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자연이 준 가장 값진 선물들 중 하나이고, 친구이자 보물이며, 마법사이자 나직이 위안을 주는 자이다.'(헤르만 헤세) 그러나 그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새는 밤이라면 좋겠지만, 관련된 구절들을 모아보았다.

 "내 마음 속에 잠들어있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와 나는 긴긴/ 밤을 잠 못들것 같아/ 창밖에 비가 내리면 우두커니/ 창가에 기대어 앉아"_가요, <잠 못 드는 밤에 비는 내리고>(김건모, 1992) 중에서

 

 "죽은 부인을 사랑한 만큼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나요?
-그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그럼 어쩔거죠?
-매일 억지로 일어나 숨을 쉬며 살아가야 하겠죠. 그러다 언젠가는 혼자 일어나
눈 뜨는데 익숙하게 되겠죠. 숨쉬며 사는 것도 익숙하게 되고 추억도 잊어버리겠죠."

_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에서
"이 영화는 2016년 12월 28일 재개봉되었다. 손에 꼽히는 명대사들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불면의 고통을 아는 자, 겨우 반시간 정도 꾸벅꾸벅 조는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운 자는 누구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나 나는 살면서 하루도 불면의 밤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분명 더없이 순수한 영혼을 지닌 자연아일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 헤르만 헤세 『잠 못 이루는 밤』(홍성광, 현대문학)

 

 "자연과 사상과 방랑의 구도자 헤르만 헤세가 펼쳐 보이는 내면의 진솔한 고백, 『잠 못 이루는 밤』은 소설이 아니고 헤세가 생전에 남긴 (자전적) 에세이로, 모두 42편이 실려 있다."

 

『일리아스』(호메로스, 쳔벙희, 숲, 2015개정판)에도, 읽노라면 모두 잠든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주인공들이 있다. 제우스(2권)와 아가멤논(10권)과 아킬레우스(24권)다. 세 인용의 공통점은 각 권 맨 첫부분이라는 것.  작품이나 저술에서 첫 문장은 중요하다. 첫 문장만 쓰면 작품 전체가 술술 풀린다는 고백을 듣곤 한다. 읽은 지 오래된 독자들도 인용 덕분에 이후 서사를 상기할 수 있기를!

 

#01.

"다른 신들과 전차(戰車)를 타고 싸우는 인간들은 밤새도록 잠을
잤으나 제우스는 어떻게 하면 아킬레우스의 명예를 높여주고
수많은 아카이오이족을 그들의 함선들 옆에서 도륙할 수 있을지
마음속으로 궁리하느라 단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에게
거짓 꿈을 보내는 것이 역시 상책인 것 같았다." 
-『일리아스』, 2권: 1~6행.
"어떻게 해야 테티스와의 약속대로 아킬레우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그리스연합군을

도륙할 수 있을까, 제우스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2권.아가멤논의 꿈_함선 목록."

 

#02.

 "전 아카이오이족의 다른 장수들은 모두 부드러운 잠에 제압되어
그들의 함선들 옆에서 밤새도록 잠을 잤으나, 백성들의 목자인
아트레우스의 아들 아가멤논은 단잠을 이룰 수가 없었으니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머릿결 고운 헤라의 남편이 번개를 내리치며
형언할 수 없이 큰비나 우박을 만들 때와 같이,
또는 들판 위에 하얗게 휘몰아치는 눈보라나
고통을 가져다주는 전쟁의 큰 아가리를 만들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자주 아가멤논은 가슴속 심장 밑바닥으로부터
깊은 한숨을 쉬었고 그의 마음은 안에서 떨고 있었다." 
-『일리아스』, 10권: 1~10행.
"아킬레우스에게 보낸 사절단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가멤논은 고민 끝에 한밤에 회의를 소집하고, 10권.돌론의 정탐" 

 

#03.

"이윽고 경기도 끝나고 백성들은 각자 자신의 날랜 함선들로
돌아가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저녁 식사와
달콤한 잠을 즐길 참이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전우를 생각하며 울었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잠도
그만은 붙잡지 못했다. 그는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파트로클로스의 남자다움과 고상한 용기를 그리워했다.
아아, 전사들의 전쟁과 고통스런 파도를 헤치며 그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고, 얼마나 많이 고생했던가!
그는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때로는 모로 누웠다가
때로는 바로 누웠다가 또 때로는 엎드리기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다의 기슭을 정처 없이 거닐었고, 새벽의 여신은
그가 모르게 바다와 해안 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일리아스』, 24권: 1~13행.
"그리움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킬레우스, 새벽이면 헥토르의 시신을 끌고 무덤 주위를 세 바퀴씩 도는 짐승의 시간이 시작된다. 24권.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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