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신문 동영상 인터뷰를 보고 김두식 교수를 알게 되었다. 너무 고전 그것도 서양고전에 빠져 헤어오지 못하고 있어서일까, 스테디셀러 책들까지 거의 읽지 않게된 것도 한 이유이고, 이 책 저자도 언급하는 것처럼, 힐링이니 치유니, 성공학이니 긍정주의심리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의 다른 버전으로 보이는 것들이 책이니 강연이니 해서 너무 요란스러웠다. 그 세계에 침잠해본 사람으로서의 경계의 한 방법이었다. 지금이야 지방도시에 머물지만 2008년 촛불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했던 입장에서, 인터뷰에서 그리고 책에서 카메라와 관련된 얘기에, 맞아 그래.. 지금도 열심히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바가 적지 않았고, 그 현장에서 그 상황을 살피는 분들 중에 이런 분도 있었겠구나 생각하니, 묘한 동지의식이랄까, 어린 시절 구입하기를 욕망했으나 그 욕망을 실행하지 못했던 장난감에 카메라를 비유했지만, 사실 카메라를 만져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촬영을 한다는 것은 그 말 자체로 프레임을 안다는 것이다. 이론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필자의 글이 가지는 선명성, 그리고 진정성이 다가오는 것은, 그 끝을 찾아내고 한쪽의 끝은 다른 쪽의 시작일 것인데, 그 경계를 본다는 것, 바로 프레이밍이주는, 사태와 상황과 나를 관찰하게 하는 힘일 것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사자가죽'과 관련된 상징과 그렇게 풀어나간 이야기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좋았는데, 어쩌면 그것은 고전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최근에 면밀히 살핀 358편에 이르는 정본이솝우화에 소개된 <사자가죽을 쓴...> 우화는 다음과 같다. 

 

267. 사자 가죽을 입은 당나귀와 여우

당나귀가 사자 가죽을 입고 돌아다니며 동물들을 놀라게 했다. 당나귀는 여우를 보자 역시 겁을 주려 했다. 여우는 [전에 당나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던 터라] 당나귀에게 말했다. “잘 알아둬. 네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면 나도 너를 겁냈겠지.”

간명하다. [ ] 안은 원전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공식 교훈은 "이와 같이 무식한 사람도 점잔을 빼며 잘난 체하지만 수다를 떨다가 본색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코스프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야기 스스로가 가진 힘인지 스토리텔링을 거치면서 숱한 이본들을 만들어내고, 본래 이야기가 뭐였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서 인용했다. <사(士)자 가족, 사자가죽> 편을 가장 흥미롭고, 그리고 김두식 교수의 책에 실린 어떤 에피소드보다 주제에의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 못 본 책이 많은지라, 위 우화의 패러디랄까 써머싯 몸 장편(掌篇)소설 얘기를 이 책에서 보고 무척 반가웠다. 달은 예술적 가치나 창작의 위대함, 6펜스는 현실을 의미하는 상징, <달과 6펜스>의 작가는 장편이나 손바닥 소설이나 프레임을 분명하게 기획하고 주도하는 작가인 것 같다. 

 

<사자가죽>의 주인공 로버트 포리스티어, 그는 당나귀와 매우 비슷한 사람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풍경으로 보면, 지금은 꿈도 꿀 수 없지만, 몇년 전까지의 미용실 원장(대체로 여성이다) 남편들의 캐릭터가 아닐까, 많이 웃었다. 지금은 미용사의 인구가 60만 명이라는 대한민국 국군의 숫자보다 더 많단다(얼마전 이곳 지방도시를 찾아온 전 의원에게 들었다). 그 미용실 원장 아내들이 있어 기본생활은 되고, 남편은 자신의 유예했던 꿈을 찾아 더 매진하고, 뭔가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참 좋았으리라. 자식도 없었다는데, 단지 아내가 아끼는 개여서가 아니라, 자식 대신이었을 개를 살리기 위해 포리스티어는 불 속으로 뛰어들었을 수 있다. 신사 코스프레를 하고 살아가야 했던 포리스티어는 이미 신분이 들통난 상황에서 외롭고 힘들었을까, 그런 그가 마음을 준 대상이 개였을 수 있다. 소문 안 나게 부자인 사람들이 사람을 믿지를 못해 친구는 없고, 개를 정도 이상으로 사랑한다는데, [결론] 이솝우화의 정본은 그 교훈에서 보듯, 말조심만 했어도.. 이다. 얼마나 믿을 사람이 없었으면 꼼꼼히 메모했겠나, 말하는 대신.. "잘 알아도, 네가 말해야 할 순간에 말하지 않고, 메모만 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면.. " 여우 같은 여우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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