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섬 - 강제윤 시인과 함께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섬 여행
강제윤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7월
평점 :
『당신에게, 섬』을 읽기 전에 당신은 독자들, 강제윤 시인의 가이드를 받아 섬을 여행하게 될 사람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꼭지씩 그 섬들을 여행하듯 읽기를 다 마친 지금 내게 제호는 <섬,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찾아간 섬 하나하나와 저자가 만나 나누는 대화, 다녀와 '인격'이 된 섬에게 보내는 편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01."다리가 생긴 섬들은 육지와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대신 섬의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금오도 주민들은 육지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금오도를 섬으로 남겨 놓았다. 초창기에는 섬 주민들 대다수가 연육교 공사에 찬성했지만 섬의 정체성을 잃고 몰락한 타 지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끝내 섬으로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선택이었다. 그 결정 덕에 금오도는 섬의 향취를 찾아오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62면(금오도_전남 여수)
#02."실상 섬에 다리가 놔져서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많지 않다. 육지와 소통이 쉬워지는 것 말고는. 대문 없이 살던 사람들도 늘 도둑 걱정을 해야 한다. 섬에 관광객이 많이 올 거라고 선전하지만 대부분은 차로 한 바퀴 휙 돌아보고 나간다. 섬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섬사람들도 다리가 생기면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졌었지만 직접 겪어보고야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다리가 놔지면 섬은 그저 육지의 또 다른 오지로 편입되는 것뿐이다. 그래서 섬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다리보다 섬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환경의 조성이다." -78면(시산도詩山島_전남 고흥)
#03."사람이 섬으로 와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풍경일까, 휴식일까. 싱싱한 해산물들일까. 얻을 수 있다면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섬에 오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오롯한 자신의 것은 아니다. 누구도 얻지 못하고 나만이 온전하게 얻어갈 수 있는 오직 '한 생각'뿐이다. 새로운 '한 생각'을 얻는 일이야말로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한 생각'을 떨칠 수 있는 지름길아다. 섬에서는 걷기가 그것을 가능케 한다. 자동차의 방해 없이 걸음에 몸 맡기고 온전히 걸을 때 생각은 자유를 얻는다. (온전히 걷기) 그것은 잠들어 있는 생각을 깨우고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는 정신의 운동이기도 하다." -110면(연화도_경남 통영)
나만이 온전하게 얻어갈 수 있는 오직 '한 생각'을 만나는 섬
곳곳에는 [인용3]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자신만의 '한 생각'들이 담겨 있는데, 인용하고 싶은 구절들이 많다. 좋은 글(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용1]과 [인용2]는 섬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섬이 섬인 이유를 깨닫고 섬이 섬으로 남기를 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릅답다. [인용1,2]와 같은 지킴이 없이 [인용3]과 같은 섬이 여행자에게 주는 선물을 있을 수 없다. 물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뱃길도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에 난 길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섬에는 마침표가 있다. 육지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자그마한 섬들에는 한 컷의 사진, 한 편의 시가 그렇듯이 깨달음의 순간이 반드시 그리고 자주 온다고 해야 할까? 시와 사진이 그렇듯이 섬들은 시인 강제윤을 만나면서 '순간의 꽃'의 범주에 포함된다.
시와 사진처럼 한국의 섬들은 시인을 만나 '순간의 꽃'이 된다
그리고 섬에는 사람들이 산다. 그것도 연식이 오래된 승용차와 같은 사람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섬들에 살고 있다. 문득 메모를 하다가 '연식'이란 단어를 검색한다. 두 가지 한자가 다른 의미가 눈에 들어온다. 먼저 연식(年式)이다. '기계류, 특히 자동차를 만든 해에 따라 구분하는 방식'이다. 흔히 '연식이 오래된'이라고 비유할 때 쓰인다. 그런데 연식(年食)이 있다.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온 해의 수효'다. 이 경우는 '나이가 많은'과 같은 의미로 곧바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신에게, 섬』에는 섬에서 살아가는 연식이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섬에 사는 당신들의 이야기,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