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집권 경제학
한성안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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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거철이 다가왔다. 누구나 경제를 외친다.

한 때는 누구나 보수에서 한 발 물러선 것 같은 선거 문구가 유행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탄핵 이후, 촛불혁명의 민심을 이어받은 정부의 탄생이 절실했기 때문에 지난 대선 키워드는 '적폐청산', '개혁', '공정성'이 화두였다. 물론 경제도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지만 아무래도 탄핵정국 이후 탄생하는 정부라서 과거와의 단절, 개혁이 더욱 큰 이슈를 선점할 수 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선거 캠페인은 당시 정권 창출의 핵심 키워드를 점할 수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야기한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 역시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키워드였으나 그에 묻혔다.

 

다시 총선을 앞두고 이번에는 코로나 사태와 겹쳐 국민 재난지원금과 함께 '경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정부들어 너무나 올라버린 부동산과(서울에 집이 없는 서민의 입장에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반도체를 빼면 뒷걸음치고 있는 성장율과 혁신의 부재, '소주성' 효과의 미비함 등으로 인한 자영업 계층의 어려움, 20대 극심한 취업난 등이 겹쳐서 이번 정부의 인기는 자신을 원래 지지해주던 견고한 지지층 외 지지율을 어느 정도 잃은 것도 사실이다.(지금의 여당 지지율은 야당의 실책과도 연결되어 있는 착시현상이 짙다, 선거 이야기를 너무 해서는 안되기에 여기에서 마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현재 진보경제학이 대학 강단에서 거의 사라지고 있고, 몇 안되는 마르크스 계열 경제학 강의가 살아있지만 혁명적 토대와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어떤 실천적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비판경제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하고 진단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제 '실행 가능한 경제정책을 제시할 진보적 경제학'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자는 턱없이 부족하고 정리된 텍스트도 없다. 그런 방식은 보수경제학의 '지적 공격'에 금방 꼬리를 내리게 되어 있다. 이론적 뒷심이 없으니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진보진영은(사실 우리나라에서 노무현 정권이 진보 정권, 진보경제에 속하지, 엄밀히 말하면 노무현 정부는 중도, 어찌보면 중도우파에 가까울 것 같다-그럼 도대체 우리나라 보수는 좌표에서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적 공황 상태를 경험했다.

 

이 책은 이런 이론의 부재 속에 대안적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마르크스 경제학과 떨어져서 최근 100년간 서구 사회에서 깊게 연구되어 온 '제도경제학'과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을 결합해 연구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베블런과 커먼스, 슘페터, 케인스 등이 진보경제학에서 제도 경제학 범주에 속한 학자들이다.

베블런과 커먼스는 제도를 결정적 요인으로 중시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가치판단의 기준은 서로 다르다. 또한 기술과 지식을 변화 동인으로 보는 점에서 베블런과 슘페터는 서로 만나지만, 베블런은 기술의 공유를 주장하는 반면 슘페터는 혁신의 사유를 인정한다.

베블런은 과잉 소비를 경계하지만, 케인스는 과소소비를 염려한다. 커먼스의 공정성장과 슘페터의 혁신 성장도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더라도 결국 분배를 통한 공존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의 '임금주도성장'과 제도경제학의 '혁신경제'와 '공정경제'가 이 책에서 나오는 진보 집권 경제학의 사상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말과 교과서는 이율배반적이다. 교과서는 아주 학술적이고 건조한 문체인데 그러면 일반인은 잘 읽지 않는다. 일반인을 위한 것도 아니다.

저자는 특히 체계화되지 않은 지식을 경계했다.

저자는 이런 이율배반적이고 형용모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문답식'으로 서술하고, 시사 및 시국 현안과 관련하여 설명하고 약간의 비속어도 중간중간 사용하면서 조금은 Soft하게 책을 끌어간다.

또한 많은 서술보다 사람들은 서술 내용을 표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표나 그림으로 정리하고 문단이 끝날 때마다 한 줄로 핵심내용 정리하기 등 다양한 서술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이러한 여러가지 필요성에 의해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시민들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를 저술했다.

책은 총 16장으로 이뤄져 있고, 1장 경제학을 공부하는 방법부터 공부합시다 부터 마지막 16장 한국자본주의는 어떻게 진화했는가까지 읽어나가다 보면 경제 원리와 우리가 속고 있는 경제 세계의 단면, 한국 자본주의의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해박한 지식과 정확하면서 체계적인 경제 서술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책이다.

 

과연 경제란 무엇인가?

우리는 경제를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과 다르게 정의해야 한다. 경제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과 그것을 관리하는 활동'이다. 관리되지 않으면 인간 집단의 경제생활은 불가능하다.

경제는 개인의 활동이 아니라 '집단'의 활동이가. 또 그것은 이윤을 살리기 위해 인간을 죽이는 활동이 아니라 인간을 '살리는'활동이며, 인간의 삶을 어렵게 하는 활동이 아니라 '좋은 삶'을 이루어 내는 활동이다. 진보는 이를 지향하는 경제의 이 영역을 지켜내는 동시에 확장해 가면서 시장경제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중략) 

진보는 비시장경제를 지켜내야 하며, 그것과 시장경제가 공존할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p.39

 

경제학자들의 사상도 비교해준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과 커먼스의 제도경제학, 베블런의 제도경제학 등을 표로 비교해준다.

 

현대의 주류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유명한 명제하에 물질적 조건이 인간의 성품과 이념을 결정한다는 것을 말한다. 유물론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도덕적 의지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주류 경제학이 인간의 '합리적 이기심'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여러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

베블런은 행위자의 역할을 일차적 연구과제로 설정했던 이유로 바로 인간의 정신적 성분, 본능과 자유의지를 이야기한다.

책은 초반부에서는 결국 사람을 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이 경제를 숫자, 돈으로 생각하는데 하지만 이것이 결코 경제의 주가 될 수 없다.

결국 경제도 '사람'이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에서 경제는 출발하는 것이다.

초반부는 경제란 무엇이며, 사람, 사회로 논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경제학에 '깨어 있는 시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끌어내고 있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과 제도경제학의 인지능력, 본성론, 존재양식, 정부를 바라보면서 사회적 존재로 상이한 행동들을 들여다본다.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은 '행동'에 주목함으로써 본성의 문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깨어있는 시민들의 역할으 인식할 수 없게 되었다.

실존과 본질이 분리될 수 없듯이 제도와 본성도 분리될 수 없고 둘은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 결국 우리는 '성찰하고 실천하는 행위자'가 되어 행동하는 양심으로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소득이 증가할 수록 행복은 증가한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 않다.

이스털린의 역설은 인간이 '경제적 존재'인 동시에 '관계적 존재'와 '문화적 존재'이며, '제작하는 존재'인 동시에 '유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p.202, 205

뒤로 갈 수록 경제학 본연의 표와 그래프가 조금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은 포스트케인지언과 큰 정부,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도와 경제의 주체로 보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야기는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소득수준의 불평등과 한국형 자본주의의 문제점 극복과 그 대안까지 제시하면서 글을 마친다.

4차 산업혁명과 불평등지수가 커지고 지니계수를 통해 빈부격차와 소득의 불균형 정도가 점점 강해지면서 우리 국민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요구사항도 커져가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의식과 소득수준이 동시에 높아지면서 현실에 맞는 새로운 진보 경제학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지난 1900년대부터 시작한 서구의 진보경제학자들이 연구해 온 케인스경제학과 제도경제학에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결합해 한국사회에서 진보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앞부분 철학으로 시작해 경제사, 경제사상과 이론, 한국경제의 오늘까지 깊이 있는 통찰과 지식을 바탕으로 오늘날 많이 이야기 되는 '소주성'이나 한국 부동산 문제, 빈부격차, 지니계수, 불평등지수 등에 대해서 교과서적인 서술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진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제대로 된 논리와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되어서 더 많은 진보경제학 이론 서적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 생각의 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열심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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