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듣기 불편한 이야기
이완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을 버릴 때 우리는 늙는다.

그대와 나의 가슴 한가운데는 무선국이 있다.

그것이 사람들로부터 또는 조물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활기, 용기와 힘의 메시지를 수신하는 한

그대는 영원히 젊다.

이 책은 저자가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 남긴 기록과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을 모아 놓은 것이다. 어려운 철학서가 아니고, 청년들이 자기만의 길을 찾고 참된 삶을 설계해 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뿐 아니라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있는 [쉬어가기] 코너에는 명언이나 좋은 시들이 담겨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고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될 것을 강조한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길 수 있을까. 내가 나 스스로를 먼저 존중하고 아껴야 다른 사람에게도 존중받을 수 있다.

나는 이제까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공부를 많이 해서 지식을 쌓으라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스스로의 무지를 깨달으라는 말이었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 배울 게 없으니까 겸손한 자세로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가는 버거운 과정을 이겨 내려면 늘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평생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듣기 불편한 이야기가 맘에 더 새겨진다.

탁월한 리더십은 다른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데 집중할 때만 달성할 수 있다. - 톰 피터스

저자는 타인의 성장을 돕는 데 일조하고자 이 글을 썼다. 리더의 임무는 더 많은 추종자를 얻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리더를 키우는 것이며,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고 내 곁에 있는 사람부터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덩치가 큰데 작은 옷을 입은 소년이 큰 옷을 입은 왜소한 소년의 옷을 빼앗아 바꿔 입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맞는 옷을 입게 되었으니 더 좋은 결과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옷을 빼앗는 게 정당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자살률 OECD 1위라는 슬픈 기록을 가진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전한다. 살아만 있으라고. 살아만 있으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고.

또한 청년들에게 즉, 나부터 먼저 내 가까이 있는 모두에게 격려와 칭찬이라는 마중물(Calling Water)을 먼저 붓자고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서로 헐뜯고 깎아 내릴 것이 아니고 서로 잘 되게 칭찬해 주고 더 잘할 수 있게 격려해 주자. 그것이 부모의 자리거나 자식의 자리거나 학생이나 선생이나 친구의 자리거나 상관이 없다. 누구나 다 멘티가 되어 멘토로부터 도움을 받고, 스스로도 멘토가 되어 후진을 육성하자.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가 날고 잉어가 뛰어오르듯 이 땅에 새로운 문화, 과학, 기술 등이 약동하길 바라며.

♥ 지식과 감성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p.254)


이 책은 배리 로페즈 사후에 출간된 에세이집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에세이는 사막에서 남극에 이르는 풍요로움에 대한 예찬이자 그것의 훼손에 대한 경고다.


리베카 솔릿은 서문에서 여러 방향으로 난 이 에세이들의 발자국을 길잡이 삼아 스스로 땅과 언어의 관계를 더듬고 의미를 탐색해 가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독서의 방향을 알려 준다.


저자는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당하고. 부모님이 이혼을 하는 등 힘든 시절을 겪어왔다. 나중에 심리 치료를 통해 성적 학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의 의미를 구성하지 않게 될 때까지 치료를 받고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우리를 삶의 예의로 다시 데려다줄 타인의 포용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11살 때 뉴욕시에 있는 한 예수회 사립학교에 들어간 그는 카톨릭계 학교인 노터테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항공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려 했으나 소명이 아님을 깨닫고 전공을 인문학으로 바꾼다. 졸업 후 뉴욕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했지만 직업도 종교도 불안정했던 그는 결국 작가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55년간 현장 조사와 글쓰기를 하면서 80개국 가까이를 여행하고 20권이 넘는 책을 펴 낸 것이다.


차이를 무시하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6천 가지의 가르침이란 생명을 위한 필요조건인 다양성을 인정하고 자율성과 존중을 결합해서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아닐까? 하물며 병마용의 얼굴은 물론 말들 하나하나까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모든 장소와 사람은 유일무이하며 다른 어디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는다. 집요한 여행자만이 육천 가지의 값진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친구인 리처드 넬슨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나 자신이 아닌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과 대조적이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알아가면서 자연과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샤먼의 정경>에는 갈매기 사체 내장에 있던 물건들 이야기가 나온다. 장난감 병정, 폐주사기, 탐폰, 골프티 같은 것을 먹이로 알고 먹었다가 죽은 것이다. 그래서 자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부상도 마다 했고, 남반구 여행에서 지구상 인간의 중심지 어느 곳도 아닌 지구를 이탈한듯한 느낌을 가졌다. 실제로 L.A. 외곽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기 내내 맨해튼에서 살았던 저자는 파리, 도쿄, 이스탄불, 산티아고에 즐거운 추억이 있지만 유독 사막과 먼바다와 툰드라 평원에 더 이끌렸다고 한다.


작가의 집에는 치누크 연어가 집 앞에서 산란을 하고, 창밖에는 보브캣과 검은 꼬리 사슴이 산다. 강에는 물수리와 뿔호반새, 나무에서는 도가머리 딱따구리, 휘파람새, 풍금조와 같은 새들의 울음이 들려온다. 미송, 솔송나무 큰 잎 단풍나무가 집을 빽빽이 에워싸 지평선을 가린다.

♥ 인디캣 책속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적인 성취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과 긍지와 자존감에 비하면 실패에서 오는 고통쯤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p.8)


<새 마음의 샘터>라는 한 권의 책을 계기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었고,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돌베개 출판사의 대표가 되기까지 힘들고 슬프지만 우리를 힘나게 하는 여정이 담긴 에세이다.


한창 응석 부리고 돌봄을 받아야 할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당장 먹고 자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던 저자. 구걸을 하고 도둑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팠다. 이 책에 나오는 어떤 시인은 우리가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니까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돈을 주는 것이 그분들의 자립을 방해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사람의 선한 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정답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나도 저자처럼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다.

 

음지에서 꽃망울 하나라도 피워보려고 애쓰는 국화꽃을 보며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 국화꽃처럼 저자 역시 음지에서 자랐지만 어떻게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가슴 벅차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책에서 읽은 것을 실천함으로써 스스로를 교육한 사람의 자부심과 행복함이 느껴졌다.


한자를 외울 때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무의 상태에 외웠는데 무의 상태에서 익히다 보니 심신이 맑아져서 나중에는 결핵까지 완치되었다고 한다. 기적처럼 결핵 완치판정을 받을 때 나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니까 하늘도 돕는구나 생각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뇌를 아무것도 없는 진공으로 만든 다는 표현은 요즘 말로 몰입이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반복되는 생활을 계속했다는 것은 루틴을 만들어 실천 한 것이다.


5월 19일 월요일 오전, 전라도 광주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신문사 같은 곳에 연락 좀 해 달라고, 태양이 뜬 아침나절에, 군인들이 시민을 죽이고 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저자는 혹시나 해서 서점 몇 군데에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불통이었다. 다음날 신문 기사를 아무리 뒤져도 광주에 대한 기사는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것을 비롯한 그 당시 민주화 운동의 생생한 묘사들은 나를 그 시대로 데리고 간다.


어머니를 죽인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누구였을까? 아직도 찾지 못한 2명의 형과 2명의 누나와 남동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부분을 각색해서 영화로도 만들면 좋겠다. 임승남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분의 반딧불이처럼 아름다운 빛을 내는 이야기다.



♥ 다산책방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비로운 전자부품 매크로 포토그래피 - 회로 안에 숨은 아름다움을 들여다보다
윈델 H. 오스케이.에릭 슐래퍼 지음, 이하영 옮김 / 한빛미디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게 되리라 예상하지 않았던 것들의 새로운 아름다움

사진만으로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책

이 책의 사진들을 보니 몬드리안의 네모네모 작품이 생각났다. 빨강, 파랑, 노랑, 흰색의 직사각형 격자무늬로 된 <심포지엄>이라는 작품이다. 한샘 로고도 생각났다. 이 책도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이런 예술작품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옮긴이의 말에 왜 사진만으로도 충분한 책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사진들은 모두 매크로 포토그래피(확대 촬영기법)로 찍은 것이다. 이렇게 작은 전자부품을 아주 가까이서 보니, 각각의 부품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목을 <전자부품 사진집>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전자 부품의 작동이나 사용 방식을 가볍게 알아보는 책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 한 부분에는 전문적인 내용도 있다. 전자 부품은, 부품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부품의 기능을 제공하는 활성 영역, 부품의 외형인 패키지로 구성된다. 컴퓨터 조립할 때 초록색 기판 위에 있던 알수 없는 것들과 핸드폰 및 다양한 전자 제품 내부에 있는 부품들을 확대해서 들여다보았다.

스위치, 모터, 스피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 스마트폰 카메라 등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공통점을 바탕으로 서로 엮여 있다. 그래서 <전자부품 하모니 집>이라고 해도 좋을 법 하다.

스위치에는 토글 스위치, 슬라이드 스위치, 푸시버튼 스위치, DIP 스위치, 촉각 스위치, 마우스 버튼에 쓰이는 마이크로 스위치, 커피 메이커에 사용하는 열 스위치 등 이름만 들어도 풍성해진다.

특히 하루라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1 부피 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늘 쓰니까 얼마나 작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동 초점 메커니즘은 음성 코일 모터를 사용해서 마치 렌즈가 스피커의 종이 콘인 것처럼 렌즈를 센서에 맞춰 정확하게 배치한다는 말을 듣고 기술력에 "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저항기, 인덕터, 변압기, 퓨즈,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 진공관, 음극선 관, 변압기의 역할에 대해서도 가볍게 알게 되었다. 다음은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각 전자 부품들의 이름이다.

요즘은 스피커와 헤드폰, 이어폰 모두 블루투스지만 예전에는 유선이었다. 그 유선 이어폰을 오디오 등에 꽂는 부분을 오디오 커넥터라고 한다. 나는 충전하기 귀찮아서 유선 이어폰을 쓰고 있는데 이 오디오 커넥터의 이름은 헤드폰 플러그 또는 8인치 플러그다.

설정을 조정하기 위해 돌리는, 즉 컨트롤 손잡이에 쓰이는 것은 권선 가변저항기다.

인터넷을 연결할 때 쓰는 케이블은 이더넷 케이블이라고 한다. HDMI와 VGA, USB 케이블의 단면은 꽃처럼 눈부시다. HDMI는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VGA는 비디오 그래픽 어레이, USB(Universal Serial Bus)는 범용 직렬 버스이다. 약자로만 알았지 무엇의 약자인지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계산기나 가전제품, 자동차 계기판에서 형광 초록색 빛으로 반짝이는 것은 진공 형광 디스플레이관이라고 한다.

요즘은 거의 LED(Light Emiting Diode) 전구를 쓰지만, 나는 백열전구가 촛불 켠 것 같은 아늑한 느낌이 들어 좋다. 그런데 LED 전구에 주광색이라고 쓰여있어서 주황색 같아서 샀더니 흰색! 촛불 같은 색은 전구색이다. 주광색이 제일 밝고 주백색→백색→전구색이 제일 어둡다.

백열전구의 텅스텐 필라멘트가 빛을 내는 이유는 단순히 뜨겁기 때문. 열에서 빛이 나는 거였다.

옛날에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서 면봉으로 테이프 헤드를 닦아 줬던 기억이 있는데 그 헤드 이름은 자기 테이프 헤드다.

핸드폰의 SD카드는 마이크로 보안 디지털(Secure Digital) 메모리 카드이고, 신용카드에 있는 금색 칩은 EMV 칩이다. 해당 표준을 만든 회사의 이름인 유로페이(E), 마스터카드(M), 비자카드(V)에서 따온 것이다.

또, 핸드폰으로 버스나 지하철 탈 때 NFC 기능을 켜야 하는데 NFC란 근거리 무선통신(Near-Feild Communication)이다. 호텔 키 카드에서도 사용한다.

전자부품 사진집을 감상하며 작품명도 익혔던, 나 자신에게 작은 지식을 선물해 준 시간이었다.

이 정도만 배웠는데도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절로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전자 부품(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할 수 있는 전쟁 - 국제 정상급 정치인이 직접 경험하고 분석한 미중 패권 경쟁
케빈 러드 지음, 김아영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가피한 전쟁은 없다. 역사는 길잡이가 되어야지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는 반드시 평화를 유지해야 하며, 선조들이 수 세기에 걸쳐 싸워 얻어낸 국가와 개인의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더니 이젠 이스라엘과 하마스까지 하고 있다. 드라마 <스위트 홈>에서 사람이건 괴물이건 무차별 적으로 사살하는 장면이 있다. 민간인이건 하마스건 무차별 적으로 학살하고, 습격당한 마을에서는 영유아 시신도 무더기로 발견되었다니... 적어도 드라마에서는 아기 괴물은 놓아주었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심한 것 아닌가.

엄마에게 6.25 때 이야기를 옛날이야기처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전쟁은 지나간 역사로만 생각했는데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영화에서나 있어야 할 이야기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공의 이야기도 가슴 아픈데 현실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아픔은 어떨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저자 케빈 러드는 호주의 총리로서 지난 40년간 중국과 타이완을 방문하고 시진핑은 물론 중국 고위 지도자들과 여러 차례 사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시진핑은 긴 대화를 하면서도 메모하는 법이 없었고, 연설문을 보고 읽는 식으로 낭독하는 일도 거의 없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중국어를 잘 하셔서 시진핑과도 더 오래 친분을 이어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은 시진핑이 가진 야망의 우선순위를 10개의 동심원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중국의 여러 정책결정을 이해하는 주요 통로가 될 것이다. 이 동심원은 시진핑의 관점을 가장 중요한 것부터 외부로 확장해 나간다. 즉, 시진핑의 당내 위치에서 시작해 국내의 정치적 우선순위와 국제적 포부로 확장해 나가는 순서로 되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문제, 타이완을 비롯한 제반 국제 문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한다.

10개의 동심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 시진핑의 사상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14장부터 미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국과 세계에 대해서도 나와 있어,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2017년 앵커리지 회담을 기점으로 미중관계는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은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같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동의 로드맵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로드맵에는 외교적 협상의 지속 가능한 원칙, 정보를 통한 검증, 효율적인 전쟁 억지력, 상호 존중에 입각한 포괄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구조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술적으로 쓰지 않았다(p.42)

두 나라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해온 저자는 서로 다른 시점에 나라를 이끌었던 두 정부에 조언한다기보다, 중국인과 미국인이라는 두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두 나라가 서로 간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공동의 미래를 탐색하는데 저자의 조언도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시진핑은 마오쩌둥 이후 볼 수 없었던 무자비함을 지닌 정치의 대가다. 적절한 퇴직금도 주지 않고 실시한 대규모 숙청과 구조조정, 인민 해방군의 대규모 병력 감축은 대학살만 빠졌을 뿐 마치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중국은 부정부패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부자들에게 기부를 강요한다. 강제적인 자선활동이다. 결국 마윈의 알리바바와 같은 중국 거대 민간 기업들은 당과 국가가 휘두르는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그 여파로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더 어려워졌고 중국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 후 취직해도 회사에서 요구하는 가혹한 996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에 시달리게 되었다.

종교 탄압도 심하다. 교회를 불도저로 밀어버리거나 폭파로 철거해 버리고, 십자가를 불태우고 선교사들을 색출해 내보낸다. 이것은 전국 기독교인이 1억 명에 육박하는 공산당원 수와 맞먹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기독교뿐 아니라 타 종교의 강경한 탄압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언론은 물론 법조계까지 점점 더 억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모든 사람의 위치 또한 알고자 한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국가가 일반인들의 거의 모든 행동을 추적한다. 감시하고 추적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게다가 앱도 정부 마음대로, 은행도 마음대로, 하물며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교육까지 금지시켰다.

미성년자가 일주일에 3시간 이상 게임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학생들은 스트레스 해소할 곳이 없어져 반정부 주의자들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지만, 나는 독서를 장려하면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 상해에서 산 적이 있다. 이때는 게임 금지 조치나 사교육 금지는 없었다. 하지만 카톡도 안 되고 접속이 안 되는 사이트가 많았다. 인강도 vpn을 깔아야 수강이 가능했다. 그때는 단순히 공산 국가라 그런가 보다 했다. 지하철 출입할 때도 공항처럼 짐 검사를 하는데 안전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쌍순환 경제는 내수시장과 수출 모두를 중요시하는 정책이다. 중국의 경제 실패 가능성은 앞으로의 미중 간의 세력 균형을 결정할 10년 동안 시진핑에게 가장 중대한 정치적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은 내수시장 개방과 수출 보조금과 관련된 WTO 가입 조건을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략이 그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셔널리즘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 아닐까.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잠재적 시나리오를 설정해 놓고, 앞으로 지켜보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해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 16장에서는 가능성 있는 10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중 시나리오 9, 중국이 미국과 군사적 대치 없이 지역 및 글로벌 전략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시진핑이 바라는 최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5개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내 견해는 두 문화에 대한 평생의 관찰과 경험에 기반한다. 내가 발견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두 문화권의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미래를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가족이 번영하고 자녀가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하며, 최소한의 정부 간섭으로 그들의 사업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개인이나 국가가 이룬 탁월한 업적에 대해 존경받고 싶어 하며, 이웃과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p.475)

책장을 덮으니 우리나라 주변국에만 한정되었던 나의 시야가 전 세계 지구촌으로 확장된 느낌이 든다. 우리가 지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과거 세대의 덕분이다. 또한 우리나라 및 다른 나라들의 참전 용사들에게도 빚을 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갈등보다는 상생의 협력을 우선시해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2020년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10년이 되겠지만, 전쟁은 피할 수 있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