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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하정우'란 배우와 '하지원'이란 배우를 참 좋아한다. 이유는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도 좋지만, 그보다 건강미가 넘쳐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 뿜는 에너지가 나는 좋다.
그래서 '하정우'가 연출한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허삼관]도 개봉관에서 봐주었던.
그때는 원작을 읽지 않은 터라, 뭔가 납득이 안 가는 엉성함이 있었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난후 영화를 다시 돌려보니
원작과 비교하는 맛, 책의 상황을 저렇게 묘사했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 뭔가 디테일한 감상이 되고 대화가 좀 더 잘 들렸다.
두 배우만 생각났더랬는데, '임분방' 역에 '윤은혜'가, 그리고 '방 씨' 역에 '성동일'이~
머저리 등신같이 남의 자식을 키운다는 은어, '자라 대가리'가 영화에서는 '종달새'그리고 장소의 배경이 충남 공주, '일락'이가 후송된 큰 병원이 대전, 그리고 서울 동대문 병원.. 이런 게 드러날 때마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던 다시 보기였다. 엉성함은 사라지고 꽉 찬 영화로 돌아온 '허삼관', 물론 원작을 읽었고, '하정우' 배우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지극히 후한 점수를 내 맘대로 주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배우 '하정우'는 그림도 그리고, 걷기를 좋아해서 하루 삼만 보를 걷는다 한다.
그리고 집 밥을 해먹는다고 몇 개의 요리를 소개도 한다.
샐러리를 넣은 된장국, 쌀뜨물을 넣어 끓인 미역국, 파 기름을 내서 끓이는 라면, 들기름으로 볶아서 뿌연 국물을 내는 북엇 국, 그리고 밀가루를 입혀서 튀기는 생선구이..
먹는 것의 소중함과
운동의 소중함
걷기의 소중함
그리고 기도하는 남자로서 겸손과 솔직함을 아는 사람..
가끔 '하정우' 출연작을 보면서 피부관리가 잘 안돼서 걱정되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하정우'만의 매력은 넘치고, 대체 불가한 배우로 자리매김했음에, 더구나 이렇게 건강한 사람, 좋은 인간을 지향하는 멋진 사람이라면
자외선 뿜뿜 하는 날, 걷고 또 걷고 걷느라고 .. 그쯤 역시 '하정우' 스럽다고..
[허삼관] 영화의 실패를 받아들이며 힘들었다는 언급이 많이 나오던데
영화 도입 부분에 일종의 해설 같은 스토리를 좀 나열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나처럼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피를 판다는 주된 모티브는 잘 이해가 안 가더라는..
배우들 연기, 특히 '하정우'의 어리숙하면서 능청스럽고도 엉뚱한 착함과 '하지원'의 예쁘지만 단호한 대륙 여성의 역할, 그리고 아이들 연기를 비롯, 모두 훌륭했고, 노력의 흔적 또한 잘 드러난 영화였다고..
하와이를 매우 좋아하고 하와이에 가서 주로 걷는다는 '하정우식' 휴가
여러 독자들에게 하와이 동경의 계기가 될 수도..
나 또한 하와이와,.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급 관심이 간다.
아무튼 여전히 '하정우'는 좋다.
'하정우'는 옳다.
내 삶도 국토대장정처럼 길 끝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인생의 끝이 ‘죽음‘이라 이름 붙여진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無 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즐겁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뿐일 테다. 26
- 내 삶에 결정적인 문제가 닥친 때일수록 생각의 덩치를 키우지 말고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살다 보면 그냥 놔둬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에는 내가 굳이 휘젓지 말고 가만두고 봐야 할 문제가 80퍼센트 이상인지도 모른다. 조바심이 나더라도 참아야 한다. 166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원령(言靈)이라고 부른다. 연령은 때로 우리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권력을 증명해 보이고, 우리가 무심히 내뱉은 말을 현실로 뒤바꿔 놓는다. 내 주위를 맴도는 연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189
- 독서와 걷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저는 그럴 시간 없는데요‘라는 핑계를 대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루에 20쪽 정도 책 읽을 시간, 삼 십 분가량 걸을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206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기를.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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