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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이 에세이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는 기존에 읽었던 에세이들과 느낌이 조금 달랐다. 어떤 에세이는 작가의 자의식이 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에세이는 모든 사물이나 사건에 의미를 부여해 온통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하기도 하고, 어떤 에세이는 에세이인지 시인지 모를 정도로 작가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추상적인 내용을 담기도 한다.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 중에서는 크게 와닿는 에세이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를 읽으면서 에세이에 등장하는 짧은 토막 같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소개팅한 남자가 겉은 멋진 명품 양복을 입고 멋지게 웃으며 악수하는 매너를 보였지만 주문한 케이크 접시에 날파리가 앉았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행동에 그만 지금까지 좋았던 남자의 인상도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떠난다. 돈이 있다고 품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니다. 수수한 옷을 입어도 약자든 강자든 똑같이 배려하고 공손히 대하는 사람이 온몸에 명품을 휘두른 사람이다. 견문이 많다고 절로 품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평생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훨씬 품위 있는 사람이다. 그런 품위 있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다고 저자는 말한다. 품위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구분서이며 품위 있는 사람은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도 않는다. 사랑은 포기해도 품위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먼저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괜한 자존심으로 버티기보다는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겸허해지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인정하지 못해서 화를 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조건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 상황을 잘 따져 판단해야 한다. 넘지 않는 수준의 적절한 인정은 불필요한 갈등과 다툼을 피할 수 있는 합리적 후퇴라는 것이다. 요즘은 개인의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중시하는데 네덜란드에서는 확실하게 그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하철을 타면 빈자리가 많아도 다른 사람 바로 옆이면 앉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자신과 타인과의 사적인 거리, 즉 개인적 공간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타인의 사적인 거리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