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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ㅣ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평점 :
몇 년 전엔가 영화로 봤고, 나름 인상 적였던 내용인데, 이웃님 리뷰를 보고 읽게 되었다. 19금 영화였고, 책의 내용도 그러할텐데, 책에는 나이 등급이 없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지면서 도전했다.
15세의 나, '미하엘 베르크'(이하 '베르크')는 가을부터 이듬해의 봄까지 황달을 앓는다. 처음 증상을 느낄 당시 거리에서 구토를 했는데, 그때 자신을 도와주고 손과 얼굴을 닦아주고 거리의 토사물을 치워준 중년의 여인이, 당황한' 베르크'가 울어버리자 꼭 끌어안아주고는 그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던 기억이 있어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어머니께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의 권유대로 꽃을 사들고 그녀의 집으로 인사를 하러 가는데, 그녀 '슈미츠' 부인은 '베르크' 보다 21세의 연상이다. 그녀 집의 열린 문틈 사이로 외출복을 갈아입는 그녀를 보면서, 탄탄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자기 또래의 소녀들보다 풍만한 몸매에 눈을 떼지 못한다.
사실, '베르크'를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몸매가 아닌, 그녀의 몸놀림이었다는 것을 이후에 깨닫게 된다. 그녀가 자신의 시선을 느끼고 쳐다보자 도망쳐 나오게 되지만, 그 이후 연속되는 소년의 음탕한 꿈과 생각들 끝에 부정한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없자 오히려 부정한 행위마저 원하는 생각으로 일주일 만에 다시 그녀의 집으로 간다. 오랜 병마의 흔적으로 학교에 갈 수도 없고, 책 읽기도 질리고, 산책을 소일 삼던 그 무렵 그가 내린 결론은, 그녀에게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위험에 빠져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탄 양동이를 지하에서 날라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듣고 석탄을 푸다가, 무너져서
엉망이 되자, 그녀의 욕조에서 씻게 되고 그들의 사랑이 시작된다.
처음 성에 눈뜬 '베르크'는 힘이 넘치고 우월함을 과시 하고픈 마음으로 다시 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즈음 '슈미츠' 부인의 이름이 '한나'이고, 전차의 차장이며 그녀가 17세에 지멘스 회사에 다녔고, 21세에 군대에 갔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자신의 나이를 17세로 알고 있는 그녀에게 굳이 정정하지도 않고 수업을 한 시간씩 빼먹으면서 그녀와 만나고 사랑 행위에 몰입하지만,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그녀의 당부대로 학업도 열심히 해서 학년 진급에도 성공을 한다.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베르크'는 자신 안의 엄청난 에너지와 멋지고 영리하고 남보다 우월한 경탄의 대상이 되려는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충만해진다.
- 중간 생략-
'베르크'는 '한나'와의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글을 쓴다고 했다. 아니 붙잡아두려는 것인지도..
'베르크'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 이 이야기 속 '한나'라는, 수수께끼 같은 여인의 삶이 강렬하게 남는다. 금지된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역사를 들추는 법정, 그리고 유머 같기도 한, 문맹을 감추려는 필사적이지만 어리석은 그녀의 선택과 도주들..
법학도 다운 작가의 리갈 마인드는 자연스럽고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소설을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너무도 쉽게 읽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읽어내기가 아까운 정서에 간만에 휩싸였다.
옮긴이는 사랑과 나치의 시대사 속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의 문제가 이 소설의 내적 근간을 이루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