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퀴타이족의 왕 스킬쿠로스는 아들 80명을 남기고 죽으면서 막대기 묶음을 가져오게 했다. 처음에 그는 아들들에게 막대기를 묶인 채로 꺾어보라고 했다. 아들들이 꺽지 못하자, 그는 막대기를 하나씩 집더니 남김없이 다 꺾어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아들들이 화합하고 뭉치면 강하고 불패이지만, 분열하면 약하고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플루타르코스(46~120년)의 에세이 「수다에 관하여」의 한 대목(17장, 46면)이다. 국내 독자들에게 그는 <영웅전>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천병희는 <윤리론집>에서 엄선한 에세이 6편을 번역 소개함으로써(플루타르코스 윤리론집 『수다에 관하여』), <영웅전>에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역사적 한담과 일화, 도덕적 이야기 등 빛나는 문장들이 어떻게 가능하였는지, 플루타르코스의 내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앞서 수다의 증세를 진단한 다음, 16장부터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데, 침묵에 대한 찬사에 이어 간결한 가르침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예시하시 위해 스퀴타이족(흑해 북쪽에 살던 기마유목민족)의 강력한 통치자 스킬쿠로스(기원전 2세기 말)의 유언을 소개한다. 「수다에 관하여」에 실린 6편의 에세이는 『그리스로마 에세이』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주석을 곧바로 확인하며 읽으려면 이 책으로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이 대목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우화가 있어서 『이솝우화』를 펼친다. 역시 천병희의 번역(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이솝우화』)인데, 358편 중 86번째 우화, 「농부의 자식들이 반목하다」이다.

 

 

“농부의 자식들이 반목했다. 농부가 아무리 타일러도 말로는 자식들이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농부는 행동으로 설득하기로 결심하고 자식들에게 막대기를 한 묶음 가져오라고 했다. 자식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 농부는 먼저 자식들에게 막대기들을 다발로 주며 꺾어보라고 했다. 자식들은 있는 힘을 다해도 꺾을 수 없었다. 농부는 이번에는 다발을 풀고 자식들에게 막대기를 하나씩 주었다. 자식들이 막대기를 쉽게 꺾자 농부가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도 뭉치면 적들에게 지지 않겠지만 반목하면 쉽게 꺾일 것이다.”

 

이 우화의 공식 교훈을 소개하자면, "화합이 더 우세한 동안에는 불화는 쉽게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란다. 필자는 이 우화를 떠올릴 때마다 한자어 '협동(協同)'을 떠올리곤 한다. 특히, '협(協)'은 열십(十) 부수에 힘 력(力) 셋이 합해진 힘 합할 협(劦)이 결합된 문자로, '셋'이란 숫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많은 힘을 뜻하는데 3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협동의 동(同)도 심오한 뜻이 담겨 있지만 협의(協議), 협력(協力), 협조(協調) 등에도 공히 협이 쓰이고 있다. 또한 협(協)의 동자(同字)가 부수가 심방변(忄)인 협(恊)이다.

 

 

'협(協)'은 열십(十) 부수에 힘 력(力) 셋이 합해진 힘 합할 협(劦)이 결합된 문자
그런가 하면 『이솝우화』에서는 또 한 사람의 특별한 농부를 만날 수 있다. 83번 우화 「농부와 아들들」인데, 이 농부의 자식교육은 앞서의 두 사례보다 더 과묵하며 동기부여에도 훌륭하다.  

 

어떤 농부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아들들이 농사일에 경험을 쌓기를 원했다. 그래서 농부는 아들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얘들아, 내가 세상을 떠나거든 너희들은 내가 포도밭에다 감추어둔 것들을 남김없이 찾아내도록 해라.” 아들들은 포도밭 어딘가에 보물이 묻혀 있는 줄 알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포도밭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아들들은 보물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잘 갈아놓은 포도밭은 몇 배나 많은 결실을 맺었다.

 

오늘은 갑자기 작고한 H그룹의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셋째날인 모양이다. 누가 문상을 왔다 갔다느니 그런 기사가 떠 있다. 고인이 유족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모처럼 「수다에 관하여」를 읽다가 떠올랐다. 어느 집안에나 복잡한 사연은 있기 마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