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는 “동물 말고도 식물, 사람, 신(神) 등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대체로 강자의 승리로 끝난다”(옮긴이 서문) 동물들이 나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를 이솝우화라고 통칭하는 것에서 보듯 우화에는 동물들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좋은 것’과 ‘나쁜 것’과 같은 개념도 등장한다. 가급적 텍스트 인용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솝 우화』의 ‘미리보기’(알라딘)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 첫 번째 우화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미리보기가 가능하다면 굳이 입력하지 않았을 것).   

좋은 것들은 허약한지라 나쁜 것들에 쫓겨 하늘로 올라갔다. 그러자 좋은 것들이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갈 수 있겠는지 제우스에게 물었다. 제우스가 좋은 것들에게 이르기를, 사람들에게 다가가되 한꺼번에 몰려가지 말고 하나씩 가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쁜 것들은 가까이 사는 까닭에 늘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좋은 것들은 하늘에서 하나씩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001. 좋은 것들과 나쁜 것들> 전문


첫 번째 우화가 우화 하면 으레 떠올리는 동물과는 거리가 먼 개념이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123번째 이야기도 이와 유사하다. 


제우스는 좋은 것들을 모두 항아리에 담은 뒤 어떤 사람에게 간수하라고 맡겼다. 호기심 많은 그 사람은 항아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좋은 것들이 모두 신들에게로 날아가버렸다. -<123.제우스와 좋은 것들이 든 항아리> 전문


인간의 호기심을 그 누가 말리겠는가? 우화에서는 호기심 때문에 나쁜 결과에 이르렀는데, 플루타르코스의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천병희 옮김)에는 인간의 호기심이 어떻게 작동되고, 나쁜 습관의 원인이 되는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으로 이 호기심이 없다면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역설이다. 이쨌든 123번 우화는 ‘판도라의 항아리’[『신들의 계보』 관련 글은 올린 바 있다. 이 책 「일과 날」(47~105행)에서 언급]라는 신화 이전의 유사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천일의 유리1』 리뷰는 이미 썼고, 페이퍼는 『천일의 유리2』와 관련해서 쓰기로 한 것은 『천일의 유리2』는 ‘미리보기’(알라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권을 1권에 이어 ‘나는 지혜의 고리다’라는 2월 13일 화요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권과 2권을 통틀어 모두 1,000꼭지의 에피소드가 한 페이지에 하나씩 소개된다. 그래서 ‘천일’이다. ‘미리보기’에 등장하는 화자들만 나열해도 한눈에 구성의 특이점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이다’의 20일 동안의 □□은 다음과 같다. 지혜의 고리(2월 13일 화요일~) 민요, 스코프(Scope), 눈사람, 길가에 선 채 나누는 대화, 고드름, 관찰, 덧없는 세상, 에어즈 록, 거절, 향응, 흉내, 실의, 폐옥, 선망, 장갑, 귀향, 골격, 자만, 오토바이, 치와와, 색종이(~3월 6일 화요일)


마침 겨울인데, ‘눈사람’은 유쾌하고 ‘고드름’은 평범한 일상의 풍경에 감추어진 익살과 섬뜩한 뭔가를 담고 있다. 굳이 1,000일 동안의 1,000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한 것은 설화의 집성본인 『천일의 전설』이라는 유실된 페르시아 책에서 유래한 『천일야화 Book of the Thousand and One Nights』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천일의 유리’는 1,000개의 시선을 땀은 1,000개의 에피소드(우화들)를 통해 서사를 이어간다.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지에 위치한 마호로 마을의 언덕 위 외딴집에 살고 있는 소년 요이치의 짧은 생애”가 담긴, 소설이다. 속세를 벗어난 (공간) 배경이지만 ‘도시=퇴폐’와 같은 등식에 따른다면 “헛된 집착과 욕망의 포로가 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능력함”을 풍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어 번역본이나 영어 번역본을 거쳐 소개되는 과정에서 그런 ‘가위질’이 다반사가 되는 바람에 이솝은 오히려 딱딱하고 근엄한 도덕 교사로 변해버렸다. 서너 편 정도만 읽어봐도 우리가 알고 있던 이솝의 모습이 그의 본디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솝 우화』, 옮긴이 서문 중에서 


왜 원전을 읽어야 하는지, 한 언어의 집인 콘텐츠를 다른 언어의 집으로 제대로 옮기는 일은 국가가 지원해야 할 사업이며, ‘천일의 유리’라는 콘텐츠는 거슬러 올라 『이솝 우화』 제대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이기에 가능했다고 하겠다. 왜 우리는 아직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없는가? 


“...나는 고양이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에도 구멍을 뚫을 수 있는 힘을 숨기고 있다. 그걸 잘 알고 있을 그가 아직은 더 살아야 한다는 말을 뱉자마자 벌렁 큰 대자로 드러누워, 당당하게 가슴을 내 쪽으로 향한다. ...” -나는 고드름이다, 2월 18일 일요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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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7 2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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