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세트 - 전7권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처럼 온라인서점에 왔다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플라톤전집 '세트'가 나왔음을 알았다. 지난 4월 하순이던가, <플라톤전집2>와 <플라톤 전집7> 간행으로 사실상 플라톤전집이 완역(완간)되었고, 주요 일간지들에 실린 인터뷰를 읽고 소개한 기억에 있어 반가웠다. 하지만 전7권이나 되는 전집 세트가 발간되기까지 시일이 좀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세트 완간이 이뤄졌다. 그리고 문득, 앞서 기술한 경지정리가 한창인 겨울 들판의 논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체가 신규번역이거나(전집7), 수록된 8편 중 3편(에우튀프론/에우튀데모스/메넥세노스)이 신규번역인 전집2는 큰 고민없이 전집의 일부로 펴낼 수 있었으리라.

그런데, 2012년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향연> <파이돈> 등을 묶은 플라톤 대화편 첫 권을 출간한(플라톤전집1에 해당) 이후 신규 번역원고가 들어올 때마다 몇 편씩 묶어 간행된 천병희의 플라톤 대화편 단행본이 한두 권이 아니다. 거기다 양장본들이니 재고 부담도(반양장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완역을 했고, 마지막 번역까지 책으로 간행되어 플라톤전집을 완간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집 '세트'로 단장하는 일은 물심양면으로 겨울논들의 경지정리 못지 않은, 또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은 '사업'이지 않았을까? 여느 때보다 출판시장이 위축된 사정을 감안하면 물심양면 더욱 그렇다. 천병희 선생의 플라톤 대화편들이 간행될 때마다 빠짐없이 구입해서 읽은 필자로서 '전집 세트' 제작 과정을 복기(復棋)하듯 살피는 것이다.

생각보다 일찍 전집 세트가 출간된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고민의 흔적을 엿본다. 물론 기존 독자들은 억울함이 없지 않다. 새롭게 장정된 전집을 읽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어렵게만 느끼던 플라톤의 대화편들 상당수를 천병희 선생님 덕분에, 출판사의 끊임없는 투자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제 새롭게 플라톤의 세계에 진입하는 한국어 독자들에게 전집 세트 발간은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독서의 모든 시작과 끝은 텍스트 자체의 독해(와 해독)에 있다. 신비평이 지향한 작품 자체에 집중하시오, 와는 다른 의미이지만, 텍스트 자체를 읽으면서 그 행간의 의미까지 읽을 수 있다면, 번역서에서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한겨레>인가 완간기념 인터뷰에서 “끝까지 읽도록 쉽게 번역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죠.”(기사 제목)라고 번역가가 밝혔듯이, 천병희의 번역이 난해하기로 소문난 플라톤과 한국어 독자들이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얘기가 길어지고 있다. 다시 한 번 플라톤전집이 완역되어 세트로 제작된 일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주머니가 헐거운 독자들, 특히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무엇보다 책의 장정이 고급스러워지고 두꺼워지면, 가격만이 아니라 혹시라도 있을 오류를 수정하거나, 표현을 더 다듬는 일이 더뎌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테아이테토스>나 <향연>과 같이 반양장으로 저렴한 가격에 플라톤의 대화편들의 낱권들을 펴내는 일, 이 출판사의 푸른시원 시리즈도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계속 나왔으면 좋을 듯하다. 낱권들의 쇄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보다 매끄러운 번역으로 수정하는 일이 계속되고, 전집의 낱권들이 쇄를 거듭할 때에 반영되면 좋지 않을까, 반가움에 이런저런 생각을 보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3-22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