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의 봄 : 김동인 장편소설 한국문학을 권하다 20
김동인 지음, 구병모 추천 / 애플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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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우리나라 최초의 문예지 [창조]를 발간한 '김동인', [감자], [배따라기], [발가락이 닮았네] 등의 단편소설로만 접했던 그의 장편소설 [운현궁의 봄]..

6학년 국사시간에 담임샘이 언급하셨던 이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 햇살 좋은 날~,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는 희미하지만, 칠판을 등지고 역사의 맥락을 짚어서 줄줄이 이야기해 나가시던 그 샘께서, 문득 이 책을 언급하셨다. 그냥 그런 책이 있노라고.. 국사시간과 문학 시간이면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펴던, 그 꼬마 아이는 또 그런 것에 꽂혀서 아쉬워했지만 그냥 지나가는 언급일뿐이었다. 그 후로도 이 책은 국어시간이 아닌 국사시간에 한 번씩 등장하였다.

미술 공부를 했던 '김동인'은 마약중독으로 피난을 떠나지 못한 채, 6.25전쟁 중 사망하였다.

이미 '김훈'작가의 역사소설에 눈뜬지라, 일부러 찾지 않던 역사소설이란 장르의 재미 짐을, 이제사 발견하고 이 소설 역시 어릴 때 보았던 사극과, 배웠던 국사 지식을 총동원하여 전후의 맥락을 연결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읽게 된다. 극심한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소설 쓰기와 병마에 시달렸던 작가가 병석에 누워 죽어가느라, 중단되었다는 또 다른 역사소설 [을지문덕]에 대한 아쉬움도 생겨났다.

운현궁의 때이른 봄날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 이날이 조선 근대의 괴걸이요, 유사 이래 어떤 제왕이든 감히 잡아보지 못하였던 '절대'적 권리를 손에 잡고 이팔도 삼백여 주를 호령하며, 밖으로는 불란서, 미국, 청국 들을 내려 주르고, 안으로는 자기의 백성의 복지를 위하여 그의 일생을 바친 흥선 대원군 이하응이 별세한 날이다. 조선 오백 년 역사에 있어서 조선을 사랑할 줄 알고, 왕가와 서민, 정치가와 백성,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지위를 참으로 이해한 단 한 사람인 우리의 위인 이하응이 그 일생을 마친 날이다. 21

귀한 몸이 되기 이전의, 상갓집 개처럼, 술 먹을 일이 있으면 주책없이 찾아다니며, 냉대를 당하기 일쑤이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비록 왕족의 신분이지만, 가난하고 세력이 없어, 끼니 걱정을 하여야 하는 불쌍한 종친의 비루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의 둘째 아들 '재황'이 임금이 되고 자신의 섭정이 허락되자, 그가 살던 사택이 '운현궁'이란 칭호를 얻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그의 집에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문안 차, 청탁 차,,,

쓸쓸했던 그 '운현궁의 봄'이 시작되는 때, 유달리 화려한 봄이라는 그해로, 소설이 끝나지만, 이미 우리가 아는 역사상의 수많은 스토리들이 막, 머릿속에서 펼쳐진다는 것..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 여러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고, 누군가 구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극적인 묘사가 읽는 내내 흥미를 붙잡아둔다.

명종 때의 사소한 시비로 서인과 동인이 나뉘고 동인이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이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면서 늘 당파싸움에 휘말리던 조정,

정조이래, 순조와 헌종 철종은 어리고 병약하여, 군권을 펼 여력조차 없게 되니, 외척들 김 씨 일가들이 세도를 형성하였고 그런 당쟁의 틈에 낀 왕족들은 가련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세 임금의 왕비들이 모두 김 씨 일가의 딸 들이었다.

역모의 죄로 엮여져 내몰리는 왕족들을 보면서, '흥선'은 일찌감치 자신을 포장해 버린다.

헌종이 죽었을 당시 제법 괜찮은 종친이 있었음에도, 대왕대비 김 씨는 자신들이 주무르기에 만만한 무지랭이 강화도령을 철종으로 세우고,

유력했던 종친 '이하전'은 역모죄를 씌워 사약을 받게 한다.

무뢰한들과 어울려 다니며 술 잘 먹고 투전 잘하고 싸움 잘하는 '흥선'은 김 씨 녀들 틈바구니에서 청상으로 늙어가다 대왕대비가 된 조대비와 비밀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훗날 대립하게 되는 며느리 민비를 중전으로 염두에 두게 되는 배경 이야기도 흥미롭다. 맥락상, 중간중간 등장하는 친숙한 여러 왕들과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재미나다. 이 책의 문학적인 의의는 소소할지라도, 19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작가가 수집했을 역사적인 사실들이 신빙성 있고 특히나 이 소설의 집필 배경이 생활고였음을 강조하던데,, '구병모' 작가의 추천글도 들어있다.

과거- 현재-미래로의 연결고리들이 흥미롭게 반복되고, 아둔한 임금과, 못된 세도정치 속에서 비루한 왕족들 보다 더 처참하게 살았던 백성들 이야기들이, 전면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나, 흥선의 시선이 살짝씩 머물게 되는 부분에서 괜히 울컥한다. 지금의 민초들은 그래도 배워서 다행이다. 반항할 줄 알아서 다행이고..그래서 더이상 민초에 비유해서는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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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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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이후로 두 번째 만나는 '레마르크'의 소설이다.

프랑스 아프리카 등지에서 전쟁을 치르며 러시아까지 북상한 '그래버 에른스트'가 아프리카에서의 주검과 춥고 습한 러시아에서의 주검들을 비교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일의 패전에 임박한 전쟁 막바지, 그가 소속된 연대 또한 방어전선이 점점 밀리고 있어, 2년 만의 휴가도 미뤄지고 있는데,,

어제 살아있던 동료가 오늘 죽고

어제 멀쩡했던 전우가 삽시간에 불구의 몸이 되는 현장에서

포로든, 적군이든, 아군이든 간에 주검은 처참했고

마주하게 되는 독일 병사의 주검들은 어떻게든 이어붙여서 매장을 해주고자 하는 일들도 처리하고 있었다.

그는 휴가를 믿지 않았다. 병사들은 그저 우연히 죽고, 우연히 살아남았다.

폭격으로 피신하고, 적과 맞닥뜨리면 전투를 하고 부상병들을 옮기고, 아군의 시체들을 처리하면서 지쳐가는 전우들은, 이 전쟁의 끝이 과연 있는 건지 짧게 자조적인 회의를 품지만, 지금 살아있다는 것과 여자들 이야기 혹은 고향에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들은 겨우 스물을 넘긴 풋내기들이 대부분이다.

삼주 간의 휴가가 허락되자, '그래버'는 독일의 고향으로 향한다.

전쟁으로 지친 몸을 뉘이며, 진정한 휴가를 누리고자 하지만 부모는 집에 없다. 언제 어디로 갔는지, 어느 하나 아는 이도 없고, 도시는 이미 심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며칠에 한 번씩 폭격이 있고, 사람들은 지하 방공호로 들어가 피신하는 일이 당연시되었다.

집에서 머물 수가 없어지자, 일선 전쟁터에서 휴가 나오는 병사들을 위한 숙소에서 지내기로 한다.

계속 부모의 행방을 찾던 중, 동창생 '엘리자 베스'를 만나고, '알폰스 빈딩'을 만난다.

공장의 근로 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엘리자 베스'의 아버지는 집단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사는 '리저 부인'에게 감시를 받고 있다.

'알폰스 빈딩'은 돌격대에 입대하고 당의 간부가 되었으며 게슈타포 친구들과 어울리며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좋은 집과 좋은 술과 음식들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일선에서 휴가를 나온 동창생 '그래버'에게도 뭔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답답한 감옥살이처럼 살고 있는 '엘리자베스'와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을 하면서 사랑이 싹튼다.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방공호로 숨어들지만, 폭격 맞은 집들은 불에 타 버리고,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

성당에서 자기도 하고, 남의 집 마당에서 자기도 하고, 노숙도 일삼으며 그들은 부부가 된다.

'그래버'는 허무해서 청혼을 했다. 자신을 지탱해 줄 무언가가 필요해서,,

'엘리자 베스'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그의 제의를 받아들인다.

휴가 기간이 이주 남은 시점에서..

그 당시는 군인을 애인으로 두는 것을 애국심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군인과 결혼을 하면 넉넉한 결혼 수당과 결혼자금을 대여해 주며 보호를 받을 수도 있었다고..

 -중간 생략 -

반전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레마르크'의 다른 소설들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개선문] 과는 다르게,, 전쟁에 대한 노골적인 회의감을 드러낸다.

처음부터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던 것처럼..

그리고 독일의 패망 이후 이 작품의 끝부분이 나라별 번역과 독일에서 삭제되었다가 첨삭되었다가를 반복했다고 하는데

이 번역은 비교적 원본에 충실했다고 해설을 덧붙이지만, 휴가와 결혼을 마치고 일선으로 돌아간, '그래버'의 이야기가 좀 비약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그 탓인가도 여겨진다.

'레마르크' 특유의 자조적인 독백과, 짧은 문장은 여전히 남성적이고 박진감 넘쳤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레마르크'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찾아 볼 수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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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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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미나게 읽었다는 서평들을 보고 사둔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사이 [방구석 미술관 2]도 출간이 되었다는데, 여기서는 한국의 작가들을 다루고 역시나 재밌다는 서평이 떠다니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미술이 좋아서 독학으로 공부하고, 유럽 전역을 돌면서 미술관 순례를 했다는 작가는 미술이,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길,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기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처럼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서이다.

'에드바르트 뭉크', '프리다 칼로', '에드가 드가',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까지 총 14편으로 나뉘어 그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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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완결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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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 최고의 책, 모든 사람이 일생에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는 [월든],, 세계 문학 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책이라는 평가까지 받아왔는데 앞부분은 사람들의 개취이므로 수긍할 수 있겠으나, 뒷부분의 경우,, 1800년대 중간에 발행한 책치고는 .. 정도 이지, 지금 이사 워낙에 특이한 책들의 유래가 많아, 쉬이 인정할 수는 없겠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부와 명성을 좇는 안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측량과 목수일 등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글을 썼다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그는 자신이 태어난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 근처의 숲 월든 호숫가에서 1845년부터 1847년까지(28세-30세) 약 2년 2개월간 직접 통나무집을 짓고 살게 된 경험을 산문형식의 글로 남겼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으려는 자주적인 인간의 독립 선언문 같은 이 책은 발간 당시에는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갈수록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책이라 한다. 최초의 녹색 서적, '소로우'의 정신적인 자서전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때 '소로우 현상'이라 하여 한국에서의 자연주의 사상의 점화와 나아가 귀농 현상 및 웰빙 운동에도 꽤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월든]은 자신만의 참다운 인생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있다고 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자연인이다' 내지는 귀촌 관련 프로그램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열반에 드실 때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는 '법정 스님'의 이야기도 잠깐 언급이 된다.

거짓과 위선을 용납하지 않고 인습, 고정관념에 얽매이기를 거부할 수 있는 삶이란 1800년대에도 지금도 쉽게 실천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서 더부럽고 용기 있는 모습이다.

그는 흑인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서 항의의 표시로 세금 납부를 거부해,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도 썼다고 하는데 이 책이 '톨스토이'나 '간디'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 한다.

살아생전 '에머슨'의 아류 취급을 받았다고 하는 '소로우', 나는 사심 가득 이부분에 꽂혔더랬다.

그가 그인가? '랄프왈도 에머슨'은 미국의 사상가겸 시인으로 정신을 물질보다 중시하고 직관에 의해 진리를 알고, 자아의 소리와 진리를 깨달으며 논리적 모순을 관대히 보는 신비적 이상주의자로 '소로우'보다 14년 연상이지만, 스무살의 '소로우'가 '에머슨'의 수필을 읽고 그와 만나 평생 교류하며 지냈던 사람이라고 한다. '에머슨'은 '소로우' 장례식의 추도사도 읽었다는 기록이있다.

오래전 만난,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는, 내게 살아가는 지표를 열어준 귀한 작품이다.

사소한 일상들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말하는 책, 삶의 지침서 같은 이 책을 읽으면서, '소로우'가 이 책의 배경인 월든 호숫가에 산 것이 겨우 2년여라는 것이 은근 불만이긴 했다. 한평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십여 년은 산 끝에 책을 썼다면 더 들려줄 이야기가 많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트집..

그런 아쉬움은 이 책을 읽는 동안 '타샤 튜더'를 떠올리게 했다.

[월든]은 고독과 독서와 먹는 사치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 소박하고, 비워내고,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욕심부리지 않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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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 채만식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42
채만식 지음, 우찬제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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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로만, 만나고 흘렸던 '채만식'과 [탁류]이다.

제목이 선뜻 와닿지 않아서 책장에 꽂힌 채로 있다가 어느 이웃님 추천으로 만나게 된 보물이다.

첫 페이지의 첫 문장부터 두세 페이지에서, 완전히 사로잡혔다.

-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가지고는--------한강이나 영산강도 그렇기는 하지만-----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 직할 것이다. p7

-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그러나 항구라서 하룻밤 맺은 정을 떼치고 간다는 마도로스의 정담이나, 정든 사람을 태우고 멀리 떠나는 배 꽁무니에 물결만 남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갈매기로 더불어 운다는 여인네의 그런 슬퍼도 달코롬한 이야기는 못된다. p9

이 문장을 포함하여 다른 문장을 내식으로 풀어쓰자면,,

'금강'이, '전라도'의 뒷덜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갈재( 순창)'와 '지리산' 골짜기 물과 만나 '장수'와 '진안', '무주'로 역류하기도 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이고, 다시 '영동'근처에서 '추풍령'과 '속리산'의 물까지 합류하면서 '충청도' 접경을 흘러가고,

북쪽 줄기는 '경기도'로, 충청의 접경 '진천'으로 '청주'를 바라보고 흘러내려오다 '조치원'을 지나면서 남쪽 줄기와 만나는데 이 두 물줄기가 만난 곳에서부터 서남으로 '공주'를 끼고 '계룡산'을 바라보면서 '부여'를 한 바퀴 돌아, 급히 남으로 꺾여 논산, 강경까지 흘러가는데 여기를 '백마강'이라 하고,

이 '백마강'이 공주 '곰 나루'에서부터 시작해 '백제' 흥망의 꿈 자취를 더듬어 흐를 제는 물이 맑지만, '강경'에 다다르면서 장꾼들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물이 탁해진다. 여기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라 한다. 이로부터 조수까지 섞여서 물은 더욱 흐려지지만 그득하고 벅차서, 강의 넓이가 훨씬 넓어진다. 이 물들이 흘러가 서해바다에서 탁류째 흘러 강이 다하는 시가지,, 예가 바로 '군산'이라는 항구라는 것이다.

- 그랬지, 아무리 돈을 잃어 바가지를 차게 되었어도 겨우 선창께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가서 강물에다가 눈물이 나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게 고작이다. 금강은 백제가 망하는 날부터 숙명적으로 눈물을 받아먹으란 팔자던 모양이다. 102-103

'백제의 꿈이 깨어진 곳'이란다.~~

'금강'도, '백마강'도,' 군산'이란 항구도 그리고 맑은 물이 흘러가다가 탁류가 되는 '강경'도, 대한민국 지도상의 '금강'물줄기를 훑다 보니 진짜 도입 부분에서 전율이 일어났다. 장차 이어질 기막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물론 전라도 사투리는 둘째 치고 역시 사라진 고어들을 가늠하며 읽어내는 일, 그리고 주석을 뒷장에 별도로 실은 문학과 지성사의 출판 방식에 대해 조금은 익숙해진 터여야 흥미 위주로 내달리는 독서가 가능할 것이라는 참고를 이웃들에게 남기고는 싶다.

그리고 근대적인 통속 소설 속 주인공, 특히 여자의 정조와 가부장으로 무장한 폭력적인 남성들이 등장하지만,

내공을 쌓아서, 꼭꼭 읽어야 할 대한민국 근대소설 중 으뜸이 아닐런지~~ 나도 아직 한참은 더 만나봐야 할 작품들이 산재했지만, 성급하고 싶다.

내용이사, 진부할 수 있다지만, 그리하여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투박한 조선식의 표현과 더불어 매우 세련되고 힘찬 전개가 좋았다.

총 19장의 소제목들 또한 너무 기가 차서, 제목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그 장을 읽어나가게 된다.

기억에 남는 장의 제목은 '인간 기념물', '생애는 방안지라', '만만한 자의 성명은', '식욕의 방법론', '내 보살 외야 차'이다.

이 제목만으로도 '채만식'이라는 작가의 섬세함과 지식과 풍자가 괴물처럼 여겨졌더랬다.

가장 와닿지 않는 부제, '내 보살 외야 차'는 네이버 뒤져서 해석해둔다.

내 보살 외야 차(內菩薩 外夜叉): 겉은 보살처럼 아름다우나 마음속은 '야차(괴물)'처럼 무섭다는 얘기로 여자에게만 쓰는 말로 불교적인 용어이다.

여자는 그 모습이 부드러워 보살과 같으나 사람으로 하여금 애욕을 불러일으켜 여러 가지 죄업을 행하기 때문에 야차와 닮았다는 것.

바로 평지풍파를 겪은 이 소설 속 여주인공 '초봉'의 최후 모습인 것이다.


[줄거리]

충청도 서천 출신의 신학문을 배웠다는 '정주사'는 고향의 집을 팔고, 군산으로 식솔들을 거느려 이사를 온다. 한일 합방 바로 뒤부터 군청의 군서기로 12년간 일했지만, 주변머리 없어 도태되었고 딸 둘과 아들 둘을 두고, 바느질 일하는 아내가 유난히 자녀들 공부 욕심을 부리니, 가세가 기울어 굶는 일도 예사가 되자, 미두쟁이(미두: 미곡을 거래하는 일)를 하다가 급기야 하바꾼( 쌀의 시세를 알아맞히는 도박을 하는 사람, 미두꾼에서 전락한 사람)이 된다. 부두의 막노동도 해봤지만, 힘에 부쳐 열흘간 앓아눕는 일로 그나마 번 돈도 다 까먹는 신세였다. 그래서 이이가 입만 가졌지 손발이 없는 사람, 다시 말해 인간 기념물(人間 記念物)인 것이다.

그의 딸, '초봉'이는 여학교를 마치고 제중당이라고 하는 양약국에서 일을 하는데, 사장 '박제호'가 아버지와 친구인 관계로 편의를 제공받기도 하지만 그의 별난 아내, '윤희'의 감시와 시샘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청순가련형의 묘한 매력이 넘치는 '초봉'을 그렇게 대접하는 '윤희'도 억지가 아닌 것이, 남편 '박제호'는 말대가리처럼 기다랗고 못생겼지만, 오입쟁이였다.

가난한 '초봉'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남승재'는 병원의 조수로 서울 태생의 고아이다. 둘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그런 채로 지낸다.

'승재'는 가난한 주민들을 찾아가 무상으로 병을 치료해 주며 소일을 하는데, 자신이 치료해 주었던 13세의 '명님'이를 가난 때문에 기생집으로 보내려는 부모를 보면서 답답해한다.

은행원 '고태수'는 말쑥한 옷차림에 꽃미남 매력을 지닌 청년으로 서울서 내려와 은행을 다니면서 싸전 가게를 하는 '한참봉'네에서 하숙하고 있다.

'한참봉'은 자신의 젊은 부인 '김 씨'에게 아기가 없자, 첩을 여럿 거느려보지만, 후사의 기미가 없다.

'김 씨 부인'은 어느 날 '고태수'를 유혹하여 아기를 만들자고 덤비고 이들은 점점 쾌락에 탐닉하며 내연 관계를 유지한다.

 

 -중간 생략-  


군산은 근대사의 대표 도시이자, 일제 식민 수탈의 요충지이다. '채만식기념비'를 보러, 그도시, '월명 공원'을 가보자 하는것이 올 봄의 계획이다. '채만식'은 이 소설을 통해 좌절과 어두운 현실을 풍자와 냉소로 제시하는 풍자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주말연속극의 시대극으로 제격인듯하다. 가끔 시대극이 그립다. 그당시의 군산을 재현해 놓고 '초봉'과 기생 '행화',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삶을 지향하는 계봉과 승재,, 무능한 아버지 '정주사'와 '고태수', 징그럽고 추한 '형보'까지,,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다.

군산 근대화거리와, 월명공원,강경 장 여행계획부터 세운다.

* 엉뚱한 관심과 비교; 유럽 고전소설속 여인의 갱년기는 '신경증,이라고 표현되는데, 여기서는 '단산증'이라고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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