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편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두 번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시리즈로 구입해 논지. 몇 달 만에 읽게 된,.
'리카'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다케오'는 광고 회사 영업사원이다. 둘은 8년간 동거를 했지만 중간에 '다케오'의 청혼을 '리카'는 두려워서 거절했던 적이 있다.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 될까 봐..
그런 '다케오'가 어느 날 문득 둘이 살던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여자가 있다고,, '다케오'가 반한 '하나코'는 '다케오'의 친구 '카츠야'와 독일에서 만나 몇 개월 같이 지내던 여자로, '카츠야'를 마중 나간 공항에서 만났다.
그 둘이 살던 집세가 너무 비싸서, '리카'는 알바를 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데, 그 집에 '하나코'가 들어온다. 집세의 반을 부담하겠다면서ᆢ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던 '리카'는 '하나코'의 묘한 편안함에 이끌려 받아들이게 된다. '하나코'는 하는 일 없이 유치한 라디오 프로를 듣거나, 빈둥거리며, 며칠씩 사라졌다가 돌아온다. '하나코'는 '리카'에게 사소한 질문은 심각하게 대답하지만, 중요한 질문은 태연하게 얼버무리며, 매우 자연스럽게 그녀의 삶에 녹아든다.
'리카'의 마음속 한켠에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연인 '다케오'에 대한 미련 때문에라도, '하나코'를 통해서 그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하나코'나 '다케오' 모두 둘의 만남을 '리카'에게 보고하고 다닌다. 그러나 '하나코'는 '다케오'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편, '리카'의 학원생 '나오토'의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집에도 '하나코'는 들락거리고, '카츠야'의 아내는, 부부의 가정생활에 파탄의 원인인 '하나코'를 보고 싶다며, '리카'의 집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47세의 '나카지마'란 노신사(하나코의 물주)도 '하나코'를 찾아,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모두가 그녀 '하나코'를 찾는다. 그러나 정작 '하나코'는 연연해 하지 않는다. 어느 것에도, 어느 누구에게도ᆢ 내키는 대로 만나고, 관계를 맺고 떠난다.
모두가 각자의 사랑 또는 '하나코'와의 만남에 집착을 한다. 그러나 '하나코'는 집착이란 게 없다. 그런 그녀가 자살을 한다. 유서도 없이,.. 그녀를 둘러싼 그녀에게 향하던 사람들은 비로소 편안해진다.
그리고 '다케오'에게 집착했던 '리카'도 그와의 장소였던 집에 대해 비로소 떠날 수 있음을 선언한다. 15개월 전 '다케오'가 그녀에게 말했던 것처럼.
*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아오이'는 아직도 내 가슴에 박혀있다. 그녀의 들판 '준세이'도..'리카'에게서 '아오이'가 살짝 오버랩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 근대소설, 그것도 남성작가의 책들속 수동적인 여인들만 대하다가 사랑에 적극적인 여인들을 모처럼 만나니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