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소설의 첫 만남 2
성석제 지음, 교은 그림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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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짧은 소설이다.

대개는 단편 소설집에 한 꼭지로 수록될 분량이나

국어 교사들이 책을 읽지 않고 엎어져 자거나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는, 그야말로 책의 맛을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마중물 독서라나~ 하면서 책의 재미를 불러올 마중물로 이 책을 선택해서 출판했다고 한다.

어느 이웃님의 추천으로 사놓았는데, 제목이 너무 좋았다.

내용은 더 좋다.

이런 소재를 소설로 써나가는 성석제는 정말이지 거룩하다.

그런데 여운도 길고,

메시지도 강렬하다.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두 명의 나가 이끌어간다.

0과 1

0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 백선규

1은 화가의 그림 자체를 좋아하고 자유로이 감상할 줄 아는 여인..

0의 아버지는 한때 화가 지망생이었으나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돈 안되는 그림 대신 가난한 농사꾼이 되었고

0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나, 그리는 것을 즐기지 못하고 크레파스나 스케치북을 제대로 갖지 못해 궁상인 가난한 소년이었고

1은 피아노에 바이올린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 읍내 손꼽히는 부잣집인 제재 소집의 고명딸, 그런 1이 과외를 받아서 그림을 또 잘 그릴 수 있었고.

3학년이었던 0은 4학년 이상 자격이 주어지는 군민 사생대회에 선생님의 권유로 학년을 속여 출전하여 장원이 되었는데 그림에 대한 타고난 재주는 있었지만, 즐기지 못했고.

오히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 결승전을 못 보게 됨을 매우 애석해하면서 그림을 그렸고 장원 상품은 원래의 4학년 학생 차지가 되었고.

장원 이후 아버지와 선생님들, 학생 사이에서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여겨졌지만

정작 0은 빈둥거리면서 연습을 하지 않았고

4학년이 되면서 군 주체의 사생대회에 정당한 자격이 주어졌으므로 다시 도모를 하면서 상품을 차지하고,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고 싶어 했는데

일은 공교롭게

0에게 평생 간직해야 할, 상처와 비밀로 남았고

오히려 그 비밀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노력이 그를 성장하게 하였고

지금 정상의 자리에 그를 존재하게 했다는..

그의 입담,

이 작가는 정말 할 말 많은 사람이겠다 싶다. 그냥 타고나길 이야꾼인거다. 단편소설을 안 좋아하는 내가 그의 엽편과 단편에 길들고 있다. 성석제라서 그렇다.

타고난 재능보다 노력, 그리고 노력보다 진정 즐길 수있음에 대한 메시지.

물론 진짜 예술가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겠지. 바람도 붙들어서 화폭 안에 고정시키고 구름도 악보 안에 잡아 놓고. 시간도 그렇게 하는 거지, 시간, 시간도 무대와 음악과 화폭 속에 붙들어 영원하게 만들겠지. 좋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화가는 가는 시간을 화폭에 담아서 잡아 놓고 다른 사람의 시간은 마냥 흘러가도 모른 척하는 사람일까? 그럴지도 몰라. 22

- 그 뒤부터 나는 늘 나를 의심하면서 살았어. 누군가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나와 똑같은 대상을 두고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을 그렸고, 앞으로도 더 뛰어난 작품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어떤 작품이라도, 그게 포스터물감으로 그리는 반공 포스터라도 내가 가진 능력 전부를, 그 이상을 쏟아부어야 했지. 언제나, 어디서나, 그 결과가 오늘의 나일까. 의심의 결과, 좌절의 결과, 누군가 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생각의 결과. 나는 화가가 된 후 풍경화를 그린 적은 없어. 나는 그림의 원형, 본질로 돌아갔어, 선과 원, 점, 그리고 바탕이 되는 사물의 원형, 본질을 최대한 추상화하고 이상화한 상태로 만들어갔어 내 모든 색깔의 원형은, 이상은 그날 그 하얀 시멘트 길과 그 위의 흰 햇빛이야. 7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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