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대디 자본주의 - 친밀한 착취가 만들어낸 고립된 노동의 디스토피아
피터 플레밍 지음, 김승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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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제도가 뿌리내린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달도 차면 기운다고 이 자본주의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인류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이끌고 우리 생활 수준의 계량적인 부분은 많이 끌어올렸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단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와 노동의 불균형(자본이 자본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자본을 버는 속도를 특히 한국에서는 가히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니까)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이 책은 임시계약, 유연한 일자리, 개인 책임, 미소 띤 착취 등 '홀로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노동자를 유령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플래밍은 런던 대학(University of London), 시드니 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의 교수이자 저술가로 오늘날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파헤치는 글을 주로 쓰는 유명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옮긴이 역시 경제학을 전공한 기자 출신으로 신뢰 할 수 있다.

 

이 책은 현재 서구 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넓은 전환의 특징을 포착하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 전환은 한마디로 탈공식화이다. 이는 공적인 거버넌스와 규제를 통한 노동자 보호가 일터에서 사라지게 된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서구 자본주의의 탈 공식화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특히 프리드리히 하이예크와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이 개진한 사상에 기반에 전개된 신자유주의 혁명의 때늦은, 그리고 대체로 예견하지 못했던 결과들이다. 

 

시카고 학파의 사상에 너무나 매료된 마거릿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 영미 지도자들은 자본주의를 거대 정부의 족쇄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인생 미션으로 삼았다. 그들은 기업은 스스로를 잘 규제할 수 있다. 민간 영역에서의 시장 개인주의가 바로 '개인의 자유'의 궁극적인 정점이라고 믿고 정부가 정하는 기준, 노동법규, 노조는 더이상 우리사회에 필요치 않은 악으로 규정하고 합법의 굴레에서는 무엇이건 가능하다는 주의를 견지했다. 

물론 그 옛날 하이예크와 프리드먼은 제약에서 벗어난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 공정한 사회로 이끌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우리의 삶이 한편으로는 개인의 능력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전이라는 냉철한 객관성에 의해 구성되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나 사회는 절대 그렇지 못했다. 

특히 오늘날 노동 시장은 유연 착취라던가 바람직한 종류의 비공식성은 밀려나고 전도된 인격화가 들어섰다. 이런 경제적 합리성의 냉철한 논리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고, 이는 더욱 우리 사람을 착취하고 힘들게 만든 수단이 되고 있다. 

 

 후기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과 착취당할 대로 착취당하다 죽음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분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글을 쓴 런던대 피터 플레밍 교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슈거 대디 자본주의”라고 명명하고 있다.

‘슈거 대디’란 ‘슈거대디닷컴’이라는 데이트 주선 앱에서 따온 것으로, 부유한 중년 남성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고전하는 젊은 여성을 만나기 위해 가입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말한다.

책의 첫부분도 이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치솟는 집세, 집문제가 남 일 같지 않아보여서 너무나 슬펐다.

나 역시 이 달 말에 이사를 가는데 많은 책을 또 옮기는 수고로움을 해야하는데 주거 안정! 정말 필요하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자는 익명적이고 탈인간적인 금전 거래 시스템이면서 매 순간 고립된 현대사회의 개개인을 스마트폰과 각종 매체 등으로 지극히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소위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불안정한 일자리, 온디맨드 형태의 시간제 일자리, 프리랜서 노동의 확산과 개인화로 인한 다층적인 문제들을 ‘탈공식화’라는 흐름 속에서 문제점을 분석한다.

한국사회를 비롯해서 많은 선진 국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베라르디는 삶의 모든 영역에 화폐가 파고든 세계에 컴퓨터화라는 요인까지 가세하면서 탈인간화된 노동이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나 요구를 내세울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이제 자본은 사람을 채용한다기보다 시간의 덩어리를 구매한다. 자본이 구매하는 노동 시간의 덩어리는 그것을 담지하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에게서 분리된다. 이제 가치 증식의 매개는 탈인간화된 시간이며, 이 탈인간화된 시간은 어떤 권리나 요구를 주장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다.”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각종 위기(무엇보다 탈 인간화, 인간을 짓밟는 각종 사회 시스템)의 기저에 있는 탈공식화 경향을 꺾는 것과 관련해 대안으로 참고할 만한 해결책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먼저 보편기본소득을 통해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청년수당이나 소득 하위계층에 지급되는 다양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여기에 포함되겠다.

 다음으로 자가 고용과 제로 아워 계약의 불법화, 공공 영역의 탈민간화 및 탈개인화, 노동 제도의 탈중심화 등을 말한다.

 특히 노동 제도의 탈중심화는 노동자 위원회가 기업 전략과 운영상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자가 경영하는 협동조합이나 파트너십이 이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을 말한다.

나는 한가지 요즘 기업의 이사회를 반대한다. 기업의 이사회에 그 회사를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 몇 명, 나머지는 그 업종과 전혀 상관없거나 또는 외부인사들이 차지하는 사외이사 몇명이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예 이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회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근로자나 근로자 협의체 대표가 이사회 2/10 비율 정도로는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 개인주의는 ‘자유로운 선택’과 별로 관련이 없다. 진짜 자유는 이탈의 자유와 결정하지 않을 자유(우리에게 제시된 의사결정의 매트릭스에서 자발적으로 나갈 수 있는 권력)를 포함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되는 자유는 가짜 선택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과 시간을 고용주에게 파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이것도 여전히 그의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선택이 실제로 일어나든 아니든 상관없이 말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과 캘리포니아의 경영자들 모두가 개인주의적인 자유를 계속해서 집착적으로 찬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169 ~ 170

 

노동의 자유와 인간적인 노동력 제공을 위해 저자는 많은 주장을 하고 있고, 사회 변화와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는 공적인 권력을 통해 고용관계가 지저분한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 많은 사례가 이야기 하듯이 자본주의 적 속박을 덧어나 인간화를 시키는데 공공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현재의 개념, 즉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이 체계화한 이후 대부분의 제도와 조직에 확산된 그 개념을 재사고 해야한다. (중략) 

개인의 자유는 집합적인 연대가 있어야만, 그리고 억압적인 사회적 상황에 쳐했을 때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유연안정(flexicurity)이라고도 불린다.  ---p.242 ~ 243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꼭 필요한 이야기를 짚고 있다.

사회경제학 등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대학생 등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정치인, 위정자들이 읽고 지금의 사회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 쌤앤파커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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