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식포럼 인사이트 2024 - 테크노빅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인류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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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초 기나긴 코로나-19가 종식됐다. 아직도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의식을 거의 하지 않고 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

 

그런 엔데믹 이후 세계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아직도 끝을 모른채 진행되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촉발한 무력 분쟁은 전 중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타이완, 미국의 정치 등 세계 어디나 바람 잘 날 없다. 


 

제24회 세계지식포럼은 전 지구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방편으로 '테크노 빅뱅: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인류'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오늘날 인류를 그 어느 떄보다 풍요와 번영으로 이끈 요인으로 테크놀로지를 빼놓을 수 없다.

테크놀로지의 발전 과정에 다소 간의 부작용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부작용을 이유로 기술의 발전 자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텐베르크가 일으킨 인쇄혁명으로 인류는 지식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됐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18세기 산업혁명이 불러온 많은 문제점(빈부격차, 도시 오염 등)이 있었지만 인류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질적으로 진일보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받았다.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최근의 AI까지 모든 기술은 단점도 있지만 결국은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AI 발전과 혁신 못지 않게 AI 윤리와 책임도 중요하며 인류가 이를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두들 이야기하고 있다. 양자 기술과 로봇에 대한 고민과 전망도 이번 포럼에서 많이 다뤄졌다. 또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위협도 피해 갈 수 없는 과제이다.

특히 에너지 전환이 불러온 비즈니스 기회와 인류 재앙을 막는 클린 에너지 기술,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최근 세계는 기술의 양면성에 따른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껏 존중해 온 가치인 자유와 민주주에 대한 위협도 맞닥뜨리고 있다. 

앞에 이야기한 러-우 전쟁, 미국, 중국 등 G2 갈등, 이스라엘과 중동문제 등이 이에 속한다. 

 

첫번째는 아무래도 가장 핫한 AI다. 샘 올트먼 CEO와 벨 넨슨 미네르바대학교 총장간의 대담이 나온다. 

샘 올트먼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창의적인 활동에서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를 활용한 창의적 활동의 질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사람의 창의력이 무제한으로 늘어날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챗GPT같은 생성형 AI는 의료, 보건, 교육 분야 등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의미있는 발전과 인류의 한차원 높은 진일보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날의 검인 AI를 본질적인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스티브 워즈니악은 AI속도 조절론을 폈다. AI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해지기 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AI 중 A(인공)는 대체할 수 있지만, I(지능)는 인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가상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생성하는 딥페이크나 갑자기 차가 멈추는 자율주행 실수 같은 사례, AI가 일으키는 일부 오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AI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주장이 오간다. 

꿈의 기술 양자 과학과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 미하일 루킨, 크리스토퍼 먼로, 얀 괴츠, 채은미, 제이컵 테일러, 제리 초우, 최순원, 김재완 등의 연사들이 차례로 이야기한다. 

 

로봇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주제가 나왔다.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C-Tech와 인류의 최대 관심사인 리버스 에이징에 대한 기술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024년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고금리, 중국,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이 꺼지면서, 또 부동산 위기 등으로 인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넥스트 차이나라 불리는 인도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제24회 세계지식포럼 10대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1. AI로 생산성 절벽 넘어선다.
2. AI시대 인간지능 몸값 더 높아진다.
3. 새로운 테크노 비즈니스가 몰려온다.
4. 혁신기술에 혁신 인센티브를 주자.
5. 중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으로
6. 한국·호주 포함된 'G7+' 만들자.
7. 인도·인도네시아가 포스트 차이나 견인차.
8. 북·중·러 리스크 해법은 한·미·일 동맹
9. 순풍 사라진 자산시장, 그래도 투자 돌파구는 있다.
10.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파괴적 스타트업을 키우자!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의 대담을 통해 그들의 식견, 미래 전망 등이 담겨 있다. 기업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지식 향연이라고 할 수 있었고, 많은 도움이 됐다. 

 

#세계지식포럼인사이트2024 #매경출판

 

* 매일경제신문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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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의 선각자 서재필
김삼웅 지음 / 두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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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이다. 사실 나는 이미 40대를 넘겨서 처음 책에서 100여 년 전이라고 했었는데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좀 더 옛날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어찌 됐든 그는 불과 21세 때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개화당 인사들과(이들 모두 30대 미만의 젊은 양반으로 흔히 말하는 세도,문벌가의 자제였다, 김옥균은 구한말 최고 세도가문으로 왕비를 3대에 걸쳐서 배출한 신안동김씨의 자제, 박영효는 노론의 명문가인 반남박씨 철종의 사위로 금릉위였다. 홍영식은 아버지가 대원군 집권기 영의정을 지낸 홍순목의 아들이었다) 청나라에 의존하려는 척족 중심의 수구당을 몰아내고, 실질적인 독립과 개혁정치를 이룩하고자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서재필 역시 지방 유생 서광언의 아들에서 5촌 당숙(다른 자료에 의하면 7촌이라고도 한다. 김삼웅 선생님은 5촌 당숙으로 표현)이면서 한양의 세도가인 양모쪽 외숙이었던 판서 김성근이 집에 살면서 많은 문벌자제들과 교류하게 된다.

그의 출생연도에 관련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김삼웅 선생님은 여러 기록에 의거 1864년생으로 정한다. 

그의 아버지가 그가 태어난 시기 과거에 급제해 아명이 쌍경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훗날 그의 정변때문에 이들 모두 고초를 당하고 서재필과 사이가 안 좋게 된다.

특히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그가 한성으로 올라와서 이후 정변의 주역들과 함께 개화기의 선구자인 연암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 중인 이동인 등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과거 급제는 그가 해방 후 한국에 와서 13세때 급제했으며, 장원이라고 했으나 그렇지는 않았고 19세 최연서 합격이었다. 

후자라도 대단히 뛰어난 인재임에 틀림없다. 

 

갑신정변 직전 승지로 특진한다. 불과 21세의 나이로 지금의 비서실장이 되는 것이다. 

갑신정변 당시 내걸었던 문벌 폐지와(아이러니하게도 주동세력 모두가 문벌이었다. 물론 그들이 문벌이기에 더욱 명분이 섰을 수도 있다) 인민평등권 확립 등 이른바 '14조 개혁요강'은 봉건주의 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 위한 시급한 과제였다. 

하지만 수구세력이 끌어들인 청나라 위안스카이의 군대에 진압되어 이른바 갑신정변은 삼일천하로 막을 내렸다. 서재필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여기서 끝이 났다면 서재필이 오늘날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 혈기만 믿고 무모하게 작당하여 그저 실패한 개혁가 정도로만 남았을 것이다. 

갑신정변이 실패한 뒤, 그의 가족은 역적으로 몰려 부모,형제와 아내는 모두 음독자살하고, 동생은 참형을 당했으며, 그의 두살 된 아들은 돌보는 이가 없어 굶어죽었다. 

특히, 서재필의 배우자 광산 김씨는 자신의 본가를 찾아갔는데, 부모들은 대역 죄인이라 하여 집안에 들이지도 않았다. 승지를 역임한 장인 김영석은 딸에게 서씨 집 귀신이 되라며 되돌려보냈는데 가서 자결하도록 하며 독약까지 보내며 시집으로로 쫓아보냈다 한다. 

이에 서재필은 후일 귀국한 뒤 장인 김영석이 찾아오자 거지 취급하고 냉대하였다.

그의 생부, 형제들 모두 집안이 풍비박산하게 된다. 그는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비통함에 가슴을 쳤다. 

 

홍영식의 아버지 홍순목도 마찬가지로 음독자살한다. 영의정을 지낸 명망가였음에도 말이다. 

다만, 박영효 가문은 고종 입장에서 철종의 사위였던지라 덜 압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재필은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 귀화하고, 미국 시민권도 받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컬럼비안 의과대학(오늘날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한 뒤 의사면허증도 땄다. 다만, 각종 기록에서 서재필 박사라고 하는데 이는 의사인 Doctor를 박사로 착각한 데서 온 착오인 듯하다. 

 

갑오개혁이 일어난 후 국내정세는 바뀌었다. 서재필 등에게 내려졌던 역적의 죄명이 벗겨졌다. 김옥균은 후에 순종대 규장각 대제학으로 임명되고 충달이라는 시호도 받는다. 

갑오개혁의 박정양 내각은 서재필을 외무협판으로 임명하고 귀국을 명했다. 이에 서재필은 1895년 귀국하고, 중추원 고문에 임명된다. 

정변에 실패해 쫓기듯 떠난 고국에 미국 시민권자로 귀국해 백성을 계몽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1896년 독립신문을 창간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이다. 창간일인 4울 8일은 오늘날 '신문의 날'이 될 만큼 <독립신문>은 최초로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와 띄어쓰기를 함으로써 우리나라 한글이 보급되고 발전하는데 크게 기여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독립신문> 창간뿐만 아니라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만민공동회를 개최해서 개화사상을 대중화 시키는데 기여했다.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단체 역할을 하면서 입헌 군주제를 주장하고, 정부 대신들의 부정부패를 규탄하고, 열갈등릐 이권 침탈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수구파 정부와 국제열강들에 의해 서재필의 역할에 반대해 그를 미국으로 추방한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고 1919년 필라델피아에서 '한국회의'를 개최하고 월간지 <한국평론>을 발행하는 등 독립운동을 계속 전개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승만도 당시 조선인치고 작은 사람은 아닌데 서재필은 그보다 더 기골이 컸다고 한다. 

특히 1919년 3.1 운동 이후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던 문구점과 가구점이 파산할 만큼 생계 곤란을 겪던 그는 독립운동과 동시에 의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1941년 태평양 전쟁 중에는 징병검사관으로도 봉사하였다.

서재필은 특히 미국 정부의 한국 문제 수석고문에 위촉되어 1945년 해방 후 환국한다. 미국 측은 한때 고집이 센 이승만보다 서재필을 남한의 집권자로 옹립하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이승만의 견제를 받다가 정부가 수립된 1948년 9월 미국으로 쫓겨가고 3년 뒤 서거한다.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국말이 서툴기도 했고 외국인 행세를 하며 한국을 귀국이라 불렀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서재필은 미국으로 귀화한 1호 한국인이기도 하다. 미국 여성과 재혼해서 살고 시민권을 받았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조금 아쉬운 행보이긴 하다. 

 

지은이 김삼웅님은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 독립기념관장을 지내고 국내 근현대 인물 평전을 다수 집필했다. 

서재필은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중요한 인물이었다. 

 

서재필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는 미국 주류 사회에 최초로 성공적인 진입을 이룩한 인물로 기려지고 있다. 그로 인해 한인들은 많은 힘을 얻은 것이 사실이다.

미주지역에서 한국의 통일운동을 전개해 온 많은 사람들은 특별히 서재필에 대한 존경심이 컸다. 그들은 서재필을 이승만과 대비되는 자유민주주의와 통일운동의 선구자로 기렸다.

유석 조병옥 박사는 서재필은 우리 한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제일 먼저 미국식 민주주의와 독립정신을 배우고 나아가 냉혹한 미국의 현실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최초의 선각자라고 평가하였다.

서재필은 개화사상가이자 혁명가로 독립운동가, 군인, 의사, 정치가 등 실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생계를 돌보지 못하면서까지 한인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정적 평가는 자신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자의식과 강렬한 양반으로서의 우월감을 느낄수 있었다고 주변인들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사고 방식이나 생활 태도는 이미 상당히 미국화되어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가 차갑고 냉소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 역시 부정적인 평가가 되고 있다. '서재필은 귀국후 철저하게 미국인 제이슨으로 행세하였다. 또한 미국인이기 때문에 조선 정부의 정식 관리가 아닌, 고문관이 되어 최고의 봉급을 받고 이해타산에 능한 처사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그가 조선정부로부터 받은 핍박을 생각해보면 그에 대한 보상심리 정도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어찌됐든 그는 대한민국의 개화사상가이자 미국식 의식의 추가로 인해 합리주의적 민중 계몽운동 및 조국의 발전을 위해 많은 조언을 한 것이 사실이고, 기술, 노동을 장려하고 지방자치나 노비해방 둥 계몽 선구자적인 행보도 보여준다.

다만 한국에 대한 애정이 과해(?) 한국민에 대한 경멸 등이 있었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서재필은 독립운동, 민족운동을 하면서 동포들의 성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애국심을 가장한 민폐라고 규탄했다. 애국과 민족 운동은 순수한 봉사여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그는 자신이 직접 일하여 생활비와 활동비를 조달했고, 자신의 재산 대부분도독립 운동 자금으로 아낌없이 내놓을 수 있었다.

안창호가 서재필을 남달리 존경하게 된 것은 3.1 운동 당시 망한 조국을 위한 봉사자로서 그의 재산과 몸을 다 바쳐 한 헌신자였기 때문이다. 

일부 비판받아야 할 점도 있지만 그는 김삼웅 저자님의 말처럼 개화기의 선각자였다. 

 

* 두레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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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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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남 대표는 전쟁 고아였다, 1949년생이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네 다섯 살 떄 전쟁 고아가 되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로 남대문 지하도에서 앵벌이,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전과 7범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감옥에서 운명과 같은 책을 만났고, 출소 후 출판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전쟁고아 출신 생계형 범죄자에서 돌베개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 임승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고 있다. 

저자는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 과정에서 죽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온몸을 다 바쳐 세상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렇게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인물에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괄목상대했다. 그가 가진 올곧은 마음가짐은 애초에 변한 적이 없으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부딪고 깨어지는 누군가의 희생이나 용기가 있어야 했다. 

 

저자는 1981년에 펴낸 자전소설 『걸밥』 이후 출판사 대표나 지업사 사장이 아닌 작가로서 무려 42년 만에 선보이는 에세이다.

남대문 지하도에서 근근이 삶을 영위하던 어린 시절부터 출판사 대표직을 역임한 뒤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그의 모든 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

저자는 처음부터 고아는 아니었다. 그의 어렴풋한 기억에 아버지, 어머니가 매우 크게 싸웠다. 사실 그의 집은 완전히 가난한 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청량리에서 옷감 장사를 했고, 어머니는 사진관을 했다. 큰형과 작은 형, 누나 둘, 막내 동생까지 총 6남매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어느 판잣집에 맡겨졌고 다시 창경원에 놀러를 가서 버려지게 된다. 

한참을 파출소에서 기다리다 아버지를 다시 상봉하게 되고 아버지와 버려진 콩나물 공장안에서 지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저자는 헌자가 됐고 무작정 거리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미군이 운영하던 보육원에 가게 된다. 그야말로 어린 시절에 남들이 겪기 힘든 파란만장 세월을 보냈다. 

저자는 남대문에서 각종 도둑질을 하며 삶을 영위하게 된다.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잘못이었지만 생계형 범죄라 할 수 있었다. 구걸을 하다 마음에 안 들면 해코지도 했다. 

그렇게 하다가 훔친 물건으로 노름도 하는 등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삶을 살게 된다. 

그길로 소년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그러던 1966년 소년원에 새로 부임한 원장이 정신이 똑바로 서야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사열식을 하고 군대처럼 사열훈련도 했다. 

도서목록을 방마다 배포하고 보름에 세 권씩 책을 의무적으로 신청하게 하던 시기라 어디에나 책이 굴러다녔다. 그러던 중 영화로 본적이 있는 칭키즈 칸이 계림문고의 '소년소녀 세계명작' 시리즈로 나와 있었고 읽게 된다. 그러다가 나폴레옹, 워싱턴, 링컨 같은 위인전과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오성과 한음 등 흥미진진한 소설 등을 닥치는 대로 읽어나갔다.

 

그러다 운명처럼 <마음의 샘터>라는 책이 그에게 들어왔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격언을 엮어 놓은 책 같았는데 공자가 배갈 먹고 소크라테스가 포도주에 취해서 쓴 것 같은 내용이 가득 있었다. 그 짧은 책과의 만남이 훗날 저자가 새 인간이 되는 계기가 됐다. 

감방에서의 신고식 장면 등을 보면 정말 영화와도 같았다. 50년도 더 지난 일이니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저자는 감방장이 되기도 한다. 

감방장이 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바빠서 이런 책을 과연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너무나 영화보다 영화같은 스토리에 빨려 들어가서 단숨에 읽어냈다. 

그렇게 저자는 자기가 감방장이 되어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새 마음의 샘터』라는 책을 다시 읽게 된다. 소크라테스나 괴테 같은 유명 철학자나 소설가들의 명언을 적어 놓은 책을 보면서 아침, 점심 식사 후 잠들기전까지 하루 세 번을 습관적으로 읽어나갔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말도 있었으나, 물어물어 익혀 나갔다. 

그러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되었다. 전에는 드러운 꼴, 부당함을 보면 본능적으로 주먹부터 나갔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참게 되었다. 

그러다가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연필을 쥐어보지도 않아서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손에 힘을 주지 말자.

종이와 친해지자.

연필과도 친해지자. 라는 생각으로 모음 ㅣ와 ㅡ를 연습하고 자신 이름도 쓰고 익혔다. 초등하교 교과서라도 구해보려고 노력하면서 변화했다. 

 

1970년대 어느 날. 교도소에 여느 잡범들과는 어딘가 달라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고려대 사학과생이라는 그는 유신헌법 현수막을 불태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정 형’이었다.

바둑을 두며 점차 가까워진 둘은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의 이면으로 내쳐진 서로의 삶을 들여다본다. 정 형을 만난 것은 어찌 보면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그는 출소 후에도 임승남이 교도소 내 인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서신을 써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문맹반에 들어가 글쓰기도 배울 수 있었다. 만기 출소한 임승남을 신생 출판사로 데려간 것도 바로 그 정 형이었다.

그렇게 1976년 가을, 임승남은 월급 3만 원의 영업 사원이 되었다.

 

그렇게 책을 팔며, 책을 읽어가며 사회에 적응했다. 인문사회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인간쓰레기들은 나처럼 교도소를 자기 집처럼 들럭거리는 이들 뿐인 줄 알았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나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같은 놈이 평범한 인간으로 변신하면 이 사회의 물이 조금은 맑아지는 줄로만 알고 죽기살기로 발버둥쳤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노예나 머슴처럼 부려먹는 또다른 이들이, 실은 부모의 사랑도 받고 교육도 정상적으로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사회의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진즉 알았다면 애써 그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p.144

 

이 사회의 담장은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담장 자체가 아예 보이지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더 큰 절망에 빠트렸다. 

 

그렇게 평민사, 과학과인간사 등을 거치다 돌베개출판사에 들어가게 된다. 돌베개는 이해찬, 황석영, 이해찬의 친구 최권행, 최권행의 매형 이렇게 네 사람이 뜻을 모아 차린 출찬사였다. 

하지만 곧바로 어려움이 닥친다, 자금문제로 돈이 부족했고, 출간한 책도 찬밥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가 <경제사관의 제문제>, <공동체의 기초이론>, <프란츠파농>같은 책들부터 제대로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창립자인 이해찬이 체포된 이후 임승남이 출판사를 정식으로 인수해 『전태일 평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을 출간했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책, 사회의 실상을 드러내는 책, 인문사회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책을 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무겁게 했다. 그리고 1989년 8월 3일, 임승남은 국가보안법 혐의로 구속되었다. 전과 7범의 이력으로 대전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한 뒤 13년 만이었다.

 

다시 복귀해서 출판사를 안정적인 운영 체계로 만들었지만 그는 미련없이 1993년 사직의 길을 간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지났다. 

 

그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보잘것 없는 사람의 인간 승리’라는 성공 신화가 아니다. 저자가 우연히 만난 한 권의 인생 책을 통해 삶을 바꾸었듯이 독자들의 인생도 바뀔 것이라 믿고 싶다는 그는, 오늘날 방향을 잃고 휘청대는 우리 시대 젊은 청춘들에게 세상 속으로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조금아나마 주고 싶었다고 한다. 

‘본능의 삶’을 종결한 뒤 ‘인간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고, 변화를 향해 온몸을 내던졌다.

 

격동의 세월에서 끝내 살아남은 인간 임승남이 써내려간 이 기록은, 우리에게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슴없이 한발짝 내딛을 용기를 선물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추천사가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라 굉장히 재밌게(?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읽어내려갔고,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 #다산북스 #임승남대표 #인생이야기

 

*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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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선지식 - 청화 큰스님의 참선공부법
청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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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종교나 참선에 많은 생각이 든다. 참선은 인류의 모든 문화유산의 총 결론 가운데서 제일 수승한 최고도의 수행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선종 불교의 영향으로 예로부터 참선과 수도의 중요성과 그 필요성에 대한 불교의 이론이나 교리가 많은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아보는 좋은 책이었다. 


 

순수생명(純粹生命)의 불성광명(佛性光明)은 지금 우리 눈 앞에 실존한다고 큰 스님은 말씀하시고 있다. 어느 누구나 마음이 맑아지면 참으로 볼 수 밖에는 없다. 우리가 부질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기 떄문에 부처님, 하느님, 알라를 못 볼 뿐이라고 말이다. 

우리 마음이 얼마나 오랫동안 무지무명에 가렸던가? 

깨달은 성인(聖人)들이 공부할 적에 번뇌의 때 묻은 생활을 해왔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통탄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무엇 때문에 부질없이 망상(妄想)을 했던가? 마음공부를 바로 해서 어느 날 갑자기 번뇌(煩惱)가 다 녹아서 정말로 진여불성 광명이 훤히 나올 때는 제 아무리 점잖고 근엄한 분도 너울너울 춤을 춘다는 것이다. 어떻게 억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안전(행복)을 구한다. 미개할 떄는 안전을 구한다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하지 못한다. 인간의 사유활동이 전개되고 차근차근 발전한 뒤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생활인가?'와 같은 생각을 하며 행복을 추구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행복해 질 수 있는가? 인간의 행위라는 것은 마땅히 먼저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로 어느 사고, 사유의 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큰 스님은 말씀하신다. 오히려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할 떄 조금 더 비장한 각오로 해야한다고 말이다. 

복을 빌고 자기가 잘 되고 그런 차원으로는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의 참맛을 못 본다고 말이다. 물론 복도 받아야 되고 여러가지 기복적인 것도 필요하고 그런 것이 부처님 가르침에 존재한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은 이기적인 자기 행복을 구하는데 그치지 않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부처님 가르침은 과학도 초월하고 윤리도 초월해 있다. 불교에서는 가장 저차원의 가르침이다 하더라도 사람이 원래 비어있고 계속 수양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큰 스님은 또 말씀하신다. 불심과 중생심이 결국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나쁜 사람 마음이나 좋은 사람 마음이나 겉만 다르고 표면만 다른 것이지 속의 알맹이는 똑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 성선설을 더 지지하는 것 같다. 석가모니 마음이나 예수 마음이나 공자 마음이나 마음의 깊이는 똑같은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무엇보다 종교에 대한 이런 포용력있는 자세가 바로 큰 스님답다. 

만물이 나와 더불어서 둘이 아니고, 일체 중생이 나와 더불어서 하나란 말이다. 이것을 알아야 나만 잘되기 위해서 남을 이용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구박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큰 스님은 결국 우주의 진리를 꺠닫는 가르침 가운데서 제일 으뜸가는 가르침, 가장 압축된 가르침, 그것이 참선이라고 말씀하신다. 

인류문화사 가운데 참선 같이 가장 고도한 가르침은 없다고 말이다. 참선이 무엇인가를 모르면 참된 의미에서 지성인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참선은 귀중하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젠(Zen), 참선을 가장 소중히 하는 풍조가 우리보다도 훨씬 더 미만되어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지금은 캐나다나 미국같은 나라에서도 참선을 상당한 과제로 삼고자 연구를 한다. 참선이야말로 불심을 찾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참선의 구체적인 방법에서도 가부좌를 제대로 하는 것이 바로 시작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호흡으로 호흡을 제대로 하다보면 신묘한 소리가 귀에도 들린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은 제대로 된 참선과 참선의 의미, 참선의 방법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다. 

참선을 통해 부처님의 마음인 불심에 다가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설파하고 있는 요지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도 완벽한 참선이나 선종의 진리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큰 스님은 말씀하신다. 무엇보다 참선이나 불심을 제대로 알아가는 공부를 허투로 보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쉬운 일은 없다. 

 

참선은 꼭 선오후수라고 한다. 먼저 천지우주의 모두가 부처 아님이 없다는 생각, 내가 바로 부처라는 생각 말이다. 내가 봐서, 못난 내가 봐서 범부로 보는 것이지, 부처가 보면 내가 똑같이 석가모니와 같은 부처인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 

원효대사의 가르침이랑도 일맥 상통하는 듯하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님의 침묵」 시에도 님만이 님이 아니라 바로 보면 산도, 냇물도, 풀도, 다 님인 것이다. 바로 보면 다 부처님이다.

천지우주를 하나의 부처 덩어리로 봐야 참선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국사시험에도 많이 나오는 정혜쌍수(定慧雙修)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실 돈오점수, 정혜쌍수 이런 말이 시험에도 많이 나오고 그떄는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정(定)과 혜(慧)가 같이 맞물려 가야만, 수레바퀴가 둘이 되어야만 갈 수가 있고, 나는 새는 날개가 둘이 되어야 높은 하늘로 비상하듯이 우리 모두 꼭 정(定)과 혜(慧)가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조화롭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은 부처님으로 이르는 가장 바르면서도 어려운 진리의 길인 참선과 그 공부법에 대해서 청화 큰 스님의 법문 중 염불과 참선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사실 말씀하시는 것 중에 한자어도 많고, 어려운 용어도 많지만 큰스님이 말씀하셨듯이 공부는 원래 어려운 법,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 상상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참선을 시도하면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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