잠을 잘 수 있는 그녀의 부엌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음식이라는 따스함이 주는 위로가 아름다운 설정이라고 생각된다. 

에리코는, 아내가 그로부터 선물 받아 병실에서 키우던 파인애플을 통해 유언조 비슷한 부탁을 남기고, 그 화분을 안고 돌아가는 길에 엉망 진창으로 울어버린 후 아내를 죽음으로부터 지킬 수도 없었고, 마음껏 울 수도 없었던, 남자라는 불편한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여자로 거듭났다는 스토리이다.

지막 '달빛 그림자'는 4년간 사귀어온 히토시라는 남자친구를 갑자기 교통사고로  잃게 된  사츠키와 히토시와 동승해서 함께 죽은 유미코를 여자친구로 둔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가, 사랑했던 연인들과의 이별을 견디고, 극복하는 스토리로, 그녀는 매일 불면하고, 새벽 조깅을 하며, 히라기는 여자친구의 유품인 세일러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자학으로 이별을 견딘다. 그리고 우라라라는 어떤 신비한 인물의 등장과 각자 꿈같은 환상을 겪으며 두 사람 모두 상처에서 한발씩 빠져나오게 된다. 사츠키와 남자친구를 연결해 주는 방울소리와 그들의 국경인 큰 강, 칠석 현상이라고 하는 죽은 사람의 사념과 남은 사람의 슬픔이 서로 반응하여야 이루어진다는 설정.. 이 소설은 미사여구가 풍부하다. 한마디로 여성 여성한 소설,  하여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기까지 하다.

 

*다만 초반 몇 페이지가 흔들린 채로 인쇄가 되어서 당황스러웠다. 민음사 출판인데, 안그래도 가을이라 안구건조증이 심해져서 피곤한 눈을 주체할 수 없건만 ㅜㅜ

그래도 올바르게 자란 데서 오는 이런 허심탄회한 친절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마치 방울을 살며시 손수건에 싸는, 그런 친절이었다.



- 욕망 과 사랑의 균형에 괴로워한 적도 있고, 너무 어려서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러니까 늘 그렇게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품이 많이 든 세월이었다.



- 한 차례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다시 만나는 사람이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 나는 인사를 나누며 점점 투명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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