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증언 - 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윤지오 지음 / 가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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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매해놓고 한동안 펼치지 못했다. 저자의 인터뷰들과 관련 뉴스를 따라가기에 바빠서였을까? 뭔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짧게라도 밝혀야 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맞서 싸워야 했던 전쟁은 ‘오래된’ 것이었고, ‘고독한’ 전쟁이었다. 그런 전쟁의 기록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 장자연 씨의 '동류배우' 윤지오 씨가 펴낸 에세이집 『13번째 증언-2009년 3월 7일, 그 후 10년』 얘기다. 실명과 얼굴을 드러낸 첫 인터뷰도 놀라웠지만, 한 유명배우와 민형사상의 손해배상소송을 겪으면서도 이 사건을 놓지 않았던 이상호 기자와 저자의 만남은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이상호 기자와의 인터뷰가 거듭 진행될수록 많이 밝아진 저자의 표정을 살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룬 독자 리뷰를 찾아보았는데,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짧게 쓴 응원메시지는 많다. 이 사건이 가진 복잡성과 뭐라고 표현하기 쉽지 않은 미묘한 감정 때문이리라.

 

=『13번째 증언』의 저자가 1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미안함이고 자책감이고 회한이라고, 그렇지만 그 감정을 정확히 뭐라고 끄집어낼 수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감정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수사학』을 읽으면서 '연민'일까, '분개'일까, '두려움'일까, '분노'일까? 살펴보았지만 딱 떨어지는 한마디는 찾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 책의 출간으로 상기하게 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에는 '분노'가 따르고 있는 듯하다.

미란 기자가 고발뉴스(홈페이지)에 올린 이 책에 대한 글이 눈에 띈다. 어렵게 찾은 리뷰다.  

"그러나 여전히 장자연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윤지오 씨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 가해자들은 여전히 처벌받지 않은 채 잘 살아가고 있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 윤지오 ‘13번째 증언’>
[출처:]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17

 

=서양 고전을 주로 읽는 사람으로서, 그렇고 그런 비유를 함으로써 글을 맺어야 할 것 같다. 희랍어 아레테(arete)은 '미덕'으로, 번역가에 따라서는 '탁월함'이나 '훌륭함'으로 옮기기도 한다. 최근 발행된 플라톤 대화편 주석서 『고르기아스/메넥세노스/이온』(서광사, 2018.12.30.)에서 박종현 교수는, 「메넥세노스」편에서 아레테(arete)를 '용기'로 옮긴 까닭을 언급한다. 『펠로폰테소스 전쟁사』 Ⅱ권에 수록된 유명한 연설, '전몰자들을 위한 페리클레스의 추도연설’과 대비되는 소크라테스의 추도연설이 담긴 대화편이 「메넥세노스」다. 그런데 박종현은 전몰자들을 찬양하면서 언급되는 아레테(arete)를 '용기'로 옮기고 있는 것, 전쟁과 관련된 일반적인 언급이기에 'agathos'도 덩달아 '용감한' 또는 '용기 있는'으로 옮기게 된다는 주석도 있다.(「메넥세노스」 239d의 주24.) 이처럼『13번째 증언』의 저자가 책의 출간과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아레테(arete)를 굳이 번역해야 한다면, '용기'가 아닐는지. 그가 10년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그리고 편안하게 동료배우를 배웅할 수 있기를! 『13번째 증언』은 저자가 치르고 있는 10년 전쟁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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