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소설의 첫 만남 2
성석제 지음, 교은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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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짧은 소설이다.

대개는 단편 소설집에 한 꼭지로 수록될 분량이나

국어 교사들이 책을 읽지 않고 엎어져 자거나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는, 그야말로 책의 맛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마중물 독서라나~ 하면서 책의 재미를 불러올 마중물로 이 책을 선택해서 출판했다고 한다.

어느 이웃님의 추천으로 사놓았는데, 제목이 너무 좋았다.

내용은 더 좋다.

이런 소재를 소설로 써나가는 성석제는 정말이지 거룩하다.

그런데 여운도 길고,

메시지도 강렬하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두 명의 나가 이끌어간다.

0과 1

0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 백선규

1은 화가의 그림 자체를 좋아하고 자유로이 감상할 줄 아는 여인..

0의 아버지는 한때 화가 지망생이었으나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돈 안되는 그림 대신 가난한 농사꾼이 되었고

0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나, 그리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크레파스나 스케치북을 제대로 갖지 못해 궁상인 가난한 소년이었고

1은 피아노에 바이올린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 읍내 손꼽히는 부잣집인 제재 소집의 고명딸, 그런 1이 과외를 받아서 그림을 또 잘 그릴 수 있었고.

3학년이었던 0은 4학년 이상 자격이 주어지는 군민 사생대회에 선생님의 권유로 학년을 속여 출전하여 장원이 되었는데 그림에 대한 타고난 재주는 있었지만, 즐기지 못했고.

오히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 결승전을 못 보게 됨을 매우 애석해하면서 그림을 그렸고 장원 상품은 원래의 4학년 학생 차지가 되었고.

장원 이후 아버지와 선생님들, 학생 사이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여겨졌지만

정작 0은 빈둥거리면서 연습을 하지 않았고

4학년이 되면서 군 주체의 사생대회에 정당한 자격이 주어졌으므로 다시 도모를 하면서 상품을 차지하고,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 했는데

일은 공교롭게

0에게 평생 간직해야 할, 상처와 비밀로 남았고

오히려 그 비밀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노력이 그를 성장하게 하였고

지금 정상의 자리에 그를 존재하게 했다는..

그의 입담,

이 작가는 정말 할 말 많은 사람이겠다 싶다. 그냥 타고나길 이야꾼인거다. 단편소설을 안 좋아하는 내가 그의 엽편과 단편에 길들고 있다. 성석제라서 그렇다.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 그리고 노력보다 진정 즐길 수있음에 대한 메시지.

물론 진짜 예술가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겠지. 바람도 붙들어서 화폭 안에 고정시키고 구름도 악보 안에 잡아 놓고. 시간도 그렇게 하는 거지, 시간, 시간도 무대와 음악과 화폭 속에 붙들어 영원하게 만들겠지. 좋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화가는 가는 시간을 화폭에 담아서 잡아 놓고 다른 사람의 시간은 마냥 흘러가도 모른 척하는 사람일까? 그럴지도 몰라. 22

- 그 뒤부터 나는 늘 나를 의심하면서 살았어. 누군가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나와 똑같은 대상을 두고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을 그렸고, 앞으로도 더 뛰어난 작품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라도, 그게 포스터물감으로 그리는 반공 포스터라도 내가 가진 능력 전부를, 그 이상을 쏟아부어야 했지. 언제나, 어디서나, 그 결과가 오늘의 나일까. 의심의 결과, 좌절의 결과, 누군가 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생각의 결과. 나는 화가가 된 후 풍경화를 그린 적은 없어. 나는 그림의 원형, 본질로 돌아갔어, 선과 원, 점, 그리고 바탕이 되는 사물의 원형, 본질을 최대한 추상화하고 이상화한 상태로 만들어갔어 내 모든 색깔의 원형은, 이상은 그날 그 하얀 시멘트 길과 그 위의 흰 햇빛이야. 7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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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을 모셨지
보흐밀 흐라발 지음, 김경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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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두 번째 작품, '영국왕을 모셨지', 이 책은 1971년도에 씌여졌으나 출판금지 상태라 1980년에 독일에서 먼저 출판되고, 정착 체코에서는 1989년도에 발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발표 연도를 1980년으로 쓰게 되었다.

인생의 경험담 위주로 글을 썼다는 늦깎이 작가 '보후밀 흐라발'은, 체코 슬픈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슬픈 인간을 서술한다. 잔잔한 글 속에 어처구니 없이 슬픔에 직면하는 한 인간의 일생이,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 코드로 과장되게 희극적으로 펼쳐지기도한다.

'황금 프라하 호텔'의 견습 웨이터가 된, 키가 무척이나 작은 시골 출신의, 14세가 겨우 넘은 '폰 디티에'는 첫날 사장으로부터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라는 말을 따라 하고, 하지만, 또 "모든 걸 봐야 하며, 모든 걸 들어야 한다"라는 얼떨떨한 복창을 하면서 호텔 생활이 시작된다.

유능한 지배인에게 교육을 받으면서 주말에는 기차 승강장 옆에서 핫도그를 팔고, 거스름돈을 삥땅? 치면서 돈을 모으기도 한다. 처음에 그가 돈을 모으던 이유는 단지 '라이스키(창녀촌)'에 가기 위해서였다.

'폰 디티에'는 '라이스키'에서의 경험으로 신사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돈에 대한 환대, 그로 인해 사람대접을 받게 되었으며 돈을 집어던지는 꿈을 꾸면서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는 아가씨를 방문하기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모았으며, 돈의 힘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가씨들을 만나 팁도 두둑이 주면서 자신의 키가 180은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했으며, 돈으로 예쁜 여자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적 감흥까지도 살수 있게 되어, 그녀들의 몸을 온갖 꽃으로 장식하며 사랑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 호텔에 방문하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중 특히나 세일즈 맨들의 방문에 가장 설레였는데 언제나 온갖 희귀한 발명품들과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그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외할머니 집에서 자라났는데, 호텔에서 손님들이 새 속옷을 입으려고 던져 버리던 헌 속옷을 받아서 세탁해 팔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도 있다.

'황금 프라하 호텔'에서 '호텔 티호타'로 옮기고 부유한 손님들의 방문과 예쁜 프랑스 여인과 함께 묵은 대통령을 목격하기도 하지만 누명을 쓰고 '호텔 파리'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유능하고 완벽한 웨이터의 실수로 인해 음식 서빙 웨이터가 되기도 하는데 그곳의 지배인 '스크르지바 네크'의 지도를 받게 된다.

그는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예측할 수 있고, 완벽한 사람이었다. '디테에'가 경외심에 사로잡혀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세요?" 하고 물으면 "영국 왕을 모셨지~"라고 대답하는 이 지배인과 사소한 내기들을 하면서 고객의 마음 읽는 법과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라하 사창가의 화류계 여인들이 드나들고, 부자들의 유희를 보아오던 어느 날, 아프리카 국빈의 오찬 연회가 이 호텔에서 열리게 된다. 그때 '아비시니아 황제'의 음식 시중을 들게 된 '디티에'는 사장과 지배인을 제치고 훈장과 가슴장식 띠를 받게 된다.

금 티스푼의 분실과 자살 소동 끝에 좌절하던 즈음, 체육교사인 독일 여자 '리자'와의 교제가 시작되는데 독일에 우호적인 체코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다른 웨이터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쫓겨난다.

그리고 독일 군대가 점령한다.

간호장교가 된 '리자'는 자의식 강한 고위 여성당원이 되어 나타나고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녀의 추천으로 온천과 숲으로 둘러싸인 소도시 같은 호텔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중부 유럽에서 공기가 가장 좋은 곳으로 유럽 최초로 순수 혈통의 인간을 배양하는 시설이었다.

말하자면 순수 혈통의 독일 처녀와 생명력 강한 순종 독일 군인, 친위대의 교배를 과학적으로 실행하는 곳이었다. 국가 사회주의 자들의 잠자리가 고대 게르만처럼 엄중히 치러지며 미래의 산모들이 이곳에 와서 새로운 유럽인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출산 후 그녀들은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아이는 가장 좋은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새로운 인간 교육을 받는다.

때 영국 왕을 모셨던 호텔 파리의 지배인 '스크르 지바네크'와 같은 인정을 받게 된 '아비시니아 황제'를 모신 웨이터 '디티에'는 임신한 독일 여성들의 총아가 된다.

체코 애국자들이 처형 당할 때 독일 여자와 결혼을 위한 치욕스러운 검사를 받고

독일이 러시아와 전쟁을 시작했을 때 결혼식을 올리고 독일 호텔에서 독일 군인들과 친위 대원들의 시중을 들었던 그에게 아들을 갖기 위한 국가 사회주의자로서의 동침의 결과로 아들 '지크 프리트'가 태어난다.

아들은 장애를 갖고 있고, '디티에'는 자신의 아들을 손님으로 여기게 된다.

전쟁터에 나가 있던 아내 '리자'는 전쟁으로 인해 좀 겸손해지고, 자유로워진 모습으로 해후하게 된다. 아들은 망치로 못 박는 것이 취미가 된다. 그에게는 못만 잔뜩 사주면 된다.

'디티에'는 옛날 지배인을 보려고 프라하에 갔다가 볼셰비키 지하조직과 내통했다는 오해로 독일인에 체포되고 감금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하는데, 폴란드에 이어 프랑스와의 승리 후 세계 제패를 꿈꿨던 독일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고전 중, 폭탄 투하로 아내 '리자'가 사망을 한다.

'디티에'는 전쟁이 끝나고 프라하에서 소콜 단원들에게 체포되어 6개월의 징역을 산후 아내 '리자'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그 집에서 들고 온 우표를 팔아 호텔을 구입한다. 그리고 채석장에 호텔도 짓는다. 그곳에서는 바퀴 공연도 펼쳐지고, 대장간을 식당으로 개조하는 등 색다른 공간이 되는데, '존스타인 벡'(분노의 포도 저자) 이 호텔을 맘에 들어 해서 사려고 흥정을 하기도 한다.

지만 '디티에'에게 이 호텔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결정체였으므로 팔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이 있었던 호텔들을 비롯해서 대형 호텔의 사장들이 채석장 호텔로 식사를 하러 오게 되는데 그들만큼의 위치와 돈의 힘으로 대등해지고 싶은 '디티에'의 마음과는 달리 별다른 반응들이 없음에 상심하기도 한다.

유명 가수가 방문해서 외국 잡지에 자신의 호텔 사진이 실리기도 하지만, 백만장자들을 수용소로 보내고, 국가위원회에서 호텔을 접수하게 되어 채석장 호텔도 넘어가게 되자, 자기 호텔의 임시 관리자로 전락한 '디티에'는 자신도 백만장자이므로 은근 그들과 함께 수용소로 가게 될 것을 반기게 된다.

그러나 여러 번을 확인해 보지만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자, 자초해서 그 수용소로 가게 된다. 그곳은 호화로운 생활이 유지되고, '채플린'도 생각하지 못한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곳에 같이 수용된 백만장자들은 '디티에'를 인정해주지도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벼락부자가 된 사람 취급을 한다.

- 중간생략-

 

야기는 강대국 사이의 약한 나라에 사는 약한 사람 '폰 디티에'라는 사람의, 돈의 힘을 알아본 어린 웨이터 견습생 시절부터 백만장자가 되어 호텔을 짓고 주인이 되는 이야기 뒤로, 인생과 사랑과 고독과 슬픔 그리고 죽음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그런 국가의 연약하고도 슬픈 국민인 자신을 이야기하는듯한데, 마치 남 말을 하듯이 하는 낯설기, 객관화하기가 차라리 슬픔을 직설하는 신파보다 더 큰 여운을 준다.

조하고도 무미한 듯이 자신에게 닥치는 불행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슬픔에 대처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주옥같은 생각들과 묘사들로 책장을 다시 넘기게 한다. 선배 지배인의, 영국 왕을 모셨던 자부심을 높이사던 시골 출신의 작고 보잘것없는 사생아가 '아비시니아 황제'를 모시게 되고, 훈장을 받게 되면서 가지게 되는 자부심이 그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고, 고독과 슬픔을 견디게 해주고, 자신의 인생 여정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20세기의 체코는 독일과의 합병과 2차 대전, 공산당의 집권 등으로 격변의 시대였다. 그 시기를 살아낸 '밀란 쿤데라'와 '보후밀 흐라발'이라는 두 기둥, 소설을 통해 만나는 '쿤데라'가 시종일관 너무도 무겁고 만만치 않다면, '흐라발'은 너무도 고요하고 잠잠하게 후반부로 갈수록 또 무거워진다. ㅎㅎ

소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술집에 앉아 있는 걸 좋아했다는 '보후밀 흐라발'이 자주 가던 술집을, 체코를 방문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일부러 찾아갔을 정도로 세계적인 작가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다.

 

 

거의 매번 내가 이겼고 그때마다 승리의 감정이 사람에게 중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사람이 기가 죽어 있거나 남이 내 기를 꺾게 놔두면 인생은 내내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절대로 풀이 죽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자신을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보는 고향이나 주위 사람들 앞에서는 더더욱. 나는 고향에서는 영원한 견습 웨이터였지만 이곳에서는 독일인들에게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었다. 200



나 자신의 불행을 기뻐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내 앞에 놓인 길은 나 자신의 길이기 때문이었다. 299



술집에 앉아서 확인하고 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본질이 사실은 죽음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때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죽음, 죽음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영원과 불멸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면서 자신과 나누는 대화인 것이다. 이때 자신의 인생 여정의 무의미를 맛보며 어차피 지속되지 못할 아름다운 것들 안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 바로 그것이 벌써 죽음의 문제에 대한 답의 시작인 것이다. 자신의 죽음을 맛보고 경험하는 일은 인간을 비통하게 만들지만 또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주기도 한다. 331

- 나는 길을 정비하며 돌을 잘게 깨부숴 만든 쇄석으로 길을 메웠다. 그 길은 내 인생과 닮아 있었다. 내가 서 있는 길 뒤로도 앞으로도 잡초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일을 마치고 나면 그 부분만 내 손이 닿은 흔적이 남았다. 327



- 종종 나는 도로를 정비하는 일을 내 인생의 길을 정비하는 것과 비교해 보았다. 인생을 돌아보니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인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의 인생 전체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쓴 한 편의 소설이며 내 인생이란 책의 열쇠는 나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것이었다. 내 인생의 유일한 증인은 바로 자신이었다. 비록 내 인생이라는 길의 처음과 끝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을지라도 곡괭이와 삽 대신 기억의 도움을 빌려 아주 먼 과거까지 돌아갈 수 있게 정비해 놓고, 기억하고 싶은 곳으로 돌아가 회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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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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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란 배우와 '하지원'이란 배우를 참 좋아한다. 이유는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도 좋지만, 그보다 건강미가 넘쳐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뿜는 에너지가 나는 좋다.

그래서 '하정우'가 연출한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허삼관]도 개봉관에서 봐주었던.

그때는 원작을 읽지 않은 터라, 뭔가 납득이 안 가는 엉성함이 있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난후 영화를 다시 돌려보니

원작과 비교하는 맛, 책의 상황을 저렇게 묘사했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 뭔가 디테일한 감상이 되고 대화가 좀 더 잘 들렸다.

배우만 생각났더랬는데, '임분방' 역에 '윤은혜'가, 그리고 '방 씨' 역에 '성동일'이~

머저리 등신같이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은어, '자라 대가리'가 영화에서는 '종달새'그리고 장소의 배경이 충남 공주, '일락'이가 후송된 큰 병원이 대전, 그리고 서울 동대문 병원.. 이런 게 드러날 때마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던 다시 보기였다. 엉성함은 사라지고 꽉 찬 영화로 돌아온 '허삼관', 물론 원작을 읽었고, '하정우' 배우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지극히 후한 점수를 내 맘대로 주게 된 것이다.

리가 아는 배우 '하정우'는 그림도 그리고, 걷기를 좋아해서 하루 삼만 보를 걷는다 한다.

그리고 집 밥을 해먹는다고 몇 개의 요리를 소개도 한다.

샐러리를 넣은 된장국, 쌀뜨물을 넣어 끓인 미역국, 파 기름을 내서 끓이는 라면, 들기름으로 볶아서 뿌연 국물을 내는 북엇 국, 그리고 밀가루를 입혀서 튀기는 생선구이..

먹는 것의 소중함과

운동의 소중함

걷기의 소중함

그리고 기도하는 남자로서 겸손과 솔직함을 아는 사람..

끔 '하정우' 출연작을 보면서 피부관리가 잘 안돼서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하정우'만의 매력은 넘치고, 대체 불가한 배우로 자리매김했음에, 더구나 이렇게 건강한 사람, 좋은 인간을 지향하는 멋진 사람이라면

자외선 뿜뿜 하는 날, 걷고 또 걷고 걷느라고 .. 그쯤 역시 '하정우' 스럽다고..

[허삼관] 영화의 실패를 받아들이며 힘들었다는 언급이 많이 나오던데

영화 도입 부분에 일종의 해설 같은 스토리를 좀 나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나처럼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피를 판다는 주된 모티브는 잘 이해가 안 가더라는..

배우들 연기, 특히 '하정우'의 어리숙하면서 능청스럽고도 엉뚱한 착함과 '하지원'의 예쁘지만 단호한 대륙 여성의 역할, 그리고 아이들 연기를 비롯, 모두 훌륭했고, 노력의 흔적 또한 잘 드러난 영화였다고..

와이를 매우 좋아하고 하와이에 가서 주로 걷는다는 '하정우식' 휴가

여러 독자들에게 하와이 동경의 계기가 될 수도..

나 또한 하와이와,.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급 관심이 간다.

아무튼 여전히 '하정우'는 좋다.

'하정우'는 옳다.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無 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일 테다. 26

-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가만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트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166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원령(言靈)이라고 부른다. 연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 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연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189



-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 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206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기를.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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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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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년 전엔가 영화로 봤고, 나름 인상 적였던 내용인데, 이웃님 리뷰를 보고 읽게 되었다. 19금 영화였고, 책의 내용도 그러할텐데, 책에는 나이 등급이 없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지면서 도전했다.

15세의 나, '미하엘 베르크'(이하 '베르크')는 가을부터 이듬해의 봄까지 황달을 앓는다. 처음 증상을 느낄 당시 거리에서 구토를 했는데, 그때 자신을 도와주고 손과 얼굴을 닦아주고 거리의 토사물을 치워준 중년의 여인이, 당황한' 베르크'가 울어버리자 꼭 끌어안아주고는 그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어머니께 이야기를 한다.

 

 

머니의 권유대로 꽃을 사들고 그녀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는데, 그녀 '슈미츠' 부인은 '베르크' 보다 21세의 연상이다. 그녀 집의 열린 문틈 사이로 외출복을 갈아입는 그녀를 보면서, 탄탄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자기 또래의 소녀들보다 풍만한 몸매에 눈을 떼지 못한다.

 

 

 

실, '베르크'를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몸매가 아닌, 그녀의 몸놀림이었다는 것을 이후에 깨닫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시선을 느끼고 쳐다보자 도망쳐 나오게 되지만, 그 이후 연속되는 소년의 음탕한 꿈과 생각들 끝에 부정한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없자 오히려 부정한 행위마저 원하는 생각으로 일주일 만에 다시 그녀의 집으로 간다. 오랜 병마의 흔적으로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책 읽기도 질리고, 산책을 소일 삼던 그 무렵 그가 내린 결론은, 그녀에게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 양동이를 지하에서 날라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듣고 석탄을 푸다가, 무너져서

 

엉망이 되자, 그녀의 욕조에서 씻게 되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다.

처음 성에 눈뜬 '베르크'는 힘이 넘치고 우월함을 과시 하고픈 마음으로 다시 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즈음 '슈미츠' 부인의 이름이 '한나'이고, 전차의 차장이며 그녀가 17세에 지멘스 회사에 다녔고, 21세에 군대에 갔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신의 나이를 17세로 알고 있는 그녀에게 굳이 정정하지도 않고 수업을 한 시간씩 빼먹으면서 그녀와 만나고 사랑 행위에 몰입하지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그녀의 당부대로 학업도 열심히 해서 학년 진급에도 성공을 한다.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베르크'는 자신 안의 엄청난 에너지와 멋지고 영리하고 남보다 우월한 경탄의 대상이 되려는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충만해진다.

 

- 중간 생략-

 

 

'베르크'는 '한나'와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글을 쓴다고 했다. 아니 붙잡아두려는 것인지도..

'베르크'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 이 이야기 속 '한나'라는, 수수께끼 같은 여인의 삶이 강렬하게 남는다. 금지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역사를 들추는 법정, 그리고 유머 같기도 한, 문맹을 감추려는 필사적이지만 어리석은 그녀의 선택과 도주들..

법학도 다운 작가의 리갈 마인드는 자연스럽고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을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너무도 쉽게 읽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읽어내기가 아까운 정서에 간만에 휩싸였다.

옮긴이는 사랑과 나치의 시대사 속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의 문제가 이 소설의 내적 근간을 이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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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 박태원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10
박태원 지음, 장수익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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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풍경은 청계천의 풍경이다. 청계천 주변에서 1930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청계천과는 매우 다르다.

이야기는 남의 집에서 드난살이(임시로 남의 집 행랑에 붙어 지내며, 그 집의 일을 도와주는)를 하는 아녀자들이 제각기 모여들어 빨래를 하면서

천변 근처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에 대한 정보와 풍문들을 가지고 찧고 까불면서 시작된다.

빨래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남의 집 일들에 참견하고 흉보는 것은 아주 매력 있는 스트레스 해소 거리가 되겠고, 그렇게 그녀들은 온갖 사람들을 들춰 이야기를 나누니 화제가 끊어지지 않는다.

금처럼 도시의 폐쇄적인 가옥구조나, 삶과는 다르게 청계천변 일대의 가정사들은 이웃들에게 모두가 드러나고, 해체된다.

가난하고, 노동이 고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소설이겠거니, 하면서 시작했는데

한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고, 비속어와 고어가 너무 많아 처음 몇 장은 긴가민가 했어야 했는데

그 말투, 그 문장에 익숙해지니 너무도 재미나서

그 시절 몇 달간(1936년 8월부터 10월까지) 잡지에 연재되는 이 소설들을 읽으며 다음편을 기다렸을 그시대 독자들이 얼마나 감질나고, 고대하고, 궁금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런 빨래터 아낙들의 수다를 위한 시선으로 작가는 이 이야기를 끌어간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거의 표상만 훑는 듯이 묘사하지만 너무도 차지고 재미나고 능청스럽다.

불행과 가난에 익숙한 사람들, 특히나 여인들의 이야기는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쉽게(?) 살수 있는 방법보다는 글자는 못 배웠어도 명분과 도리는 배워야 했던 사람들답게

모진 시집살이와 남편의 외박과 외도를, 그리고 가난과 노동을 견뎌간다.

번 리뷰는 그 캐릭터들을 되새기며 나열해 본다. 총 50장에 걸쳐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 결국엔 다 연결이 되고, 처음에 가벼운 언급이 뒤로 갈수록 연결고리 속 심층 분석을 하게 하여, 아, 그때~ 하면서 읽게 되는데, 작가도 또 노골적으로 능청스레 언급해준다.

민주사- 사법 서사, 나이 50, '안성댁'이라는 25세의 젊은 첩을 두고, 마작을 즐기며 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였고, '안성댁'이라는 여인은 온갖 아양과 술수로 점잖고 착한 '민주사'를 농락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전문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애인이 따로 있어, 대낮에 희롱하며 지내기도 하나 그 애인은 따로 만나는 어린 여학생도 있고, '민주사' 역시 마작 집에 '취옥'이라는 여인을 애인으로 두고 도 있으나 '안성댁'의 술수에 질질 끌려다닌다. '민주사'의 돈은 '안성댁'에로 흐르고, '안성댁'의 돈은 전문학교 애인에게로 흐르고...

만돌 어멈- '만돌'이와 '수돌'이의 엄마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였으나, 남편의 폭력과 외도로 맘 고생하다가 상경하여 한약국 집에서 드난살이를 하는데 남편이 다시 찾아와서 행랑채에 같이 산다. 하지만 여전한 폭행과 노동에 시달리면서 불행한 삶을 산다. 결국엔 남편 때문에 쫓겨나서 다른 집 드난살이로 들게 된다. 나쁜 마음도 먹어 봤지만, 철없는 아이들 때문에 다른 수가 없다.

이쁜이- 과부인 엄마가 애지중지 키워서 시집을 보낸다. 자신들의 처지에 비해 나름 번듯한 집안이라고.. 그러나 그녀의 남편 '강석주'는 전매국 직공인데 이미 결혼 전에 애인이 있고, 다른 여인들에게도 기웃거린다. 예쁘고 착했던 '이쁜이'를 짝사랑하던 한동네 '점룡이'도 있었으나, 그 마음을 눈치챈 '점룡이' 어머니도 가난으로 장가를 들 수 없음에 그냥, '이쁜이' 엄마더러 딸을 기생이나 시키지, 그러면 저도 지 엄마도 호강은 할 텐데 하면서 떠들어 댄다. '이쁜이'는 모진 시집살이에 날로 망가지고 여위어 가지만 시어머니는 친정나들이 한 번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하나코- '영이', 카페의 여급( 카페나 다방, 음식점 등에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여자)으로 몸매와 얼굴이 출중하여 손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중 양약국을 경영하는 양반가, '최진국'의 구애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양반집, 번듯한 집안에 가당키나 하냐고 말리던, 그녀가 따르던 언니 '기미꼬'의 만류를 비웃지만, 이미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과 딸을 두었던 '최진국'은 결혼후에 처음 마음과 다르게 다른 여자, '취옥'에게 마음을 돌리고, 고되고 부당한 시집살이에도 카페에서 술 따르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복종하려 들지만, 전처의 소생들도 마음을 열지 않으며 속을 썩이고 아랫것들 앞에서도 무안을 주는 시어머니와, 무엇보다 믿어왔던 남편사랑 하나도 여의치가 않아 매일 이불 속에서 흐느껴 우는 밤을 보내면서도 죽어도 그 집의 귀신이 되겠다 한다.

금순이 - 시골에서 자란 그녀는 15세에 정혼을 하였으나 신랑감이 결혼이 싫다고 도망가 버려, 16세 되던 해에 13세의 신랑한테 시집을 가지만, 아직 어린 신랑이 툭하면 엄마방으로 피해 달아나 2년 동안 처녀의 몸으로 산다. 마음 못 부치던 그녀에게 자상한 시아버지가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시아버지는 내로라하는 색골로 어린 아들이 죽자 노골적으로 며느리를 대하며 눈치 빠른 시어머니는 질투로 온갖 구박을 해대서, 결국엔 도망쳐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데, 그녀를 데리고 서울로 왔던 건달이 구치소를 가게 되어 하숙집에 머물다가 평화 카페 여급인 '기미꼬'와 '하나코' 셋이서 그녀들의 살림을 도와주며 지낸다. 그리고 우연히 떠돌던 아버지와 동생 '금동이'를 만난다. '기미꼬'는 머리 벗겨진 홀애비 '손주사'의 짝으로 '금순'을 생각해보고 있으나, 그녀의 시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서울로 올라와 식당 사업을 시작한다.

점룡이- '이쁜이'를 짝사랑했던 가난한 그는 여름엔 아이스크림 장수, 겨울엔 군밤장수로 돈을 벌지만, 근화 식당의 '시즈꼬'에게 반해 그 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마음 좀 얻어보려 하는데, '시즈꼬'는 이미 '이쁜이' 신랑 '강석주'의 결혼 전부터 애인이었고, 또 다른 계집에 빠졌다가 돌아와 '시즈꼬'를 농락하는 '강석주'의 행패를 지켜보다가 흠씬 두들겨 패준다. 그 일로 '이쁜이'는 남편'강석주'에게 또 실컷 얻어맞고 급기야 쫓겨나 어머니 곁으로 돌아오는데, 모녀나 이웃 모두 그 모진 시집살이에서 벗어나 차라리 잘 된 일이라 한다.

재봉이- 이발소의 시다바리로 젊은 이발사와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이발 자격증을 따서 이발사가 되려고 한다. 창밖 너머로 천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는 소년으로 훌륭한 정보력의 소유자이다.

많은 캐릭터들에 대해 작가는 무심한 듯, 나름 객관적으로 묘사하지만, 각 장의 제목들을 보면 동정하고 있다는 정서가 느껴진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독특한데, 캐릭터들에 대해 마구마구 나열하는 듯하지만, 서로 연결되고 재삼재사 언급될수록 이름이 드러나고 직업이 드러나고 그런 식이다. 여러 캐릭터들을 무심한 듯 펼쳐 놓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심화해서 다루게 되는 장치랄까에 끄덕이며 웃음 짓게 된다. 작가는 중간중간 구수하고도 천연덕스럽게 독자의 동의를 얻고 호기심을 부추기려는 개입도 한다.

변에는 '깍쟁이'라 불려지는 거지들도 많이 사는데, 그들은 떼를 지어 살면서, 당당하게 구걸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야박하지 않은 인심을 베푼다.

'깍쟁이'란 말의 어원이 원래는 '깍정이' 인데, 유래는 조선 건국 시기까지 올라간다지만, 청계천과 마포 등지에서 모래 굴을 만들어 기거하면서 구걸과 장례행사를 돕던 무리들이라 한다.

제시대, 조선과 대한민국의 사이를 살던 그 당시 여인들의 근대적인 직업 희망은

기생, 백화점 직원, 버스걸이었다 한다.

이 소설 속 대부분 여인들의 삶은 저마다 한(恨)의 탄생 스토리를 지니고 산다고 보여진다.

행복한 여인, 인간다운 삶을 사는 여인도 하나 등장하는데, 한약국 집 사이좋은 젊은 내외 둘째 며느리이다.

그리고 자기 주도대로 사는 여인 하나는 '안성댁'쯤 되려나~고소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화감독 [봉준호]의 외 할아버지이기도 한 [박태원]은 전쟁 중에 월북하였다는데 거기서는 주로 역사소설을 썼다고..

그분의 삼국지가 또 제일 재미나다고 하는데, 일단은 구보 씨를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일찌기 이책을 추천해준, 지우개님과 눈보라님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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